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太后曰:“此卽汝之重事國之大禮, 我欲與汝相議爾.
태후왈 차즉여지중사국지대례 아욕여여상의이
태후가 말하기를,
“이 일은 곧 너에게는 중한 일이요, 나라의 큰 예절이니,
너와 더불어 상의코자 하노라.
尙書楊少游風彩文章, 非獨卓於朝紳之列,
상서양소유풍채문장 비독탁어조신지열
상서 양소유는 풍채風彩와 문학이
조신朝紳 중 다만 홀로 뛰어날 뿐 아니라,
曾以洞簫一曲 卜汝秦樓之緣, 決不可棄楊家 而求他人矣,
증이동소일곡 복여진루지연 결불가기양가 이구타인의
지난날 퉁소 한 곡조로써
너와 천생 연분인 줄 알았은즉,
결코 양가를 버리고 타인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少游本與鄭家 情分不泛, 彼此亦不可背矣.
소유본여정가 정분불범 피차역불가배의
소유가 본디 정사도 집과 더불어 정분情分이 범연치 아니하여
서로 저버릴 수 없는 형편이다.
是事極其難處, 少游還軍之後 先行汝之婚禮,
시사극기난처 소유환군지후 선행여지혼례
이로써 이 일은 극히 난처하게 되었는데,
소유가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 온 후에
너의 혼례를 먼저 치르고 다음에
使少游次娶鄭女爲妾, 則少游可無辭矣,
사소유차취정녀위첩 즉소유가무사의
소유로 하여금 정녀에게 다시 장가들게 하여 첩을 삼게 하면
소유도 사양치 못할 듯한데,
第未知汝意 以是趑趄耳.
제미지여의 이시자저이
다만 너의 의향을 알지 못하기에
이렇듯 망설이고 있느니라.”
公主對曰:
공주대왈
공주가 여쭙기를,
“小女一生不識妬忌爲甚事也, 鄭女何可忌乎?
소녀일생불식투기위심사야 정녀하가기호
“소녀가 일생에 투기妬忌가 무엇인 줄을 알지 못하오니,
정녀를 어찌 꺼리겠습니까?
但楊尙書初旣納聘, 後以爲妾非禮也.
단양상서초기납빙 후이위첩비례야
다만 양상서께서 처음에 이미 약혼의 예물을 받았는데
후에 첩으로 삼는 것은 예가 아니옵니다.
鄭司徒累代宰相 國朝大族,
정사도루대재상 국조대족
정사도는 여러 대에 걸친 재상이요,
명문 거족이니,
以其女子爲人姬妾 不亦寃乎? 此亦不可也.
이기녀자위인희첩 불역원호 차역불가야
그의 여아로서 남의 첩을 삼게 함이
또한 원통하지 않으리오?
이 또한 합당치 않사옵니다.”
太后曰: “然則汝意欲何以處之乎?”
태후왈 연즉여의욕하이처지호
태후가 말씀하기를,
“그러면 네 뜻에는 어떻게 조처하고자 하느뇨?”
公主曰: “國法諸侯三夫人也,
공주왈 국법제후삼부인야
공주 대답하기를,
“국법에 제후는 부인이 셋이온데,
楊尙書成功還朝, 則大可爲王 小不失爲侯,
양상서성공환조 즉대가위왕 소불실위후
양상서가 성공하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제후]이 될 것이요,
적어도 제후諸侯는 반드시 될 것이오니,
聘兩夫人實非僣也.
빙양부인실비참야
두 부인을 두는 것이 실로 참람僭濫하지 않을 것이며,
當此之時 亦許娶鄭女 則何如?”
당차지시 역허취정녀 즉하여
이때를 당하여
또한 정녀에게
정실正室로 장가들도록 허락하시면 어떠하오리까?”
太后曰:
태후왈
태후가 말씀하기를,
“是則不可 女子勢均軆敵, 則同爲夫人 固無所妨,
시즉불가 녀자세균체적 즉동위부인 고무소방
“이는 옳지 않도다.
딸의 입장이 다른 여자와 비슷하면
함께 부인이 되어도
굳이 꺼리는 바가 없겠지만,
女兒先帝之愛女 今上之寵妹,
녀아선제지애녀 금상지총매
내 딸은 선제先帝께서 사랑하셨던 딸이요,
금상께서 총애하시는 누이이니,
身固重矣位亦尊矣,
신고중의위역존의
몸이 실로 귀중하고
지위 또한 존귀하거늘,
豈可與閭閻小女子, 齊肩而事人乎?”
기가여려염소녀자 제견이사인호
어찌 여염집의 지위가 낮은 여자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사람을 섬길 수 있겠느뇨?”
公主曰: “小女亦知身地之尊重,
공주왈 소녀역지신지지존중
공주가 대답하기를,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높고 중한 줄은 잘 아나이다.
而古之聖帝明王, 尊賢敬士 忘身愛德,
이고지성제명왕 존현경사 망신애덕
옛적에 성제 명왕聖帝明王도
어진 이를 높이고 선비를 공경하여
몸의 존중함을 잊고, 그 덕을 사랑하여
以萬乘 而友匹夫者.
이만승 이우필부자
만승萬乘의 천자이지만
신분이 낮은 사람을 벗 삼으셨나이다.
小女聞鄭氏女子容貌節行, 雖古今烈女不及也.
소녀문정씨녀자용모절행 수고금렬녀불급야
소녀는 정씨 댁 딸의 용모와 절행節行이
비록 고금의 열녀라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나이다.
誠如是言與彼幷肩, 亦小女之幸也 非小女之辱也.
