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youtube.com/watch?v=KnHgG8pImbk
www.youtube.com/watch?v=hSlkK3Cw3VU
이화자, 花柳春夢 (화류춘몽)
www.youtube.com/watch?v=Ki71O52kPEg
꽃에 관한 사유
ㅡ이명주
우리 동네 아리랑고개
비탈진 도로 옆 빈터엔 튤립이 핀다.
봄이면 좁다랗게 조성된 화단에
단색의 싸구려 튤립뿐만 아니라
황제, 총독, 제독, 영주, 대장 따위의 등급이 매겨졌다던
귀족풍의 다채로운 기품들이
희희낙락 피어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신흥 부르주아들은
터키 산 튤립에 목숨을 걸었다.
귀족이나 대부호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최고가의 취향에 생사결단으로 달려든 튤립 버블.
변종 튤립 알뿌리 한 알에 3,000만 원을 호가하여
꽃 한 송이의 무게가 천금이었단다.
수 세기 만에 꽃의 황제는
배기가스 충만한 대한민국 서울 변두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길바닥에도 피는
민주적인 천격이 되었다.
나 같은 늙은이의 어슴푸레한 정감에나
겨우 알은 체하는 구닥다리 향수가 반갑다.
역사란 이래서 천박하기도 오묘하기도 한 것이다.
꽃은 본디 누군가가 기를 쓰고 피우는
인공 작물이 아니라
저 혼자 그냥 피어나는
빛이거나 그늘이다.
멀쩡히 모르는 척하는 건 고사하고
누군가가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注,1)
끄떡없는 무명의 빛깔이요 향기요 바람이다.
그런데도 저 혼자 세상에 난 줄 아는
시러베 인간들은 기를 쓰고 주장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름 없이 피는 꽃은 없다고.
이름 없는 꽃은 꽃이 아니라고.
이름 불리지 못한 꽃은
아예 피지 않은 거라고 지랄을 떠는
세상이 꼴불견인 꽃들도 있다.
그걸 모르는 이들에겐 차라리
꽃 없는 세상을 던져주는 게 어떨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야 저답다는 듯
오늘도 꽃은 어디에서나
그냥 줄기차게 제멋대로 핀다.
* 注1)김춘수 시인의 '꽃'에 대한 변주
비트겐슈타인의 서부극
ㅡ이명주
오스트리아 출신의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서부 영화에 매혹되었다고 한다.
철강 재벌의 2세로 태어나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그는 형제자매를 비롯해 릴케 같은 가난한 문인들에게 재산을 모조리 나누어 준 뒤 쓸모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산골 초등학교 교사로 취업했다. 나중에 러셀의 제자가 되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철학 교수가 되기도 하지만 그 짓이 '살아 있는 죽음'이라며 노동자로 나섰다.
클라리넷 연주에 탁월했고 휘파람으로 웬만한 소나타와 교향곡을 불어댈 수 있었다는 이 거부의 막내아들은 수학과 철학에 심취한 뒤엔 아예 장식과 허례를 모조리 제거해버린 검약과 정확성과 확실성을 신조로 삼았다. 러셀에게서 진정한 천재의 표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이 언어철학의 거인이 왜 얼핏 천박해 보이는 서부 영화에 환장했을까?
어린 시절에 매료된 '베라 크루스'나 'OK 목장의 결투'를 필두로, 적응하는 데 세월이 꽤 소모된 '황야의 무법자'나 '석양의 건맨' 같은 마카로니웨스턴을 다시 보게 될 때마다 비트겐슈타인을 떠올린다.
아무리 선악의 구별이 불투명할망정 분명하게 갈리는 한 가지 확실성이 있다. 삶과 죽음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단순 명확한 폭력 미학은 왜 찬양받는가? 안개 속처럼 애매모호하고 우유부단한 욕망의 몽환적 타협을 결투로 한 방에 날려 버리기 때문이다.
잠자리
ㅡ 조병옥
촉촉한 여름비를 맞으며
산책길에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는 중
계속 내곁을 맴돌고 있는
잠자리 한마리를 발견했다.
내 외로움을 달래기라도 하려는지
큰 표정없이 내 곁에 와서
내게 말하듯이 따라붙어 날고 있다.
잠자리도
때론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은가 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MLKyWONSqw
https://www.youtube.com/watch?v=R3LF9QGhP9I&t=36s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364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news.joins.com/article/3222821
출신문인 400여명 '동국문맥'이뤄
출신문인 400여명 '동국문맥'이뤄명진학교.중앙불교전문학교.혜화전문학교 출신 선배들의 전통과 지도에 힘입어 1946년 동국대학으로 승격하며 국문과가 개설되면서 동국문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우선 국문과 교수들로 역사소설의 지평을 연 박종화,당대 최고 시인이며 평론 가들인 정지용.김기림.김광섭.이헌구.이하윤등과 정인보.이병기.양주동.조윤제.이희승 등 당대의 석학들이 교수진으로 포진한다.
[출처: 중앙일보] <문화地圖>문학 5.동국大 국어국문과 上.
news.joins.com/article/3225787
70년 등단한 조정래(趙廷來)의 작품으로 결실을 맺게 되며 70년대 이후의 동국문맥을 힘차게 잇게 한다.
