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
죽은 사람이 생시에 입던 윗옷을 갖고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 서서, 왼손으로는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의 허리 부분을 잡은 뒤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복(復)’이라고 세 번 부른다.
초혼(招魂)
ㅡ 김소월(金素月)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진달래꽃>(매문사.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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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屈原), <초혼(招魂) (1/2)
朕幼淸以廉潔兮
(짐유청이렴결혜),나는 어렸을 때 청렴한 덕행을 지녔고,
身服義而未沬
(신복의이미말)。몸을 던져 도의를 행함에 주저하지 않았도다.
主此盛德兮
(주차성덕혜),이처럼 성대한 미덕을 견지하였으나
牽於俗而蕪穢
(견어속이무예)。세속에 이끌려 짓밟히고 무시당하였도다.
上無所考此盛德兮
(상무소고차성덕혜),군왕이 이런 성대한 미덕을 돌아보지 않으시니
長離殃而愁苦
(장리앙이수고)。오래도록 화를 만나 시름 겪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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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朕(짐) : 나. 굴원(또는 송옥) 자신을 말한다.
◯ 沫(말) : 그만두다.
◯ 主(주) : 가지고 있다. 지키다.
◯ 蕪穢(무예) : 황폐하다. 잡초(雜草)가 무성(茂盛)하여 거칠고 지저분하게 됨
◯ 上(상) : 초왕(楚王).
◯ 離(이) : 罹(이)와 통용된다. 만나다. (재난을)당하다.
◯ 殃(앙) : 재앙. 화(禍).
帝告巫陽曰
(제고무양왈):상제께서 무양(巫陽)을 불러놓고 이르셨다.
「有人在下
(유인재하),“저 아래 세상에 사람이 있는데,
我欲輔之
(아욕보지)。내가 그 사람을 도와야겠다.
魂魄離散
(혼백이산),그의 혼백이 흩어졌으니,
汝筮予之
(여서여지)!」 그대가 혼백이 있는 곳을 점쳐 나에게 불러오라!”
巫陽對曰
무양대왈):무양이 대답했다.
「掌夢(장몽)。“점괘는 꿈을 맡은 관리가 주관합니다.
上帝其命難從
(상제기명난종)。상제님의 그 명은 따르기 어렵습니다.
若必筮予之
(약필서여지),만약 점을 쳐서 돌아오게 한다 해도
恐後之謝
(공후지사), 혼이 쇠퇴한 뒤여서
不能復用
(불능부용)。」 저를 다시 기용할 수 없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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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帝(제) : 상제(上帝).
◯ 巫陽(무양) : 고대 신화에 나오는 무당. 천제(天帝)의 명을 받들어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인다.
◯ 人(인) : 초왕(楚王).
◯ 筮予之(서여지) : 점을 쳐서 혼백이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 사람을 나에게 데려오라. 복서(卜筮)는 예기(禮記) 곡례상(曲禮上)에 “귀갑(龜甲)으로 길흉을 점치는 것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蓍草)로 길흉을 점치는 것을 서(筮)라 한다(龜爲卜,策爲筮)”라고 하였다.
◯ 掌㝱(장몽) : 꿈을 담당하는 관리.
◯ 謝(사) : 시들다. 쇠퇴하다.
巫陽焉乃下招曰
(무양언내하초왈):무양이 이에 하계에 내려와 혼을 부르며 말했다.
魂兮歸來
(혼혜귀래)!“혼이여 돌아오라!
去君之恆幹
(거군지항간),그대는 육신을 버리고
何爲四方些
(하위사방사)?무엇 때문에 사방을 떠도는가?
舍君之樂處
(사군지락처),그대 즐거운 곳을 내버려두고
而離彼不祥些
(이리피불상사)!저 상서롭지 못한 곳을 만났는가!
魂兮歸來
(혼혜귀래)!혼이여 돌아오라!
東方不可以託些
(동방불가이탁사)。동쪽은 그대가 의탁할 수 없는 곳이다.
