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尙書曰:

상서왈

상서가 말하기를,

“然娘子去後 贊普更遣他刺客,

연낭자거후 찬보갱견타자객

將何以備之?”

장하이비지

“그러나 낭자가 간 후에

찬보贊普가 다시 자객을 보내면

장차 어찌 준비해야 되겠느뇨?”

裊烟曰:

요연왈

요연이 대답하기를,

“刺客雖多 皆非裊烟之敵手.

자객수다 개비요연지적수

“자객이 비록 많으나

모두가 요연裊烟의 적수가 아니옵니다.

若知妾歸順於相公 則他人安敢來乎?”

약지첩귀순어상공 즉타인안감래호

만일 첩이 상공께 귀순한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어찌 감히 오겠나이까?”

手探腰間 出一顆珠曰:

수탐요간 출일과주왈

손으로 허리춤을 더듬어서

구슬 한 개를 내놓으며 말하기를,

“此珠名妙兒玩, 則贊普髻上所繫者也.

차주명묘아완 즉찬보계상소계자야

“이 구슬의 이름은 묘아완妙兒玩으로

곧 찬보의 상투 위에 맨 것입니다.

相公命使者送此珠, 使贊普之妾無復歸之意也.”

상공명사자송차주 사찬보지첩무복귀지의야

상공께서 명을 내리시어, 사자使者에게 이 구슬을 보내어

찬보에게 첩이 다시 돌아갈 뜻이 없음을 알려 주소서.”

尙書又問: “此外更無可敎者乎?”

상서우문 차외갱무가교자호

상서가 또 묻기를,

“이 밖에 다른 가르침은 없소.”

裊烟曰: “前路必過盤蛇谷,

요연왈 전로필과반사곡

요연이 대답하기를,

“앞길에 긴 뱀처럼 생긴 골짜기를 반드시 지날 것이옵고,

無可飮之水 相公湏愼之, 鑿井飮三軍 則好矣.”

무가음지수 상공수신지 착정음삼군 즉호의

그 골짜기에는 먹을 물이 없으니

상공께서는 반드시 신중을 기하시어

우물을 파서 삼군을 먹이시면 곧 좋을 것이나이다.”

尙書又欲問計,

상서우욕문계

裊烟一躍騰空 不可復見矣.

요연일약등공 불가부견의

상서가 또 계책을 물으려하자

요연이 한 번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니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尙書會將士 語裊烟之事 皆曰,

상서회장사 어요연지사 개왈

상서가 장수와 사병들을 모아 놓고 요연의 일을 얘기하자,

모두 이르기를,

元帥洪福如天, 神武慴敵 想有神人來助矣.

원수홍복여천 신무습적 상유신인래조의

‘원수의 홍복洪福이 하늘과 같아서

신무神武로 적을 떨게 하니,

어느 신인神人이 와서 도운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였다.

尙書卽發使 遣妙兒玩於蕃吐,

상서즉발사 견묘아완어번토

상서가 즉시 사자使者를 출발시켜

토번으로 묘아완妙兒玩 구슬을 보내고,

遂行到大山之下,

수행도대산지하

마침내 행군하여 큰 산 밑에 이르니,

峽路甚窄 纔容一馬

협로심착 재용일마

산골길이 매우 좁아

겨우 말 한 필이 지나갈 형편이기에,

攀壁緣澗魚貫, 而進過數百里,

반벽연간어관 이진과수백리

벽을 붙잡고 시냇가를 따라 고기를 잡으며

나아가는데, 수백 리를 지나서야

始得稍廣之處, 設寨立營 歇馬休軍.

시득초광지처 설채립영 헐마휴군

비로소 약간 넓은 곳이 있어

그 곳에 영채營寨를 만들어 세우고

말의 갈증을 풀며 군사를 쉬게 하였다.

軍士勞頓渴甚求水不得,

군사로돈갈심구수부득

見山下有大澤, 爭飮其水

견산하유대택 쟁음기수

군사들이 노곤하고 갈증이 심하여

물을 구하려 하나 구할 수가 없었는데,

산밑에 큰 연못이 있음을 보고

다투어 나아가 마시니

飮畢遍身皆靑, 語言不通

음필편신개청 어언불통

戰掉欲死 奄奄就盡.

전도욕사 엄엄취진

마시고 나면 몸에 온통 푸른빛이 퍼지고

말이 불통하며 떨면서 죽어가거나

몸이 쇠약해져서 탈진脫盡 상태가 되었다.

尙書自往見, 其水色沈碧 深不可測,

상서자왕견 기수색침벽 심불가측

상서가 몸소 가서 보니

그 물빛이 무겁고 푸르러

깊이를 측량할 수가 없었으며,

寒氣凜慄 似挾秋霜 始悟曰,

한기늠률 사협추상 시오왈

찬 기운이 몸을 떨게 하여

마치 가을 서리가 낀 것 같거늘

비로소 깨닫고 이르기를,

是必裊烟所謂盤蛇谷也. 督餘軍掘井,

시필요연소위반사곡야 독여군굴정

衆軍鑿數百餘井,

중군착수백여정

‘여기가 바로 요연이 말한 반사곡이구나.’

남은 군사들을 독려하여 우물을 파고,

여러 군사들은 수백여 개의 우물을 팠으나,

高可十丈而無一湧水之處, 尙書大以爲憫,

고가십장이무일용수지처 상서대이위민

깊이가 백 자나 되어도 한 곳도 물이 솟아나지 아니하니

상서가 무척 민망하게 생각하여

方欲撤營 移陣於他處矣.

