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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書曰:“今聞娘子之言, 兩人之緣天已定之.
상서왈 금문낭자지언 양인지연천이정지
상서가 말하기를,
“이제 낭자의 말을 들으니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이미 정한 것이고,
神亦知之 月老之約 肆可卜矣, 娘子之意亦如我否?”
신역지지 월로지약 사가복의 낭자지의역여아부
신이 또한 그것을 알고 있으니,
월하노인月下老人의 언약을 점칠 수 있음직한데,
낭자의 뜻 또한 나와 같으뇨?”
龍女曰:“妾之陋質 雖已許之,
룡녀왈 첩지루질 수이허지
용녀가 대답하기를,
“첩의 누추한 재질을
비록 이미 낭군께 허락키로 하였사오나,
徑侍郞君 不可者三.
경시랑군 불가자삼
지레 낭군을 모심이 가당치 않은 점이 셋이 있나이다.
一則不告父母也, 二則幻形變質以後,
일즉불고부모야 이즉환형변질이후
方可以侍貴人也,
방가이시귀인야
첫째는 부모께 고하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첩이 환형 변질幻形變質 한 후에야
바야흐로 귀인을 모실 수 있는 것이거늘,
今不可以鱗甲之腥 鬐鬣之陋,
금불가이린갑지성 기서지루
以累貴人之床席也,
이루귀인지상석야
이제 비늘 껍질에다 지느러미와
갈기를 지닌 냄새나고 누추한 몸으로써
귀인의 자리를 더럽히지 못할 것이오며,
三則南海龍子 每送邏卒於此,
삼즉남해룡자 매송라졸어차
셋째로 남해 용왕의 아들이
매양 나졸邏卒들을 이 근처로 보내어
暗暗偵探 不可激其怒而挑其禍, 以起一場風波也.
암암정탐 불가격기로이도기화 이기일장풍파야
암암리에 정탐하여 가당치 않게도,
그 노여움을 격동시키고 화를 도발하여
한바탕 풍파를 일으킬 것이니,
貴人湏早歸陣中, 整軍殲賊 得遂大勳,
귀인수조귀진중 정군섬적 득수대훈
귀인은 모름지기 속히 진중으로 돌아가시어
군사를 바로잡고 도적을 멸하사 큰 공을 이루어
奏凱還京 則妾當褰裳涉溱, 從貴人於甲第之中也.”
주개환경 즉첩당건상섭진 종귀인어갑제지중야
개가凱歌를 부르고 서울로 돌아오시면,
첩은 마땅히 치마를 걷고서 진수溱水를 건너
갑제甲第 가운데로 귀인을 따라 가오리다.”
尙書曰:“娘子之言雖美, 我思之娘之來此,
상서왈 낭자지언수미 아사지낭지래차
상서가 말하기를,
“낭자의 말은 비록 아름답지만
내 생각에는 낭자가 이곳에 온 목적은
不但守志 而亦父王, 欲使留待少游之來 而卽從之也.
부단수지 이역부왕 욕사류대소유지래 이즉종지야
단지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고,
또한 부왕께서 낭자로 하여금 여기에 머물러 소유가 오기를 기다려서
곧 그를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오.
今日之相會豈非父王之命乎? 且娘子神明之後 靈异之性也,
금일지상회기비부왕지명호 차낭자신명지후 령이지성야
오늘 서로 만난 것이 어찌 부왕의 명이 아니겠느뇨?
또한 낭자는 신명神明의 후손이요, 영이靈异한 성품이라
出入人神之間 無所往而不可, 則豈以鱗鬣爲嫌乎?
출입인신지간 무소왕이불가 즉기이린서위혐호
사람과 귀신 사이에 출입함에 간 데마다 옳지 않음이 없은즉,
어찌 비늘과 지느러미로 인해 그대를 꺼려하리오?
少游雖不才, 奉天子之明命,
소유수부재 봉천자지명명
소유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將百萬之雄兵, 飛廉爲之導先, 海若爲之殿後,
장백만지웅병 비염위지도선 해약위지전후
백만의 웅병을 거느리고
바람 신神으로 선도를 삼고
해신海神으로 후진後陣을 삼는다면,
其視南海小兒 如蚊虻螻蟻而已,
기시남해소아 여문맹루의이이
저 남해의 어린애는
모기나 하루살이 같이 보일 따름이니,
渠若不自量, 妄欲相逼 則不過汚我寶劍而已.
거약부자량 망욕상핍 즉불과오아보검이이
이제 만일 스스로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망령되이 서로 핍박코자 한다면
내 보검을 더럽히는데 불과할 뿐이오이다.
今夜何幸邂逅相逢 則良辰,
금야하행해후상봉 즉량신
오늘 밤 서로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데 이 좋은 밤 시간을
豈可虛度 佳期何忽孤負?”
기가허도 가기하홀고부
어찌 헛되이 보낼 수가 있으며,
아름다운 기약을 어찌 홀로 저버릴 수 있으리오?
遂携龍女而就枕,
수휴룡녀이취침
交會之歡 非夢則眞.