長人千仞
(장인천인),키가 천 길인 장인국 사람,
惟魂是索些
(유혼시색사)。오직 사람의 혼만을 찾아 먹는다.
十日代出
(십일대출),열 개의 태양이 번갈아 나와
流金鑠石些
(유금삭석사)。무쇠는 녹아 흐르고 돌도 녹는다.
彼皆習之
(피개습지),그들은 모두 몸에 익어 탈이 없지만
魂往必釋些
(혼왕필석사)。혼이 가면 반드시 없어져 버린다.
歸來兮
(귀래혜)!돌아오라!
不可以託些(불가이탁사)。그 곳은 그대가 의탁할 곳이 못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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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焉乃(언내) : 이에.
◯ 恆幹(항간) : 육체. 육신.
◯ 些(사) : 어조사(語助辭). 고문(古文)에 쓰이는 문말(文末) 조사로, ‘兮’의 용법과 비슷하며 ‘초사(楚辞)’에서 많이 쓰인다.
◯ 離(이) : 罹(이)와 같다. 만나다. 걸리다.
◯ 千仞(천인) : 천 길이라는 뜻으로, 산이나 바다가 썩 높거나 깊은 것을 이르는 말
◯ 十日代出(십일대출) : 열 개의 태양이 번갈아 나오다. 요임금 때 하늘에 해가 열 개나 나타나서 곡식과 초목이 다 말라죽어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었다. 요임금이 예(羿)를 보내서 해 열 개를 모조리 죽이라고 하였으나, 예는 아홉 개의 해를 떨어뜨렸으며 해가 1개가 남아 세상을 비추는 역할을 하였다.<淮南子(회남자) 本經訓(본경훈)〉/산해경(山海經) 해외남경(海外南經)>
◯ 鑠石(삭석) : 돌을 녹이다.
◯ 兮(혜) : 어조사. 고대 시가(詩歌)에 많이 쓰이던 조사(助詞)로서, 현대 중국어의 ‘啊’ 또는 ‘呀’에 해당한다.
魂兮歸來
(혼혜귀래)!“혼이여 돌아오라!
南方不可以止些
(남방불가이지사)。남쪽은 머물 수 없는 곳이네.
雕題黑齒
(조제흑치),이마에 그림 새기고 이를 검게 물들이며
得人肉以祀
(득인육이사), 사람 잡아 살코기로 제사 지내고
以其骨爲醢些
(이기골위해사)。사람 뼈는 갈아서 젖 담아 먹는다네.
蝮蛇蓁蓁
(복사진진),살무사가 사방에 득실대고
封狐千里些
(봉호천리사)。 커다란 여우는 천리를 뛰어 달린다네.
雄虺九首
(웅훼구수),대가리가 아홉인 큰 독사는
往來鯈忽
(왕래조홀),여기저기를 번개처럼 오가며
呑人以益其心些
(탄인이익기심사)。사람을 집어 삼켜 주린 배 채운다네.
歸來兮
(귀래혜)! 돌아오라!
不可以久淫些
(불가이구음사)。그곳은 오래 노닐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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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雕題黑齒(조제흑치) : 이마에는 꽃무늬를 새기고 이에는 검은 색으로 염색하다. 남방의 미개한 야만인을 말한다. 題(제)는 이마.
◯ 醢(해) : 젓갈.
◯ 蝮蛇(복사) : 살무사.
◯ 蓁蓁(진진) : 초목이 무성한 모양. 득실대다.
◯ 封狐(봉호) : 큰 여우.
◯ 虺(훼) : 살무사. 큰 뱀.
◯ 鯈忽(조홀) : 儵忽(숙홀)과 같다. 갑자기.
◯ 益(익) : 채우다.
◯ 久淫(구음) : 오래도록 노닐다(머물다).
魂兮歸來(혼혜귀래)! 西方之害(서방지해),流沙千里些(유사천리사)。 旋入雷淵(선입뢰연),爢散而不可止些(미산이불가지사)。 幸而得脫(행이득탈),其外曠宇些(기외광우사)。 赤螘若象(적의약상),玄蜂若壺些(현봉약호사)。 五穀不生(오곡불생),藂菅是食些(총관시식사)。 其土爛人(기토난인),求水無所得些(구수무소득사)。 彷徉無所倚(방양무소의),廣大無所極些(광대무소극사)。 歸來兮(귀래혜)!恐自遺賊些(공자유적사)。 |
“혼이여 돌아오라!
