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秦氏感泣淚漱漱下矣,
진씨감읍루수수하의
진씨가 감읍感泣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며
謝恩後 太后又下敎曰:
사은후 태후우하교왈
사은을 하니, 태후 또 하교하시기를,
“兩女婚事 予旣快定而, 忽有喜鵲來 報吉兆,
양녀혼사 여기쾌정이 홀유희작래 보길조
“두 딸의 혼사를 내가 이미 쾌히 정하는데
홀연 희작喜鵲이 와서 길조를 알리기에,
予令兩女已作喜鵲之詩矣,
여령양녀이작희작지시의
내가 이미 두 딸로 하여금
희작에 관한 시를 짓게 하였은즉,
汝得依歸之所,
여득의귀지소
너 또한 의지하고 돌아갈 곳을 얻어서
可與同其慶 作其詩也.”
가여동기경 작기시야
함께 그 경사로움을 맛보게 되었으니
너도 한 수의 시를 짓도록 하라.”
承命卽製進其詩曰:
승명즉제진기시왈
진씨 명을 받들고 곧 지어 드리니,
그 시에 쓰였기를,
喜鵲査査繞紫宮
희작사사요자궁 반가운 까치 소리 자궁에 감돌고
鳳仙花上起春風
봉선화상기춘풍 봉선화 위에 봄바람 이는구나
安巢不待南飛去
안소부대남비거 어찌 깃들어 남으로 날아가길 기다리지 않는가
三五星稀正在東
삼오성희정재동 세다섯 별이 드믈게 정히 동녘에 있구나
太后與帝同看 喜曰:
태후여제동간 희왈
태후가 황상과 함께 보시고 기꺼워하며 이르시기를,
“雖咏雪之蔡女 瞠乎下矣. 詩中亦引周詩,
수영설지채녀 당호하의 시중역인주시
“비록 설경雪景을 읊던 채녀蔡女라도
이를 따르지 못하리로다.
이 글 속에 또한 주시周詩를 이끌어
能守嫡妾之分, 此所以尤美也.”
능수적첩지분 차소이우미야
적실嫡室과 첩의 분의分義를 잘 지킬 수 있었으니,
이것이 더욱 아름답도다.”
蘭陽公主曰:“喜鵲詩 詩料本來不多,
란양공주왈 희작시 시료본래부다
난양공주가 말하기를,
“희작시喜鵲詩는 시 재료가 본디 많지 않고
且小兩人旣已先作, 後求者無可下手處也.
차소양인기이선작 후구자무가하수처야
또한 소녀 두 사람이 이미 글을 지었사오니,
뒤에 짓는 자는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나이다.
曹孟德所謂 繞三匝 無枝可栖者,
조맹덕소위 요삼잡 무지가서자
조맹덕曹孟德의 이른바
‘가지로 세 겹을 둘렀으되,
깃들일 만한 가지가 없다’는 것은
本非吉語 取用甚難也.
본비길어 취용심난야
본디 길吉한 말이 아니므로,
그 말을 끌어 쓰기가 어렵나이다.
此詩雖雜引孟德子美之詩及,
차시수잡인맹덕자미지시급
이 글이 비록 조맹덕과 두자미[두보杜甫]의 시에
周詩之句 合成一句
주시지구 합성일구
주시周詩의 구절을 섞고 끌어들여서 한 귀를 이루었으나,
而天然渾然, 不見斧鑿之痕 三家文字,
이천연혼연 불견부착지흔 삼가문자
천연스럽고 혼연渾然하여
고치거나 다시 손질한 흔적이나
세 사람의 문자가 보이지 않으니
有若爲秦氏今日事而作也.”
유약위진씨금일사이작야
진씨의 오늘 일을 위하여 지은 것과 다름이 없나이다.”
太后曰:“古來女子中能詩者,
태후왈 고래녀자중능시자
태후가 이르시기를,
“예로부터 여자로서 시 짓기에 능한 자는
惟班姬蔡女卓文君謝通溫四人而已,
유반희채녀탁문군사통온사인이이
오직 반첩여,班婕妤 탁문군,卓文君
채문희,蔡文姬 사통온,謝通溫의 네 사람뿐인데,
今才女三人同會一席 可謂盛矣.”
금재녀삼인동회일석 가위성의
이제 세 사람이 한자리에 함께 모였으니
성盛하다고 일컬을 수 있겠노라.”
蘭陽曰:“英陽姐姐侍婢,
란양왈 영양저저시비
난양이 말하기를,
“영양 저저의 시비
賈春雲詩才 亦奇矣.”
가춘운시재 역기의
가춘운賈春雲의 시재가 또한 기이하더이다.”
時日將暮上歸外殿, 兩公主同退宿於寢房.
시일장모상귀외전 양공주동퇴숙어침방
이때 날이 저물어 가니 황상이 외전外殿으로 돌아가시고,
두 공주는 함께 물러가서 한 침방에서 잠을 잤다.
翌曉鷄鳴初
익효계명초
다음 날 새벽닭이 처음 울 적에
鄭氏入朝於太后 請歸曰:
정씨입조어태후 청귀왈
정씨가 들어가서 태후를 조현朝見하고
돌아가기를 청하면서 아뢰기를,
“小女入宮時 父母必驚惧矣. 今日欲歸見父母,
소녀입궁시 부모필경구의 금일욕귀견부모
“소녀가 궁중으로 들어올 때에
부모께서 반드시 놀라시고 두려워하셨을 것이옵니다.
