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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陽曰: “妾當入去開諭姐姐矣.”

란양왈 첩당입거개유저저의

난양이 말하기를,

“첩이 마땅히 안으로 들어가

저저에게 알아듣도록 잘 타일러 보리이다.”

卽回身而入, 至日暮亦不肯出來,

즉회신이입 지일모역불긍출래

곧 몸을 돌려 들어가더니

날이 저물도록 또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燈燭已張於房闥矣,

등촉이장어방달의

이미 방 안에 등촉燈燭을 벌여 놓고서,

蘭陽使侍婢傳語曰:

란양사시비전어왈

난양은 시비를 시켜 말을 전하기를,

“游說百端姐姐終不回心, 妾當初與姐姐結約死生不相離,

유세백단저저종불회심 첩당초여저저결약사생불상리

“첩이 온갖 방법으로 두루 타일러도

저저는 끝내 마음을 돌이키지 아니하시는데,

첩은 당초 저저와 더불어

사생死生간 서로 떨어지지 아니하기로 약속을 맺고,

苦樂相同以矢言, 告之於天地神祗,

고락상동이시언 고지어천지신지

고락을 함께 하기로 언약을 맺어

천지 신명께 아뢰었기로,

姐姐若終老於深宮, 則妾亦終老於深宮,

저저약종로어심궁 즉첩역종로어심궁

저저가 만일 심궁深宮에서 홀로 늙으면

첩 또한 심궁에서 홀로 늙고,

姐姐若不近於相公, 則妾亦不近於相公,

저저약불근어상공 즉첩역불근어상공

저저가 만일 상공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첩도 또한 상공을 가까이 하지 않을 것이오니,

望相公就淑人之房穩度今夜.”

망상공취숙인지방온도금야

상공은 숙인의 방으로 가시어

오늘 밤을 안녕히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丞相怒膽撑膓, 堅忍不泄而虛帷冷屛,

승상로담탱장 견인불설이허유랭병

승상은 노기가 치밀어 오르나

굳게 참고 견뎌 내색을 아니하는데, 빈 휘장과 찬 병풍이

亦甚無聊斜倚寢床, 直視秦氏

역심무료사의침상 직시진씨

또한 매우 무료하므로 침상에 비스듬히 의지하여

진씨를 똑바로 바라보니,

秦氏卽秉燭導丞相歸寢房, 燒龍香於金爐,

진씨즉병촉도승상귀침방 소룡향어금로

진씨가 곧 촛불을 들고 승상을 인도하여 침방으로 돌아가

금화로에 용향龍香을 피우고

展錦衾於象床請丞相曰:

전금금어상상청승상왈

상아 평상象牙平床에 비단 금침을 펴고서

승상께 아뢰기를,

“妾雖不敏嘗聞君子之風, 禮云妾御不敢當夕,

첩수불민상문군자지풍 례운첩어불감당석

“첩이 비록 불민不敏하오나

일찍이 군자의 풍도風度를 들었사온데,

예법에 ‘첩이 시중드는데 감히 저녁을 대하지 못한다’ 하였으니,

今兩公主娘娘皆入內殿,

금양공주낭낭개입내전

이제 두 공주마마께서 내전에 드셨는데,

妾何敢陪相公而經此夜乎?

첩하감배상공이경차야호

첩이 어찌 감히 상공을 모시고

이 밤을 지낼 수 있사오리까?

惟相公安寢. 當退去矣.”

유상공안침 당퇴거의

오직 상공은 안녕히 취침하소서.

첩은 마땅히 물러가리이다.”

卽雍容步去, 丞相以挽執爲苦,

즉옹용보거 승상이만집위고

곧 얼굴을 감싸고 걸어가거늘,

승상이 만류하고 잡는 것을 괴로이 여겨

雖不留止而是夜景色, 頗冷淡矣,

수불류지이시야경색 파냉담의

비록 못 가게는 아니하였으나,

이 밤의 경색景色이 자못 냉담冷淡한지라

遂垂幌就枕反側不安 自語曰:

수수황취침반측불안 자어왈

드디어 휘장을 드리우고 침실로 가

몸을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이르기를,

“此輩結黨挾謀侮弄丈夫, 我豈肯哀乞於彼哉?

차배결당협모모롱장부 아기긍애걸어피재

“이 무리들이 떼를 지어 꾀를 내어 장부를 조롱하니,

내 어찌 저들에게 애걸하리오?

我昔在鄭家花園, 晝則與鄭十三, 大醉於酒樓

아석재정가화원 주즉여정십삼, 대취어주루

내 전일에 정사도 집 화원에 있을 때,

낮이면 정십삼과 더불어 주루에서 크게 취하고

夜則與春娘對燭飮酒, 無一日不閑 無一事不快矣,

야즉여춘낭대촉음주 무일일불한 무일사불쾌의

밤이면 춘낭과 함께 촛불을 대하여 술을 마시니

하루도 한가하지 아니한 때가 없었고

한 가지 일도 불쾌함이 없었는데

今爲三日駙馬, 已受制於人乎.”

금위삼일부마 이수제어인호

이제 부마된 지 삼일만에

벌서 사람의 절제節制를 받느니라.”