서쪽도 사람을 해치니 모래가 흩날리는 천리 사막길이라네.
사막 길 빙 둘러 깊은 못에 들어가면, 육신이 부서져 쉴 수가 없는 곳이네.
다행히도 그 곳을 벗어나도 그 밖은 다시 황량한 벌판이라네.
코끼리만한 붉은 왕개미에 표주박만한 시커먼 벌이 있다네.
오곡은 자라지 못하고 먹을 것이라고는 골풀 떨기라네.
그 땅은 사람의 살을 익히고 물 한 모금 마시려 해도 얻을 수가 없다네.
아무리 헤매어도 의지할 곳이 없고, 넓고 아득하고 황량하여 끝이 없다네.
돌아오라! 스스로 해침을 당할까 두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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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雷淵(뇌연) : 신화 상의 깊은 못.
◯ 爢散(미산) : 爢는 ‘靡(미)’와 같다. 분쇄되다.
◯ 壺(호) : 표주박. 조롱박.
◯ 藂菅(총관) : 골풀 떨기. 藂(총)은 떨기. 菅(관)은 골풀, 난초.
◯ 爛(난) : 문드러지다. 지나치게 익히다.
◯ 賊(적) : 해치다. 잔혹하게 상해를 가하다.
◯ 彷徉(방양) : 배회하다.
魂兮歸來(혼혜귀래)!北方不可以止些(북방불가이지사)。 增冰峨峨(증빙아아),飛雪千里些(비설천리사)。 歸來兮(귀래혜)!不可以久些(불가이구사)。 魂兮歸來(혼혜귀래)!君無上天些(군무상천사)。 虎豹九關(호표구관),啄害下人些(탁해하인사)。 一夫九首(일부구수),拔木九千些(발목구천사)。 豺狼從目(시랑종목),往來侁侁些(왕래신신사); 懸人以娭(현인이희),投之深淵些(투지심연사)。 致命於帝(치명어제),然後得瞑些(연후득명사)。 歸來(귀래)!往恐危身些(왕공위신사)。 |
“혼이여 돌아오라! 북쪽도 머무를 수 없는 곳이라네.
산더미 같이 얼음 첩첩 쌓여 있고, 눈이 천리를 펄펄 날린다네.
돌아오라! 그곳도 오래 있을 수가 없느니라.”
“혼이여 돌아오라! 그대는 하늘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네.
호랑이 표범이 높디높은 하늘의 관문을 지켜 하계 사람을 물어뜯어 해친다네.
머리가 아홉인 요괴가 큰 나무 구천 수를 송두리째 뽑아낼 수 있다네.
승냥이와 이리가 눈을 곤두세우고서 떼를 지어 오가며 앞을 다툰다네.
사람을 매달아놓고 좋다고 날뛰다가 깊은 연못에 던져 버린다네.
상제께 이 사실을 아뢴 뒤에야 편안히 누워 잠잘 수가 있다네.
돌아오라! 그곳을 가는 날에는 그 몸이 위태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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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增冰(증빙) : 빙산. 층층이 쌓인 빙산. 增은 層(층)과 통용된다.
◯ 峨峨(아아) : 산이 높고 험한 모양.
◯ 九關(구관) : 높디높은 하늘의 관문.
◯ 豺狼(시랑) : 승냥이와 이리.
◯ 從(종) : 세로.
◯ 侁侁(신신) : 많은 모양. 여럿이 많이 모인 모양.
◯ 娭(희) : 嬉와 같다. 즐거워하다.
◯ 致命(치명) : 상부에 보고하다.
