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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奉行天命征伐四夷, 百鬼千神莫不從命,

아봉행천명정벌사이 백귀천신막불종명

“내가 천자의 명을 받아서 사방의 오랑캐를 정벌征伐함에

백귀천신百鬼千神도 감히 내 명을 거역하는 자가 없었는데,

汝小兒不知天命敢抗大軍, 是自促鱗鯢之誅也.

여소아부지천명감항대군 시자촉린예지주야

네 조그만 아이가 천자의 명을 알지 못하고 감히 대군을 항거하니,

이는 스스로 죽기를 재촉함이로다.

我有一介寶劍 卽魏徵丞相, 斬涇河龍王之利器也.

아유일개보검 즉위징승상 참경하룡왕지리기야

내게 한 개의 보검이 있는데, 이는 위징魏徵 승상丞相이

경하涇河의 용왕을 벤 매우 잘 드는 칼이로다.

當斬汝頭 以壯軍威而,

당참여두 이장군위이

내 마땅히 네 머리를 베어서

장한 우리 군사들의 위엄을 떨칠 것이로되,

汝父鎭定南海慱施雨澤, 有功於萬民 是以赦之,

여부진정남해단시우택 유공어만민시이사지

네 아비가 남해를 진정하고 비의 은택을 베풀어

만민에게 공이 있으므로 네 죄를 용서하니,

自今勉悛舊惡, 幸勿得罪於娘子也.”

자금면전구악 행물득죄어낭자야

지금부터 힘써 네 전의 나쁜 행실을 고쳐

행여 다시는 낭자께 죄를 짓지 말지어다.”

仍命曳出 太子屛息 戢身鼠竄而走.

잉명예출 태자병식 집신서찬이주

이에 상서가 끌어 내 보내도록 명하니

태자는 겁이 나서 숨을 죽이고

몸을 추슬러 쥐 숨듯이 달아나 버렸다.

忽有祥光瑞氣自東南而至矣, 紫霞葱鬱 彤雲明滅,

홀유상광서기자동남이지의 자하총울 동운명멸

홀연 서광과 서기가 동남으로부터 이르는데

붉은 놀이 자욱이 끼고 동운彤雲이 명멸하며,

旌旗節鉞自太空, 繽粉而下 紫衣使者 越而進曰:

정기절월자태공 빈분이하 자의사자 월이진왈

정기旌旗와 절월節鉞이 공중으로부터

어지러이 내려오더니,

붉은 옷 입은 사자가 종종걸음으로 와서 이르기를,

“洞庭龍王知楊元帥破南海之兵, 救公主之急,

동정룡왕지양원수파남해지병 구공주지급

“동정 용왕이 양원수께서 남해 태자의 군사들을 격파하여

공주의 위급함을 구하신 것을 아시고,

極欲躬謝於壁門之前 而職業有守, 不敢擅離故,

극욕궁사어벽문지전 이직업유수 불감천리고

벽문 앞에서 몸소 사례하고자 하였으나

소임이 영토룰 지키는 일이라

감히 자리를 마음대로 떠나실 수 없으므로,

方設大宴於凝碧殿, 奉邀元帥 元帥暫屈焉.

방설대연어응벽전 봉요원수 원수잠굴언

바야흐로 응벽전凝碧殿에 큰 잔치를 베풀어

원수를 받들고 맞아들이도록,

원수께서 잠깐 행차하시기를 원하시나이다.

大王亦令小臣陪貴主同歸矣.”

대왕역령소신배귀주동귀의

대왕께서 소신에게

귀주貴主와 함께 돌아오도록 영을 내리시었나이다.”

尙書曰: “敵軍雖退壁壘尙存, 且洞庭在萬里之外,

상서왈 적군수퇴벽루상존 차동정재만리지외

상서가 말하기를,

“적군이 비록 물러갔으나 벽루壁壘가 아직 남아 있고,

또 동정은 만 리 밖에 있으니

往返之間 日月累矣, 將兵之人 何敢遠出?”

왕반지간 일월루의 장병지인 하감원출

오고가는 사이에 날짜가 많이 걸릴 것인즉,

장병들을 거느리는 사람으로서

어찌 감히 멀리까지 나갈 수가 있으리오?”

使者曰: “已具一車駕以八龍,

사자왈 이구일거가이팔룡

사자가 말하기를,

“이미 수레 하나를 준비하여

여덟 마리 용으로 매어 놓았으니,

半日之內當去來矣.”

반일지내당거래의

반나절 안에 마땅히 갔다 올 수 있으리이다.”

楊尙書與龍女登車, 靈風吹輪轉上層空,

양상서여룡녀등거 령풍취륜전상층공

양상서가 용녀와 더불어 수레를 타니

기이한 바람이 사납게 불어

바퀴를 굴려 공중으로 올라가매

未知去天餘幾尺也, 距地隔幾里也,

미지거천여기척야 거지격기리야

하늘로 가는데 몇 척尺이나 남았는지

거리가 땅으로부터 몇 리나 떨어졌는지 알지 못하되,

而但見白雲如盖, 平覆世界而已.

이단견백운여개 평복세계이이

다만 흰 구름만 일산日傘같이

평평하게 세계를 덮었을 뿐이었다.

