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此時天子進候於太后, 太后使蘭陽與鄭氏,

차시천자진후어태후 태후사란양여정씨

이때 천자가 태후께 나아가 문후問候를 드리시니,

태후가 난양과 정씨로 하여금

避于挾室 迎帝謂曰:

피우협실 영제위왈

별실로 피하게 하고 황상을 맞아 말씀하시기를,

“予爲蘭陽婚事 使收楊家之幣而, 終有傷於風化,

여위란양혼사 사수양가지폐이 종유상어풍화

“내가 난양의 혼사婚事를 위하여

양가楊家의 예폐禮幣를 거두게 하는 것은

마침내 풍습을 교화시키는데 해롭고,

與鄭氏幷爲夫人, 則鄭家不敢當矣,

여정씨병위부인 즉정가불감당의

정씨를 난양과 더불어 양소유의 부인을 삼으려 한다면

정사도 집에서 감히 따르지 못하겠다 할 것이며,

使鄭氏爲妾 則亦近於强賚矣, 今日予召見鄭女,

사정씨위첩 즉역근어강뢰의 금일여소견정녀

정씨로 하여금 첩을 삼음은

또한 억지로 위협하는 것에 가깝기에,

오늘 내가 정녀를 불러 보았더니

鄭女美且才 足與蘭陽爲兄弟也.

정녀미차재 족여란양위형제야

정녀의 미모와 재주가

난양과 족히 형제가 될 만한지라.

以此予旣以鄭女爲養女, 欲與同歸於楊家,

이차여기이정녀위양녀 욕여동귀어양가

이리하여 내 이미 정녀를 양녀養女로 삼아,

난양과 더불어 양가에게 돌아가게 하고자 하는데,

此事果如何也?”

차사과여하야

이 일이 과연 어떠하뇨?”

上大悅賀曰:“此盛德事也, 可謂與天地同大矣,

상대열하왈 차성덕사야 가위여천지동대의

황상이 매우 기뻐하며 하례하시기를,

“이는 성덕의 일이

천지와 한가지로 크다고 말할 수 있으며,

自古深仁厚澤, 未有及娘娘者也.”

자고심인후택 미유급낭낭자야

예로부터깊고 두터운 은덕은

마마에 미칠 이 없나이다.”

太后卽召鄭氏 進謁於帝,

태후즉소정씨 진알어제

태후가 곧 정씨를 불러서 황상을 배알케 하시니,

황상은 명하사

帝命之上殿 告於太后曰:

제명지상전 고어태후왈

정씨를 전상에 오르게 하고,

태후께 고하기를,

“鄭氏女子已爲御妹, 尙着平服何也?”

정씨녀자이위어매 상착평복하야

“정씨 댁 여자 이미 어매御妹가 되었으되,

아직도 평복을 입음은 어찌됨이니까?”

太后曰: “以詔命未下 固辭章服矣.”

태후왈 이조명미하 고사장복의

태후가 이르시기를,

“조명詔命이 내리지 않아서

장복章服을 굳이 사양하였나이다.”

上謂女中書曰:

상위녀중서왈

황상이 여중서女中書에게 이르시기를,

“取鸞鳳紋紅錦紙一軸而來.”

취란봉문홍금지일축이래

“난봉문鸞鳳紋의 홍금지紅錦紙 한 축軸을 가져오라.”

秦彩鳳擎而進, 上擧筆欲書 稟於太后曰:

진채봉경이진 상거필욕서 품어태후왈

진채봉秦彩鳳이 받들어 드리거늘

황상이 붓을 들어 쓰려고 하면서, 태후께 여쭙기를,

“鄭氏旣封公主 當賜國姓矣.”

정씨기봉공주 당사국성의

“정씨를 이미 공주로 봉하였으니

마땅히 나라 성을 내릴까 하나이다.”

太后曰:“吾亦有此意 而但聞鄭司徒夫妻,

태후왈 오역유차의 이단문정사도부처

태후가 말하시기를,

“나도 또한 이 뜻이 있으나,

다만 들으니 정사도 내외의

年旣衰老無它子女,

년기쇠로무타자녀

나이가 이미 노쇠하고 다른 자녀가 없다 한즉,

予不忍老臣無得姓之人,

여불인로신무득성지인

내 차마 노신老臣의 성을 얻을 사람을 없애기 어려우니

仍其本姓 亦曲軫之意也.”

잉기본성 역곡진지의야

이에 그 본래 성을 그대로 둠이

또한 곡진曲軫한 뜻이 있겠나이다.”

上以御筆大書曰:

상이어필대서왈

황상이 어필御筆로 크게 써 이르시기를,

“奉太后聖旨 以養女鄭氏, 奉爲英陽公主.”

봉태후성지 이양녀정씨 봉위영양공주

“짐이 태후마마의 성지聖旨를 받자와

양녀 정씨를 영양공주英陽公主로 봉奉하노라.”