魂兮歸來(혼혜귀래)!君無下此幽都些(군무하차유도사)。 土伯九約(토백구약),其角觺觺些(기각의의사)。 敦脄血拇(돈매혈무),逐人駓駓些(축인비비사)。 參目虎首(삼목호수),其身若牛些(기신약우사)。 此皆甘人(차개감인),歸來(귀래)!恐自遺災些(공자유재사)。 |
“혼이여 돌아오라! 그대는 저 지하세계에도 내려갈 수 없는 몸이라네.
지하의 수문장은 아홉 구비 굽은 몸이며 뾰족한 뿔이 있다네.
두툼한 등심에 핏빛 엄지손가락으로 사람을 휘몰며 번개처럼 날뛴다네.
세 개의 눈에 호랑이 머리이며 몸뚱이는 소와 같은 괴상한 것들이라네.
사람의 고기를 모두 달게 먹으니, 돌아오라! 몸소 재앙을 만날까 두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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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幽都(유도) : 신화 속에서 지하에서 귀신이 다스리는 곳.
◯ 土伯(토백) : 지하 왕국의 신령.
◯ 約(약) : 구불구불하다.
◯ 觺觺(의의) : 짐승의 뿔이 날카로움을 형용하는 말.
◯ 敦脄(돈매) : 두툼한 등심(등골뼈에 붙은 살). 괴수의 이름.
◯ 駓駓(비비) : 질주하는 모습.
◯ 甘人(감인) : 사람 고기를 맛좋게 먹다.
魂兮歸來(혼혜귀래)!入修門些(입수문사)。 工祝招君(공축초군),背行先些(배행선사)。 秦篝齊縷(진구제루),鄭綿絡些(정면락사)。 招具該備(초구해비),永嘯呼些(영소호사)。 魂兮歸來(혼혜귀래)!反故居些(반고거사)。 天地四方(천지사방),多賊姦些(다적간사)。 像設君室(상설군실),靜閒安些(정한안사)。 高堂邃宇(고당수우),檻層軒些(함층헌사)。 層臺累榭(층대루사),臨高山些(임고산사)。 網戶朱綴(망호주철),刻方連些(각방연사)。 |
“혼이여 돌아오라! 영도(郢都)의 성문으로 급히 돌아오라.
공축(工祝)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며 뒷걸음으로 앞에 서서 인도해 주신다네.
진나라 대바구니에 제나라 비단실, 정나라에서 만든 대바구니 덮개도 있다네.
혼백을 부를 차비를 다 갖추어 놓고서 큰 소리로 그대의 혼을 부른다네.
혼이여 돌아오라! 그대 살던 옛집으로 돌아오라.”
“천지와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람을 해치는 간사한 것뿐이로다.
방에 모시어 둔 그대의 초상, 고요히 말없이 편히 쉬고 있도다.
높고 높은 집 깊고 깊은 방에 난간은 층층이 회랑에 둘러져 있다네.
층층이 쌓아 올린 누대에 우뚝 선 정자, 높은 산마루에서 굽어본다네.
붉은색 꾸며진 그물 같은 문짝에 곱게 새긴 모서리를 서로 이어 붙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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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修門(수문) : 초나라 도읍인 영도성(郢都城) 남문의 하나.
◯ 工祝(공축) : 혼을 부르는 무당.
◯ 背行(배행) : 뒷걸음으로 걷다.
◯ 秦篝(진구) : 진나라에서 만든 대그릇.
◯ 齊縷(제루) : 제나라에서 만든 명주실.
◯ 鄭綿絡(정면락) : 정나라에서 만든 면직물. 대그릇의 덮개로 사용한다.
◯ 招具(초구) : 혼을 부르는 용품.
◯ 永嘯(영소) : 길게 부는 휘파람. 혼을 부를 때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
◯ 反(반) : 返(반)과 같다.
◯ 像設(상설) : 임시로 설치해 놓다.
◯ 邃宇(수우) : 깊숙한 곳에 있는 저택.
◯ 檻(함) : 난간.
◯ 軒(헌) : 회랑.
◯ 榭(사) : 정자.
◯ 網戶(망호) : 그물 모양의 빈칸을 새긴 출입문.
