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李小姐去後 夫人謂小姐及春雲曰:

이소저거후 부인위소저급춘운왈

이소저가 돌아간 후 부인이 소저와 춘운에게 말하기를,

“鄭崔兩門宗族, 甚多幾至百千人矣,

정최양문종족 심다기지백천인의

“정,鄭 최崔 양 집안의 종족이 아주 많아 거의 천명에 이르는데,

吾自少時見美色多矣, 皆不及李小姐遠矣,

오자소시견미색다의 개불급이소저원의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보았으나,

다 이소저와 멀어 따르지 못하니,

誠與女兒相上下矣, 兩美相從 結爲兄弟卽好也.”

성여녀아상상하의 양미상종 결위형제즉호야

이소저는 실로 우리 딸아이와 비등한즉,

두 미인이 서로 좇아서 의형제를 맺으면 실로 좋으리로다.”

小姐以春雲所傳秦氏事告曰:

소저이춘운소전진씨사고왈

소저가 춘운이 전하는 진녀의 일을 고하면서 말하기를,

“春雲終不能無疑而, 小女所見與春雲異,

춘운종불능무의이 소녀소견여춘운리

“춘운은 아무래도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소녀의 소견은 춘운의 생각과는 다른데,

李小姐姿色之外, 氣像之飄逸 威儀之端重,

이소저자색지외 기상지표일 위의지단중

이소저는 자색姿色외에도

기상의 표일飄逸함과 위의威儀의 단중端重함이

與閭閻士夫家女子絶異, 秦氏雖有才氣,

여여염사부가녀자절리 진씨수유재기

여염집이나 사대부집 여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즉,

진씨가 비록 재기才氣가 있다 하나

何敢比之於此乎?

하감비지어차호

어찌 감히 이에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以妾所聞言之, 蘭陽公主貌如其心 才如其德,

이첩소문언지 란양공주모여기심 재여기덕

소녀가 말하는 것을 들은 바로는,

난양공주는 용모가 그 마음씨와 같고,

재주가 그 덕과 같다고 하오니,

或恐李小姐氣像與蘭陽不遠.”

혹공이소저기상여란양불원

혹시 이소저의 기상과 난양공주의 기상이

비슷한 것이 아닌지 두렵나이다.”

夫人曰:“公主吾亦不見 未可懸度而,

부인왈 공주오역불견 미가현도이

부인이 말하기를,

“공주를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으니

함부로 헤아릴 수는 없지만,

雖居尊位得盛名, 安知其必與李娘同符乎?”

수거존위득성명 안지기필여이낭동부호

비록 공주가 높은 자리에 있기에 빛나는 이름을 얻었으나,

어찌 그가 반드시 이소저와 서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오?”

小姐曰: “李小姐蹤跡實有可疑者,

소저왈 이소저종적실유가의자

소저가 말하기를,

“이소저의 종적蹤跡은 실로 의심이 드오니,

後日當使春雲往審之矣.”

후일당사춘운왕심지의

후일에 마땅히 춘운을 시켜 가서 그 동정을 살펴보게 하겠나이다.”

明日鄭小姐與春雲方議是事,

명일정소저여춘운방의시사

이튿날 정소저가 춘운과 함께 바야흐로 이 일을 의론할 때,

李小姐婢子 到鄭府傳語曰:

이소저비자 도정부전어왈

이소저의 계집종이 정부鄭府에 이르러 말을 전하기를,

“吾小姐適得浙東順歸之船, 將以明日發行故,

오소저적득절동순귀지선 장이명일발행고

“우리 아가씨께서 마침 절동浙東으로 되돌아가는 배편을 얻어서

내일 떠나려 하시는 때문에,

今日當到府中, 告別於夫人及小姐矣.”

금일당도부중 고별어부인급소저의

오늘 응당 부중에 오셔서

부인과 소저께 작별인사를 아뢰려고 하시나이다.”

小姐方掃軒而待之, 小頃李小姐至,

소저방소헌이대지 소경이소저지

소저가 바야흐로 난간을 청소하고 그를 기다리는데

얼마 안 있어 이소저가 당도하여

入見夫人及鄭小姐,

입견부인급정소저

들어와 부인과 정소저를 만나니,

兩小姐別意怱怱 離緖依依,

양소저별의총총 리서의의

두 소저가 이별하는 뜻이 총총怱怱하고

작별하는 정서가 애절한 것이

如仁兄之別愛弟, 蕩子之送美人也.

여인형지별애제 탕자지송미인야

어진 형이 사랑하는 아우를 이별함과 같고,

방탕한 남자가 미녀를 보내는 것과 같았다.

李小姐起而再拜 乃敬告曰:

이소저기이재배 내경고왈

이소저가 일어나 재배하고

이에 공경스럽게 고하기를,

“小侄別母離兄 已周一期,

소질별모리형 이주일기

“소질小侄이 모친 슬하를 떠나고 오라버님을 이별한 지

벌써 한 돌이 되니,

歸意如矢不可復沮而,

귀의여시불가복저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화살 같아서

아무래도 더 머무르지 못합니다만,

但以夫人之恩 姐姐之情分, 心如素絲 欲解復結矣.