교회지환 비몽즉진
드디어 용녀를 품에 안고 잠자리에 드니
정을 주고받는 즐거움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日未明 一聲疾雷鍧鍧, 簸却水晶宮殿,
일미명 일성질뢰굉굉 파각수정궁전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우레 같은 소리와 쇠북소리가 들리며
수정궁전水晶宮殿이 키 까불리듯이 뒤흔들리기에
龍女忽警覺而起 宮女報急曰:
룡녀홀경각이기 궁녀보급왈
용녀가 문득 사리를 깨닫고 일어나는데,
궁녀가 급히 보고하기를,
“大禍出矣. 南海太子駈無數軍兵,
대화출의 남해태자구무수군병
“큰 화禍가 일어났나이다.
남해 태자가 무수한 군병들을 몰고 와서
來陣山下 請與楊元帥決雌雄矣.”
래진산하 청여양원수결자웅의
산 아래에 진을 치고
양원수와 자웅을 결決하기를 청하였나이다.”
尙書大怒曰:
상서대로왈
“狂童何敢乃爾?”
광동하감내이
상서가 크게 노하여 이르기를,
“미친 아이가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느뇨?”
拂袂而起跳出水邊,
불몌이기도출수변
南海兵已圍白龍潭.
남해병이위백룡담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물가로 걸어서 나아가니,
남해의 병사들이 이미 백룡담을 에워싸고 있었다.
喊聲大震陣雲四起,
함성대진진운사기
所謂太子者躍馬出陣而大叱曰:
소위태자자약마출진이대질왈
함성이 크게 진동하고 진운陣雲이 사면에서 일어나는데,
태자라는 자가 말을 달려 진陣을 나와 크게 꾸짖기를,
“爾爲何人而掠人之妻乎?
이위하인이략인지처호
誓不與共立天地間也.”
서불여공립천지간야
“너는 어떻게 생긴 인물이기에 남의 아내를 빼앗아 가는고?
맹세코 천지간에 너와 함께 서지 아니하리라.”
尙書立馬大笑曰:“洞庭龍女 與少游有三生宿緣,
상서립마대소왈 동정룡녀 여소유유삼생숙연
상서가 말을 세우고 크게 비웃기를,
“동정 용녀와 소유는 삼생三生의 숙연宿緣이 있음은
卽天宮之所簿, 眞人之所知也,
즉천궁지소부 진인지소지야
천궁의 명부에 기록된 바요,
진인眞人께서도 아시는 것인즉,
我不過順天命也 奉天敎也.
아불과순천명야 봉천교야
나는 천명에 따르고
하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에 불과하도다.
幺麽鱗虫 何無禮若是耶?”
요마린충 하무례약시야
변변치 못한 물고기 새끼가
무례함이 어찌 이 같을꼬?”
太子大怒 命千萬種水族,
태자대로 명천만종수족
태자가 대로하여
천만가지의 물고기들에게 상서를 잡도록 명을 내리니,
鯉提督 鼈參軍 鼔氣賈勇, 騰跳而出
리제독 별참군 고기가용 등도이출
잉어 제독과 자라 참군參軍이 기운을 돋우고
용맹을 내어 뛰어 나왔다.
尙書一麾而斬之, 擧白玉鞭一揮之,
상서일휘이참지 거백옥편일휘지
그러자 상서가 군사들을 한 번 지휘하여 다 목을 베고,
백옥 채찍을 들어 한 번 휘두르니
百萬勇卒 齊發蹴踏, 不移時敗鱗殘甲 已滿地矣.
백만용졸 제발축답 불이시패린잔갑 이만지의
백만의 용감한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그들을 차고 짓밟은즉,
삽시간에 부스러진 비늘과 깨어진 껍질이 땅에 가득 찼다.
太子身被數矢不能變化, 終爲唐軍所擭縛致麾下,
태자신피수시불능변화 종위당군소획박치휘하
태자는 몸에 여러 개의 화살을 맞아 역전의 기회를 놓치고
마침내 당군唐軍에게 잡혀 휘하麾下에 묶여 오기에 이르렀으니,
尙書大悅 擊金收軍 門卒報曰:
상서대열 격금수군 문졸보왈
상서가 크게 기뻐하고 징을 쳐서 군사를 거두고 있는데
문을 지키는 병사가 아뢰기를,
“白龍潭娘子親詣軍前進賀元帥,
백룡담낭자친예군전진하원수
仍飽軍卒矣.”
잉포군졸의
“백룡담의 낭자께서 몸소 진 앞에 나아와
원수께 치하를 드리고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자 하시나이다.”
尙書使人邀入, 龍女進賀尙書之全勝,
상서사인요입 룡녀진하상서지전승
以千石酒萬頭牛 大饗三軍,
이천석주만두우 대향삼군
상서가 사람을 시켜 맞아들이자,
용녀가 나와서 원수의 전승함을 치하하고
술 천 석과 소 만 필로써 삼군에 큰 잔치를 베푼즉,
士卒鼔腹 而歌翹足而舞, 輕銳之氣百倍矣.
사졸고복 이가교족이무 경예지기백배의
사졸들이 배불리 먹고 즐거워하여
노래를 부르고 발을 흔들며 춤을 추니
날래고 예리銳利한 사기는 전보다 백배나 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