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5- 수모를 당한 기생 (呼隣滅燭)

한 고을에 권모술수를

잘 부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관아에서 토지 세금을 관리하는

아전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 해 이 아전이

관장의 명령을 받들어,

그 고을에서 조정에 납부해야 할

곡식을 싣고

상경하여 업무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세곡(稅穀)을 납부했다는

호조의 커다란 인장이 찍힌

문서 패를 받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세리(稅吏)는 숙소의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장, 서울에서

가장 이름 있는 기생이 누굽니까?"

"이봐요, 당신은 지금 곡식을

모두 납부하고

주머니 속이 무일푼일 텐데

기생은 왜 찾으며,

기생집에 간다 해도

기생을 만나볼 수나 있을 것 같소?"

가당치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말구려."

"아, 만나든 못 만나든 주인장은

다만 알려나 주시구려."

그러자 숙소 주인은 웃으면서,

어느 지역에 있는 아무개 기생이

장안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가르쳐 주었다.

세리는 곧 호조의 인장이 찍힌

그 세곡 납부 패를 허리에 차고서

주인이 가르쳐 준 기생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황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세리는 기생집 대문 앞에 쓰러져

잠든 것처럼 누워 있으니,

한 참만에 기생이 나와서

살펴보는 것이었다.

곧 기생은 호조 인장이 찍힌

패를 발견하고는,

'어느 고을 아전이 술에 취한 게로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부축하여 방으로 데려가 눕혔다.

그런 다음 꿀물을 타서 마시게 하는 등

조리를 해주었다.

세리가 정신없이 자는 척을 하다가

한참 만에 깨어나자,

기생이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어느 고을의

토지세를 관장하는 아전으로,

마침 주점에 들어갔다가

그만 과음하여 정신을 잃고

길가에 쓰러진 것 같습니다.

낭자가 구원해 주지 않았다면

야금(夜禁)에 걸려

곤욕을 치를 뻔했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내 내일 고을로 내려가서

쌀 여섯 섬을 실어보내,

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기생은

매우 친절히 대하면서

더욱 좋은 음식을 차려 대접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니

기생은 자진해서 잠자리를 원하고는,

온갖 교태를 부리며

정감을 고조시켜 주는 것이었다.

한바탕 애희 행사를 치르고 나자

세리는,

"내 시골에서

매양 여인과 이렇게 즐길 때면

아주 특별한 놀이를 하곤 했답니다.

한번 경험해 보지 않겠는지요?"

하고 은근히 유혹하니,

기생은 어떠한 놀이인지 궁금하여

한번 시험해 보자고 했다.

세리는 곧 그것이 그네 놀이이니

명주 한 필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기생이 명주를 내주자,

그것을 4가닥으로 만들어

기생의 두 팔목과 두 발목에

묶어서는 들보에 달아매니,

흔히 사지를 묶어 운반하는

돼지의 모습이었다.

세리는 기생의 엉덩이 쪽으로 가서

자신의 물건을

기생의 음호에 삽입한 다음,

두 손으로 기생의 허리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며

진퇴 운동을 하니,

기생은 처음 경험하는 놀이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흔들림에 의해

물건이 힘차고 좋아서

매우 야릇한 정감을 느끼며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세리는 한동안 이러다가

농축액을 쏟아낸 다음,

촛대에서 초를 가져와

불을 붙인 채

그 아래 부분을 매달려 있는

기생의 음호에 삽입해 놓았다.

그리고는 옷을 챙겨서 입고 방을 나가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들보에 매달린 기생은 초가 타면서

점점 음호가 뜨겁게 느껴졌지만,

사지가 묶인 상태라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기생은 슬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불이야!' 하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웃 사람들이 기생집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물동이며 소죽통을 들고 달려왔는데,

이상하게 그 불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서 계속

'불이야!' 하는 소리만 들렸다.

 

그래서 문을 열어 보니

기생이 맨몸으로 들보에 매달려 있어,

얼른 초를 뽑고 줄을 풀어 내린 다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그러나 기생은 부끄러워 울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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