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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后曰:“惟爾孝親之性, 處子之道可謂至矣,

태후왈 유이효친지성 처자지도가위지의

태후가 이르기를,

“오직 너의 어버이께 효도코자 하는 정성과

처녀의 도리는 지극하다고 이를 수 있지만,

而何可使一物不得其所乎?

이하가사일물부득기소호

어찌 한 물건이라도 그것을 얻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느뇨?

況爾百美具全一疵難求,

황이백미구전일자난구

하물며, 너는 백 가지가 아름답고

모두가 온전하여 한 가지도 흠을 찾기가 어려우니,

楊少游 豈肯甘心於棄汝乎?

양소유 기긍감심어기여호

양소유가 어찌 너를 버리는 데 흔쾌한 마음이겠는가?

且女兒與楊少游 以洞簫之一曲,

차녀아여양소유 이동소지일곡

또한 딸자식이 양소유와 함께 퉁소 한 곡조로써

驗百年之宿緣, 天之所定人不可廢而,

험백년지숙연 천지소정인불가폐이

백 년의 숙연宿緣을 증험하였으니,

하늘이 정하는 바를 사람이 폐할 수가 없는 것이요,

楊少游一代豪傑 萬古才子,

양소유일대호걸 만고재자

양소유는 일대의 호걸로 만고에 다시없는 재자才子이니

娶兩箇夫人 何不可之有?

취양개부인 하불가지유

두 부인에게 장가를 든다 해도

무슨 불가不可함이 있으리오?

寡人本有兩女子而, 蘭陽之兄 十歲而夭,

과인본유양녀자이 란양지형 십세이요

과인에게 본디 두 딸이 있었지만

난양의 언니가 열 살에 요절夭折하여

予每念蘭陽之孤孑矣,

여매념란양지고혈의

내가 늘 난양의 외로움을 염려하여 왔는데,

予今見汝 其貌其才不讓蘭陽,

여금견여 기모기재불양란양

이제 너를 보니

그 재주와 모습이 난양보다 못하지도 않고

予亦如見亡女矣, 予欲以汝爲養女,

여역여견망녀의 여욕이여위양녀

죽은 딸을 본 듯하기에,

내 너를 양녀로 삼고,

言之於帝 定汝位號,

언지어제 정여위호

황상께 말씀드려

너의 위호位號를 정하고자 하는 바,

一則所以表予愛女之情也,

일즉소이표여애녀지정야

첫째는 내가 딸을 사랑하는 정을 표하고,

二則所以成蘭陽視汝之志也,

이즉소이성란양시여지지야

둘째는 난양이 너를 가까이하는 뜻을 이루게 하고,

三則使汝與蘭陽 同歸於楊少游,

삼즉사여여란양 동귀어양소유

셋째는 너로 하여금 난양과 함께

양소유에게 같이 돌아가더라도

則無許多難便之事也, 汝意今則如何?”

즉무허다난편지사야 여의금즉여하

어렵고도 불편한 일이 많지 않게 하고 싶은데,

너의 생각은 지금 어떠하뇨?”

小姐稽首曰:“聖敎又至於此, 臣妾恐損福而死也.

소저계수왈 성교우지어차 신첩공손복이사야

소저가 머리를 조아리고 절하며 말하기를,

“성교聖敎가 또 이에까지 이르시니

신첩이 복에 겨워서 죽게 될까 두렵나이다.

惟望卽收成命 以安臣妾.”

유망즉수성명 이안신첩

곧 내리신 명령을 거두시고

신첩을 편안케 해주시기만 바랄 뿐이나이다.”

太后曰:

태후왈

“予與帝相議 卽勘定矣, 汝無多執也.”

여여제상의 즉감정의 여무다집야

태후가 이르시기를,

“내 황상과 상의하여 곧 헤아려 정할 것이니,

너는 굳이 고집하지 마라.”

召公主 出見鄭小姐, 具章服備威儀,

소공주 출견정소저 구장복비위의

공주를 불러, 정소저를 보라 하시니,

공주가 장복章服을 갖추고 위의威儀를 베풀며

與鄭小姐對坐.

여정소저대좌

정소저와 마주 보고 앉았다.

