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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小姐大喜起謝曰:“日若曛黑 則持筆似難,

이소저대희기사왈 일약훈흑 즉지필사난

이소저가 크게 기뻐하며 일어나서 사례하여 말하기를,

“날이 만일 저물면 붓을 잡기가 어려울 듯하오니,

姐姐若以有煩道路爲嫌,

저저약이유번도로위혐

저저께서 만일 도로의 번거로움을 꺼리신다면

小妹所乘之轎 雖甚朴陋, 足容兩人之身也,

소매소승지교 수심박루 족용양인지신야

소매가 타는 교자轎子가 비록 질박하고 누추하지만

두 사람의 몸은 탈 수 있을 것인즉,

與我同乘而去, 乘夕而還 亦如何耶?”

여아동승이거 승석이환 역여하야

저와 함께 타고 가셨다가

저녁에 돌아오심이 또한 어떠하겠나이까?”

小姐答曰:“姐姐之敎甚合矣.”

소저답왈 저저지교심합의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저저의 말씀이 매우 합당하오이다.”

李小姐拜辭夫人, 退與春雲執手而別,

이소저배사부인 퇴여춘운집수이별

이소저는 부인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물러 나와 춘운과 손을 잡고 이별을 고한 후,

與鄭小姐 同乘一轎, 鄭府侍婢數人 從小姐之後矣.

여정소저 동승일교 정부시비수인 종소저지후의

정소저와 함께 교자를 타니,

정부의 시비 몇 사람이 소저의 뒤를 따랐다.

鄭小姐來見李小姐寢室,

정소저래견이소저침실

정소저가 이소저의 침실에 와 보니

所排什物不甚繁多而品皆精妙,

소배집물불심번다이품개정묘

놓여있는 집물什物들이 심히 번다繁多치는 아니하나,

품品이 모두 정묘精妙한 것들이었고,

所進飮食雖甚簡略 而無非珍味,

소진음식수심간략 이무비진미

나오는 음식도 비록 무척 간략하였지만

맛은 모두 훌륭하여서,

鄭小姐留眼見之 皆家疑也,

정소저류안견지 개가의야

정소저가 그것들을 유의하여 보니

온 집이 의심되는데,

李小姐久不出乞文之言而,

이소저구불출걸문지언이

이소저는 오래도록 글 지어달라는 말은 꺼내지 아니하고,

日色看看暮矣.

일색간간모의

일색日色이 점점 저물어 갔다.

鄭小姐問曰:

정소저문왈

“觀音畵像 奉置於何處耶? 小妹亟欲禮拜.”

관음화상 봉치어하처야 소매극욕예배

정소저가 묻기를,

“관음 화상觀音畵像은 어느 곳에 받들어 모셨느뇨?

소매는 급히 예배를 보고자 하나이다.”

李小姐曰:“當卽使姐姐奉玩矣.”

이소저왈 당즉사저저봉완의

이소저가 대답하기를,

“마땅히 곧 저저로 하여금 받들어 구경케 하리이다.”

語畢車馬之聲 喧聒於門外,

어필거마지성 훤괄어문외

말을 마치자 거마車馬의 소리가 문 밖에서 요란하며

旗幟之色 掩映於道上,

기치지색 엄영어도상

기치旗幟의 빛이 길 위에 막아 가리고 있었다.

鄭家侍婢驚惶 入告曰:

정가시비경황 입고왈

정씨 집안의 시비들이 놀라 당황하며 들어와 고하기를,

“一陣軍馬急圍此家, 娘子娘子 何以爲之?”

일진군마급위차가 낭자낭자 하이위지

“일진一陣의 군마가 이 집을 에워싸니

낭자여! 낭자여! 어찌하오리까?”

鄭小姐旣已知機, 自若而坐.

정소저기이지기 자약이좌

정소저는 이미 기미를 알아차리고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었다.

李小姐曰:“姐姐安心 小妹非別人也,

이소저왈 저저안심 소매비별인야

이소저가 이르기를,

“저저께서는 안심하소서.

소매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蘭陽公主簫和 卽小妹職號身名,

란양공주소화 즉소매직호신명

난양공주 소화簫和가

곧 소매의 직호 신명職號身名이오며,

邀致姐姐 乃太后娘娘之命也.”

요치저저 내태후낭낭지명야

저저를 이리로 맞이함은

바로 태후마마의 명이나이다.”

鄭小姐避席對曰:

정소저피석대왈

“閭巷微末小女 雖無知識, 亦知天人骨格,

여항미말소녀 수무지식 역지천인골격

정소저가 자리를 피하며 대답하기를,

“여항閭巷간의 미천한 소녀가 비록 지식은 없으나,

천인의 골격이

與常人自殊而, 貴主降臨 實千萬夢寐外事也.

여상인자수이 귀주강림 실천만몽매외사야

예사 사람과 다른 줄은 또한 아오며,

귀주가 강림하시기는 실로 천만 몽매夢寐밖의 일이나이다.

旣失竭蹶之禮, 又多逋慢之罪, 伏願貴主生死之.”

기실갈궐지례 우다포만지죄 복원귀주생사지

이미 갈궐竭蹶의 예를 잃었사옵고,

또 포만逋慢의 죄가 많으니,

귀주께 생사를 맡길 것을 엎드려 바라옵나이다.”

