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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氏伏地曰:“臣妾何敢自專?

최씨복지왈 신첩하감자전

최부인이 땅에 엎드려 사뢰기를,

“신첩이 어찌 감히 스스로 무엇이라 하오리까?

惟娘娘命矣.”

유낭낭명의

오직 마마의 명대로 하리이다.”

太后笑曰:“楊尙書爲英陽 三抗朝命,

태후소왈 양상서위영양 삼항조명

태후가 웃으며 이르시기를,

“양상서가 영양英陽을 위하여

조명朝命에 세 번이나 항거하였으니,

予亦欲一瞞之矣,

여역욕일만지의

나 또한 한 번 속여 보고자 하는데,

諺曰 凶言反吉 待尙書來,

언왈 흉언반길 대상서래

상언常言에 ‘흉언凶言이 도리어 길吉하다.’ 하였으니,

상서가 오길 기다려서 속여 말하기를,

瞞言鄭小姐因病不幸.

만언정소저인병불행

‘정소저가 병을 얻어 불행하다,’ 할지어다.

曾見尙書䟽中有曰, 與鄭女相見 合巹之日,

증견상서소중유왈 여정녀상견 합근지일

일찍이 상서가 올린 상소문을 보았더니

정녀와 상견相見하였다고 하는데,

합근合巹하는 날,

欲見尙書能解前面否也.”

욕견상서능해전면부야

상서가 옛 얼굴을 알아 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자 하노라.”

崔氏承命辭歸, 小姐拜送於殿門之外,

최씨승명사귀 소저배송어전문지외

최부인이 분부를 맡고서 하직하고 돌아갈 때

소저가 전문殿門 밖에까지 나와 절하고 보낸 다음

召春雲 密授瞞了尙書之謀,

소춘운 밀수만료상서지모

춘운을 불러 상서를 속일 계교를 조용히 일러 주었다.

春雲曰:“妾爲仙爲鬼 欺尙書者多矣,

춘운왈 첩위선위귀 기상서자다의

춘운이 말하기를,

“첩이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어

상서를 기만한 일이 많은데,

至再至三不亦大褻乎?

지재지삼불역대설호

다시 재삼再三한다는 것은

또한 너무 무례한 짓이 아니리이까?”

小姐曰:소저왈

“非我也太后有詔也.”

비아야태후유조야

소저가 말하기를,

“이는 우리가 하는 짓이 아니라,

태후마마가 명하신 일 아니뇨?”

春雲含笑而去.

춘운함소이거

춘운은 웃음을 머금고 물러갔다.

此時楊尙書以白龍潭水 飮將士,

차시양상서이백룡담수 음장사

이 무렵, 양상서가 백룡담의 물로 장수와 사졸들에게 먹이니,

士氣無前 皆願一戰,

사기무전 개원일전

사기가 전에 없이 드높아져서

모두들 한번 싸우기를 원하거늘,

尙書指授方略一鼓直進, 贊普才受裊烟所送之珠,

상서지수방략일고직진 찬보재수요연소송지주

상서가 모든 장수들을 불러 방략方略을 가르쳐 주고,

북 소리를 울리며 진군하니,

찬보贊普가 가까스로 요연裊烟이 보낸 구슬을 받았으므로,

知唐兵已過盤蛇谷,

지당병이과반사곡

당병唐兵이 이미 반사곡盤蛇谷을 지난 줄로 알고,

大惧方議詣壘而降, 吐蕃諸將生縛贊普,

대구방의예루이항 토번제장생박찬보

크게 겁을 내어 바야흐로 나아가 항복하기를 의논할 때,

토번의 여러 장수들이 찬보를 사로잡아 결박하여

至唐營而降.

지당영이항

당영唐營에 데리고 와 투항하였다.

楊元帥更整軍容 入其都城, 禁止侵掠 撫安百姓,

양원수갱정군용 입기도성 금지침략 무안백성

양원수가 다시 군용軍容을 가지런히 하고 도성으로 들어가

노략질을 금하고 백성들을 보살펴 편안케 하며,

登崑崙山立石 頌大唐威德,

등곤륜산립석 송대당위덕

곤륜산崑崙山에 올라가 돌비를 세워

대당大唐의 위엄과 덕망을 기록하고,

遂振旅奏凱將向京師,

수진려주개장향경사

'

마침내 군사들을 돌려 개가凱歌를 부르며 서울로 향하게 되었는데,

至眞州正當仲秋也.

지진주정당중추야

진주眞州 땅에 이르렀을 때에는 어느덧 한가을이 되었다.

山川蕭瑟 天地搖落, 寒花釀感 斷鴈流哀,

산천소슬 천지요락 한화양감 단안류애

산천이 소슬蕭瑟하고

천지가 낙엽에 뒤덮여

싸늘한 꽃잎이 애달픔을 빚어내니

날아가는 기러기가 슬픔을 자아내어,

令人有羈旅之悲矣.

령인유기려지비의

사람으로 하여금 떠도는 나그네의 비창함을 느끼게 하였다.

元帥夜入客舘 懷抱甚惡,

원수야입객관 회포심악

양원수가 밤에 객사客舍에 드니,

회포는 매우 침울하고

기나긴 밤은 만만漫漫하여

遙夜漫漫不能假寐, 心下自想曰:

요야만만불능가매 심하자상왈

눈을 부쳐도 잠을 이룰 수 없기에

마음에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一別桑楡 三閱春秋. 堂中鶴髮 想非舊日而,

일별상유 삼열춘추 당중학발 상비구일이

‘뽕나무와 느릅나무가 있는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삼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어머님의 흰 머리는 옛날과 같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扶護疾恙可托何人, 定省晨昏 可期何時.

