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出送於殿門之外, 有山突兀秀出五峯,

출송어전문지외 유산돌올수산오봉

용왕이 전문 밖에까지 나와 전송하는데,

산악이 우뚝 솟아 있고, 다섯 봉우리가 유독 빼어나

高入於雲煙, 尙書便有游覽之興,

고입어운연 상서변유유람지흥

구름과 안개 사이로 높이 들어있어,

상서는 문득 유람하고 싶은 흥취가 일어났다.

問於龍王曰: “此山何名?

문어룡왕왈 차산하명

용왕에게 묻기를,

“이 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나이까?

少游歷遍天下 而惟未見此山及華山也.”

소유력편천하 이유미견차산급화산야

소유가 천하를 두루 돌아다녔으되,

오직 이 산과 화산華山만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龍王曰: “元帥未聞此山之名乎?

룡왕왈 원수미문차산지명호

용왕이 대답하기를,

“원수는 이 산의 이름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卽南岳衡山 奇且異也.”

즉남악형산 기차리야

이는 곧 남악 형산南岳衡山으로

신기하고도 이상한 산이오이다.”

尙書曰: “何以則今日可登此山乎?”

상서왈 하이즉금일가등차산호

상서가 말하기를,

“어찌하면 오늘 이 산에 오를 수 있나이까?”

龍王曰:“日勢猶未晩矣,

룡왕왈 일세유미만의

용왕이 대답하기를,

“해의 형편이 아직 늦지 아니하였으니,

雖暫玩而歸 亦未暮矣.”

수잠완이귀 역미모의

비록 잠깐 구경하고 돌아가도

또한 날이 저물지 않을 것이외다.”

尙書卽上車 已在衡山之下矣. 携竹杖訪石逕,

상서즉상거 이재형산지하의 휴죽장방석경

상서가 곧 수레에 오르자

벌써 형산衡山의 아래에 다다른지라,

대지팡이를 짚고 돌길을 찾아가매

經一丘度一壑, 山益高境轉幽,

경일구도일학 산익고경전유

한 언덕을 지나고 한 구렁을 건너서니

산이 더욱 높아지고 지경이 점점 그윽하며

景物森羅不可應接, 所謂千岩競秀,

경물삼라불가응접 소위천암경수

경물景物이 빽빽이 널려 있어 이루 다 구경할 수가 없었으니,

이른바 ‘일천 개의 바위가 다투어 솟아 있고,

萬壑爭流者 眞善形容也.

만학쟁류자 진선형용야

일만의 깊은 골짜기가 다투어 흘러가는 것이

바로 진선眞善의 모습’ 그대로였다.

尙書柱筇聘矚 幽思自集 乃歎息曰:

상서주공빙촉 유사자집 내탄식왈

상서가 지팡이를 짚고 둘러보니

그윽한 생각이 저절로 모이거늘 탄식하기를,

“積苦兵間 獘情勞神, 此身塵緣 何太重耶?

적고병간 폐정로신 차신진연 하태중야

“괴로운 군대 일이 쌓인 사이에

정情이 피폐하고 정신이 고달프게 되었으니,

이 몸의 속세 인연이 어찌 그리 중할꼬?

安得功成身退, 超然物外之人也.”

안득공성신퇴 초연물외지인야

어찌하면 공이 이뤄지고 몸은 물러나

초연한 물외物外의 사람이 될고.”

俄聞石磬之聲出於林端, 尙書曰蘭若必不遠,

아문석경지성출어림단 상서왈란야필불원

문득 석경石磬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오기에

상서가 ‘절간이 필연 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及涉絶巘上高頂 有一寺.

급섭절헌상고정 유일사

이어서 걸어 심히 가파른 언덕의 높은 꼭대기에 올라 가 보니

한 절이 있었다.

殿閣深邃 法侶坌集, 老僧趺坐蒲團 方誦經說法,

전각심수 법려분집 로승부좌포단 방송경설법

전각이 깊숙하고 그윽하며 여러 중들이 모여 있고,

노승이 포단蒲團에 부좌趺坐한 채

바야흐로 경문을 외우며 설법하는데,

眉長而綠 骨淸而癯, 可知年紀之高矣.

미장이록 골청이구 가지년기지고의

눈썹이 길고 푸르며

골격이 맑고 파리하여

그 연기年紀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見尙書至 率闍利下堂 迎之曰:

견상서지 솔도리하당 영지왈

상서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노승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당에서 내려가 맞이하며 말하기를,

“山野之人聾聵, 不知大元帥之來,

산야지인롱외 부지대원수지래

“산야의 사람이 귀가 밝지 못하여

대원수 오시는 줄 모르고

未能迎候於山門請相公恕之.

미능영후어산문청상공서지

산문까지 나가서 영접하지 못한 것을

상공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今番非元帥永來之日, 須上殿 禮佛而去.”

금번비원수영래지일 수상전 례불이거

그러나 이번이 영구히 오는 날이 아니오니,

모름지기 전각에 올라 예불을 올리고 돌아가소서.”

尙書卽詣佛前焚香展拜, 方下殿 忽跌足驚覺,

상서즉예불전분향전배 방하전 홀질족경각

상서가 바로 불전에 나아가 분향 전배展拜한 후,

바야흐로 전각을 내려서는데

홀연 실족하여 깜짝 놀라 깨달으니,

身在營中 倚卓而坐, 東方微明矣.

