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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小姐謂春雲曰: “李家女子手才如此 必非常人也.

정소저위춘운왈 이가녀자수재여차 필비상인야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이가李家 여자의 수놓는 재주가 이와 같으니

필연 상인常人이 아닐 것이니라.

吾欲使侍婢隨往女童, 求見李小姐容貌矣.”

오욕사시비수왕녀동 구견이소저용모의

내가 시비로 하여금 그 여동을 따라가서

이소저의 용모를 보고 싶구나.”

仍送伶利婢子, 閭家狹窄本無內外.

잉송령리비자 여가협착본무내외

영리한 계집종을 보내 살피도록 했는데,

여염집이 하도 좁아서 본디 안과 밖의 구별이 없었다.

李小姐知鄭府婢子 饋酒食而送之,

이소저지정부비자 궤주식이송지

이소저는 정부鄭府의 계집종임을 알아차리고

술과 음식을 먹여 보냈다.

婢子還告曰:

비자환고왈

“李小姐豔麗娉婷, 與我小姐二而一者矣.”

이소저염려빙정 여아소저이이일자의

그 계집종이 돌아와서 고하기를,

“이소저의 고운 태도와 아리따운 용모가

우리 소저와 한 가지더이다.”

春雲不信曰:“以其手線而見之,

춘운불신왈 이기수선이견지

춘운이 믿을 수가 없어서 말하기를,

“그 수놓은 솜씨를 보건대,

則李小姐決非魯鈍之質, 而汝何爲過實之言也?

즉이소저결비노둔지질 이여하위과실지언야

이소저는 결코 노둔魯鈍한 재질은 아니려니와

네 어찌 지나친 말을 하느뇨?

此世界上謂有如我小姐者, 吾實疑之.”

차세계상위유여아소저자 오실의지

이 세상에 우리 소저와 같은 이가 있다 함은

내 실로 믿지 아니하노라.”

婢子曰: “賈孺人疑吾言乎,

비자왈 가유인의오언호

계집종이 대답하기를,

“가유인賈孺人이 제 말에 의심이 들면

更遣他人而見之, 則可知吾言之不妄也.”

갱견타인이견지 즉가지오언지불망야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보시면

제 말이 망령되지 않음을 알 리이다.”

春雲又私送一人矣 還曰:

춘운우사송일인의 환왈

춘운이 또 사사로이 한 사람을 보내었더니

그가 돌아와 말하기를,

“怪哉怪哉! 此小姐卽玉京仙娥.

괴재괴재 차소저즉옥경선아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그 소저는 곧 옥경玉京의 선녀이오이다.

昨日之言果實矣, 賈孺人又以吾言爲可疑,

작일지언과실의 가유인우이오언위가의

어제 들은 말이 과연 옳은즉

가유인께서 또 제 말에 의심나거든

此後一者親見如何?”

차후일자친견여하

다음에 한 번 친히 가보시는 것이 어떠하나이까?”

春雲曰:“前後之言皆虛誕矣.

춘운왈 전후지언개허탄의

춘운이 말하기를,

“전후 말이 다 허망虛妄하구나.

何無兩目也?”

하무양목야

어찌 두 눈이 없느냐?”

相與大笑而罷.

상여대소이파

서로 크게 웃고 헤어졌다.

過數日臙脂店謝三娘,

과수일연지점사삼낭

수일이 지나자 연지점에 사는 사삼낭謝三娘이

來鄭府入謁於夫人曰:

래정부입알어부인왈

정부鄭府에 와서 부인을 배알하고 아뢰기를,

“近者李通判宅娘子, 賃居小人之家,

근자이통판댁낭자 임거소인지가

“근자에 이통판 댁의 낭자가

소인의 집을 빌려 우거寓居하시는데,

其娘子有貌有才, 實老嫗初見.

기낭자유모유재 실로구초견

그 낭자가 용모와 재주를 함께 갖추어서

실로 늙은 이 몸이 처음 보는 바이옵니다.

窃仰小姐芳名每欲一見, 請敎 而有不敢者,

절앙소저방명매욕일견 청교 이유불감자

그가 정소저의 아름다운 이름을 남몰래 사모하여

매양 한 번 뵈옵고 가르치심을 청하려 하되,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以小人獲私於夫人, 使之仰稟矣.”

이소인획사어부인 사지앙품의

소인이 사사로이 부인을 뵈옵는 줄을 알고서

부인께 품稟하여 보라고 하였나이다.”

夫人招小姐以此意言之 小姐曰:

부인초소저이차의언지 소저왈

부인이 소저를 불러 이 뜻을 말하니

소저가 대답하기를,

“小女之身與他人有異, 不欲擧此面目, 與人相對

소녀지신여타인유리 불욕거차면목 여인상대

“소녀의 몸이 다른 사람과 다른 바 있어서

얼굴을 들고 남과 서로 대면하고자 아니하오나,

而但聞李小姐爲人, 一如其錦繡之妙,

이단문이소저위인 일여기금수지묘

다만 이소저의 사람됨이

수놓은 솜씨와 같다고 들었사오니,

小女亦欲一洗昏眵矣.”

소녀역욕일세혼치의

소녀 또한 한 번 만나 보고자 하나이다.”

