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DMp9PvPv-3U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ㅡ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32362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의 정치적 경향시(傾向詩)에 반발하여 문학에서 정치성이나 사상성을 배제한 순수 서정시를 지향하고자 한 점이 가장 중요한 특색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ㅡ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1934년 4월, 《문학》3호에 발표되었으며 《영랑시집》(시문학사, 1935)에 재수록되었다.
www.youtube.com/watch?v=sn_rjxRmppI
ko.wikipedia.org/wiki/%EA%B9%80%EC%98%81%EB%9E%91
blog.daum.net/act4ksj/13771078
봄
ㅡ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시집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
www.gc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85
www.hankyung.com/life/article/202004123398Y
봄길
ㅡ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출처: https://itsmore.tistory.com/entry/봄길-정호승 [촌부(村夫)]
수선화에게
ㅡ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선집 『수선화에게』 비채, 2015-03-28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9701
www.hankyung.com/life/article/202004123398Y
ko.wikipedia.org/wiki/%EC%A0%95%ED%98%B8%EC%8A%B9
시집
-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 비평사)
- 1982년 《서울의 예수》(민음사)
- 1987년 《새벽편지》 (민음사)
- 1990년 《별들은 따뜻하다》
- 1991년 《흔들리지 않는 갈대》 (미래사)
- 1997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1998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 1999년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 2003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열림원)
- 2004년 《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 2007년 《포옹》(창비)
- 2010년 《밥값》 (창비)
- 2013년 《여행》 (창비)
- 2014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신개정판)(열림원)
- 2015년 《수선화에게》(비채)
- 2017년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_%ED%98%84%EB%8C%80%EC%8B%9C%EC%9D%98_%EC%97%AD%EC%82%AC
1930년대
시문학파를 이끈 대표적인 두 시인은 김영랑과 박용철이다. 김영랑은 개성적 정서를 한국적 운율로 재구성하는 데 주력한 시인으로, '제야'와 같은 시를 썼다.
제야(除夜)
ㅡ 김영랑
제운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버린다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갈앉앗다
제운밤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희부연 종이등불 수줍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해라 기리운 정을 뫃고 쌓아 흰그릇에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1930년대에는 사회적인 배경과 문학 자체의 요인으로 현실 지향의 시들이 아닌 순문학적 태도를 지닌 시들이 향유된다. 이때 한국 현대시의 기반이 되는 세 가지의 시파가 등장하며 시단이 발전하는 시기이다. 이 세개의 시파는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시파는 순수 서정시이다. 시문학파는 <시문학>이라는 문학잡지를 발간하며,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시를 보인다. 시문학파를 이끈 대표적인 두 시인은 김영랑과 박용철이다. 김영랑은 개성적 정서를 한국적 운율로 재구성하는 데 주력한 시인으로, '제야'와 같은 시를 썼다. 박용철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인생론적 감흥을 감상적으로 노래 한 시인으로, '떠나가는 배', '싸늘한 이마' 등의 시를 썼다.
생명파를 이끈 대표 시인으로는 '자화상'을 쓴 서정주, '깃발'의 유치환, '해바라기의 비명'의 함형수가 있다.
두 번째 시파는 모더니즘이다. 이 시기의 모더니즘은 네 가지 경향으로 분류가 된다.
첫째는 다다이즘 경향으로 김니콜라이, 임화, 정지용과 이상과 같은 시인들이 포함되나, 이들은 거의 바로 다른 경향으로 나아갔고, 현대시사에서 이 경향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둘째는 초현실주의 경향으로 인간의 잠재의식에 떠오르는 내면풍경을 시에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 경향의 시인으로는 이상, 이시우, 신백수 등이 있다.
셋째는 이미지즘 경향으로 영미의 이미니즘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모든 의미적 요소를 최대한 감각화하고자 하였다. 시인으로는 정지용, 김광균, 장만영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주지주의 경향으로 그들은 지적인 감수성으로 문명사 의식을 시에 형상화하고자 했으며, 관련 시인으로는 김기림, 오장환 등이 속한다.
1930년대의 모더니즘을 주로 이끈 집단은 구인회였다. 구인회의 구성원에는 정지용, 김기림, 이상 등이 있었으며 이들은 시에서의 모더니즘을 잘 드러내었다.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으로는 정지용으로 그의 시에서는 모더니즘적 경향이 잘 드러난다. 정지용은 당시 시각으로는 가장 완벽한 서구어를 구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대표 모더니즘 시인으로 평가된다. 모더니즘이 잘 드러난 그의 작품으로는 '카페프란스'가 있다.
