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扶安) 고을에 사는
김 선비 집에는
매우 예쁘게 생긴
여종이 있었는데
이름이 도화(桃花)였다.
한편, 그 선비 집 옆에는
한 맹인이
아내 없이 홀아비로 살면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맹인은 항상 이웃 선비 집에
도화라는 예쁜
여종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혼자 흠모하여,
그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터였다.
하루는 선비가 손님을 대접하려고
도화를 시켜,
옆집 맹인에게 가서
수박을 한 덩이 사 오라고 했다.
이에 도화가 맹인을 찾아
원두막으로 올라가니,
맹인이 혼자 그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바지를 내리고는
꼿꼿한 음경을 꺼내 만지면서
입으로는 연신 '도화야, 도화야'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도화는 너무 우스워서
손으로 입을 막고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대로 집에 돌아와
이 사실을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선비는 웃으면서,
"요 봉사, 잘 걸렸다.
내 한번 단단히 손 좀 봐 줘야지."
라고 말하고,
급히 바늘 하나를 준비해서
손님과 함께 원두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살그머니 올라가 살피니,
맹인은 그 때까지도
계속 손을 놀리면서
도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선비는 급히 내려와 막대기를 집어
그 끝에 바늘을 거꾸로 꽂아
날카로운 끝이
밖으로 나오게 해 가지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올라가
그 바늘 끝으로
맹인의 음경 머리를 살짝 찔렀다.
그러자 맹인은 크게 놀라면서
몸을 움츠리고 소리쳤다.
"어디서 이 놈 독사가 와서
문단 말이냐?
아이고 아파라!"
맹인은 한참 동안
음경을 잡은 채
아프다고 외치다가
진정하고는 말했다.
"가만 있자,
옆집의 김 선비가
돼지띠 해생(亥生)이지?
어떻게 해야 그 선비한테
애, 이 음경을 빨게 할 수 있을까?
그가 빨아 줘야 독이 나올 텐데."
옛말에 의하면,
독사에게 물렸을 때
돼지띠 사람이 빨아 주면 낫는다고 하여
맹인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비는 자기에게
음경을 빨게 해야겠다는 말에
매우 부끄러워했고,
옆에 있던 손님과 도화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애를 먹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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