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8- 네 코는 무쇠로 되었나 (爾鼻鐵鼻)

옛날 한 마을에

갑 ․ 을 두 처녀가 있어

매우 절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애정 행각에 대해

숨기지 않기로 했다.

갑 처녀가 먼저 시집을 가니

을 처녀는 말했다.

"얘야,

첫날밤 새신랑과 잠자리한

모습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해 주려무나."

이렇게 조르자,

곧 갑 처녀는 첫날밤 신랑과

황홀했던 잠자리 상황을

손짓 몸짓 다해 가며

실감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듣던

을 처녀가 밑으로 농축액을 쏟으며

몸을 뒤틀고 떨더니,

갑자기 갑 처녀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코를

물어뜯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갑 처녀 집에서

을 처녀를 관아에 고소했다.

그리하여 관장이

두 처녀를 함께 불러 앉혀 놓고,

나졸을 시켜 자세한 상황을

물어 보라고 했다.

먼저 갑 처녀가

앞서 을 처녀에게 해주었던

말과 동작으로 똑같이 들려주니,

옆에서 듣고 있던 을 처녀가

갑자기 몸을 뒤틀면서

심문을 하고 있는

나졸에게 달려들어

그의 코를 물어 버렸다.

나졸이 코를 움켜쥐고

아프다고 소리치며

밖으로 달려나가니,

관장은 다시 급창을 불러

심문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급창이

두 처녀 앞으로 가서

앞서처럼 이야기해 보라고 하니,

갑 처녀가 이야기하는데

또다시 을 처녀는

급창에게 달려들어

그의 코를 물어뜯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관장은

코를 움켜쥐고 일어서면서

앞에 엎드려 있는 형방을 보고,

"형방, 형방!

자네 코는 무쇠로 만들어졌나?

속히 코를 쥐고 피하지 뭘 하나?"

하면서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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