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侍女一人至前請曰:
시녀일인지전청왈
“洞庭龍王之女 請謁於楊元帥矣.”
동정룡왕지녀 청알어양원수의
시녀 하나가 앞으로 나와 청하기를,
“동정 용왕의 딸이 양원수 뵈옵기를 청하나이다.”
尙書驚欲避之, 兩侍女挾持 使不下床,
상서경욕피지 양시녀협지 사불하상
상서가 깜짝 놀라며 피하고자 하나
시녀가 붙들고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龍女向前四拜 琳琅戞響, 芬馥射人
룡녀향전사배 림랑알향 분복사인
그 용녀가 앞을 향하여 네 번 절하는데
임랑琳琅 소리는 맑고, 꽃다운 향기가 사람을 사로잡았다.
尙書請上殿, 龍女辭遜不敢,
상서청상전 룡녀사손불감
設小席而坐尙書曰:
설소석이좌상서왈
상서도 또한 그녀가 전상에 오르기를 청하자,
용녀가 여러 번 사양하다가
작은 자리를 펴고 앉기에 상서가 말하기를,
“楊少遊塵世賤品, 娘子水府靈神,
양소유진세천품 낭자수부령신
禮貌何太恭也?”
례모하태공야
“양소유는 진세塵世의 천한 몸이요,
낭자는 수부의 영신靈神이시거늘
예모禮貌가 어찌 그토록 크게 공손하시나이까?”
龍女答曰:
룡녀답왈
“妾卽洞庭龍王末女凌波也.
첩즉동정룡왕말녀릉파야
용녀가 대답하기를,
“첩은 동정 용왕의 막내딸 능파凌波이오이다.
妾之始生也父王朝於上界, 逢張眞人卜妾之命,
첩지시생야부왕조어상계 봉장진인복첩지명
眞人揲蓍曰,
진인설시왈
첩이 갓 낳았을 적 부왕께서 상계上界에서 조회하실 때
장진인張眞人을 만나 첩의 명命을 점쳤는데.
진인이 점대를 뽑더니 말하기를,
此娘子前身卽仙女也, 因謫罪降 爲王之女而畢竟,
차낭자전신즉선녀야 인적죄강 위왕지녀이필경
‘이 낭자는 전신이 곧 선녀로서
죄로 인해 귀양을 와서 왕의 딸이 되었으나, 필경에는
復得人形, 爲人間貴人之姬妾,
부득인형 위인간귀인지희첩
다시 사람의 모습을 얻어
인간 세상에서 귀인의 총애 받는 첩이 되어
享富貴榮華之樂, 悉耳目心志之娛,
향부귀영화지락 실이목심지지오
終歸佛家 永爲大禪矣.
종귀불가 영위대선의
부귀와 영화의 낙을 누리고
이목심지耳目心志 모두가 즐거울 것이며
마침내는 불가로 돌아가서
영원히 큰 중이 되리이다.’ 하였으니,
吾龍神爲水族之宗, 而幻人之形 爲大榮,
오룡신위수족지종 이환인지형 위대영
우리 용신龍神은 수족水族의 조종으로서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至於仙佛 尤所敬戴也.
지어선불 우소경대야
신선과 부처님께 이르는 것은
더욱 공경하는 바이오이다.
妾之伯兄, 初爲涇水龍宮之婦,
첩지백형 초위경수룡궁지부
夫妻反目兩家失和,
부처반목양가실화
첩의 맏형은 처음에 경수涇水 용군龍君의 아내가 되었는데,
부처가 반목하여 두 집의 화합이 깨어지고,
再適於柳眞君 九族尊之, 一家敬之,
재적어류진군 구족존지 일가경지
유진군柳眞君에게 개가하매
온 친척들이 그를 높이고 온 집안사람들이 공경하나,
而妾則將得正果 一身榮貴, 必在於伯兄之上也.
이첩즉장득정과 일신영귀 필재어백형지상야
첩은 장차 정과正果를 얻어 일신의 영귀榮貴함이
필연 맏형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 되나이다.
父王自聞眞人之言, 愛妾之情一倍隆篤,
부왕자문진인지언 애첩지정일배융독
부왕께서 진인의 말씀을 들으신 후로
첩을 사랑하는 정이 한층 더 돈독하시고
宮中大小侍妾, 如待天上眞仙,
궁중대소시첩 여대천상진선
궁중의 크고 작은 시첩侍妾들이
하늘 위의 참신선과 같이 대접하더니
及稍長 南海龍王之子五賢,
급초장 남해룡왕지자오현
점점 자라매 남해 용왕의 아들 오현五賢이
聞妾略有姿色求婚於父王.
문첩략유자색구혼어부왕
첩이 약간의 자색姿色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구혼 하였나이다.
吾洞庭卽南海之管下故, 父王不敢峻斥 親往南海,
오동정즉남해지관하고 부왕불감준척 친왕남해
우리 동정은 곧 남해 용왕의 관할 아래 있었으므로
부왕께서 감히 거절치 못하시고,
친히 남해에 가셔서
諭以張眞人之言, 强拒不從
유이장진인지언 강거부종
장진인張眞人의 말로 설득하시며
강경히 거절하고 따르지 아니하오신즉,
則南海之王, 爲其驕悍之子
즉남해지왕 위기교한지자
남해 용왕이 교만하고 사나운 아들을 위하여
反以父王, 爲惑於誕說, 肆然喝責 求婚益急.
