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自起燃燭 當前而坐,

자기연촉 당전이좌

其人椎結雲髮 高揷金簪,

기인추결운발 고삽금잠

스스로 일어나 촛불을 켜고 상서 앞에 나와 앉는데,

그 여자는 구름 같은 머리털을 쓰러 묶고서

머리에는 금비녀를 높이 꽂았으며,

身着挾袖戰袍而袍上,

신착협수전포이포상

몸에는 소매가 좁은 전포戰袍를 두르고

畵石竹花 足着鳳尾靴 腰懸龍泉劒,

화석죽화 족착봉미화 요현룡천검

그 위에 석죽화를 수놓았으며,

발에는 봉미화鳳尾靴를 신고,

허리에는 용천검龍泉劒을 비스듬히 찼으되,

天然艶色 若浥露之海棠花,

천연염색 약읍로지해당화

천연한 절색이

이슬에 젖은 해당화 같았다.

非從軍之木蘭, 必偸盒之紅線也.

비종군지목란 필투합지홍선야

종군하던 목란木蘭이 아니라면

필시 금합金盒을 도둑질하던 홍선紅線과 같았다.

繼而言曰:

계이언왈

그녀가 계속해서 말하기를,

“妾本楊州人也. 世爲大唐之民 幼失父母,

첩본양주인야 세위대당지민 유실부모

“첩은 본디 양주楊州 사람이옵니다.

여러 대에 걸쳐 당나라 백성이온데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從一女子爲其弟子,

종일녀자위기제자

其女子劒術神妙 敎弟子三人,

기녀자검술신묘 교제자삼인

한 여자를 따라서 그녀의 제자가 되었더니,

그 여자의 검술이 신묘하여

제자 세 사람을 가르쳤는데,

卽秦海月 金綵虹 沈裊烟, 裊烟卽妾也.

즉진해월 김채홍 심요연 요연즉첩야

진해월,秦海月 김채홍,金綵虹 심요연沈裊烟이며,

요연이 곧 첩이옵니다.

學劒術三年能傳變化之術, 乘長風逐飛電,

학검술삼년능전변화지술 승장풍축비전

검술을 배운지 삼 년에

능히 변화하는 법을 전수받아

바람을 타고 번개를 따라

瞬息之頃行千餘里矣.

순식지경행천여리의

순식간에 천여 리를 달리며,

三人劍術別無高下而, 師或欲報仇欲殺惡人,

삼인검술별무고하이 사혹욕보구욕살악인

세 사람이 검술에 별로 고하高下가없사온데,

스승이 원수를 갚으라 하거나

혹은 악한 사람을 없애라 하면,

則必遣綵虹海月 而獨不使妾

즉필견채홍해월 이독불사첩

반드시 채홍과 해월의 두 제자만 보내고

첩만 홀로 보내지 않기로,

妾問, 吾三人共事師傅, 同受明敎而弟子,

첩문 오삼인공사사부 동수명교이제자

첩이 스승께 묻자오되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사부님을 모시고

가르치심을 받았으나, 제자 가운데

則獨未報師傅之恩, 敢問妾才拙,

즉독미보사부지은 감문첩재졸

不足任師傅使令乎?

부족임사부사령호

첩만 홀로 스승의 은혜를 갚지 못하였사온즉,

감히 묻기는 첩의 재주가 용렬庸劣하여

사부님의 명을 받아 행하기에 부족하나이까?’ 하자,

師曰: “爾非我流也. 他日當得正道 終有成就,

사왈 이비아류야 타일당득정도 종유성취

스승께서 이르시기를,

‘너는 우리 무리와는 다르니라.

후일에 마땅히 바른 도를 얻어

마침내 뜻을 펴게 되겠거늘,

今若共此兩人殺害人命,

금약공차양인살해인명

이제 만일 너도 저 두 사람과 같이 인명을 살해하면

則豈不有損於汝之心行乎? 是以不遣也.

즉기불유손어여지심행호 시이불견야

어찌 너의 마음과 행동에 손해가 없겠느냐?

이러므로 너를 보내지 않는 것이로다.’ 하시기에

妾又問曰, 若然則妾學得劍術 將何用乎?

첩우문왈 약연즉첩학득검술 장하용호

첩이 또 묻기를, ‘만일 그러하오면

첩이 배워서 깨친 검술은 장차 어디에 쓰게 되리이까?

師曰汝之前世之緣, 在於大唐國

사왈여지전세지연 재어대당국

스승이 또한 타이르시기를,

‘네 전생前生의 연분이 대당국大唐國에 있고,

而其人大貴人也,

이기인대귀인야

汝在外國 邂逅無便,

여재외국 해후무편

또한 그는 큰 귀인貴人인데

너는 외국에 있는지라 만날 도리가 없으니

吾所以敎汝劍術者, 欲使汝因此小技得逢貴人,

오소이교여검술자 욕사여인차소기득봉귀인

내 너에게 검술을 가르침은

너로 하여금 이 조그만 재주로 인해

귀인을 만나게 하려 함이니,

汝他日當入百萬軍中, 得成好緣於戎馬之間矣.

여타일당입백만군중 득성호연어융마지간의

네 후일에 마땅히 백만군중軍中에 들어가

전쟁터에서 좋은 인연을 이루리라.’ 하시고,

今春師又謂妾曰, 大唐天子使大將軍征伐吐蕃,

금춘사우위첩왈 대당천자사대장군정벌토번

금년 봄에 첩에게 이르시기를,

‘대당국의 천자께서 대장군으로 하여금

토번을 정벌케 하시매,

贊普榜募刺客 欲害唐將,

찬보방모자객 욕해당장

찬보贊普가 자객을 모집하는 방을 붙이고

당나라 장군을 해치려 할 터이니,

汝湏趁此 下山往于吐蕃國,

여수진차 하산왕우토번국

與諸劍客 較長短之術,

여제검객 교장단지술

너는 마땅히 이때 주저하지 말고

산에서 내려가 토번국에 가서

모든 자객들과 더불어 장단의 검술을 겨루어

一以救唐將之禍, 一以結前身之緣.

