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6- 맹인을 속이다 (欺盲被困)

부안(扶安) 고을에 사는

김 선비 집에는

매우 예쁘게 생긴

여종이 있었는데

이름이 도화(桃花)였다.

한편, 그 선비 집 옆에는

한 맹인이

아내 없이 홀아비로 살면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맹인은 항상 이웃 선비 집에

도화라는 예쁜

여종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혼자 흠모하여,

그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터였다.

하루는 선비가 손님을 대접하려고

도화를 시켜,

옆집 맹인에게 가서

수박을 한 덩이 사 오라고 했다.

이에 도화가 맹인을 찾아

원두막으로 올라가니,

맹인이 혼자 그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바지를 내리고는

꼿꼿한 음경을 꺼내 만지면서

입으로는 연신 '도화야, 도화야' 하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도화는 너무 우스워서

손으로 입을 막고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대로 집에 돌아와

이 사실을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선비는 웃으면서,

"요 봉사, 잘 걸렸다.

내 한번 단단히 손 좀 봐 줘야지."

라고 말하고,

급히 바늘 하나를 준비해서

손님과 함께 원두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살그머니 올라가 살피니,

맹인은 그 때까지도

계속 손을 놀리면서

도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선비는 급히 내려와 막대기를 집어

그 끝에 바늘을 거꾸로 꽂아

날카로운 끝이

밖으로 나오게 해 가지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올라가

그 바늘 끝으로

맹인의 음경 머리를 살짝 찔렀다.

그러자 맹인은 크게 놀라면서

몸을 움츠리고 소리쳤다.

"어디서 이 놈 독사가 와서

문단 말이냐?

아이고 아파라!"

맹인은 한참 동안

음경을 잡은 채

아프다고 외치다가

진정하고는 말했다.

"가만 있자,

옆집의 김 선비가

돼지띠 해생(亥生)이지?

어떻게 해야 그 선비한테

애, 이 음경을 빨게 할 수 있을까?

그가 빨아 줘야 독이 나올 텐데."

옛말에 의하면,

독사에게 물렸을 때

돼지띠 사람이 빨아 주면 낫는다고 하여

맹인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비는 자기에게

음경을 빨게 해야겠다는 말에

매우 부끄러워했고,

옆에 있던 손님과 도화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애를 먹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