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9- 손가락에 묻은 악취 (臭惡廢弓)

옛날 어떤 한량(閑良)1)이

늦은 봄 따뜻한 날에

사슴을 잡는다며

활을 가지고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1)한량(閑良) : 아직 급제하지 못한 무인을 일컫는 말.

한참을 이리 저리 돌다가

마침 한 사단(射壇)2)이 있기에,

올라가서 활쏘기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니

땀이 흐르고 목이 몹시 말랐다.

2)사단(射壇) : 활쏘기를 위해 마련해 놓은 축대.

그리하여 골짜기 시내를 찾아 내려가니,

마침 젊은 여인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따뜻한 햇볕에 몸이 나른해졌는지,

소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서

곤하게 자고 있었다.

이에 한량이 가까이 가서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자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무슨 소리를 해도

눈을 뜨지 않자

몸을 약간 흔들어 보았으나

역시 깨지 않는 것이었다.

"많은 빨래에 지쳐서

깊이 잠든 게로구먼."

한량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여인의 옆에 몸을 붙여 누웠다.

그리고는 여인에게 팔베개를 해준 다음,

그 허리를 끌어당겨 몸에 붙이고

다리를 들어

여인의 아랫도리를 감아

품속으로 싸안았다.

그래도 여인은

잠에서 깨지 않기에,

그 치마 밑으로

오른 손을 넣고 더듬어서

오른손 깍지3)를 끼는 가운뎃손가락을

여인의 음호 속으로 끼워 넣고

살살 저어 흔들었다.

3)깍지 : 활을 쏠 때에 화살이 단단히 집히게 하려고 손가락에 끼는 것.

이러는 동안에도

여인은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러자 한량은 손가락을

더 깊이 넣어 장난을 하다가

그만 자신도 고단하여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 후 깨어 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났고,

여인은 그때까지도

계속 자고 있었다.

한량은 곧 손가락을 빼고

일어나 보니,

여인의 음호 속에 들어가 있던

가운뎃손가락이 퉁퉁 불어 커져 있었고,

다른 손가락과 손바닥은

여인의 농축액으로 범벅이 되어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한량은 얼른 일어나

냇가로 가서

물속에 한참 동안

손을 담가 몇 번을 씻고는,

다시 산등성이를 돌아서

활쏘는 사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연습을 하기 위해 활을 잡고

화살을 활시위에 댄 다음

손가락 사이에 끼워 잡아당기니

오른손이 얼굴에 와 닿는데,

그 손에서 아직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냄새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화살이 튕겨져 나갔으나,

과녘이 있는 곳까지는

반도 미치지 못한 채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한량은 계속 활을 쏘며 연습을 했지만

손이 얼굴 가까이 닿을 때마다

여전히 심한 냄새가 코에 진동했고,

화살은 매번 과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한량은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고

끊임없이 활을 쏘며

고쳐지기를 바랐지만

끝내 어쩌지를 못한 채

결국은 몇 달 후,

'손가락에 스며든 냄새 때문에

활에도 단단히 병이 들었구나.'

하면서 활쏘기를 영영 그만두고 말았다.

 

뒷날 한량은

친구들이 활을 쏘러 가자고 하기에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모두들 손뼉을 치면서 부러워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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