公主未及對 侍女告曰:

공주미급대 시녀고왈

공주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녀가 고하는데,

“自三殿遣薛尙宮王尙宮和尙宮, 問安於貴主矣.”

자삼전견설상궁왕상궁화상궁 문안어귀주의

“삼전궁三殿宮에서 설상궁薛尙宮과 왕상궁王尙宮 그리고 화상궁和尙宮을 보내어

귀주께 문안케 하나이다.”

公主謂鄭小姐曰:“姐姐少留於此.”

공주위정소저왈 저저소류어차

공주가 정소저에게 말하기를,

“저저는 여기에 잠깐 머물러 계시오소.”

乃出坐於堂上, 三人以次而入,

내출좌어당상 삼인이차이입

이에 나가서 당상에 앉으니,

세 상궁이 차례로 들어와

禮謁畢 伏奏曰:

예알필 복주왈

예로써 뵙기를 마치고 엎드려 고하기를,

“玉主離大內 已累日矣,

옥주리대내 이루일의

“옥주玉主께서 궁전을 떠나신 지

이미 여러 날 되었는데,

太后娘娘思想正切,

태후낭낭사상정절

태후마마 생각이 매우 간절하신즉,

萬歲爺爺 皇后娘娘 使婢子等問候,

만세야야황후낭낭사비자등문후

황제폐하와 황후마마 또한 비자 등으로 하여금 문후問候드리옵고,

且今日 卽玉主還宮之期也,

차금일 즉옥주환궁지기야

또 오늘은 곧 옥주께서 환궁하시는 날이므로

車馬儀仗 已盡來待而, 皇上命趙大監護行矣.”

거마의장 이진래대이 황상명조대감호행의

거마와 의장儀仗이 이미 다 와서 대령하옵고,

황상께서 조태감趙太監에게 명하사 호행護行하게 하시나이다.”

三尙宮又告曰:

삼상궁우고왈

“太后娘娘有詔曰, 玉主與鄭女子 同輦而來矣.”

태후낭낭유조왈 옥주여정녀자 동련이래의

세 상궁이 고하기를,

“태후마마의 조칙詔勅이 있는데, 이르기를,

‘옥주는 정낭자와 함께 연輦을 타고 오라’고 하시더이다.”

公主留三人於外 入謂鄭小姐曰:

공주류삼인어외 입위정소저왈

공주가 세 상궁을 밖에 머무르게 하고,

들어와서 정소저에게 이르기를,

“多少說話當從容穩展而, 太后娘娘欲見姐姐,

다소설화당종용온전이 태후낭낭욕견저저

“자세한 이야기는 응당 조용한 때에 은밀히 하려니와,

태후마마께서 저저를 보고자 하사

方臨軒而待之 姐姐毋庸苦辭,

방임헌이대지 저저무용고사

바야흐로 난간에 임하시고 기다리시니,

저저는 아무쪼록 간절히 사양하지 말고

與小妹同入趁 今日朝見.”

여소매동입진 금일조견

소매와 함께 들어가서 조견朝見하소서.”

鄭小姐知不可免 對曰:

정소저지불가면 대왈

정소저가 면할 수 없음을 알면서 대답하기를,

“妾已知玉主之眷妾而, 閭家女兒 未嘗現謁於至尊,

첩이지옥주지권첩이 여가여아 미상현알어지존

“첩은 이미 옥주가 첩을 사랑하심을 아오나

여염집의 여아가 일찍이 지존至尊을 찾아 뵈온 적이 없으니,

惟恐禮貌之有愆, 以是惶㥘矣.”

유공례모지유건 이시황겁의

오직 예모禮貌에 허물이나 있을까 두려워

이 때문에 황겁惶㥘하나이다.”

公主曰:“太后娘娘 欲見娘子之心,

공주왈 태후낭낭 욕견낭자지심

공주가 말하기를,

“태후마마가 낭자를 보고자 하시는 마음이

何異於小妹之愛姐姐乎? 姐姐勿疑也.”

하리어소매지애저저호 저저물의야

어찌 소매가 저저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시리오?

저저는 의심을 마소서.”

鄭小姐曰:“惟貴主先行,

정소저왈 유귀주선행

정소저가 말하기를,

“오직 귀주가 먼저 행차하시면

妾當歸家 以此意言於老母, 躡後而進矣.”

첩당귀가 이차의언어로모 섭후이진의

첩은 마땅히 집에 돌아가 이 사연을 노모께 말씀드리고

뒤따라가려 하나이다.”

公主曰:“太后娘娘 已有詔命,

공주왈 태후낭낭 이유조명

공주가 말하기를,

“태후마마께서 이미 조명詔命이 계셨고

使小妹與姐姐同車而, 辭意極其懇至 姐姐勿固讓也.”

사소매여저저동거이 사의극기간지 저저물고양야

저저와 함께 연을 타고 오게 하셨으니,

그 사의辭意가 지극히 간절하시니

저저는 굳이 사양마소서.”

小姐曰:

소저왈

“賤妾臣也微也, 何敢與貴主同輦乎?”

천첩신야미야 하감여귀주동련호

정소저가 말하기를,

“천첩은 신臣이고 미천한 자인데,

어찌 감히 귀주와 함께 같은 연을 탈 수 있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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