반이부왕 위혹어탄설 사연갈책 구혼익급
도리어 부왕께 탄설誕說에 미혹되었다 하며
방자스레 성을 내면서 꾸짖어
구혼이 더욱 급박하게 되었나이다.
妾自知 若在父母膝下 則辱必及身,
첩자지 약재부모슬하 즉욕필급신
첩이 스스로 헤아려 보니,
‘만일 부모 슬하에 있으면 필연 몸에 욕이 미칠 것이다.’해서
遠離父母 抽身遁逃,
원리부모 추신둔도
멀리 부모를 떠나 몸을 빼치고 도망하여
披荊棘開 窟宅自蟄胡地,
피형극개 굴택자칩호지
가시덤불을 헤치고
누추한 집을 지어서 홀로 오랑캐 땅에서 칩거蟄居하며
苟送歲月 而南海之逼 益甚矣,
구송세월 이남해지핍 익심의
구차로이 세월을 보내왔으나,
남해의 핍박이 더욱 심하거늘
父母但曰女子不願歛身遠走,
부모단왈녀자불원감신원주
부모께서 다만 이르시기를,
‘딸이 사람 좇기를 원하지 아니하여 멀리 도망하였으니
終欲不棄 問之於渠,
종욕불기 문지어거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거든
딸에게 가서 물으라.’하시자,
惟彼狂童欺妾孤弱,
유피광동기첩고약
오직 저 미친 아이가 첩이 외롭고 약함을 업신여겨
自率軍兵欲逼賤妾.
자솔군병욕핍천첩
스스로 군병을 거느리고 와서
천첩을 핍박하고자 하였나이다.
妾之至寃苦節 減極天地, 瀦澤之水居然變化,
첩지지원고절 감극천지 저택지수거연변화
첩의 지극한 원통함과 괴로운 절개에 천지가 감동했는지
큰 못의 물이 슬그머니 변화하여
冷如寒氷 昏如地獄, 他國之兵 不能輕入故,
냉여한빙 혼여지옥 타국지병 불능경입고
쌀쌀하기가 차가운 얼음과 같고 어둡기가 지옥 같아서
타국 군사들이 쉽게 들어올 수가 없었나이다.
妾賴此全完尙保危命矣. 今日之幸邀貴人,
첩뢰차전완상보위명의 금일지행요귀인
첩이 이에 힘입어 온전하고,
지금까지 위태한 목숨을 보전하였나이다.
오늘 다행히 귀인을 맞아
臨此陋處者 不惟欲訴衷情.
임차루처자 불유욕소충정
누추한 곳에 왕림하시게 함은,
다만 첩의 충정衷情을 알리고자 할 뿐이 아닌 것이옵나이다.
目今王師暴露旣久, 水路莫通 井泉不出,
목금왕사폭로기구 수로막통 정천불출
바로 지금 천자天子의 군사들이 곤경에 처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수로水路에서는 물이 통하지 않으며,
우물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아
掘土鑿地亦云勞止,
굴토착지역운로지
흙을 파고 땅을 뚫는 일도 또한 수고롭거늘,
雖遍一山而穿萬丈,
수편일산이천만장
水不可得 而力不可支矣.
수불가득 이력불가지의
비록 산 하나를 온통 만장萬丈이나 판다고 해도
물을 얻지 못하여 군력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나이다.
此水本名淸水潭, 水性甚美 自妾來居 其味苦惡,
차수본명청수담 수성심미 자첩래거 기미고악
이 물의 원래 이름은 청수담淸水潭으로,
수성水性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첩이 와서 거처하고부터는 물맛이 무척 고약하여
飮之者生病故, 改稱曰白龍潭也.
음지자생병고 개칭왈백룡담야
그 물을 마시는 자는 병이 생기는 고로
이름을 고쳐서 백룡담白龍潭이라 하였나이다.
今貴人來此 賤妾得所何羨乎?
금귀인래차 천첩득소하선호
이제 귀인이 이곳에 오셔서
천첩이 의지할 곳을 얻었사오니,
어찌 든든하지 않겠나이까?
銀甁之上井 陰谷之生春乎?
은병지상정 음곡지생춘호
은병銀甁이 우물에서 나오고,
음산한 골짜기에 봄이 온 것이 아니나이까?
妾旣托命於貴人 許身於貴人,
첩기탁명어귀인 허신어귀인
천첩이 이미 귀인께 명命을 의탁하고
몸을 허락하였사오니
則貴人之憂 卽妾之憂也, 豈敢不效愚智 而助軍功乎?
즉귀인지우 즉첩지우야 기감불효우지 이조군공호
귀인의 근심이 곧 천첩의 근심인즉,
어찌 감히 미련한 소견을 다하여 군공軍功을 돕지 아니하리까?
自此之後, 水味之甘 當如舊日,
자차지후 수미지감 당여구일
이후로는 물맛의 달기가
응당 옛날과 같을 것이니
士卒皆牛飮 自無害矣, 病水之卒 亦當自瘳矣”
사졸개우음 자무해의 병수지졸 역당자추의
군사들과 모든 소들이 마셔도 아무런 해가 없으며,
물로 인해 병에 걸린 군사들도
또한 마땅히 절로 쾌차快差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