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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進茶果穩討閑談 李小姐曰:

인진다과온토한담 이소저왈

이어서 차와 과일을 내어 놓고 환담을 주고받다가,

이소저가 말하기를,

“似聞府中有賈孺人者, 可得見乎?”

사문부중유가유인자 가득견호

“소문에 듣자니 부중府中에 가유인賈孺人이란 사람이 있다 하온데,

볼 수가 있을는지요?”

鄭小姐曰: “渠亦欲一拜於姐姐矣.”

정소저왈 거역욕일배어저저의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그녀 또한 저저를 한번 뵙고 싶어 했나이다.”

招春雲來謁, 李小姐起身迎之

초춘운래알 이소저기신영지

春雲驚歎曰:

춘운경탄왈

춘운을 불러와 뵙게 하니,

이소저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으매

춘운이 놀라서 탄복하기를,

“前日兩人之言 果信矣! 天旣生我小姐 又出李小姐,

전일양인지언 과신의 천기생아소저 우출이소저

“전일의 두 사람 말이 과연 옳았구나!

하늘이 이미 우리 소저를 내시고 다시 이소저를 내시니,

不自意飛燕玉環 並世而出也.”

부자의비연옥환 병세이출야

뜻하지 않게도 비연飛燕과 옥환玉環이

나란히 세상에 나왔도다.”

李小姐亦自度曰: “飽聞賈女之名矣,

이소저역자도왈 포문가녀지명의

이소저도 또한 스스로 헤아리기를,

“가녀의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其人過其名也, 楊尙書之眷愛 不亦宜乎?

기인과기명야 양상서지권애 불역의호

그 사람됨이 소문보다 월등하니,

양상서의 보살펴 사랑함이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當如秦中書幷驅, 若使春娘見秦氏,

당여진중서병구 약사춘낭견진씨

마땅히 진중서秦中書와 더불어 어깨를 견줄만하니,

만일 춘낭으로 하여금 진씨를 보게 하면,

則豈不效尹夫人之泣乎?

즉기불효윤부인지읍호

어찌 윤부인尹夫人의 울음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奴主兩人有如此之色, 有如此之才,

노주양인유여차지색 유여차지재

주인과 종 두 사람이 이와 같은 자색을 지니고

또 이와 같은 재주가 있으니,

楊尙書豈肯相捨乎?”

양상서기긍상사호

어찌 기꺼이 양상서가 서로 버릴 수가 있겠는가?”

李小姐與春雲吐心談話,

이소저여춘운토심담화

이소저가 춘운과 함께 가슴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款曲之情與鄭小姐一也.

관곡지정여정소저일야

매우 정답고 친절함이

정소저와 다름이 없었다.

李小姐告辭曰:

이소저고사왈

“日已三竿矣, 不得穩陪淸談可恨,

일이삼간의 부득온배청담가한

이소저가 작별인사를 하기를,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

청담淸談을 편안히 더 나눌 수 없음이 안타깝사오나,

小妹㝢舍只隔一路, 當偸閑更進 以請餘敎矣.”

소매우사지격일로 당유한갱진 이청여교의

소매가 들어 있는 집이 다만 한길을 사이에 두었을 뿐이오니,

마땅히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와 남은 가르침을 청하겠나이다.”

鄭小姐曰: “猥荷榮臨仍受盛誨,

정소저왈 외하영림잉수성회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외람되이 영광스런 방문을 받아 많은 가르치심을 받았으니

小妹當進謝堂下而,

소매당진사당하이

마땅히 소매가 당 아래까지 나아가서 사례해야 될 것이오나,

小妹處身異於他人, 不敢出戶庭一步之地.

소매처신리어타인 불감출호정일보지지

소매의 처신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까닭에

감히 집안의 마당에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나이다.

惟姐姐寬其罪而恕其情焉.”

유저저관기죄이서기정언

오직 저저께서는 그 죄를 관대하게 해 주시고

그 정을 용서해주소서.”

兩人臨別 惟黯然而已.

양인림별 유암연이이

두 사람이 작별을 하는데

오직 슬프고 침울할 따름이었다.

鄭小姐謂春雲曰:“寶劒雖埋於獄中而光射斗牛,

정소저위춘운왈 보검수매어옥중이광사두우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보배로운 칼이 비록 옥 속에 매장되어 있으나

그 빛이 두우斗牛에 쏘이고,

老蜃雖潛於海底 而氣成樓臺,

로신수잠어해저 이기성루대

늙은 조개가 비록 바다 속에 잠겼으되

기운이 누대樓臺를 이루거늘,

李小姐同在一城而,

이소저동재일성이

이소저가 한 성중에 있으면서도

吾輩未嘗有聞誠可怪也.”

오배미상유문성가괴야

우리들이 아직껏 듣지 못하였으니,

정말로 괴이하도다.”

春雲曰:“賤妾之心第有一事可疑, 楊尙書每言,

춘운왈 천첩지심제유일사가의 양상서매언

춘운이 여쭙기를,

“천첩의 마음에 다만 한 가지 의심할 만한 일이 있나이다.

양상서가 매양 말씀하시기를,

華州秦御使女子見面於樓上, 得詩於店中 與結秦晋之約而,

화주진어사녀자견면어루상 득시어점중 여결진진지약이

‘화주華州 진어사 딸의 얼굴을 누각위에서 보고

주막 속에서 글을 얻어 아름다운 언약을 맺었는데,

因秦家之遭禍終致乖張矣.