漸漸低下至于洞庭, 龍王遠出迎之,

점점저하지우동정 룡왕원출영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동정에 이르니

용왕이 멀리까지 나와서 그들을 맞이하며

執賓主之禮 展翁婿之情,

집빈주지례 전옹서지정

빈주賓主의 예의를 차리고

장인과 사위의 정을 나타내면서

揖上層殿 設宴饗之,執酌而謝曰:

읍상층전 설연향지 집작이사왈

허리 굽혀 절하고 상층의 전각에 오른 다음,

잔치를 베풀고 대접을 하는데

술잔을 잡은 채 사례하기를,

“寡人德薄而勢孤, 不能使一女安其所矣,

과인덕박이세고 불능사일녀안기소의

“과인의 덕이 박하고 세력이 고단하여

능히 한낱 딸자식에게 조차 그 곳을 편하게 해 주지 못했는데,

今元帥奮身威而擒驕重,

금원수분신위이금교중

이제 원수께서 신위身威를 떨쳐

교만한 아이를 사로잡고

垂厚誼 而救小女, 欲報之德 天高地厚.”

수후의 이구소녀 욕보지덕 천고지후

후의를 베풀며 어린 딸을 구하여 주었으니,

그 덕을 갚으려 한즉,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두텁소이다.”

尙書曰:

상서왈

상서가 대답하기를,

“莫非大王威令所及 何謝之有?”

막비대왕위령소급 하사지유

“이는 다 대왕의 위령威令이 미친 바인데,

어찌 그토록 사례하심이 과하시나이까?”

至酒闌龍王命奏衆樂,

지주란룡왕명주중악

술이 취하자, 용왕이

분부를 내려 여러 가지 풍악을 들려주었는데,

樂律融融聞有條絶,而與俗果異矣.

악률융융문유조절 이여속과리의

그 음률이 융융融融하고 절조가 있어서

세속의 풍악과는 정말로 달랐다.

壯士千人列立於殿左右,

장사천인렬립어전좌우

장사 천명이 전각의 좌우에 벌리고 서서

手持劒戟 揮擊大鼓而進,

수지검극 휘격대고이진

각기 자기 손에 칼과 창을 잡고 흔들며

큰 북을 울리면서 나오는데,

美女六佾着芙蓉之衣,

미녀육일착부용지의

미인 여섯 쌍이 부용의芙蓉衣를 입고

振明月之珮 飄拂藕衫, 雙雙對舞 眞壯觀也.

진명월지패 표불우삼 쌍쌍대무 진장관야

명월패明月珮를 차고

표연히 한삼汗衫 소매를 떨치며,

마주 보고 춤을 추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尙書問曰: “此舞未知何曲也.”

상서문왈 차무미지하곡야

상서가 용왕에게 묻기를,

“이 춤에 쓰인 곡조가 무슨 곡조인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龍王答曰: “水府舊無此曲,

룡왕답왈 수부구무차곡

용왕이 대답하기를,

“옛날에는 수부에 이 곡조가 없었으나,

寡人長女嫁 爲徑河王太子之妻,

과인장녀가 위경하왕태자지처

과인의 맏딸이 시집가서

경하왕徑河王 태자의 처가 되었는데,

因柳生傳書, 知其遭牧羊之困, 寡人弟錢塘君,

인류생전서 지기조목양지곤 과인제전당군

유생柳生이 전하는 글로 말미암아

내 딸이 목양牧羊의 곤困함을 만난 줄 알고,

과인의 아우 전당군錢塘君이

與徑河王大戰 大破其軍, 率女子而來,

여경하왕대전 대파기군 솔녀자이래

경하왕과 크게 싸워

그 군사를 크게 무찌르고

딸아이를 데려오니,

宮中之人爲作此舞號曰,

궁중지인위작차무호왈

궁중 사람들이 이 풍악을 짓고

춤을 붙여 이름하여 부르기를,

錢塘破陣樂 或稱貴主行宮樂,

전당파진악 혹칭귀주행궁악

‘전당 파진악錢塘破陣樂’

혹은 ‘귀주 행궁악貴主行宮樂’이라 하며,

有時奏之於宮中之宴矣.

유시주지어궁중지연의

궁중 잔치에서 때때로 연주한 것이외다.

今元帥破南海太子, 使我父女相會,

금원수파남해태자 사아부녀상회

이제 원수께서 남해 태자를 격파하고

우리 부녀를 서로 만나게 해주었으니

與錢塘故事頗相似矣, 故改其名曰 元帥破軍樂也.”

여전당고사파상사의 고개기명왈 원수파군악야

전당군의 옛 일과 자못 서로 비슷하외다.

그러므로 그 이름을 고쳐

‘원수파진악元帥破軍樂’이라 하겠소.”

尙書又問曰:

상서우문왈

“柳先生今何在耶, 未可相見耶?”

류선생금하재야 미가상견야

상서가 또 묻기를,

“유 선생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서로 만날 수 있사오리까?”

王曰: “柳郞今爲瀛州仙官,

왕왈 류랑금위영주선관

용왕이 대답하기를,

“유랑은 지금 영주瀛州의 선관仙官이 되어

方在職府 何可來耶?”

방재직부 하가래야

바야흐로 일을 맡고 있으니,

어찌 데려올 수 있으리오?”

酒過九巡 尙書告辭曰:

주과구순 상서고사왈

술이 아홉 순배가 지나자

상서가 하직을 고하여 말하기를,

“軍中多事 不可久留 是可恨也,

군중다사 불가구류 시가한야

“군중軍中에 일이 많아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우나,

惟願使娘子毋失後期也.”

유원사낭자무실후기야

오직 낭자로 하여금

뒷날의 기약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라겠소.”

龍王曰: “當如約矣.”

룡왕왈 당여약의

용왕이 대답하기를,

“마땅히 언약대로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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