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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賊之兵力 不可謂不强, 器械不可謂不利而,

금적지병력 불가위불강 기계불가위불리이

彼則以客而犯京, 我則以飽而待飢,

피즉이객이범경 아즉이포이대기

지금 도적의 병력이 별로 강하지 않다고 할 수 없고,

그 기계가 이롭지 않다고 할 수 없겠사온즉,

저들은 객으로서 주인을 범하고

우리는 배부른 것으로써 주린 것을 기다렸사오니,

此臣所以得樹尺寸之功,

차신소이득수척촌지공

而賊之形勢一蹙 而兵日弱矣,

이적지형세일축 이병일약의

이는 소신이 마디[尺寸]만한 공로를 세운 것이요,

도적의 형세가 날로 줄고 군사도 날로 약해지는 바이오며,

兵法乘勞 而不勝者, 由糧饋之不及也,

병법승로 이불승자 유량궤지불급야

地利之不便也,

지리지불편야

병법에 ‘수고로움을 타고도 이기지 못하는 자는

양식이 미치지 못하여 식사를 공급할 수가 없고

지리가 편치 못함에 말미암음이라’ 하오니,

今賊旣挫蹈舞至此, 賊之勞獘極矣,

금적기좌도무지차 적지로폐극의

雄州大城 皆思峙蒭粮 則我無半菽之患,

웅주대성 개사치추량 즉아무반숙지환

이제 도적의 기세가 이미 꺾여 도망하였사오매

도적의 피폐함이 극진하고,

웅주대성雄州大城이 다 군량과 마초를 산같이 쌓아

우리는 조금도 주리는 근심이 없사옵고,

平原廣野最得形便, 則彼無設伏之處,

평원광야최득형편 즉피무설복지처

若蓄銳勇進追躡其後, 則庶幾坐收全功,

약축예용진추섭기후 즉서기좌수전공

평원과 광야에 가장 좋은 지형의 편리함을 얻었은즉,

저들의 복병을 놓을 근심도 없사오니,

만일 용감하고 날랜 군사로 하여금 그 뒤를 쫓게 하면

거의 온전한 공을 앉아서 이루겠거늘,

今乃狃一時之小捷, 棄萬全之良策 徑罷王師,

금내뉴일시지소첩 기만전지량책 경파왕사

不竟天討者 臣未知其得計也.

불경천토자 신미지기득계야

이제 한순간의 적은 승첩勝捷을 다행으로 여겨

만전의 좋은 계책을 버리고 지레 짐작으로 왕사王師를 피하여

토평討平을 아니하시니, 신은 그 계교를 알지 못하나이다.

伏願陛下博採廟議 廊揮乾斷,

복원폐하박채묘의 랑휘건단

許令臣駈兵遠襲 直搗巢穴.

허령신구병원습 직도소혈

페하께옵서는 조정의 의논을 널리 캐어 보시고

조정의 결단을 내리시어

신으로 하여금 군사를 몰아 멀리 엄습하여

곧바로 소혈巢穴을 소탕케 허락해 주시길 엎드려 바라나이다.

雖不能燔龍城之績, 勒燕然之石,

수불능번룡성지적 륵연연지석

誓使隻輪不返 一箭不發, 以除我聖上西顧之憂矣.”

서사척륜불반 일전불발 이제아성상서고지우의

신이 비록 용성龍城의 업적까지는 이룰 수 없어도

연연燕然의 돌은 새길 수 있사오매,

맹세코 도적들의 수레 하나도 돌아가지 못하고,

하나의 화살도 쏘지 못하게 하여

우리 성상께옵서 서녘을 근심하시는 것을 덜게 하겠나이다.”

䟽奏上壯其意嘉其忠 卽進秩,

소주상장기의가기충 즉진질

拜御史大夫兼兵部尙書征西大元帥,

배어사대부겸병부상서정서대원수

이렇듯 상소를 아뢰니, 황상께서 그 뜻을 장하게 여기시고

충정에 감탄하시어 벼슬을 돋우어

어사대부 겸 병부상서 정사대원수를 삼으시고,

賜尙方斬馬劒彤弓赤箭, 通天御帶 白旄黃鉞,

사상방참마검동궁적전 통천어대 백모황월

상방참마검尙方斬馬劒과 동궁彤弓과 적전赤箭

그리고 통천어대通天御帶와 백모황월白旄黃鉞을 주시고

詔發朔方河東隴西諸道兵馬, 以助其軍勢.

조발삭방하동롱서제도병마 이조기군세

이에 조서를 내리시어,

삭방과 하동과 농서隴西 등 각도 병마를 발하여

군사의 기세를 돋우라 하셨다.

楊少游奉詔向闕拜謝, 擇吉日祭旗纛仍發行,

양소유봉조향궐배사 택길일제기독잉발행

양소유는 조서詔書를 받들어 대궐을 바라보며 감사의 절을 하고,

길일을 택하여 기독旗纛에 제사하고 이에 떠나니,

言其兵法則六韜之神謀也, 語其陣勢則八卦之奇變也,

언기병법즉육도지신모야 어기진세즉팔괘지기변야

그 병법을 말하자면 육도六韜의 신기한 꾀요,

그 진세陣勢를 일컫자면 팔괘가 기이하게 변하는 법이며,

軍容井井 號令肅肅, 因建瓴之勢 成破竹之功,

군용정정 호령숙숙 인건령지세 성파죽지공

군대의 장비가 질서 정연하고 호령이 엄숙하매,

이는 마치 기와를 세우는 기세로 대나무를 깨치듯 공을 이루어

數月之間 復所失五十餘城.