신재영중 의탁이좌 동방미명의

몸은 영중營中에서 탁자를 의지하여 앉아 있었고,

동방東方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尙書異之 問於諸將曰:

상서리지 문어제장왈

상서가 이상히 여겨

여러 장수에게 묻기를,

“公等亦有夢乎?”

공등역유몽호

“공들도 또한 꿈을 꾸었느뇨?”

齊答曰: “小的等皆夢陪元帥, 與神兵鬼卒大戰而破之,

제답왈 소적등개몽배원수 여신병귀졸대전이파지

여러 장수들이 일제히 대답하기를,

“소장 등도 모두 꿈에 원수를 따라서

신병귀졸神兵鬼卒과 크게 싸워 그들을 격파하고,

擒其大將而歸, 此實擒胡之吉兆也.”

금귀대장이귀 차실금호지길조야

그 대장을 사로잡아 돌아왔으니,

이는 실로 오랑캐를 사로잡을 길조吉兆로소이다.”

尙書備說夢中之事, 與諸將往見白龍潭,

상서비설몽중지사 여제장왕견백룡담

상서가 꿈속의 일을 낱낱이 설명하고

여러 장수들과 함께 백룡담에 가보니,

碎鱗鋪地 流血成川.

쇄린포지 류혈성천

부스러지고 깨진 비늘 껍질들이 땅에 널려있고

흐르는 피가 내를 이루었다.

尙書持盃 酌水先嘗, 因飮病卒 卽快癒矣.

상서지배 작수선상 인음병졸 즉쾌유의

상서가 잔을 들고 물을 떠서 먼저 맛보고

이에 병든 군사들에게 먹이니,

그들의 병이 바로 나았다.

駈衆軍及戰馬, 臨水快吸 歡動天地,

구중군급전마 임수쾌흡 환동천지

모든 군사들과 전마를 몰고

물에 다가가서 흡족히 마시게 하니

기꺼워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는데.

賊聞之大惧 欲與櫬而降矣.

적문지대구 욕여친이항의

적들이 이 소리를 듣고 무척 두려워하여

곧 무리를 지어 항복하려고 하였다.

尙書出師之後 捷書相續,

상서출사지후 첩서상속

상서가 출사한 이후로

승전을 알리는 글이 이어 올라옴으로

上嘉之 一日朝太后, 稱楊少游之功曰:

상가지 일일조태후 칭양소유지공왈

천자께서 그를 가상히 여기사

하루는 태후께 조회하고

양소유의 공을 칭찬하시기를,

“少游郭汾陽後一人.

소유곽분양후일인

“소유는 곽분양郭汾陽 이후의 유일한 사람이로소이다.

待其還來卽拜丞相. 以酬不世之勳而,

대기환래즉배승상 이수불세지훈이

그가 조정에 돌아오길 기다려서 곧 승상丞相을 시켜

세상에 드믄 공을 갚을까 하옵니다.

但御妹婚事 尙未窂定, 彼若回心 從命則大善,

단어매혼사 상미로정 피약회심 종명즉대선

그러나 다만 누이의 혼사를

아직껏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사오니,

그가 마음을 돌리고 명에 따르면 무척 다행이거니와,

若又堅執 則功臣不可罪矣.

약우견집 즉공신불가죄의

만일 또 굳이 고집한다 해도

공신을 죄를 줄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其志不可奪矣,기지불가탈의

處治之道 實難得當是可憫也.”

처치지도 실난득당시가민야

그 뜻을 빼앗을 수가 없기 때문에

처치할 도리가

실로 마땅함을 얻기 어려운 것이 민망할 뿐이옵니다.”

太后曰:“我聞鄭家女子誠美,

태후왈 아문정가녀자성미

태후가 이르기를,

“내가 듣기에 정사도의 딸아이가 실로 아름답고

且與少游曾已相見, 少游豈肯棄之?

차여소유증이상견 소유기긍기지

또한 소유와 더불어 일찍이 서로 본 적이 있다 하니,

소유가 어찌 정녀鄭女를 버릴 수가 있으리오.

吾意則乘少游出外之日, 下詔於鄭家 與他人結婚,

오의즉승소유출외지일 하조어정가 여타인결혼

내 생각으로는 소유가 변방에 나아간 틈을 타서

정씨 집안에 조서詔書를 내리고

정녀로 하여금 타인과 결혼케 하면

則少游之望絶矣, 君命何可不從乎?”

즉소유지망절의 군명하가부종호

소유도 소망이 끊어질 터이니,

군명君命을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上久不仰答 黙然而出,

상구불앙답 묵연이출

임금은 오래도록 대답치 아니하시더니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蘭陽公主在太后之側, 乃告於太后曰:

란양공주재태후지측 내고어태후왈

이때 난양공주가 태후 곁에 있다가

태후께 여쭙기를,

“娘娘之敎 大違於事軆. 鄭女之婚與不婚,

낭낭지교 대위어사체 정녀지혼여불혼

“마마의 하교는 일의 형편에 크게 어긋나나이다.

정녀가 혼인을 하고 아니하고는

自是其家之事, 豈朝廷所可指揮者乎?”

자시기가지사 기조정소가지휘자호

본래 그 집의 일이요,

어찌 조정에서 지휘할 바이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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