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1- 그림에서 나온 여인 (眞娘上軟障)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신기한 이야기를 했다.

중국 명나라 때

조안(趙顔)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친분이 있는 화공으로부터

그림 한 장을 얻었다.

그것을 펼쳐보니

예쁜 여인의 그림이라

조안이 곧 농담 삼아,

"이 그림 속의 여인을

아내로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라면서 웃으니,

화공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신화(神畵)1)라서

정말 사람으로

살아 나오게 할 수가 있습니다.

1)신화(神畵 : 신이 깃든 그림.

이 여인의 이름은 '진낭(眞娘)'입니다.

이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1백 가정의 아궁이에서

재를 가져와 술에 섞어

그림의 입에 부으면서,

1백일 동안 그 이름을 부르면

이 여인이 살아서 나올 것입니다."

조안은 그림을 집으로 가져가서

표구를 하여 벽에다 걸어 놓고

화공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하여 백일이 되자

정말 그림 속의 여인이 살아 나왔고,

여러 해를 사는 동안

관옥 같이 청초하고 우아하게 생긴

아들도 하나 낳아 길렀다.

 

어느 해 오랜만에

멀리서 친구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부인이

그림 속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아!

저 여인은 요괴라네.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자네의 혈기를 빨아먹어,

자네를 죽이고 말걸세.

내 마침 신검(神劍)을 가지고 왔으니

기회를 보아 처치해 주겠네."

이에 조안은 반신반의하면서,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림에서 나왔으니

친구의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이 되어

조안이 자러 들어가자

여인은 울면서 말했다.

"저는 본시 남악(南嶽)의

지선(地仙)으로 선녀입니다.

영원히 당신을 받들면서

해로하기를 바랐는데,

당신은 그 요사스러운

사람의 말을 듣고

저를 의심하시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서 여인은 아이를 안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보자,

어느 세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으로 변해 있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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