踏兩宮之寶 以賜鄭氏, 使宮女擎公主冠服 着鄭氏,

답양궁지보 이사정씨 사궁녀경공주관복 착정씨

양궁兩宮의 보물을 갖다가 정씨에게 주고

궁녀를 시켜서 공주의 관복을 받들어 정씨에게 입히게 하니,

鄭氏下殿謝恩,

정씨하전사은

정씨는 전상에서 내려와 사은하고,

上使與蘭陽公主定其座處, 鄭氏於公主長一歲而,

상사여란양공주정기좌처 정씨어공주장일세이

황상이 난양공주로 하여금 좌석의 차례를 정하게 하시는데,

정씨가 공주보다 한 해 위가 되지만

不敢坐其上 太后曰:

불감좌기상 태후왈

감히 위에 앉지 못하기에

태후가 이르시기를,

“英陽今則卽我女, 兄在上 弟在下禮也,

영양금즉즉아녀 형재상 제재하례야

“영양이 이제는 곧 나의 딸이라,

형이 위에 있고 아우가 아래에 있음이 예禮이거늘,

兄弟之間 何可飾讓?”

형제지간 하가식양

형제지간兄弟之間에 어찌 그리 겸양하리오?”

小姐稽顙曰:

소저계상왈

소저가 이마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今日坐次 卽他日行列, 何可不謹於其始乎?”

금일좌차 즉타일행렬 하가불근어기시호

“오늘의 좌석 차례는 곧 다른 날의 항렬이 되오니,

어찌 감히 애초에 삼가지 아니하리이까?”

蘭陽曰:“春秋時趙襄之妻, 卽晋文公之女也,

란양왈 춘추시조양지처 즉진문공지녀야

난양공주 말하기를,

“춘추 시대春秋時代 에 조양趙襄의 아내가

곧 진문공晋文公의 딸이로되,

讓位於先娶之正室, 况姐姐小妹之兄也 又何疑乎?”

양위어선취지정실 황저저소매지형야 우하의호

먼저 얻은 정실正室에게 자리를 사양하였거늘,

하물며 저저는 소매의 형이온데,

다시 무슨 의심이 있으리이까?”

鄭氏讓之頗久太后命之,

정씨양지파구태후명지

정씨는 자못 오래 사양하였지만,

태후가 명하여

以年齒定坐 此後宮中, 皆以英陽公主稱之.

이년치정좌 차후궁중 개이영양공주칭지

나이에 따라 자리를 정하시니,

이후로 궁중에서

모두 영양공주라 불렀다.

太后以兩人之詩示之於上,

태후이양인지시시지어상

태후가 두 공주의 시를 황상께 보이시니,

上亦嗟賞曰:

상역차상왈

황상이 또한 칭찬하시기를,

“兩詩皆妙 而英陽之詩 引周詩之意,

양시개묘 이영양지시 인주시지의

“두 글이 모두 절묘하거니와

영양의 시는 주시周詩의 뜻을 끌어내어

歸德於后妃 大得軆也.”

귀덕어후비 대득체야

후비后妃의 덕화德化로 돌아 보냈으니

크게 득체得軆하였나이다.”

太后曰:“帝言是也.”

태후왈 제언시야

태후 이르시기를,

“임금의 말씀이 옳도소이다.”

上又曰:“娘娘愛英陽至此,

상우왈 낭낭애영양지차

황상이 또 이르시기를,

“마마의 영양을 사랑하심이 이에 이르렀으니,

實國朝所未有也, 臣亦有仰請者矣.”

실국조소미유야 신역유앙청자의

실로 국조國朝에 없는 바이오라

신이 또한 우러러 청할 일이 있사옵나이다.”

乃以秦中書前後之事敷奏曰:

내이진중서전후지사부주왈

이에 진중서秦中書의 전후 일을 설명하고 아뢰기를,

“彼之情勢殊甚惻隱, 其父雖以罪死,

피지정세수심측은 기부수이죄사

“저 아이의 정세가 유달리 매우 측은하고,

그의 아비가 비록 죄로 인해 죽었사오나

其祖先皆本朝臣子,

기조선개본조신자

그 조상이 모두 우리 조정의 신하이었으니,

欲曲收其情, 以爲御妹從嫁之媵,

욕곡수기정 이위어매종가지잉

그 정상을 굽어 살피시어

누이가 출가하는데 모시고 따르는 잉첩媵妾을 삼고자 하는데,

娘娘幸肯而頷之.”

낭낭행긍이암지

마마께서는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太后顧兩公主蘭陽曰:

태후고양공주란양왈

태후가 두 공주를 돌아보시자, 난양공주가 아뢰기를,

“秦氏曾以此事 言於小女矣.

진씨증이차사 언어소녀의

“진씨가 일찍이 이 일을 소녀에게 말하더이다.

小女與秦女 情分旣切, 不欲相離

소녀여진녀 정분기절 불욕상리

소녀 진녀와 이미 정분情分이 친밀하고

서로 떨어지고자 아니하오니,

雖微聖敎, 小女亦有是心矣.”

수미성교 소녀역유시심의

비록 성교聖敎가 없을지라도

소녀 또한 이 마음이 있었나이다.”

太后召秦彩鳳下敎曰:

태후소진채봉하교왈

'

태후께서 진채봉을 불러 하교하시되,

“兒女與汝有死生相隨之意故,

아녀여여유사생상수지의고

“딸아이가 너와 더불어

생사를 서로 같이 할 뜻이 있으므로

特使汝爲楊尙書媵侍, 汝之至願畢矣,

특사여위양상서잉시 여지지원필의

특별히 너로 하여금 양상서의 잉시媵侍를 삼으려고 하는데,

너의 지극한 바람을 이루었으니,

此後湏更竭誠悃, 以報公主之恩.”

차후수경갈성곤 이보공주지은

이후로 반드시 더욱 정성을 다하여

공주의 은혜를 갚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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