오늘 돌아가서 부모님을 뵙고
以娘娘恩澤 小女榮寵, 跨詡於門欄家族,
이낭낭은택 소녀영총 과후어문란가족
마마의 은택恩澤과 소녀의 영총榮寵을
일가 친척들에게 자랑하고 싶사오니,
伏願娘娘許之.”
복원낭낭허지
마마께서는 허락하여 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나이다.”
太后曰:“女兒何可輕離大內?
태후왈 녀아하가경리대내
'
태후가 이르시기를,
“딸아이가 어찌 가벼이 대내大內를 떠날 수가 있으리오?
予與司徒夫人 亦有相議事矣.”
여여사도부인 역유상의사의
내 사도부인과 또한 상의할 일이 있도다.”
卽下敎於鄭府 使崔夫人入朝.
즉하교어정부 사최부인입조
바로 정부鄭府에 전교를 내리시어
최부인으로 하여금 입조入朝하게 했다.
鄭司徒夫妻 因小姐使婢子密通,
정사도부처 인소저사비자밀통
정사도 부처는 소저가 시비를 통하여
전후 사실을 몰래 알게 했기 때문에
驚慮初弛 感意方深矣, 忽承詔旨忙入內殿,
경려초이 감의방심의 홀승조지망입내전
깜짝 놀랍고 근심스러운 마음은 처음부터 가라앉히고,
감격하는 마음이 바야흐로 깊어 가고 있는 가운데
홀연히 조지詔旨를 받들어 바삐 내전으로 들어오니,
太后引接曰:
태후인접왈
태후가 인접引接하시고 이르시기를,
“予率來令愛 不但欲見其貌,
여솔래령애 부단욕견기모
“내가 영애令愛를 데려옴은
다만 그 얼굴만을 보고자 함만이 아니라
盖爲蘭陽婚事矣.
개위란양혼사의
난양의 혼사를 위함이니라.
一接丰容 心乎愛矣, 遂爲養女兄於蘭陽,
일접봉용 심호애의 수위양녀형어란양
한 번 영애의 아리따운 모습을 접하매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드디어 양녀를 삼아 난양의 형이 되었으니,
意者寡人前生之女子, 今世誕生於夫人家矣.
의자과인전생지녀자 금세탄생어부인가의
생각건대 과인의 전생의 딸이
이 세상에서 다시금 부인 집에 탄생한 듯하나이다.
英陽旣爲公主, 則當加之以國姓,
영양기위공주 즉당가지이국성
영양이 이미 공주가 되었은즉,
마땅히 나라의 성을 줄 것이로되,
而予念夫人無子不改其姓, 惟夫人領我至情.”
이여념부인무자불개기성 유부인령아지정
내가 부인에게 자식이 없음을 생각하여
성을 고치지 아니하였으니,
부인께서는 오직 나의 지극한 정을 받들어 주소서.”
崔夫人受恩感激 叩頭曰:
최부인수은감격 고두왈
최부인이 은혜를 받고 감격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기를,
“臣妾晩得一女 愛之如玉,
신첩만득일녀 애지여옥
“신첩이 늦게서야 여식 하나를 얻어서
옥과 같이 사랑하였삽더니,
及其婚事一誤禮幣還送,
급기혼사일오례폐환송
급기야는 혼사가 한 번 그릇되어
예폐를 돌려보내고
老臣魂骨俱碎 惟願速死,
로신혼골구쇄 유원속사
노신의 혼골魂骨이 모두 깨지는 듯하여
빨리 죽어서
不見其可憐之形矣.
불견기가련지형의
딸의 가련한 모습을 보지 않고 싶었는데,
貴主累枉於蓬蓽之下, 屈其尊體下交賤息,
귀주루왕어봉필지하 굴기존체하교천식
귀주가 누차 누추한 제 집안까지 왕림하시어
존귀하신 몸을 굽히시고 천한 여식女息과 사귀시며,
仍與携入宮禁, 使被曠世之恩章,
잉여휴입궁금 사피광세지은장
더욱이 궁금宮禁에까지 데리고 들어가셔서
세상에 다시없는 은장恩章을 입게 하시니,
此葉於朽木 水於涸魚, 惟當竭髓殫力,
차엽어후목수어학어 유당갈수탄력
이는 썩은 나무에 붙은 잎사귀요,
물을 찾는 고기에게 물과 같은즉,
오직 마땅히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以效報答之悃而,
이효보답지곤이
그 은혜에 보답코자 하는 정성을 보이고 싶나이다.
臣妾夫年老病深 心長髮短,
신첩부년로병심 심장발단
하지만 신첩의 지아비는 나이가 많고 병이 깊어
旣不能奔走職事以貢微勞,
기불능분주직사이공미로
이미 힘을 다하여 일을 할 수가 없으며,
妾亦彫謝癃虺與鬼爲隣,
첩역조사륭회여귀위린
신첩 또한 감사한 마음을 갚고 싶사오나
늙고 병들어 죽을 때가 가까운 고로
亦末由追逐宮娥,
역말유추축궁아
또한 끝에서 궁녀를 뒤따라
自服掖庭掃洒之役, 丘山之恩 將何以佇報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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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을 닦고 씻는 역할을 감당해 낼 수가 없으니,
구산丘山과 같은 은덕을 앞으로 어찌 우러러 보답하오리까?
惟有千行感淚, 河傾雨瀉而已.”
유유천행감루 하경우사이이
오직 감격하온 눈물만이
내를 이루고 비가 되어 쏟아질 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