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翌日命召禮部尙書楊少游, 少游承命入朝上曰:

익일명소례부상서양소유 소유승명입조상왈

다음 날 명을 내려 예부상서 양소유를 부르시매

소유가 명을 받들어 입조하니, 황상이 이르시기를,

“朕有一妹資質超常, 非卿無可與爲配者,

짐유일매자질초상 비경무가여위배자

朕使越王以朕意諭矣.

짐사월왕이짐의유의

“짐에게 한 누이가 있는데 자질이 뛰어나게 예사롭지 않아

경이 아니면 배필 삼을만한 자가 없겠기에,

짐이 월왕越王을 시켜 짐의 뜻을 알리게 하였었다.

聞卿托以納聘云, 此卿之不思也甚矣.

문경탁이납빙운 차경지불사야심의

前代帝王選擇駙馬也, 或出其正妻故

전대제왕선택부마야 혹출기정처고

경이 납채納采함을 칭탁稱託하더라는 말을 듣고 보니

이는 경의 짐에 대한 생각 없음이 심한 것 같도다.

전대의 제왕은 부마駙馬를 선택할 때에,

정처正妻를 내쫓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若王獻之終身悔之, 惟宋弘不受君命,

약왕헌지종신회지 유송홍불수군명

朕意則與古先帝王不同,

짐의즉여고선제왕부동

왕헌지王獻之는 종신토록 그를 뉘우치고,

오직 송홍宋弘만은 임금의 명을 받아드리지 않았으나,

짐의 생각인즉 옛적의 선제왕과는 다르며,

旣爲天下萬民之父母,

기위천하만민지부모

則豈可以非禮之事 加於人哉?

즉기가이비례지사 가어인재

이미 천하 만민의 부모가 되었거늘,

어찌 예에 어긋난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가할 수 있으리오?

今卿雖斥鄭家之婚, 鄭女自當有可歸之處,

금경수척정가지혼 정녀자당유가귀지처

이제 경이 정씨 집안과 혼인을 뿌리쳐도

정씨 딸은 마땅히 스스로 갈 곳이 있으리니,

卿無糟糠下堂之嫌, 豈可有害於倫紀乎?”

경무조강하당지혐 기가유해어륜기호

경이 조강糟糠을 당에서 내리는 혐의가 없다면,

어찌 윤기倫紀에 해침이 있으리오?”

尙書頓首奏曰: “聖上不惟不罪,

상서돈수주왈 성상불유부죄

상서가 머리를 조아려 아뢰기를,

“성상이 죄 주지 않으실 뿐 아니라,

又從而諄諄面命, 若家人父子之親,

우종이순순면명 약가인부자지친

거듭 따르도록 순순히 직접 명을 내리심을

집안의 부자지친父子之親과 같이 하시오니,

臣感祝天恩之外, 更無可奏者矣.

신감축천은지외 갱무가주자의

신이 천은에 감축하는 외에는

다시 더 아뢰올 말씀이 없나이다.

然臣之情勢與他人絶異, 臣遠方書生入京之日,

연신지정세여타인절리 신원방서생입경지일

그러하오나 신의 정세는 타인과 판이하게 달라서

신이 원방遠方 서생의 몸으로 서울에 들어오던 날

無處可托 厚蒙鄭家眷遇之恩,

무처가탁 후몽정가권우지은

迎之舍之禮以待之,

영지사지례이대지

의탁할 만한 곳이 없었는데,

정씨 집안의 따뜻한 은혜를 후하게 입어,

저를 맞아 머물게 해 주고 예로서 저를 대하였은즉,

非但儷皮之禮 已行於入門之日,

비단려피지례 이행어입문지일

已與司徒 定翁婿之分, 有翁婿之情.

이여사도 정옹서지분 유옹서지정

다만 짝을 맺는 예만 아직 행하지 않았지

그 집에 들어오던 날

이미 사도 어른과 옹서翁婿의 사이를 정하고,

옹서의 정을 나누었나이다.

且男女旣已相見, 恰有夫婦之恩義,

차남녀기이상견 흡유부부지은의

또 남녀가 이미 서로 낯을 보았으니

흡사 부부의 은의가 있사옵나이다.

而未行親迎之禮者盖以國家多事,

이미행친영지례자개이국가다사

不遑將母也,

불황장모야

친영親迎의 예를 행하지 못하옴은

대개 국가에 일이 많아 급히

모친을 모셔올 겨를이 없사옵더니,

今幸藩鎭歸化 天憂已紓,

금행번진귀화 천우이서

旦方欲急請還鄕, 迎歸老母 卜日成札矣.

단방욕급청환향 영귀로모 복일성찰의

이제 다행히 번진藩鎭이 평정되고 천우天憂가 이미 가라앉았은즉,

신이 바야흐로 급히 청을 드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노모를 모셔온 후 택일하여 성례를 하려고 하였나이다.

意外皇命及於無狀,

의외황명급어무상

小臣驚惶震懼 不知所以自處也.

소신경황진구 부지소이자처야

그런데 뜻밖에도 별 재주가 없는 소신에게 황명이 내리오니

소신은 깜짝 놀랍고 두려워

스스로 처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臣若畏罪將順皇命,

신약외죄장순황명

則鄭女以死自守 必不他適,

즉정녀이사자수 필불타적

신이 만일 죄를 두려워하여 황명을 받자오면

곧 정녀는 죽기로써 스스로를 지키어

반드시 다른 곳으로 출가하지 않을 것이오니,

此豈非匹婦之失所, 王政之有歉者乎?”

