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ㅡ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1]', '라이너 마리아 릴케[2]'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11. 5.)

 

우리가 어느 별에서

ㅡ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시집 《서울의 예수》(1982) 수록

 

낙엽끼리 모여 산다

ㅡ 조병화(趙炳華)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 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 시집 <하루만의 위안>(1950) -

 

별 하나
ㅡ 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든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게요.

 

별 키우기 

문정희(1947-  )

나만의 
별 하나를 키우고 싶다 

밤마다 홀로 기대고 
울 수 있는 별 

내 가슴속 
가장 깊은 벼랑에 매달아 두고 싶다 
사시사철 눈부시게 파득이게 하고 싶다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가을의 기도
ㅡ 이해인 (1945-  )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 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https://www.youtube.com/watch?v=OIfx0i_rbdE 

 

낙 엽  or 고엽(枯葉)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

 

시몬, 나무 잎 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의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하게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영역)

The dead leaves

 

Simone, let us go to wood: the leaves fell;

They recover the foams, the rocks and the path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They have so soft colors, tones if serious,

They are on the earth of so flimsy wreck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They seem so painful on time of the twilight,

They scream so tender, when the wind jostles them!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When the foot crushes them, they cry as souls,

They do a noise of wings or of dresses of woman: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Viens: we will be a day of poor dead leaves,

Comes: already the night falls and the wind takes u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원문, 프랑스어]

Les feuilles mortes

ㅡ Remy de gourmont( 레미데 구르몬트)

 

Simone, allons au bois: les feuilles sont tombees;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eles epave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Elles ont l'air si dolent a l'heure du cre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Quand le pied les e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a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Viens: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deja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https://www.youtube.com/watch?v=3k9Zv06Ub3I 

 

 

https://www.youtube.com/watch?v=cZ4uMn1MZ5k

 

 

https://www.youtube.com/watch?v=ZTgtE3bTJvo 

 

 

https://www.youtube.com/watch?v=HXEgbkRJyEo 

 

 

https://www.youtube.com/watch?v=H3KP8gGwm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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