성여시언여피병견 역소녀지행야 비소녀지욕야
진실로 이 말과 같다면 그녀와 함께 어깨를 견줌이
또한 소녀에게는 다행한 일이요,
소녀에게는 욕이 되지 않을 것이나이다.
但傳聞易爽 虛實難副, 小女欲因某條 親見鄭氏
단전문이상 허실난부 소녀욕인모조 친견정씨
그러하오나 전하는 말과 틀리기 쉽사오니,
그 허실을 믿기 어렵사오매,
소녀가 아무쪼록 친히 정녀를 보아,
其容貌才德 果出於小女之右, 則小女屈身仰事.
기용모재덕 과출어소녀지우 즉소녀굴신앙사
그 용모와 재덕才德이 과연 소녀보다 나으면
소녀는 몸을 굽혀 우러러 섬기겠나이다.
若所見不如所聞, 則爲妾爲僕 惟娘娘矣.”
약소견불여소문 즉위첩위복 유낭낭의
만일 소견이 소문만 못하면
첩을 삼게 하거나 종을 삼게 하거나
오직 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太后嗟歎曰:“妬才忌色女子常情,
태후차탄왈 투재기색녀자상정
태후가 탄식하기를,
“재주를 시기하고 아리따움을 질투함은
여자의 상정常情이거늘,
吾女兒愛人之才若己之有, 敬人之德 如渴求飮,
오녀아애인지재약기지유 경인지덕 여갈구음
내 딸아이는 남의 재주 사랑하기를 제 몸에 있는 것같이 하고,
남의 덕 공경하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 찾듯이 하니,
其爲母者 豈無嘉悅之心哉?
기위모자 기무가열지심재
그 어미된 자로서
어찌 기특하고 기쁜 마음이 없으리오?
吾欲一見鄭女 明日當下詔於鄭家矣.”
오욕일견정녀 명일당하조어정가의
나도 정녀를 한 번 보고 싶으니
내일 마땅히 정씨 집안에 조서를 보내리로다.”
公主曰:
공주왈
공주가 여쭙기를,
“雖有娘娘之命 鄭女必稱病不來.
수유낭낭지명 정녀필칭병불래
“비록 마마의 명이 계시어도
정녀는 필연 칭병稱病하고 오지 않을 것이며,
然則宰相家女兒 不可脅致,
연즉재상가녀아 불가협치
그렇다고 재상가의 여자 아이를
함부로 협박하여 부르시지는 못할 터이니,
若分付於道觀尼院,
약분부어도관니원
도관道觀과 이원尼院에 분부를 내리시와,
預知鄭女焚香之日, 則一者逢着 恐不難矣.”
예지정녀분향지일 즉일자봉착 공불난의
미리 정녀가 분향하는 날을 알면
한 번 만나 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듯하나이다.”
太后是之 卽使小黃門問於近處寺觀 正弊院,
태후시지 즉사소황문문어근처사관 정폐원
태후께서도 이를 옳게 여겨서
어린 환관을 시켜 근처의 사관寺觀 정폐원正弊院에 물으니
尼姑曰:“鄭司徒家本行佛事於吾寺,
니고왈 정사도가본행불사어오사
여승이 아뢰기를,
“정사도 댁에서 본시 불사佛事를 우리 절에서 올리되,
而其小姐元不往來於寺觀,
이기소저원불왕래어사관
그 소저는 본디 사관寺觀에 왕래하지 아니하옵고
三日前小姐侍婢楊尙書小室, 賈孺人奉小姐之命,
삼일전소저시비양상서소실 가유인봉소저지명
삼일 전에 소저의 시비이며 양상서의 소실인
가춘운賈春雲이 소저의 명을 받아
以發願之文納於佛前而去,
이발원지문납어불전이거
그의 발원發願하는 글을 불전에 바치고 갔사오니,
願黃門賫去此文, 復命太后娘娘 如何?”
원황문재거차문 복명태후낭낭 여하
환관께서는 이 글을 가지고 가서
태후 마마께 복명하심이 어떠하시나이까?”
黃門還來以此奏進太后曰:
황문환래이차주진태후왈
환관이 돌아와 이대로 아뢰면서
소저의 발원서發願書를 올리니, 태후 이르시기를,
“苟如是則見鄭女之面難矣.”
구여시즉견정녀지면난의
“진실로 이와 같다면 정녀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우리라.”
與公主同覽其祝文曰:
여공주동람기축문왈
공주와 더불어 그 발원서를 함께 보았는데,
그 발원서에 쓰이기를,
“弟子鄭氏瓊貝謹使婢子春雲, 齋沐頓首 敬告于諸佛前.
제자정씨경패근사비자춘운재목돈수 경고우제불전
“제자 정씨 경패瓊貝는 삼가 비자 춘운婢子春雲을 시켜
목욕 재계沐浴齋戒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의 앞에서 삼가 고하나이다.
弟子瓊貝罪惡甚重 業障未除,
제자경패죄악심중 업장미제
제자 경패의 죄악이 심히 중하고
업장業障이 없어지지 않아서
生爲女子之身,且無兄弟之樂,
생위녀자지신 차무형제지락
세상에 나매 여자의 몸이 되옵고
또 형제의 즐거움이 없사오며,
頃旣受幣於楊家, 將欲終身於楊門矣,
경기수폐어양가 장욕종신어양문의
근자에 이미 양가의 폐백을 받아
장차 몸을 양문楊門에서 마치고자 하였는데,
楊郞被揀於錦臠 君命至嚴, 弟子已與楊家絶矣.
양랑피간어금련 군명지엄 제자이여양가절의
양랑께서 부마의 간택에 뽑혀
군명이 지엄하시니
제자는 이미 양씨 집안과 인연을 끊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