◯ 朱綴(주철) : 접합된 곳을 붉은색으로 칠하다.
◯ 方連(방연) : 그물처럼 짜여진 출입구.
冬有穾廈(동유요하),夏室寒些(하실한사)。 川谷徑復(천곡경복),流潺湲些(유잔원사)。 光風轉蕙(광풍전혜),氾崇蘭些(범숭란사)。 經堂入奧(경당입오),朱塵筵些(주진연사)。 砥室翠翹(지실취고),挂曲瓊些(괘곡경사)。 翡翠珠被(비취주피),爛齊光些(난제광사)。 蒻阿拂壁(약아불벽),羅幬張些(나주장사)。 纂組綺縞(찬조기호),結琦璜些(결기황사)。 |
겨울에는 그윽한 깊은 방, 여름에는 서늘한 안방이 있다네.
계곡물이 좁은 길로 구불구불 흘러드니 흐르는 물이 잔잔하도다.
밝은 햇살 속에 미풍이 혜초를 흔들고 난초 덤불을 흔들어 향기를 날리네.
당을 지나 내실로 들어가니 붉은 대나무 자리가 펼쳐 있구나.
매끈한 석실은 물총새 깃으로 장식하고 옥 갈고리가 걸려있네.
비취 깃으로 수를 놓고 진주 입힌 도포는 빛을 뿜어 눈부시게 빛나네.
부드러운 비단 풀어 침대 가에 둘러치고 아롱진 비단 휘장 드리웠네.
네 가지 실로 짠 화려한 비단 끈에 아름다운 옥구슬로 휘장을 꾸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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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穾廈(요하) : 그윽한 문간방.
◯ 徑復(경복) : 물길이 구불구불하다.
◯ 潺湲(잔원) : 물이 천천히 흐르는 모양. 조용하고 잔잔함.
◯ 崇(숭) : 덤불.
◯ 奥(오) : 내실. 깊숙한 안쪽.
◯ 朱塵筵(주진연) : 붉은 대나무 자리.
◯ 砥室(지실) : 매끈한 석실.
◯ 翠翹(취교) : 물총새의 꼬리의 긴 깃털.
◯ 曲瓊(곡경) : 曲琼(곡경). 옥 갈고리.
◯ 齊光(제광) : 색채가 눈부시게 비치다. 빛나다.
◯ 蒻阿(약아) : 섬세하고 부드러운 비단
◯ 幬(주) : 장막. 휘장.
◯ 纂組綺縞(찬조기호) : 네 가지 빛의 비단끈. 纂(찬)은 붉은 끈. 組(조)는 여러 가지 색의 비단. 綺(기)는 무늬 좋은 비단. 縞(호)는 흰색 비단.
◯ 琦璜(기황) : 아름다운 옥.
室中之觀(실중지관),多珍怪些(다진괴사)。 蘭膏明燭(난고명촉),華容備些(화용비사)。 二八侍宿(이팔사숙),射遞代些(역체대사)。 九侯淑女(구후숙녀),多迅衆些(다신중사)。 盛鬋不同制(성전부동제),實滿宮些(실만궁사)。 容態好比(용태호비),順彌代些(순미대사)。 弱顔固植(약안고식),謇其有意些(건기유의사)。 姱容修態(과용수태),緪洞房些(긍동방사)。 蛾眉曼睩(아미만록),目騰光些(목등광사)。 靡顔膩理(미안니리),遺視矊些(유시면사)。 離榭修幕(이사수막),侍君之閒些(시군지간사)。 |
“방안을 둘러보니 진기한 보물과 괴상한 것이 많도다.
난초향 기름불이 유난히 밝아 아름다운 여인들을 밝혀주네.
여덟 명씩 양편에서 잠자리를 모시며 싫증이 나는 대로 번갈아 즐기도다.
열국의 제후들의 어여쁜 딸들이 참으로 많도다.
머리모양도 여러 모양 제각기 꾸미고서 방안을 가득 채웠도다.
아름다운 얼굴을 나란히 하니 참으로 세상에서 으뜸이로다.
