고금소총 제561화 - 그 맛은 소문이 났지 (有所聞陰戶)
옛날 어느 시골에 한 노파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그런데 노파는
그 딸의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아
큰 걱정이었다.
집안 살림도 어렵고
딸의 얼굴 또한 예쁘지 않으니,
일찍부터 중매를 넣어
딸의 혼사를 정하려 해도
쉽지가 않아 괴로워했다.
그러던 차에
한 중매가 나이 든 총각을 소개하여
혼인이 성립되었다.
혼례식 날 예를 올리고
딸을 신방으로 들여보낸 노파는,
혹시나 신랑이 딸의 얼굴을 보고
싫어하지나 않을까 하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햇다.
아침이 되어
첫날밤을 보낸 딸이 나오자,
노파는 얼른 딸을 붙잡고
방으로 들어가 물었다.
"얘야, 간밤에
신랑이 네 얼굴을 보고서
예쁘지 않다고 뭐라 하지 않더냐?
얼굴을 자세히 보기는 하더냐?"
이에 딸은 노파를 빤히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 신랑이 처음에
내 얼굴을 보고는 좀 시무룩했어.
아마도 좋아하지 않는 눈치더라고.
그런데 있잖아,
내 옷을 벗기고
몸을 합쳐 재미를 보고 나더니
이러는 거야."
"얘야, 속히 말해 봐라!
신랑이 뭐라고 했는데?"
"글쎄 말이야.
'그 얼굴 모습은 영 볼 게 없더니,
음호 맛은 아주 별미로구먼.
쓸 만한데, 그려'
그리고는 자면서도
별로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어."
그러자 노파는 손뼉을 치고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래! 그렇고말고.
우리 집안의 음호 맛은 별미라고
온 동네에 소문이 파다하거든."
곧 이 집 여인들의 음호 맛을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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