心甚煩惱手拓紗窓, 河影流天月色滿庭,

심심번뇌수척사창 하영류천월색만정

마음이 매우 번뇌하여 손을 들어 사창紗窓을 여니,

은하수가 하늘에 흐르고 달빛이 뜰에 가득하거늘,

乃曳履而出巡簷散步, 遠望英陽公主寢房,

내예이이출순첨산보 원망영양공주침방

이에 신을 끌고 나아가 이리저리 거닐다가,

멀리 영양공주의 침방 쪽을 바라본즉,

繡戶玲瓏銀缸熀明, 丞相暗語曰:

수호령롱은항엽명 승상암어왈

수호繡戶가 영롱玲瓏하고 은항銀缸이 휘황하기에

승상이 마음속으로 이르기를,

‘夜已深矣, 宮人何至今不寐乎?

야이심의 궁인하지금불매호

‘밤이 이미 깊었는데

궁인宮人이 어찌 지금껏 자지 않을꼬?

英陽怒我而入送我於此, 或者已歸於寢室乎?’

영양로아이입송아어차 혹자이귀어침실호

영양이 내게 노하여 나를 이리로 보내더니,

혹시 벌서 침실로 돌아갔는가?’

恐出跫音擧趾輕步, 潛進窓外 則兩公主談笑之響,

공출공음거지경보 잠진창외 즉양공주담소지향

발소리가 날까 두려워 발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걸어

가만히 창밖으로 나아가니 두 공주가 담소하는 소리와

博陸之聲出於外矣.

박륙지성출어외의

박륙博陸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므로,

暗從櫳隙而窺之, 則秦淑人坐兩公主之前,

암종롱극이규지 즉진숙인좌양공주지전

가만히 창틈으로 엿본즉,

진숙인이 두 공주 앞에 앉아

與一女子對博局,

여일녀자대박국

한 여자와 더불어 주사위 판을 대하고

祝紅呼白 其女子轉身挑燭, 正是賈春雲也.

축홍호백 기녀자전신도촉 정시가춘운야

홍紅을 빌며 백白을 부르더니,

그 여자가 몸을 돌려 촛불을 돋우는데

이는 틀림없이 가춘운賈春雲이었다.

元來春雲欲觀光於公主大禮, 入來宮中已累日 而藏身掩跡,

원래춘운욕관광어공주대례 입래궁중이루일 이장신엄적

원래 춘운은 공주들의 대례大禮를 보기 위해

궁중에 들어온 지 이미 여러 날 되었지만,

몸을 감추고 발자취를 숨기어

不見丞相故, 丞相不知其來矣.

불견승상고 승상부지기래의

승상을 보지 아니하였으므로,

승상은 춘운이 온 것을 알지 못하였다.

丞相驚訝曰:

승상경아왈

‘春雲何至於此耶? 必公主欲見而招來也.’

춘운하지어차야 필공주욕견이초래야

승상이 놀라 의아하게 여기며 이르기를,

‘춘운이 어찌 이곳에 이르렀을꼬?

필연 공주가 보고자 하여 불렀음이로다.’

秦氏忽改局設馬而言曰:

진시홀개국설마이언왈

진씨가 홀연 주사위 판을 고쳐 마馬를 차리며 말하기를,

“旣無睹物殊覺無味, 當與春娘爭賭矣.”

기무도물수각무미 당여춘낭쟁도의

“내놓은 물건이 없으므로 별반 흥미가 없으니,

내 마땅히 춘낭과 더불어 내기를 하겠노라.”

春雲曰: “春雲本貧女也,

춘운왈 춘운본빈녀야

춘운이 말하기를,

“춘운은 본디 가난한 여자라,

勝則一器酒肴亦幸矣,

승즉일기주효역행의

이기면 곧 한 그릇의 주효酒肴도

또한 다행으로 알거니와,

淑人長在貴主之側, 視彩錦如麤織,

숙인장재귀주지측 시채금여추직

숙인께서는 귀주마마의 곁에 오래 계셨기에

추직麤織과 같은 채색 비단을 보고

以珍羞爲藜藿, 欲使春雲以何物爲賭乎?”

이진수위려곽 욕사춘운이하물위도호

진귀한 것들에 싫증이 나셨을 것인데,

춘운에게 무슨 물건을 내기하라 하나이까?”

彩鳳曰: “吾不勝 則吾一身所佩之香,

채봉왈 오불승 즉오일신소패지향

채봉이 대답하기를,

“내가 이기지 못하면 곧 내 몸에 찬 노리개와

粧首之飾, 從春雲所求而與之,

장수지식 종춘운소구이여지

머리에 꽂은 비녀를

춘운이 구하는 대로 줄 것이요,

娘子不勝 從我請也, 是事於娘子固無所費也.”

낭자불승 종아청야 시사어낭자고무소비야

낭자가 이기지 못하면

내가 청하는 말을 들을지니,

이 일은 실로 낭자에게는 허비될 것이 없소이다.”

春雲曰:

춘운왈

“所欲請者何事, 所欲聞者何語?”

소욕청자하사 소욕문자하어

춘운이 묻기를,

“청하고자 하시는 바는 무슨 일이며,

듣고자 하시는 바는 무슨 말이뇨?”

彩鳳曰: “我頃聞兩位貴主私語,

채봉왈 아경문양위귀주사어

채봉이 대답하기를,

“내 지난번에 두 귀주께서 사사로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春娘爲仙爲鬼, 以欺丞相云 而我未得其詳,

춘낭위선위귀 이기승상운 이아미득기상

낭자가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어 그로써 승상을 속이었다 하는데,

내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으니,

娘子負則以此事, 替爲古談而說與我也.”

낭자부즉이차사 체위고담이설여아야

낭자가 지거든 이 일을

고담古談삼아 내게 들려주도록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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