여린 생김새에 건강한 모습, 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구나.
어여쁜 예쁜 모습에 날씬한 몸매로 신방에 오가는 도다.
아름다운 눈썹에 곱게 뜬 실눈 요염한 눈빛으로 반짝거리네.
팽팽한 얼굴에 고운 살결 아득히 훔쳐보는 까만 눈동자가 의미심장하네.
이궁과 별관에서 휘장 속에 기다렸다가 그대를 번갈아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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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蘭膏(난고) : 냄새가 향기로운 기름.
◯ 二八(이팔) : 16명. 여덟 명씩 양쪽에 서있다.
◯ 射遞(역체) : 싫증이 나는 대로 바꾸다. 射는 싫어할 ‘역’. 遞는 교체하다.
◯ 九侯(구후) : 열국의 제후들.
◯ 迅(신) : 洵(순)과 통용된다. 진실로. 참으로.
◯ 盛鬋(성전) : 여자의 숱이 많고 아름다운 머리. 鬋(전)은 귀밑머리가 늘어지다.
◯ 比(비) : 나란히 하다.
◯ 順(순) : 洵과 통용된다. 참으로
◯ 彌代(미대) : 세상에서 으뜸가다.
◯ 弱顔(약안) : 여린 생김새.
◯ 固植(고식) : 신체가 건강하다.
◯ 謇(건) : 발어사. 아!. 탄식의 소리.
◯ 姱容修態(과용수태) : 미모와 원대한 포부를 겸비함. 姱容(과용)은 미모, 修는 아름다움.
◯ 緪(긍) : 絙(환). 길게 이어져 있다.
◯ 洞(동) : 洞房(동방). 신방(新房).
◯ 蛾眉曼睩(아미만록) : 아름다운 눈썹에 실눈. 曼(만)은 길다. 睩(록)은 눈빛이 밝고 아름답다.
◯ 目騰光(목등광) : 요염한 눈빛을 반짝거리다.
◯ 靡顔膩理(미안니리) : 팽팽한 얼굴에 고운 살결. 靡(미)는 섬세하다. 膩(니)는 매끄럽다. 理(리)는 근육과 피부.
◯ 矊(면) : 검은 눈동자. 눈빛이 매우 깊다.
翡帷翠帳(비유취장),飾高堂些(식고당사)。 紅壁沙版(홍벽사판),玄玉梁些(현옥량사)。 仰觀刻桷(앙관각각),畫龍蛇些(화룡사사)。 坐堂伏檻(좌당복함),臨曲池些(임곡지사)。 芙蓉始發(부용시발),雜芰荷些(잡기하사)。 紫莖屛風(자경병풍),文緣波些(문연파사)。 文異豹飾(문이표식),侍陂陀些(시피타사)。 軒輬旣低(헌량기저),步騎羅些(보기라사)。 蘭薄戶樹(난박호수),瓊木籬些(경목리사)。 魂兮歸來(혼혜귀래)!何遠爲些(하원위사)? |
비취색 휘장 드리워 높고 높은 당(堂)을 꾸몄네.
붉은 옷칠 한 벽과 단사(丹砂)로 칠한 널판에 흑옥으로 대들보를 꾸몄도다.
고개 들어 조각한 서까래를 쳐다보니 용과 뱀 형상의 그림이라네.
당위에 올라앉아 난간에 기대니 굽이쳐 흐르는 연못이 내려다보이도다.
못 속에는 연꽃이 피어나 연잎과 한데 어울려 곱게 떠 있네.
자줏빛 줄기의 물풀이 수면에 가득하니 바람에 물결을 이루는구나.
표범가죽의 색다른 옷차림한 시종들이 줄지어 언덕을 이루었네.
수레와 와거(臥車)를 이미 대어놓고 보병과 기병들이 줄지어 있다네.
문 앞에는 빽빽이 난초를 심어놓고 옥수(玉樹)를 둘러 심어 울타리를 해놓았네.
혼이여 돌아오라! 어째서 그렇게 먼 곳으로 가야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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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m8TrrwRYq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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