太后笑曰:“女兒與鄭小姐 願爲兄弟矣,

태후소왈 녀아여정소저 원위형제의

태후는 웃으며 이르시기를,

“딸아이가 정소저와 더불어 형제가 되기를 원하더니,

今爲眞兄弟 可謂難兄難弟矣. 汝意更無憾乎?”

금위진형제 가위난형난제의 여의갱무감호

이제 참형제가 되었은즉, 과연 난형난제로구나.

네 마음에 다시는 한이 없느뇨?”

仍以取鄭氏 爲養女之意諭之, 公主大悅 起謝曰:

잉이취정씨 위양녀지의유지 공주대열 기사왈

거듭 정씨를 취取하여 양녀 삼을 뜻을 밝히시니

공주가 크게 기뻐하며 일어나 사례하며 말하기를,

“娘娘處分盡矣明矣. 小女得成寤寐之願,

낭낭처분진의명의 소녀득성오매지원

“마마의 처분이 지극하시고 현명하시나이다.

소녀가 오매寤寐간에 바라던 소원을 이루었으니,

此心快樂 何可盡達?”

차심쾌락 하가진달

이 마음의 쾌락함을 어찌 다 아뢸 수 있겠나이까?”

太后待鄭氏尤款,

태후대정씨우관

태후가 정씨 대접하기를 더욱 정답고 친절하게 하시고

與論古之文章 太后曰:

여론고지문장 태후왈

함께 옛적의 문장을 논의 하시었다. 태후가 이르시기를,

“曾仍蘭陽聞汝有咏絮之才矣,

증잉란양문여유영서지재의

“내 일찍이 난양으로 인하여

네가 음풍영월吟風詠月 하는 재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今宮中無事春日多閑,

금궁중무사춘일다한

이제 궁중에 아무런 일이 없고

봄날이 무척 한가하니

毋惜一吟 以助予歡.

무석일음 이조여환

한 번 읊조리기를 아끼지 말고

나의 즐거움을 도우라.

古人有七步成章者 汝可能乎?”

고인유칠보성장자 여가능호

옛 사람 중에 칠보七步에 문장을 이룬 자가 있다 하니.

네 또한 할 수 있겠느뇨?”

小姐對曰:

소저대왈

“旣聞命矣 敢不畵鴉, 以傳一笑乎?”

기문명의 감불화아 이전일소호

소저가 대답하기를,

“이미 명을 들었으니,

감히 까마귀를 그려서

한바탕 웃음을 전하리까?”

太后擇宮中捷步者 立於前殿,

태후택궁중첩보자 립어전전

태후가 궁중의 걸음이 빠른 사람을 골라 전각 앞에 세우시고

欲出題而試之 公主奏曰:

욕출제이시지 공주주왈

글제를 내어서 시험코자 하시니, 공주가 아뢰기를,

“不可使鄭氏獨賦,

불가사정씨독부

“정씨 혼자서 글을 짓게 하심은 옳지 않으니,

小女亦欲與鄭氏 共試之.”

소녀역욕여정씨 공시지

소녀 또한 정씨와 함께 그 재주를 시험코자 하나이다.”

太后尤喜曰:“女兒之意亦妙矣.

태후우희왈 녀아지의역묘의

태후가 더욱 기꺼워하며 이르시기를,

“딸아이의 뜻이 또한 묘하도다.

但必得淸新之題然後 詩思自出矣.”

단필득청신지제연후 시사자출의

그러나 다만, 반드시 맑고 청신淸新한 글제를 얻은 연후에야

시사詩思가 저절로 떠오르리라.”

涉獵古詩矣 時當暮春, 碧桃花盛發於欄外,

섭렵고시의 시당모춘 벽도화성발어란외

옛 시를 생각하시는데, 이때가 늦은 봄이라

벽도화碧桃花가 난간 밖에 한창 피었거늘

忽有喜鵲來鳴枝上, 太后指彩鵲而言曰:

홀유희작래명지상 태후지채작이언왈

홀연히 까치가 와서 울며 가지 위에 앉으니,

태후가 까치를 가리키며 말씀하시기를,

“予方定汝輩之婚而,

여방정여배지혼이

“내가 바야흐로 너희들의 혼인을 정하였는데

彼鵲報喜於枝頭 此吉兆也.