차기비필부지실소 왕정지유겸자호

이 어찌 필부匹婦가 잃는 것만이 아니요,

왕정에도 거리끼는 것이 있지 않으오리이까?”

上曰: “卿之情理 雖云悶迫,

상왈 경지정리 수운민박

황상께서 이르시기를,

“경의 정리가 비록 딱하고 박절하나,

若以大義言之 則卿與鄭女, 卒無夫婦之義,

약이대의언지 즉경여정녀 졸무부부지의

대의大義의 측면에서 말할 것 같으면

경은 정녀와끝내 부부의 의義가 없었으니,

鄭女豈可不入於他人之門乎?

정녀기가불입어타인지문호

정녀가 어찌 다른 사람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 하겠는가?

今朕之欲與卿結婚者, 不獨朕以柱石待卿也,

금짐지욕여경결혼자 부독짐이주석대경야

以手足視卿也.

이수족시경야

이제 짐이 경과 혼인의 관계를 맺으려 함은

짐이 경을 국가의 주석지신柱石之臣으로 대하려 하는 것 뿐 만 아니라,

경을 수족으로 삼으려 함이니라.

太后慕卿威容德器 親自主張,

태후모경위용덕기 친자주장

恐朕亦不得自由矣.

공짐역부득자유의

태후가 경의 위용과 덕기德器를 흠모하사

친히 몸소 혼례를 주장하시니,

짐 또한 자유로이 할 수가 없음이 두렵도다.”

尙書猶且固讓上曰: “婚姻大事也,

상서유차고양상왈 혼인대사야

상서가 오히려 또 굳이 사양하므로, 황상이 말씀하시기를,

“혼인은 대사이므로

不可以一言決定, 朕姑與卿着碁 以消長日矣.”

불가이일언결정 짐고여경착기 이소장일의

한마디 말로써 결정함은 옳지 않은 즉,

짐은 경과 함께 바둑이나 두며 소일 하겠노라.”

命小黃門進局,

명소황문진국

君臣相對賭勝 日昏乃罷.

군신상대도승 일혼내파

어린 환관에게 바둑판을 내오라 명하시어

군신이 서로 승부를 겨루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그만두었다.

鄭司徒見楊尙書來,

정사도견양상서래

悲慘之色 溢於滿面, 拭淚而言曰:

비참지색 일어만면 식루이언왈

정사도는 양상서가 온 것을 보고

비참한 모습을 만면에 띤 채,

눈물을 닦으며 말하기를,

“今日皇太后下詔, 使退楊郞之禮綵故,

금일황태후하조 사퇴양랑지례채고

老夫已出 付於春雲, 置於花園

로부이출 부어춘운 치어화원

“오늘 황태후께서 조칙을 내려

양랑의 예채禮綵를 도로 물리라 하거늘,

노부老夫가 이미 내놓고서 춘운에게 맡겨 화원에 두었다네.

而顧念小女之身世,

이고념소녀지신세

吾老夫妻心事當作何如狀也?

오로부처심사당작하여상야

소녀의 신세를 곰곰이 생각건대

우리 노부처의 심사가 어떠하겠는고?

吾則菫能撑支 而老妻沉慮成疾,

오즉근능탱지 이로처침려성질

方昏瞀不省人事矣.”

방혼무불성인사의

나는 가까스로 부지할 수 있으나

늙은 아내는 지나치게 근심한 탓으로 병이 들어

바야흐로 정신이 아득하게 되어 인사 불성人事不省이로세.”

尙書失色無言乃告曰:

상서실색무언내고왈

상서가 얼굴빛을 잃고 말을 않고 있다가 아뢰기를,

“是事不可但已, 小婿當上表力爭,

시사불가단이 소서당상표력쟁

朝廷之上亦豈無公論?”

조정지상역기무공론

“이 일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소서小婿가 마땅히 표表를 올려 힘껏 싸우면

조정에 또한 어찌 공론이 없겠습니까?”

司徒正之曰: “楊郞之違拒上命 已至再矣,

사도정지왈 양랑지위거상명 이지재의

今若上踈 則豈無批鱗之懼哉?

금약상소 즉기무비린지구재

사도가 이 말을 제지하며 말하기를,

“양랑이 황상의 명을 거역함이 이미 여러 번인데,

이제 만일 상소하면

어찌 비늘을 찌르는 것 같은 두려움이 없겠는가?

必有重譴不如順受而已.

필유중견불여순수이이

반드시 중한 죄책이 있을 것이니

순순히 따르는 것만 못할 것이로다.

且有一事 楊郞之仍處花園, 大有不安於事軆者,

차유일사 양랑지잉처화원 대유불안어사체자

또한 일이 벌어졌는데,

양랑이 거듭 화원에 있는 것은

일의 형편상 무척 불안하니

倉卒相離 雖甚缺然, 移寓他所實合事宜矣.”

창졸상리 수심결연 이우타소실합사의의

창졸지간에 서로 헤어짐은 비록 무척 서운하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실로 합당한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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