세 번째 시파는 리얼리즘이다. 리얼리즘의 대표 시인으로는 '오랑캐 꽃'이나 '국경'을 쓴 이용악이 있다. 이용악은 식민지 차하에서 짓밟혔으나 계속해서 일어서는 민중의 생명력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자 하였다. 또 다른 시인으로는 백석이 있다. 백석은 몇 편의 이미지즘적 작품을 남겨 모더니즘 경향의 시인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안도 지방의 향토적인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린 시를 많이 썼다. 대표작으로는 '가즈랑 집', '여우난 곬'등이 있다.
카페 · 프란스
ㅡ 정지용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은 루바슈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 흐늑이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비뚤은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오오 패롯(앵무) 서방! 굿 이브닝!’
‘굿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려!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 학조; 1호 (1926 .6)
출처 : 옥천향수신문(http://www.okhsnews.com)
여우난 곬
ㅡ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 딸 이녀, 작은 이녀
열 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우 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 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 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기어 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구손이하고 ,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 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www.youtube.com/watch?v=PsaFoC88y-s&t=84s
www.youtube.com/watch?v=-tL7P6FL3eU
www.youtube.com/watch?v=OWm2ApFaPps
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00324/100332538/1
昭君怨三首
一
漢道方全盛(한도방전성),朝廷足武臣(조정족무신)。
何須薄命妾(하수박명첩),辛苦事和親(신고사화친)。
한나라는 나라가 융성한 때라서
조정에는 무신들이 많은데
하필 첩이 박명하여
화친의 어려움 맡아야 하나요.
二
揜淚辭丹鳳(엄루사단봉),銜悲向白龍(함비향백룡)。
單于浪驚喜(선우랑경희),無復舊時容(모부구시용)。
눈물을 가리고 단봉(丹鳳)을 하직하고
슬픔을 머금고 백제성으로 나서네.
선우가 놀라도록 기쁨을 감추지 않으니
다시는 옛 시절의 모습 볼 수 없으리라.
三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네요.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진 건
몸매를 가꿔서가 아니랍니다.
<원문출처> 昭君怨三首/作者:東方虬
全唐詩·卷100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동방규(東方虯)는 당나라 무주(武周) 사람으로 측천무후 때 좌사(左史)를 지냈다.
○ 왕소군(王昭君, 기원전 1세기)은 흉노의 호한야 선우(呼韓邪單于), 복주누약제 선우(復株累若鞮單于)의 연지(선우의 처)로, 본래 한나라 원제의 궁녀였다. 이름은 장(嬙, 출전은 한서)이다. 성을 왕, 자를 소군이라고 하여 보통 왕소군이라고 불리며 후일 사마소(司馬昭)의 휘(諱)를 피하여 명비(明妃), 왕명군(王明君) 등으로도 일컬어졌다. 형주 남군(현재의 호북성 사시) 출신으로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고대 중국 사대 미인의 한 사람에 손꼽힌다.
전한의 원제 시대, 흉노의 호한야 선우가 한나라의 여성을 연지로 달라고 해, 왕소군이 선택되어 그의 장남을 낳았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변방의 세력을 달래기 위해 보냈다는 설도 있다.) 이후 호한야 선우가 사망하자, 당시 흉노의 관습대로 아들 복주누약제 선우의 처가 되어 둘째 딸을 낳았다. 한족은 부친의 처첩을 아들이 물려받는 것을 꺼려하여, 이것이 왕소군의 비극으로 민간에 전승되었다. 황량한 초원지대가 대부분이었던 흉노의 땅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땅을 그리며 느꼈을 왕소군의 감정을 당의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이라는 시에서 노래한다. 그 시구 중에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라는 구절은 흉노 땅의 봄을 맞이했음에도 고향 땅의 봄같지 않아 더욱 사무치게 고향이 그립다는 그녀의 애절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지금도 이 시구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그리움의 인용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후 72세가 되던 해에 병을 얻어 돌무덤에 안장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무덤을 일컬어 소군묘(昭君墓) 혹은 청총(靑塚)이라고 부른다.
www.youtube.com/watch?v=hO-Z32LDMzg
www.youtube.com/watch?v=zIBgzyBRXcE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소월, 진달래꽃 · 바라건대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대일 땅이 있었더면/ 고려산 진달래꽃밭 (0) | 2021.03.30 |
---|---|
이명주, 꽃에 관한 사유·비트겐슈타인의 서부극& 조병옥, 잠자리/ 白石, 흰 바람벽이 있어. (0) | 2021.03.20 |
空超 吳相淳, 방랑의 마음& 롱펠로, 인생찬가 (0) | 2021.03.09 |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박정대,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0) | 2021.01.08 |
김수영의 시모음/김영태, <멀리있는 무덤>&김영동작곡, 멀리 있는 빛 (0) | 2020.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