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公主曰:“呂尙渭川漁父 文王公車,

공주왈 여상위천어부 문왕공거

공주가 이르기를,

“여상呂尙은 위수渭水에 사는 어부였지만

문왕과 수레를 함께 탔고,

侯嬴夷門監者 信陵執轡, 苟欲尊賢 何可挾貴?

후영이문감자 신릉집비 구욕존현 하가협귀

후영侯嬴은 이문夷門을 감시하는 자였지만

신릉군信陵君이 말고삐를 잡았으니,

진실로 어진 이를 높이고자 한다면

어찌 귀함을 내세울 수 있었겠나이까?

姐姐侯伯盛門 大臣女子何嫌乎,

저저후백성문 대신녀자하혐호

저저는 후백侯伯의 명문 대가이고,

대신의 딸인데 어찌 꺼려할 것이며

小妹同乘而執嫌 何太過耶?”

소매동승이집혐 하대과야

소매와 함께 같이 타기를 꺼려하는 것은

어찌 몹시 지나치지 않겠나이까?”

遂携手同輦, 小姐使侍婢一人,

수휴수동련 소저사시비일인

드디어 손에 끌리어 연에 오르면서

정소저는 시비 한 사람에게

歸告於夫人, 一人隨入於宮中.

귀고어부인 일인수입어궁중

부인께 고하게 하고,

시비 한 사람은 뒤따라 궁중에 들어가게 하였다.

公主與小姐同行入東華門,

공주여소저동행입동화문

공주가 정소저와 함께 동행하여

동화문東華門으로 들어가서

歷重重九門至挾門外,

력중중구문지협문외

겹겹이 싸인 아홉 문을 지나

협문挾門 밖에 이르렀다.

下車公主謂王尙宮曰:

하거공주위왕상궁왈

연에서 내려 공주가 왕상궁에게 말하기를,

“尙宮陪鄭小姐 少待於此.”

상궁배정소저 소대어차

“상궁은 정소저를 모시고 잠깐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라.”

王尙宮曰:“以太后娘娘之命,

왕상궁왈 이태후낭낭지명

왕상궁이 여쭙기를,

“태후마마의 명으로

已設鄭小姐幕次矣.”

이설정소저막차의

정소저의 막차幕次를 이미 마련하였나이다.”

公主喜而留之, 入謁於太后.

공주희이류지 입알어태후

공주는 기뻐하며 소저를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하고는

들어가서 태후를 뵈었다.

原來太后 初則本無好意於鄭氏矣,

원래태후 초즉본무호의어정씨의

원래 태후는 처음에는

정씨에게 본디 호의가 없었는데,

公主以微服 寓於鄭家近處, 媒一幅之繡 結鄭氏之交,

공주이미복 우어정가근처 매일폭지수 결정씨지교

공주가 미복으로 정사도 집 근처에 거처하면서

한 폭의 수繡 족자를 매개로 정씨와 사귐을 맺어

心旣敬姐 情又綢繆, 且知楊尙書之 終不肯踈棄,

심기경저 정우주무 차지양상서지 종불긍소기

마음으로 이미 경복敬服하고 정 또한 친밀해졌으며,

한편 양상서도 끝내 정씨를 멀리하거나 버리지 않을 줄 알고,

相愛相約 結爲兄弟, 將欲共一室而事一人,

상애상약 결위형제 장욕공일실이사일인

서로 사랑하고 서로 허락하여 형제가 되길 약속하고

장차 한 집에서 함께 한 사람을 섬기고 싶다는

數以書 苦諫於太后, 以回其意 太后於是大悟,

수이서 고간어태후 이회기의 태후어시대오

내용의 글을 태후에게 자주 올려 고간苦諫함으로써

태후의 마음을 돌리게 하여, 태후는 크게 깨달아

許以公主及鄭氏, 爲兩夫人於少游而,

허이공주급정씨 위양부인어소유이

공주와 정씨가

소유의 두 부인이 되기를 허락하면서

必欲親見其容貌, 使公主設計而率來矣.