수월지간복 소실오십여성

수개월 사이에

잃었던 오십여 고을을 회복하였다.

駈大軍至積雪山下, 一陣回風 忽起於馬前,

구대군지적설산하 일진회풍 홀기어마전

대군을 휘몰아 적설산積雪山 아래에 이르렀을 때

일진의 회오리바람이 홀연히 말 앞에서 일어나고

有鳴鵲橫穿陣中而去,

유명작횡천진중이거

尙書於馬上 卜之得一卦曰,

상서어마상 복지득일괘왈

까치가 울며 진중을 뚫고 지나가기에

상서가 점을 쳐 보고, 한 괘를 얻자 이르기를,

賊兵必襲吾陣 而終有吉也,

적병필습오진 이종유길야

‘적병이 필연 우리 진을 기습하겠으나 나중에 길할 징조로다’ 하니,

留陣山底 鋪鹿角蒺藜於四面,

류진산저 포록각질려어사면

整齊三軍 設備而待.

정제삼군 설비이대

산 밑에 진을 치고

녹각鹿角과 질려蒺藜를 사면에 벌려 펴고

삼군을 가지런히 정돈, 설비하며 적병을 기다렸다.

尙書坐帳中燒椽燭 閱看兵書,

상서좌장중소연촉 열간병서

巡軍已報三更矣.

순군이보삼경의

상서가 장막 가운데 앉아

연촉椽燭을 밝히고 병서를 자세히 보고 있는데

순라군이 벌써 삼경이 되었음을 알렸다.

忽寒颷滅燭 冷氣襲人,

홀한표멸촉 냉기습인

一女子自空中下 立於帳裡,

일녀자자공중하 립어장리

홀연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 촛불을 꺼뜨리고

찬 기운이 사람을 엄습하면서,

한 여인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장막 속에 섰는데,

手把八尺匕首 色如霜雪矣.

수파팔척비수 색여상설의

손에는 여덟 자나 되는 비수를 들고 있었는데

빛은 서릿발 같았다.

尙書知其刺客 而神色不變, 威稜益冽徐問曰:

상서지기자객 이신색불변 위릉익렬서문왈

상서는 그가 자객인 줄 알면서도 조금도 신색을 변치 아니하고,

위릉威稜을 더욱 늠름히 하면서 서서히 묻기를,

“女子何人 夜入軍中 有甚意也.”

여자하인 야입군중 유심의야

“여자는 어떠한 사람이며,

밤에 군중軍中에 들어오니

필연 깊은 연고가 있으렸다.”

女子答曰:“妾承吐蕃國贊普之命,

녀자답왈 첩승토번국찬보지명

欲取尙書首級而來矣.”

욕취상서수급이래의

여인이 대답하기를,

“첩이 토번국 찬보贊普의 명을 받아,

상서의 머리를 얻고자 왔나이다.”

尙書笑曰:

상서소왈

“大丈夫何畏死也? 湏速下手.”

대장부하외사야 수속하수

상서가 웃으며 말하기를,

“대장부가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리오?

마땅히 하수下手하라.”

女子擲劒而前叩頭而對曰:

녀자척검이전고두이대왈

“貴人毋慮 妾何敢驚動貴人乎?”

귀인무려 첩하감경동귀인호

여인이 칼을 던지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기를,

“귀인께서는 염려마옵소서.

첩이 어찌 귀인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겠나이까?”

尙書就而扶起曰:

상서취이부기왈

“君旣挾利刃入軍營, 反不害我何也?”

군기협리인입군영 반불해아하야

상서가 다가가서

그 여인을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말하기를,

“그대가 이미 비수를 끼고 군영에 들어왔거늘,

도리어 나를 해치지 않음은 어떤 까닭이뇨?”

女子曰:“妾之本末雖欲自陳,

녀자왈 첩지본말수욕자진

恐非立談之間所能盡也.”

공비립담지간소능진야

여인이 대답하기를,

“첩의 본말本末을 스스로 아뢰고자 할진대,

아마도 이렇게 서서 잠깐 하는 말로는 이루 다 할 수 없나이다.”

尙書賜坐而問曰: “娘子之涉險冒危,

상서사좌이문왈 낭자지섭험모위

來見少游必有好意也. 將何敎之?”

래견소유필유호의야 장하교지

상서가 자리를 내주며 묻기를,

“낭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소유를 찾아와 만나매 필연 좋은 뜻이 있으리라.

장차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하는고?”

其女子曰: “妾雖有刺客之名,

기녀자왈 첩수유자객지명

그 여인이 대답하기를,

“첩은 비록 자객이란 이름이 있사오나,

實無刺客之心, 妾之心肝 當吐露於貴人矣.”

실무자객지심 첩지심간 당토로어귀인의

실로 자객의 마음은 없은즉,

첩의 깊은 마음을 마땅히 귀인께 토설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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