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youtube.com/watch?v=X1b21XpuLqg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09/2008050901379.html
풍자시 '김일성만세' 눈길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려
1960년대 현실참여적인 시를 발표했던 김수영(1921~1968) 시인의 미발표 시 15편이 공개됐다.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은 9일 "김 시인의 미 발표작을 육필 원고 상태로 지니고 있던 부인 김현경씨가 시인의 40주기 추모행사 준비 과정에서 이들 작품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시들은 오는 17일 발간 예정인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실린다.
미발표 시 가운데 〈'金日成萬歲'〉(김일성만세), 〈연꽃〉, 〈결별〉 등 3편은 완성된 작품이지만 나머지 12편은 초고 형태다. 공개된 시들은 1954년부터 1961년 사이에 쓰여졌다.
詩*
ㅡ 김수영(1921~1968)
詩는 나쁜 詩만이 가슴에
남는다
그것도 이무도 꺾지 않는 꽃이다
손톱 위에 태양을 그려 보아라
학자도 정치가도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영혼은 의자에서 내려앉아서 생각할 것이고
시는 병이 나기 전에는
쓰지 말아라
화단을 보며는
잠이야 오겠지
시는 나쁜 시만이 가슴에
남는다
손톱 위에 태양을 그려 보아라
좋은 詩와 나쁜 詩의
분간이 될 터이니
反抗반항하는 마음을 배우게 될 터이니
바람이 부는 데서 잠을 자거라
豪華호화로운 꿈이라도 꾸기 위해서는
(1957)
詩*
김수영 미발표 유고- 시
김수영 시인 40주에 부쳐
계간[창작과비평]140 2008.여름
https://kydong77.tistory.com/16948
풀
ㅡ 김수영(1921~1968)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6948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https://kydong77.tistory.com/14639
巨大한 뿌리
-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南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以北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八.․一五 후에 김병욱이란 詩人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四年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强者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 女史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一八九三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英國王立地學協會會員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世界로
화하는 劇的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無斷通行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外國人의 종놈, 官吏들뿐이다 그리고
深夜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다시 오입을 하러
闊步하고 나선다고 이런 奇異한 慣習을 가진 나라를
세계 다른 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天下를 호령한 閔妃는 한 번도 장안 外出을 하지 못했다고……
傳統은 아무리 더러운 傳統이라도 좋다 나는 光化門
네거리에서 시구문 진창을 연상하고 寅煥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埋立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 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歷史는 아무리 더러운 歷史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는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追憶이 있는 한 人間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進步主義者와
社會主義者는 네에미 씹이다 統一도 中立도 개좆이다
隱密도 深奧도 學究도 體面도 因習도 治安局으로 가라 東洋拓植會社, 日本領事館, 大韓民國官吏,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아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種苗商,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無識쟁이,
이 모든 無數한 反動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ㅡㅡㅡ第三人道橋의 물 속에 박은 鐵筋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怪奇映畵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想像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金洙暎詩選 거대한 뿌리, 民音社,1974, pp.110-113.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4639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http://blog.naver.com/jung4980/166648714
연꽃
종이를 짤라내듯
긴장하지 말라구요
긴장하지 말라구요
사회주의 동지들
연꽃이 있지 않어
두통이 있지 않어
흙이 있지 않어
사랑이 있지 않어
뚜껑을 열어 제치듯
긴장하지 말라구요
긴장하지 말라구요
사회주의 동지들
형제가 있지 않어
아주머니가 있지 않어
아들이 있지 않어
벌레와 같이
눈을 뜨고 보라구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긴장하지 말라구요
내가 겨우 보이는
긴장하지 말라구요
긴장하지 말라구요
사회주의 동지들
사랑이 있지 않어
작란이 있지 않어
냄새가 있지 않어
해골이 있지 않어
(1961,3)
http://blog.naver.com/jung4980/166648714
https://kydong77.tistory.com/14629?category=485846
폭포
ㅡ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1957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08876&memberNo=2126945&vType=VERTICAL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ㅡ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4629?category=485846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https://kydong77.tistory.com/14637?category=485846
그 방을 생각하며
ㅡ 김수영
혁명(革命)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四肢)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 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狂氣)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財産)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歷史)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殘滓)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落書)를 잃고 기대(期待)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1960.10.30)-
김수영시모음
http://blog.daum.net/ccando007/5306918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4637?category=485846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www.youtube.com/watch?v=ccbfq59tVQo
멀리 있는 무덤
-- 金洙暎 祭日에
ㅡ 김영태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怯)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瞳孔)아래 파리똥만한 점(點)도 찍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道化師)만 그리다가
요즘은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丹靑)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題字)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래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 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9717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승철,터무니 있다/미체왓숲길 &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0) | 2022.06.14 |
---|---|
이명주, 아리랑고개를 넘으며& 폭력에 관한 사유/김창범, 짐승의 시/ 치마 vs 팬티 (0) | 2022.06.02 |
이해인, 어느 노인의 고백/ 스코틀랜드 양로원의 어느 할머니의 시 (0) | 2022.05.23 |
유자효, 마스크 · 아버지의 힘 · 할아버지 시계/ 신현림, 마스크 구름 (0) | 2022.05.10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저항 시인 김지하 별세…향년 81세 (0) | 202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