필욕친견기용모 사공주설계이솔래의

반드시 그 용모를 보고자 하시어,

공주로 하여금 계책을 세우게 하여 정씨를 데려오게 한 것이었다.

鄭小姐少憩於幕中矣,

정소저소게어막중의

정소저가 막幕 안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宮女兩人自內殿, 奉衣函而出 傳太后之命曰:

궁녀양인자내전 봉의함이출 전태후지명왈

궁녀 두 사람이 내전으로부터

의복을 담은 함函을 받들고 나아와, 태후의 명을 전하는데,

“鄭小姐以大臣之女, 受宰相之幣而猶着處子之服,

정소저이대신지녀 수재상지폐이유착처자지복

“‘정소저가 대신의 딸로서 재상의 예폐禮幣를 받았는데

아직도 처자의 옷을 입었으니,

不可以平服朝於我也,

불가이평복조어아야

아무래도 평복으로는 내게 조현朝見할 수 없다’ 하시고,

特賜一品命婦章服故,

특사일품명부장복고

특별히 일품 명부一品命婦의 장복章服을 내리셨으므로

妾等奉詔而來 惟小姐着之.”

첩등봉조이래 유소저착지

첩 등이 조명詔命을 받들고 왔으니,

오직 소저는 그것을 입으소서.”

鄭氏再拜曰: “臣妾以處子之身,

정씨재배왈 신첩이처자지신

정소저가 재배하고 대답하기를,

“신첩臣妾이 처자의 몸으로써

何敢具命婦服色乎?

하감구명부복색호

어찌 감히 명부命婦의 복색을 갖출 수 있으리오?

臣妾所着雖簡褻, 亦當着之於父母之前者也,

신첩소착수간설 역당착지어부모지전자야

신첩이 입은 옷은 비록 간단하고 단정치 못하오나

또한 일찍이 부모 앞에서 입던 옷이오며,

太后娘娘卽萬民之父母, 請以見父母之衣服,

태후낭낭즉만민지부모 청이현부모지의복

태후마마는 곧 만민의 어버이가 되시니,

부모 앞에서 입던 의복으로써

入朝於娘娘也.”

입조어낭낭야

들어가 태후마마를 조현하기를 청하나이다.”

宮女入告 太后大嘉之卽引見,

궁녀입고 태후대가지즉인견

궁녀가 들어가 그대로 고한즉,

태후가 그를 가상히 여기시고 바로 불러 보도록 하시어,

鄭氏隨宮女入前殿, 左右宮嬪聳見嘖舌曰:

정씨수궁녀입전전 좌우궁빈종견책설왈

정씨가 궁녀를 따라 들어가서 전전前殿에 이르니,

좌우의 궁빈들이 조용히 보고 다투어 탄식하기를,

“吾以爲嬌艶惟吾貴主而已,

오이위교염유오귀주이이

“나는 교태가 있고 아름다운 이로는 오직 귀주뿐인 줄 알았는데,

豈料復有鄭小姐乎?”

기료부유정소저호

어찌 다시 정소저가 있을 줄 알았으리오?”

小姐禮畢宮人引之上殿,

소저례필궁인인지상전

소저가 예禮를 마치고 궁녀의 인도로 전상에 오른즉,

太后賜坐下敎曰:

태후사좌하교왈

태후가 자리를 내주며 하교하기를,

“頃者因女兒婚事, 詔收楊家禮幣,

경자인녀아혼사 조수양가례폐

“지난번에 여아의 혼사로 인해

조칙詔勅으로써 양가楊家의 예폐를 거두게 하였는데,

此所以遵國法別公私也, 非寡人刱開 而女兒諫予曰,

차소이준국법별공사야 비과인창개 이녀아간여왈

이는 나라 법에 따라 공사公私를 분별함이고,

과인이 처음 만든 바가 아닌데도

귀주가 내게 간하기를,

使人爲新婚而背舊約, 非王者所以正人倫之道也,

사인위신혼이배구약 비왕자소이정인륜지도야

‘사람이 새 혼사婚事를 위하여 옛 언약을 저버리게 함은

왕자된 자로서 인륜을 바르게 하는 도리가 아니라’ 하고,

且願與汝齊軆共事少游, 予已與帝相議,

차원여여재체공사소유 여이여제상의

또 너와 더불어 몸을 삼가서 소유를 같이 섬기기를 원하므로

내 이미 황상과 상의하여

快從女兒之美意.