단이부인지은 저저지정분 심여소사 욕해부결의

다만 부인의 은덕과 저저의 정분情分으로 인하여

본디 실과 같은 마음을 풀어서 다시 맺고자 하나이다.

小侄玆有一言 欲懇於姐姐而, 恐姐姐不許 先告於夫人.”

소질자유일언 욕간어저저이 공저저불허 선고어부인

소질이 이에 한 말씀이 있사와 저저께 간청코자 하온데,

들어 주지 않으실까 두려워 먼저 부인께 아뢰나이다.”

仍趑趄不發 夫人曰: “娘子所欲請者何事?”

잉자저불발 부인왈 낭자소욕청자하사

거듭 주저하며 선뜻 말을 하지 않자, 부인이 묻기를,

“낭자娘子께서 간청코자 하시는 것이 무슨 일이뇨?”

李小姐曰: “小侄爲先親 方繡南海大師畵像,

이소저왈 소질위선친 방수남해대사화상

이소저가 이르기를,

“소질이 선친을 위하여

바야흐로 남해 대사大師의 화상을 수놓아

才已訖工 而家兄方在任所,

재이흘공 이가형방재임소

가까스로 이미 마치었는데,

오라버니가 바야흐로 임소에 계시고,

小侄身是女子, 尙未求文人之贊,

소질신시녀자 상미구문인지찬

소질은 여자인 까닭에

아직껏 문인의 찬讚을 구하지 못하여

將使前工歸虛 甚可惜也.

장사전공귀허 심가석야

장차 이전에 수놓은 것을 허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심히 애석하나이다.

欲得姐姐數句語數行筆而, 繡幅頗廣卷舒有妨,

욕득저저수구어수행필이 수폭파광권서유방

그래서 저저의 두어 구의 글과 두어 행의 글씨를 받으려 하나,

수폭繡幅이 자못 넓어서 펴고 접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且恐褻慢不敢取來,

차공설만불감취래

또 더럽혀질까 두려워 감히 가져오지 못하고,

不得已暫邀姐姐 乞得筆製, 一以完小女爲親之孝,

부득이잠요저저 걸득필제 일이완소녀위친지효

부득이 잠깐 저저를 맞아 보고 필제筆製를 얻어,

그로써 소녀의 어버이를 위한 효성을 완전케 하고,

一以爲遠路相別之情而,

일이위원로상별지정이

또 그것으로써 원로遠路에 서로 이별하는 정을 위로코자 하는데,

未知姐姐之意不敢直請,

미지저저지의불감직청

저저의 의향을 알지 못하기에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敢以私懇仰瀆於夫人矣.”

감이사간앙독어부인의

감히 사사로이 간청을 하여

부인께 이렇듯 무례한 짓을 범하나이다.”

夫人顧小姐曰:“汝雖於至親之家,

부인고소저왈 여수어지친지가

부인이 소저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너는 비록 가까운 친척의 집이라도

本不來往 而顧念此娘子所請,

본불래왕 이고념차낭자소청

본래 왕래치 아니하였는데,

이 낭자가 청하는 바는

蓋出於爲親之至誠, 况娘子僑居 距此密邇,

개출어위친지지성 황낭자교거 거차밀이

대체로 어버이를 위하는 지성至誠에서 나온 것임을 되돌아보아 생각하면

하물며 낭자가 묶고 있는 집의 거리가 이곳과 무척 가까우니

一雲去來似非難事.”

일운거래사비난사

잠시 다녀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구나.”

小姐初則似有持難之色,

소저초즉사유지난지색

소저가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듯했지만

飜然內悟曰:

번연내오왈

마음을 돌려 속으로 깨닫기를,

“李小姐行色甚忙 春雲不可送矣,

이소저행색심망 춘운불가송의

“이소저의 행색이 무척 바쁘니

춘운을 보낼 수는 없겠고,

吾乘此機會往探其迹 則不亦妙乎?”

오승차기회왕탐기적 즉불역묘호

이 기회를 타 가서 그 종적을 탐지한다면

또한 묘책이 아니겠는가?”

乃告於夫人曰: “李小姐所請若係等閑之事,

내고어부인왈 이소저소청약계등한지사

이에 부인께 고하기를,

“이소저께서 청하는 바가 만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則實難奉副而, 孝親之誠人皆有之,

즉실난봉부이 효친지성인개유지

받들어 하기가 어렵겠으나,

어버이께 효도하고자 하는 정성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小姐之言何可不從乎? 但欲得日昏而去矣.”

소저지언하가부종호 단욕득일혼이거의

소저의 말에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다만 날이 어둡길 기다려서 가 보려 하나이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65  (0) 2011.02.15
구운몽 64  (0) 2011.02.15
구운몽 62  (0) 2011.02.13
구운몽 61  (0) 2011.02.13
구운몽 60  (0) 2010.12.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