인진가지조화종치괴장의

진어사의 집이 화를 입어서

끝내 일이 어그러졌다’하시고

仍稱秦女絶世之色, 輒愀然發歎而,

잉칭진녀절세지색 첩초연발탄이

거듭 진녀가 절세의 미인임을 칭찬하시며,

문득 추연愀然히 한숨을 쉬시거늘

妾亦見楊柳詞 則誠才女也.

첩역견양류사 즉성재녀야

첩이 또한 양류사楊柳詞를 본즉

진실로 재주가 있는 여자이더이다.

此女子無乃藏其姓名 締結小姐,

차녀자무내장기성명 체결소저

혹 그 여자가 성명을 감추고

소저와 체결하여

欲成前日之緣乎?”

욕성전일지연호

전일의 인연을 이루고자 함이 아닐까요?”

小姐曰:“秦氏之美 吾亦因它路聞之, 似與此女子相近而,

소저왈 진씨지미 오역인타로문지 사여차녀자상근이

소저가 이르기를,

“진씨의 미색을 나도 또한 다른 편에 들었는데,

이 여자와 서로 비슷하긴 하나

彼遭家禍沒入掖庭, 何能得至於此乎?”

피조가화몰입액정 하능득지어차호

‘집안이 재앙을 만나 대궐 안에 갇혀 있다’고 하니,

어찌 이곳에 이를 수가 있겠는고?”

入見夫人 稱李小姐 不容口.

입견부인 칭이소저 불용구

부인께 들어가 뵈옵고

이소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夫人曰: “吾亦欲一請而見之矣.”

부인왈 오역욕일청이견지의

부인이 말하기를,

“나도 또한 한 번 청하여 보고 싶구나.”

數日後使侍婢 請小姐一枉, 李小姐欣然承命,

수일후사시비 청소저일왕 이소저흔연승명

수일 후에 시비를 시켜서 이소저가 한 번 왕림하기를 청하니,

이소저가 흔연히 명을 받들고

又至鄭府 夫人出迎於堂中,

우지정부 부인출영어당중

또 정부에 이르거늘,

부인이 대청까지 나아가서 맞이하였다.

李小姐以子侄禮 見於夫人,

이소저이자질례 견어부인

이소저가 자질子侄의 예로써 부인을 뵙거늘,

夫人大愛款接曰:

부인대애관접왈

부인이 무척 사랑스레 따뜻이 대하며 이르기를,

“頃日小姐爲訪小女過垂厚眷, 老身良用感謝而,

경일소저위방소녀과수후권 로신량용감사이

"지난날 소저가 내 어린 딸을 찾아 두터운 정을 드리우니

이 늙은 몸이 무척 감사해 하였으나,

其時病未能相接 至今慚歎.”

기시병미능상접 지금참탄

그때 마침 병이 들어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도 부끄럽고 한탄하는 바이오이다.”

李小姐伏以對曰:

이소저복이대왈

이소저가 엎드려 대답하기를,

“小侄景慕姐姐如天仙, 惟恐賤棄矣,

소질경모저저여천선 유공천기의

“소질이 저저를 하늘의 선녀처럼 사모하였으되,

오직 천하다 하여 버릴까 두려워하였는데,

尊姑一逢小侄, 便以兄弟之誼待之,

존고일봉소질 변이형제지의대지

존저尊姐가 소질을 한번 만나고

바로 형제의 의로써 소질을 대접하고

夫人特賜顔色, 以子侄之例畜之,

부인특사안색 이자질지예휵지

부인께서는 특별히 안색을 부드러이 하셔서

자질子侄처럼 대해주시니

小侄於此實未知措躬之處也.

소질어차실미지조궁지처야

소질은 실로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小侄欲終身出入於門下,

소질욕종신출입어문하

소질은 이 몸이 다하도록 문하門下에 출입하여

事夫人如事慈母矣.”

사부인여사자모의

부인 모시길 자모慈母처럼 섬기려 하나이다.”

夫人稱不敢者再三矣.

부인칭불감자재삼의

부인이 그것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재삼 일컬었다.

鄭小姐與李小姐, 侍坐夫人至半日,

정소저여이소저 시좌부인지반일

정소저와 이소저는 함께

반나절에 이르도록 부인을 모시고 앉았다가,

仍請李小姐歸其寢房,

잉청이소저귀기침방

이소저에게 청하여 침방으로 돌아가서

與春雲鼎足而坐, 嬌聲嫩語 昵昵相酬,

여춘운정족이좌 교성눈어 닐닐상수

춘운과 함께 솥발[鼎足]같이 앉은 채,

교태로운 음성과 가느다란 소리로 정답게 주고받으니,

氣已合矣 情亦密矣, 評騰文章 講論婦德,

기이합의 정역밀의 평등문장 강론부덕

기운이 이미 합하고 정이 이미 은밀해지는데,

문장을 평하여 등급을 정하고 부덕婦德을 강론하느라

殊不覺日影已在窓西矣.

수불각일영이재창서의

해 그림자가 이미 창 서쪽으로 비낀 것도

거의 깨닫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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