쾌종녀아지미의

쾌히 귀주의 아름다운 뜻을 따른 것이니라.

將待楊少游還朝, 使之復送禮幣 以爾爲一軆夫人,

장대양소유환조 사지부송례폐 이이위일체부인

장차 양소유가 조정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다시 예폐를 보내게 하고,

너로 하여금 일체一軆의 부인이 되게 하려 하니,

此恩眷古亦無 今亦無, 前不見 後不見也,

차은권고역무 금역무 전불견 후불견야

이런 은전恩典은 옛날에도 또한 없었고, 지금에도 또한 없으며

전에도 볼 수 없었고, 후에도 볼 수 없을 것인즉,

特令使爾知之矣.”

특령사이지지의

특별히 너로 하여금 알게 하노라.”

鄭氏起答曰:“聖恩隆重 寔出望外,

정씨기답왈 성은융중 식출망외

정씨가 일어나서 대답하여 말하기를,

“성은聖恩이 융중隆重하사 이는 실로 바라지도 못했던 일이오니

非臣妾粉糜 所能上報也.

비신첩분미 소능상보야

신첩의 몸을 빻아 가루를 만들어도

윗분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을 듯하나이다.

但臣妾是人臣之女,

단신첩시인신지녀

다만 신첩은 신하의 딸이온데,

詎敢與貴主同其列 而齊其位乎?

거감여귀주동기열 이제기위호

어찌 감히 귀주貴主와 함께 그 열列을 같이 하고,

그 위位를 가지런히 할 수 있으리이까?

臣妾設欲從命, 父母以死固爭 必不奉詔也.”

신첩설욕종명 부모이사고쟁 필불봉조야

신첩은 설령 명을 따르고자 할지라도

부모께서 죽기로 굳이 다투어 필연 조칙을 받들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太后曰: “爾之避遜雖可嘉,

태후왈 이지피손수가가

태후께서 이르시기를,

“너의 사양하고 겸손함이 비록 가상하나,

鄭門累世侯伯, 司徒先朝老臣,

정문루세후백 사도선조로신

정씨 집안은 여러 대에 걸친 후백侯伯이요,

사도司徒는 선조先朝의 노신이니

朝家禮待本來自別, 人臣分義不必膠守也.”

조가례대본래자별 인신분의불필교수야

조정에서 예로 대함이 본디 남과 다른즉,

신하의 도리를 굳이 지킬 필요는 없느니라.”

小姐對曰:“臣子之順受君命, 如萬物之自隨其時,

소저대왈 신자지순수군명 여만물지자수기시

소저가 대답하기를,

“신하가 임금의 명령을 순순히 받는 것은

만물이 스스로 그 때를 따르는 것과 같사오니,

陞以爲侍女 降以爲婢僕,

승이위시녀 강이위비복

끌어올려서 시녀侍女를 삼으시든지

내려서 비복婢僕을 삼으시든지

又敢違忤天命而, 楊少游亦何安於心乎?

우감위오천명이 양소유역하안어심호

어찌 감히 천명을 마다할 수 있사오리까마는

양소유 또한 어찌 마음이 평온할 수 있으리이까?

必不從也.

필불종야

필연 따르지 아니하오리다.

臣妾本無兄弟 父母亦已衰朽,

신첩본무형제 부모역이쇠후

신첩이 본디 형제가 없삽고

부모님 또한 이미 노쇠하셨으니,

臣妾至願 惟在於竭誠供養, 以畢餘生而已.”

신첩지원 유재어갈성공양 이필여생이이

신첩의 간절한 소원은 오직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공양供養하면서

여생을 마치려 할 따름이로소이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67  (0) 2011.02.16
구운몽 66  (0) 2011.02.15
구운몽 64  (0) 2011.02.15
구운몽 63  (0) 2011.02.13
구운몽 62  (0) 2011.02.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