***『태백산맥』『아리랑』 결실 62년 입학한 趙씨는 시가 융성한 동국문맥에 따라 처음 1년동안 열심히 시 습작을 한다.
趙씨와 같은 해 시쪽에서는 황순구(黃淳九)가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오고 72년에는 김남웅(金南雄).김용언(金勇彦).김창범.나혁채(羅赫埰).방석준(方晳俊)등 5명이 『현대문학』등의 문예지 추천으로 등단한다.73년에는 박주관(朴柱官)이 등단해 시집 『남광주』등을 펴내며 5월의 광주를 그렸으며동아일보를 통해 나온 정채봉(鄭埰琫)은 동화를 명상의 수준으로끌어올리며 한국창작동화의 독보적 경지를 열어가고 있다.
74년에는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김정웅(金政雄)과 윤석호(尹錫浩).이명주가 시단에,한상칠(韓相七).이계홍(李啓弘)이 동아일보 소설로 각각 나오고 75, 76, 77년에는 최순열.송동균(宋東均).주원규(朱元圭),78년에는 교단에 있으 면서 교육현실과 사제지간의 정을 묘파하고 있는 김강태(金강泰)를 비롯해 김지철(金之哲).박진섭(朴晨燮).채수영(蔡洙永)이 시단에 발을 들여놓는다.이어 79년 시에는 홍진기(洪鎭沂),소설에는 신상성(申相星).안양자(安陽子).정형남(鄭 亨南),평론으로는 이내수(李來秀)가 등단해 풍성한 수확을 거두며 80년대로 넘어간다.
80년에는 이혜선(李惠仙)이 시,김장동(金章東)이 소설로 나왔고 81년에는 윤성근(尹盛根)이 나와 현대 물신(物神)주의를기발한 이미지로 묘파해내고 있다.같은 해 오정아(吳貞亞)는 소설로 나왔고 82년에는 김택근(金澤根).이진(李 璡)이 시쪽으로, 김선학(金善鶴)이 평단에 데뷔했다.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불편부당한 시각,적확한 분석과 문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선학은 경주캠퍼스 교수로 그 지역 문인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83년에는 김용옥(金容沃). 남기정(南基正)이 시로,이상문.정찬주(鄭燦周)가 소설로 등단했다.학창시절 실험동인으로 대학문단에 필명을 드날리다 뒤늦게 기성문단에 편입된 이상문은 월남전을우리와 결부시켜 조명한 장편 『황색인』으로 주목 을 끌었으며 정찬주는 탄탄한 불교적 소양과 소설적 기법을 결합해 불교소설의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같은 해 경향신문을 통해 평단에 나온 송희복(宋喜復)도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문화地圖>문학 6.동국大 국어국문과 下.
문정희 시인이 안 보이네요.
문정희의 시 <치마>를 보고, 림보는 <팬티>를 발표했습니다.
시인들에겐 속옷조차 신기한가 봅니다. 시인들은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이수종은 <치마와 팬티>라는 시까지 추가했습니다.
<치마> <팬티> <치마와 팬티>
치마와 팬티
-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팬티」를 읽다가
ㅡ 이수종
치마 속 신전에는 달을 가리고
숨겨주는 창이 있다
바람을 빨아들이는 들창 주위를 서성거리며
은밀히 숨겨진 비밀을 열고 싶어
사내들은 신전가는 길목에서
치마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영역 싸움을 벌인다
거기서 이기면 다 되는가
그건 일차 관문에 지나지 않는
창들끼리의 다툼일 뿐
방패를 뚫고 침입하는
선택받은 승자의 개선을 위해서는
목숨을 건 더 큰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
사내의 완력만으로는 성문을 열 수 없다
문 열려라 참깨, 하고
주문을 외우며
사내들은 치마 앞에서
치마성의 주인과 내통하는
카드 비밀번호를 맞춰 보아야 한다
성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구도자의 인내도 필요하고
계관시인의 음유도 필요하고
말 탄 백기사의 용맹도 있어야 되지만
힘 하나 안 들이고 성문을 열고 맞아들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더러는 있어
치마 앞에서는 여간 근신하며 공을 드려야 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치마는 딱 한번 열렸다 닫히고
더 이상 끄떡도 하지 않은 채
폐쇄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창은 방패를 이길 수 없고
방패는 창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힘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 시집 『시간여행』 (비전, 2011)
[운영자 생각]
시란 무엇인가?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깨달음을 감성적 언어로 시각화한 문학이다.
노자가 자연에서 '大道'의 깨달음을 획득하여 "How to live?"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역설하고, 장자는 한 술 더떠 멋진 비유까지 동원하여 그 비유에 매료된 독자들을 경악시켰듯이.
www.youtube.com/watch?v=iTekwbqC8lo
서정주, 바다
www.youtube.com/watch?v=VZuxyQwjWnk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namu.wiki/w/%ED%9D%B0%20%EB%B0%94%EB%9E%8C%EB%B2%BD%EC%9D%B4%20%EC%9E%88%EC%96%B4
흰 바람벽이 있어
ㅡ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ko.wikipedia.org/wiki/%EB%B0%B1%EC%84%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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