방욕철영 이진어타처의

바야흐로 군영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진陣을 옮기려 하였다.

鼙鼓之聲忽自山後而來, 雷聲殷地岩谷皆應,

비고지성홀자산후이래 뇌성은지암곡개응

꽹과리와 북 소리가 홀연 산 앞뒤로부터 들려오는데,

그 뇌성雷聲이 땅을 진동하고, 암곡岩谷이 다 응접하여

賊兵據基險阻以絶歸路, 官軍進退俱碍飢渴且甚.

적병거기험조이절귀로 관군진퇴구애기갈차심

적병들이 지세가 험난하고 막힌 곳에 웅거한 채 돌아갈 길을 끊으니

관군들의 진퇴가 어려워지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또한 심하였다.

尙書方在營中, 思退敵之計 而終無善策,

상서방재영중 사퇴적지계 이종무선책

상서는 바야흐로 영중營中에 있으면서

적을 물리칠 계교를 생각하였으나

마침내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

悶惱之久 神氣頗困, 倚卓而少眠.

민뇌지구 신기파곤 의탁이소면

오랫동안 고민 하다가 신기神氣가 자못 곤困하여,

탁자에 기댄 채 잠깐 잠이 들었다.

忽有異香遍滿營中, 女童兩人進立於尙書之前,

홀유이향편만영중 녀동양인진립어상서지전

홀연 기이한 향내가 영중에 가득 차며

계집아이 둘이 상서 앞으로 나아와 서는데,

容狀奇異非仙則鬼.

용상기이비선즉귀

그 용상容狀이 신선이 아니면 귀신인 듯하였다.

告於尙書曰:“吾娘子欲告一言於貴人,

고어상서왈 오낭자욕고일언어귀인

상서에게 아뢰기를,

“저희 낭자 귀인께 한 말씀을 아뢰고자 하오니,

願貴人無惜一枉於陋穢之地.”

원귀인무석일왕어루예지지

바라옵건대 귀인은

누추한 곳에 한 번 왕림하시기를 아끼지 마옵소서.”

尙書問曰:“娘子是何人在何處?”

상서문왈 낭자시하인재하처

상서가 묻기를,

“낭자들은 실로 어떤 사람이며, 어느 곳에 있는고?”

答曰:“吾娘子卽洞庭龍君小女也,

답왈 오낭자즉동정룡군소녀야

近日暫離宮中來寓於此矣.”

근일잠리궁중래우어차의

계집아이가 대답하기를,

“저희 낭자들은 곧 동정 용왕洞庭龍王의 작은 딸이온데,

요즘 잠시 궁중을 떠나 이곳에 와 거처하나이다.”

尙書曰:“龍神所在卽水府也,

상서왈 룡신소재즉수부야

상서가 말하기를,

“용왕이 사는 곳은 수부水府요,

我人世人也, 將以何術致身乎?”

아인세인야 장이하술치신호

나는 인간 세계의 사람이니,

장차 무슨 술법으로 내 몸을 가게 하겠는고?”

女童曰:“神馬已繫於門外,

녀동왈 신마이계어문외

계집아이가 대답하기를,

“신마神馬를 이미 문 밖에 매어 놓았사오니,

貴人騎之則自當至矣. 水府不遠何難之有乎?”

귀인기지즉자당지의 수부불원하난지유호

귀인이 그것을 타시면 자연 이르게 되옵니다.

수부水府가 멀지 않으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尙書隨女童出轅門,

상서수녀동출원문

상서가 계집아이들을 따라 진문陣門을 나아갔는데

從者數十人, 衣服殊制 儀形不常.

종자수십인 의복수제 의형불상

종자 수십 인의 의복이 이상하게 지어졌으며,

의형儀形이 예사롭지 않았다.

扶尙書上馬馬行如流,

부상서상마마행여류

飛塵不起於蹄下矣.

비진불기어제하의

그들이 상서를 거들어서 말에 올리니

말 걸음이 물 흐르듯 빨라도

날리는 먼지가 말굽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俄頃至水中, 宮闕宏麗 如王者之居,

아경지수중 궁궐굉려 여왕자지거

守門之卒 皆魚頭蝦鬚矣.

수문지졸 개어두하수의

이윽고 수부에 다다르니

궁궐이 대단히 장려壯麗하여 임금이 계신 곳 같았고,

문 지키는 군사들은 모두 물고기 머리에 새우 수염 차림이었다.

女童數人 自內開門出導, 尙書升堂上,

녀동수인 자내개문출도 상서승당상

계집아이 여러 명이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와서

상서를 인도하여 당상堂上에 오르게 하더니

殿中有白玉交倚 南向而設, 侍女請尙書坐其上.

전중유백옥교의 남향이설 시녀청상서좌기상

전각 가운데 백옥으로 꾸민 의자가 남향으로 놓였는데,

시녀가 상서에게 그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다.

鋪錦繡步障於階砌之下, 卽入於內殿,

포금수보장어계체지하 즉입어내전

섬돌 계단 아래에 비단 자리를 깔아 놓고서

곧 내전으로 들어가더니,

未幾侍女十餘人, 引一箇女子,

미기시녀십여인 인일개녀자

얼마 되지 않아 시녀 십여 인이

낭자 한 사람을 인도하여

從左邊月廊抵殿前, 姿態之媚 服飾之華,

종좌변월랑저전전 자태지미 복식지화

俱不可形言.

구불가형언

왼편 월랑月廊을 따라 전각 앞에 다다랐는데,

자태의 아름다움과 의복의 화려함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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