부호질양가탁하인 정성신혼 가기하시

병구완은 누구에게 부탁하며

아침에 문안을 드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아드릴 때를

언제나 기약할 수 있게 될까?

鳴劒之志雖展於今日, 列鼎之養不及於親闈,

명검지지수전어금일 렬정지양불급어친위

난리를 평정코자 하는 뜻은 오늘에 비록 펼쳤으나,

노모를 봉양할 마음을 펴는 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子職虛矣 人道廢矣.

자직허의 인도폐의

사람의 자식된 직분을 떨쳐 버리고

사람의 도리를 저버렸구나.

此古人所以悲風樹之不停,

차고인소이비풍수지부정

이는 옛 사람들이 바람이 나무에 머물지 않음을 슬퍼하여,

望太行 而感興者也.

망태행 이감흥자야

그것이 가는 것을 바라보고

감흥에 젖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况數年奔走 內事無主, 鄭家親禮 難保無他,

황수년분주 내사무주 정가친례 난보무타

하물며 수년간 국사國事에 분주하여 아내를 두지 못하고,

정가와의 혼인을 보장하기 어려운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所謂不如意者十常八九者此也.

소위불여의자십상팔구자차야

이른바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이

십상 팔구十常八九 것이 이런 게로군.

今我復五天里之地, 平百萬衆之賊,

금아복오천리지지 평백만중지적

이제 내가 오천 리 땅을 회복하고

백만 적병을 평정하였으니,

其功亦不爲小矣,

기공역불위소의

그 공 또한 적지 않을 것인즉,

天子必用封建之典, 以酬駈馳之勞,

천자필용봉건지전 이수구치지로

천자께서는 필연코 이에 큰 벼슬을 상전賞典으로 내리시어

싸움터를 달렸던 이 몸의 수고를 갚으실 터인데,

我若還其職號 陳其誠, 懇請許鄭家之婚,

아약환기직호 진기성 간청허정가지혼

내가 만일 그 벼슬을 도로 바치고 이 사정을 아뢰어

정씨와의 혼인을 허락하시도록 간청한다면

則或有允兪之望矣.

즉혹유윤유지망의

혹시 윤허允許해 주실 가망이 있지 않겠는가.’

念及於此 心事小寬, 乃就枕而睡,

념급어차 심사소관 내취침이수

생각이 이에 미치자 마음이 적이 풀려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一夢遽遽飛 上天門九重, 七寶宮闕 丹碧煌煌,

일몽거거비 상천문구중 칠보궁궐 단벽황황

꿈 속에서 몸이 갑자기 날아

하늘 문 깊숙이 올라가니

칠보 궁궐七寶宮闕의 단청이 찬란하고

五彩雲霞 光影翳翳,

오채운하 광영예예

오색 구름과 놀이 영롱하며

빛 그림자가 어둑어둑해지는데,

侍女兩人來 謂尙書曰:

시녀양인래 위상서왈

시녀 두 사람이 와서 상서에게 말하기를,

“鄭小姐奉請尙書矣.”

정소저봉청상서의

“정소저가 삼가 상서를 청하나이다.”

尙書從侍女而入, 廣庭弘敞仙花爛熳,

상서종시녀이입 광정홍창선화란만

상서가 시녀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뜰이 드러나고 신선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으며,

仙女三人幷坐於白玉樓上,

선녀삼인병좌어백옥루상

선녀 세 사람이 백옥루白玉樓 위에 함께 앉아있는데,

其服色如后妃而, 雙眉秀淸 兩眸流彩,

기복색여후비이 쌍미수청 양모류채

그 복색이 후비后妃같으며

양 눈썹이 청수淸秀하고 양 눈동자가 눈부시어서

望望如碧玉明珠 倚疊交映也.

망망여벽옥명주 의첩교영야

이를 바라보면 마치 벽옥碧玉의 명주明珠같이

서로 기대어 비치고 있었다.

方倚曲欄 手弄瓊蘂, 見尙書至 離座而迎,

방의곡란 수롱경예 견상서지 리좌이영

바야흐로 난간에 의지하여

손으로 구슬 꽃가지를 희롱하다가

상서가 다다른 것을 보고

자리를 떠나서 맞으며

分席而坐

분석이좌

자리를 나누어 앉고,

上席仙女先問曰:

상석선녀선문왈

윗자리에 있는 선녀가 먼저 묻기를,

“尙書別後 無恙否?”

상서별후 무양부

“상서, 이별한 후 무탈하시나이까?”

尙書定請詳見, 認是昔日論曲之鄭小姐也.

상서정청상견 인시석일론곡지정소저야

상서가 자세히 보니

이는 지난날 거문고 곡조를 의논하던 정소저임을 알겠기에

驚愕欣倒 欲語未語

경악흔도욕어미어

놀랍기도 하고 해괴하기도 하며

기꺼운 나머지 말을 하고자 하였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니,

仙女曰:“今則我已別人間 來遊天上,

선녀왈 금즉아이별인간 래유천상

선녀가 이르기를,

“이제는 내 이미 인간 세상을 이별하고

천상에 와서 노닐며

緬懷疇曩 如隔兩塵,

면회주낭 여격양진

지난 일을 회상하는데

두 티끌 사이를 격隔한 듯하오며,

君子雖見妾之父母, 難聞妾之音耗矣.”

군자수견첩지부모 난문첩지음모의

군자께서 비록 첩의 부모를 만나보시더라도

첩의 소식을 듣지 못하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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