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60화 - 버선이 작아 신기가 어려워 (襪小難着)
어느 고을에 한 부부가
서로 해학을 나누면서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여보, 이제 겨울이 되어가니
솜을 톡톡하게 넣은
버선 하나만 잘 기워 주구려.
내 발에 맞게 잘 기워줘야 하오."
"알았어요.
늘 깁는 버선본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추어 깁지요."
이튿날 아침이었다.
아내가 새로 기운 버선을 내놓으며,
"여보, 버선 다 기웠어요.
한번 신어 봐요.
처음 신는 버선은 좀 빡빡해도,
자꾸 신다 보면 나중에는 헐거워진답니다."
하면서 신어 보라고 권했다.
이에 남편이 버선에 발을 끼워 넣고
아무리 잡아 당겨도
제대로 신어지지 않았다.
옛날부터 솜을 넣어
새로 기운 버선을 신을 때는
발이 잘 들어가지 않아
힘을 주고 잡아당기다 잘못하여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몸이 뒤틀리면서
온 방안을 헤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무명베로 버선을 기우니
탄력성이 전혀 없어,
앉아서 버선을 신을 때
잘 넘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넉넉하게 기워 놓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헐거워져
자꾸 벗어지므로,
새로 기울 때는
좀 작게 깁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얼른 신고 나가야 하는데
들어가질 않으니
남편은 벌컥 화가 났다.
그러자 버선을 빼서는
아내 앞으로 홱 집어 던지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 재주는 참 이상한 데가 있어!
매사가 거꾸로니."
"여보, 발가락을 오므리고 잘 신어 봐요.
그런데 내가 뭘 거꾸로 했다고
매사가 거꾸로 라는 거에요?"
"글쎄, 들어 보구려.
당신은 작아야 좋을 그 곳은
커서 헐렁헐렁해 영 못쓰겠고,
발이 들어가야 할 버선은
작아서 안 들어가지 않소?
그러니 그게 거꾸로 된 게 아니고
무엇이오?"
이에 아내는 깔깔대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뭐, 당신 것은 거꾸로 된 게 없고
모두 좋은 줄 알아요?
길고 커야 좋을 그 연장은
작고 물렁해 커지지를 않고,
크지 않아도 될 발만
세월이 갈수록 자꾸 커져서,
같은 본으로 만든 버선이
들어가질 않는다니
그 어찌된 일입니까?"
이 말에 남편은 아내를 껴안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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