일이구당장지화 일이결전신지연

한편으로는 당나라 장수의 화를 면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전생의 좋은 연을 맺으라.’ 하시기로,

妾奉師命之蕃國, 自摘城門所掛之榜,

첩봉사명지번국 자적성문소괘지방

첩이 스승의 명을 받들고 토번국에 가서

몸소 성문에 붙인 방을 떼니

贊普召妾而入, 使與先到衆刺客較才,

찬보소첩이입 사여선도중자객교재

찬보가 첩을 불러서 들어간즉,

먼저 온 여러 자객과 재주를 겨루게 하기에

妾片時能割十餘人椎髻,

첩편시능할십여인추계

첩이 이때 십여 사람의 상투를 베어 버리자,

贊普大喜遣妾而言曰,

찬보대희견첩이언왈

찬보가 무척 기꺼워하며 첩을 보내면서 말하기를,

待汝獻唐將之首 封汝爲貴妃.

대여헌당장지수 봉여위귀비

‘네가 당나라 장수의 머리를 베어 오길 기다려서

내 너를 귀비로 삼겠노라.’ 하였는데,

今逢尙書 師傅之言驗矣.

금봉상서 사부지언험의

이제 상서尙書를 만나 뵈오니

과연 사부님의 말씀과 같나이다.

願自此永奉履綦 忝侍左右,

원자차영봉리기 첨시좌우

相公其果肯諾乎?”

상공기과긍락호

이로부터 영원히 상공의 신발이나마 받들며

좌우에서 모시기를 바랍니다만

상공께서는 과연 승낙하실는지요?”

尙書大喜曰:“娘子旣救濱死之命,

상서대희왈 낭자기구빈사지명

상서가 무척 기뻐하며 말하기를,

“낭자가 이미 죽게 된 내 목숨을 구하고

且欲以身而事之, 此恩何可盡報?

차욕이신이사지 차은하가진보

또 몸으로 섬기고자 하니,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오?

白首偕老是我志矣.”

백수해로시아지의

백년해로하는 것이 바로 내 뜻이로다.”

因與同寢,

인여동침

인하여 함께동침하였는데,

以槍劒之色 代花燭之光,

이창검지색 대화촉지광

以刁斗之響 替琴瑟之聲,

이조두지향 체금슬지성

창검의 빛으로 화촉을 대신하고,

동라銅鑼 소리로 거문고와 비파 소리를 대신하니,

伏波營中月影正流, 玉門關外春色已回,

복파영중월영정류 옥문관외춘색이회

복파 장군伏波將軍의 군영 가운데 달빛이 뚜렷하고

옥문관 밖에 춘색이 이미 가득하여,

戎幕中一片豪興, 未必不愈於羅帷彩屛之中矣.

융막중일편호흥 미필불유어라유채병지중의

병영 속의 한 조각 호방한 흥취가

비단 천막 속의 아름다운 병풍 안 보다

반드시 낫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是後尙書晨昏沈溺, 不見將士至三日矣. 裊烟曰:

시후상서신혼침익 불견장사지삼일의 요연왈

이후로 상서는 새벽과 황혼녘에 심요연에게 빠져들어

장수와 사졸들을 보지 않음이 연 사흘이 되니,

심요연이 말하기를,

“軍中非婦女可居之處, 兵氣恐不揚矣.”

군중비부녀가거지처 병기공불양의

“군중은 부녀자가 거처할 곳이 아닐뿐더러,

군병의 사기가 오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乃欲辭歸 尙書曰: “仙娘非世上紅粉兒所可比也,

내욕사귀상서왈 선낭비세상홍분아소가비야

이어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돌아가려 하거늘

상서가 이르기를,

“선낭仙娘은 세상의 보통 여자들과 견줄 바가 아니니,

方祈畫奇計運妙策, 敎我而破賊矣,

방기화기계운묘책 교아이파적의

娘何棄歸耶?”

낭하기귀야

바야흐로 나에게 기묘한 계책을 알리고

묘책을 사용하도록 내게 가르쳐 주어 적을 깨드리도록 해야지,

선낭께서는 어찌 나를 버리고 돌아가려고 하오?”

裊烟曰:

요연왈

요연이 말하기를,

“以相公之神武, 蕩殘賊之巢窟在唾手間耳,

이상공지신무 탕잔적지소굴재타수간이

“상공의 신무神武로

쇠잔한 적의 소굴을 소탕하기는 순식간이온데,

何足以煩相公之慮哉? 妾之此來 雖仍師命,

하족이번상공지려재 첩지차래 수잉사명

어찌 상공께서 근심하실 필요가 있겠나이까?

첩이 여기에 온 것은 비록 스승의 명 때문이오나,

未及永辭矣, 歸見師傅姑居山中,

미급영사의 귀견사부고거산중

아직 길이 하직을 하지 않았으니

돌아가서 사부님을 뵙고 산 속에 얼마동안 머물러 있다가

徐待相公回軍, 當歸拜於京城矣.”

서대상공회군 당귀배어경성의

상공께서 군사를 돌이키시는 것을 서서히 기다려서

마땅히 서울에 돌아가 뵈옵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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