피작보희어지두 차길조야

저 까치가 가지 위에서 기쁨을 알리니, 이는 길조吉兆로다.

以碧桃花上聞喜鵲爲題, 各賦七言絶句一首而,

이벽도화상문희작위제 각부칠언절구일수이

벽도화 위의 까치 소리를 들은 것으로써 글제를 삼고,

각기 칠언 절구七言絶句 한 수씩을 짓되,

詩中必揷入定婚之意.”

시중필삽입정혼지의

글 속에 반드시 정혼하는 뜻을 넣도록 하라.”

使宮女各排文房四友.

사궁녀각배문방사우

궁녀를 시켜서, 각각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벌려 놓았다.

兩人執筆 宮女已移步而, 意恐或未及成詩,

양인집필 궁녀이이보이 의공혹미급성시

두 사람이 붓을 잡으매,

궁녀들이 벌써 발걸음을 옮기고

마음에 칠보七步 내에 혹시 미처 글을 짓지 못할까 두려워

睨視兩人揮筆 而擧趾稍緩矣.

예시양인휘필 이거지초완의

두 사람이 붓 놀리는 것을 흘겨보고

발 들기를 자못 더디게 하였다.

兩人筆勢 風飄雨驟 一時寫進, 宮女才轉五步矣.

양인필세 풍표우취 일시사진 궁녀재전오보의

두 사람의 필세筆勢가

바람에 휘날리고 비가 몰아치는 것 같아

일시에 글을 써 바치니,

궁녀가 겨우 다섯 걸음을 걸었다.

太后先覽鄭氏 詩曰:

태후선람정씨 시왈

태후께서 먼저 정소저의 글을 보시니, 그 시에 읊기를,

紫禁春光醉碧桃

자금춘광취벽도 궁궐의 봄빛이 벽도에 취했는데

何來好鳥語咬咬

하래호조어교교 어디서 좋은 새 날아와 교교히 재잘되는가?

樓頭御妓傳新曲

루두어기전신곡 다락머리의 어기들은 새 곡조를 전하고

南國夭華與鵲巢

남국요화여작소 남국의 요화는 까치와 더불어 깃드는구나.

春深宮掖百花繁

춘심궁액백화번 봄이 깊어 궁궐에 백화가 번창한데

靈鵲飛來報喜言

령작비래보희언 신령스런 까치 날아와 기쁜 소식 알려주네.

銀漢作橋須努力

은한작교수노력 은하수에 다리 놓도록 모름지기 노력하여

一時齊渡兩天孫

일시제도양천손 두 천손이 일시에 가지런히 함께 건너세.

太后咏歎曰:“予之兩女兒 卽女中之靑蓮子建也.

태후영탄왈 여지양녀아 즉녀중지청련자건야

태후가 읊고는 감탄하기를,

“내 두 딸아이는 바로 여자 가운데

청련靑蓮[이태백李太白]과 자건子建[조식曹植]이로다.

朝廷若取女進士, 當分占壯元探花矣.”

조정약취녀진사 당분점장원탐화의

조정에서 만일에 여자 진사를 취한다면,

마땅히 장원壯元과 탐화探花를 나누어 차지하리로다.”

以兩詩送示於公主及小姐,

이양시송시어공주급소저

두 시를 공주와 소저에게 내어 보이니,

兩人各自敬服矣.

양인각자경복의

두 사람이 각자 공경하고 탄복하였다.

公主告於太后曰:

공주고어태후왈

공주가 태후에게 아뢰기를,

“小女雖幸成篇, 其詩意 孰不能思之?

소녀수행성편 기시의 숙불능사지

“소녀가 비록 다행히 한 수룰 완성하였으나,

그 시의詩意를 누가 생각할 수 없겠나이까?

姐姐之詩 曲盡精妙, 非小女所及也.”

저저지시 곡진정묘 비소녀소급야

저저의 시가 곡진 정묘曲盡精妙하여

소녀가 미칠 바가 못 되나이다.”

太后曰:“然女兒之詩穎銳 殊可愛也.”

태후왈 연녀아지시영예 수가애야

태후가 말씀하시기를,

“그러나 여아의 시도 빼어나고 날카로워 매우 사랑스럽도다.”

[권지이卷之二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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