謝三娘喜而歸, 翌日李小姐送其婢子,

사삼낭희이귀 익일이소저송기비자

사삼낭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돌아가더니

이튿날 이소저가 그의 계집종을 보내어

先通踵門之意,

선통종문지의

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먼저 알린 후,

日晩李小姐乘垂帳小玉轎, 率叉鬟數人至鄭府,

일만이소저승수장소옥교 솔차환수인지정부

날이 저물자 이소저가 장帳을 드리운 소옥교를 타고

계집종 수명을 거느린 채 정부에 이르니

鄭小姐邀見於寢房,

정소저요견어침방

정소저가 침방으로 맞아들이고 볼 때,

賓主分東西而坐, 織女爲月宮之賓,

빈주분동서이좌 직녀위월궁지빈

손님과 주인이 동과 서로 자리를 나누어 앉은즉

직녀織女가 월궁月宮의 손님이 되고

上元與瑤池之宴矣, 光彩相射滿堂照躍, 彼此皆大驚.

상원여요지지연의 광채상사만당조약 피차개대경

상원上元이 요지瑤池에 잔치를 베푸는 듯하여

광채가 서로 쏘아 온 방 안이 밝게 비치니

피차 모두 깜짝 놀랬다.

鄭小姐曰: “頃緣婢輩 聞玉趾臨於近地,

정소저왈 경연비배 문옥지임어근지

정소저가 말하기를,

“지난번에 시비侍婢들로 인연하여

이 근처의 땅에 귀한 발걸음을 하신 것은 들었으나,

而命崎之人 廢絶人事, 問候之禮 尙此闕如矣.

이명기지인 폐절인사 문후지례 상차궐여의

명命이 기구한 사람이 인사를 폐절廢絶하여

문후의 예가 아직껏 이토록 빠졌나이다.

今姐姐惠然辱臨 旣感且傷,

금저저혜연욕림 기감차상

이제 저저姐姐가 고맙게도 왕림하시니

감격스럽고 죄송하며,

敬謝之意 何以口舌盡也?”

경사지의 하이구설진야

공경스럽고 감사해 하는 뜻을

어지 구설로 다할 수가 있겠나이까?”

李小姐答曰:“小妹僻陋之人也, 嚴親早背 慈母偏愛,

이소저답왈 소매벽루지인야 엄친조배 자모편애

이소저가 대답하기를,

“소매小妹는 편벽하고도 고루한 사람으로,

엄친을 일찍 여의고 자모慈母가 외곬으로 저만을 사랑하시어

平生無所學之事, 無可取之才也,

평생무소학지사 무가취지재야

평생에 배운 일이 없고

취할 만한 재주도 없어,

常自嗟惋曰, 男子跡遍四海 交結良朋,

상자차완왈 남자적편사해 교결량붕

항상 스스로 한탄하기를,

‘남자는 사해에 두루 발자취를 두고 어진 벗을 사귀어,

有切磋之益有規警之道,

유절차지익유규경지도

서로 격려하는 유익함도 있고,

서로 경계하는 도道도 있거니와,

而女子惟家內婢僕之外, 無可相接之人,

이녀자유가내비복지외 무가상접지인

여자는 오직 집안 비복들 외에는

서로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救過於何處 質疑於何人乎? 自恨爲閨闈中兒女子矣.

구과어하처 질의어하인호 자한위규위중아녀자의

어느 곳에서 허물을 지적받으며,

어떤 사람에게서 의심나는 것을 물어 바로 잡으리오?’하면서

규중의 아녀자가 된 것을 혼자서 한恨하였나이다.

恭聞姐姐以班昭之文章, 兼孟光之德,

공문저저이반소지문장 겸맹광지덕

공손히 듣자온즉 저저는 반소班昭의 문장과

맹광孟光의 덕행을 겸하여

行身不出於中門, 名已徹於九重,

행신불출어중문 명이철어구중

몸은 중문 밖에 나가지 아니하시고

이름은 이미 구중 궁궐에 까지 들리시니,

妾以是自忘資品之陋劣, 願接盛德之光輝矣,

첩이시자망자품지루열 원접성덕지광휘의

첩은 이로 인해 자품資品이 비루하고도 졸렬함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성덕盛德의 광휘 접하기를 원하였는데,

今蒙姐姐不棄, 足償小妾之至願矣.”

금몽저저불기 족상소첩지지원의

이제 소저 버리지 않으심을 입사와

족히 첩의 원을 이루었나이다.”

鄭小姐曰: “姐姐所敎之願,

정소저왈 저저소교지원

정소저가 말하기를,

“저저姐姐가 가르치시려는 말씀은

卽小妹方寸間所素蓄積者也.

즉소매방촌간소소축적자야

곧 소매小妹의 마음 사이에 본디 품고 있던 것이나이다.

閨中之身蹤跡有碍 耳目多蔽, 本不知滄海之水巫山之雲,

규중지신종적유애 이목다폐 본부지창해지수무산지운

규중에 매인 몸이기에 종적蹤跡에 걸림이 있고,

이목에 가려짐이 많으므로

본디 창해滄海의 물과 무산巫山의 구름을 알지 못하여

志氣之隘見識之偏, 固其宜也何足怪也?

지기지애견식지편 고기의야하족괴야

지기志氣가 막히고 견식이 편벽된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요 어찌 족히 이를 괴이하다 하오리까?

此槩荊山之玉 埋光而恥衒, 老蚌之珠 葆彩而自珍.

차개형산지옥 매광이치현 로방지주 보채이자진

이는 바로 형산荊山의 옥이 광채를 묻고 자랑하기를 부끄러워하며,

늙은 조개 속의 구슬이 고운 빛을 감추어 스스로 보배가 되는 것과 같나이다.

然如小妹者自視欿然 何敢當盛獎也?”

연여소매자자시감연 하감당성장야

그러나 소매小妹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보아도 뜻에 차지가 않으니,

어찌 감히 과분하신 칭찬을 받을 수 있사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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