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以此蘭陽已長成 而尙未許聘矣.

이차란양이장성 이상미허빙의

이리하여 난양공주는 이미 장성하였지만,

아직까지 배필을 가리지 못하였다.

是夜 蘭陽適吹簫於月下 以調鶴舞矣,

시야 란양적취소어월하 이조학무의

曲罷靑鶴飛向玉堂 而去舞於翰苑,

곡파청학비향옥당이거무어한원

이날 밤 난양공주는 마침 달 아래에서

퉁소를 불어 학의 춤을 끝냈는데,

곡조를 마치자 청학이 옥당을 향해 날아가 그 한림원에서 춤을 추었다.

是後宮人盛傳,

시후궁인성전

楊尙書吹玉簫舞鶴仙,

양상서취옥소무학선

이후에 궁인들이 서로 전하기를,

‘양상서가 옥퉁소를 불어 춤을 춘다’고 했다.

其言從入宮中 天子聞而奇之,

기언종입궁중 천자문이기지

以爲公主之緣必屬於少游,

이위공주지연필속어소유

그 말이 궁중으로 흘러들어가

천자가 이를 들으시고 신기하게 여기며,

‘공주의 인연이 필연 양소유에게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入朝於太后 以此告之曰:

입조어태후 이차고지왈

태후께 입조入朝하여 이 사실을 고하기를,

“楊少游年歲與御妹相當, 其標致才學 於群臣中無二,

양소유년세여어매상당 기표치재학 어군신중무이

雖求之天下 不可得也.”

수구지천하 불가득야

“양소유楊少游의 나이가 어매御妹와 서로 상당하옵고,

그 풍채와 재주, 학식은 뭇 신하들 중에서 둘도 없사오니,

비록 천하에 구하여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太后大笑曰:

태후대소왈

태후께서 크게 웃으시며 이르시기를,

“簫和婚事訖無定處, 我心常自糾結矣,

소화혼사흘무정처 아심상자규결의

“소화簫和의 혼사를 아직 정한 곳이 없어,

내 마음 한 구석에 항상 꼬이고 맺힌 게 있었는데,

今聞是語 楊少游 卽蘭陽天定之配也.

금문시어 양소유 즉란양천정지배야

但欲見其爲人 而定之矣.”

단욕견기위인 이정지의

이제 그 말씀을 들으니

양소유는 난양공주의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이군요.

그러나 이 몸이 친히 그 사람됨을 보고 정하도록 하고 싶소.”

上曰: “此不難矣.

상왈 차불난의

황상이 대답하시기를,

“이는 어렵지 않습니다.

後日當召見楊少游於別殿,

후일당소견양소유어별전

講論文章 娘從簾內, 一窺則可知矣.”

강론문장 낭종렴내 일규즉가지의

후일에 마땅히 양소유를 별전으로 불러 보고

문장을 강론할 것이니, 어머님께서 주렴珠簾 안에서

한 번 보시면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太后益喜與皇上定計.

태후익희여황상정계

태후께서 더욱더 즐거워하시며 황상과 함께 계책을 마련하였다.

蘭陽公主名簫和,

란양공주명소화

其玉簫刻簫和二字故, 以此名之.

기옥소각소화이자고 이차명지

난양공주의 이름이 소화簫和인데,

그 옥퉁소에 소화라는 두 글자를 새겼으므로,

이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

一日天子燕坐於蓬萊殿, 使小黃門召楊少游,

일일천자연좌어봉래전 사소황문소양소유

黃門往翰林院則院吏曰, 翰林才已出去矣,

황문왕한림원즉원리왈 한림재이출거의

하루는 천자가 봉래전蓬萊殿에서 편안히 앉아

어린 내시로 하여금 양소유를 불러오게 하셨는데

그 내시가 한림원에 간즉 원리院吏가 이르기를,

‘한림께서는 방금 나가셨다’고 했다.

往問鄭司徒家則曰, 翰林不還矣,

왕문정사도가즉왈 한림불환의

黃門奔馳慌忙 莫知去向矣.

황문분치황망 막지거향의

정사도의 집에 가서 물어 본즉, 이르기를,

‘한림께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황망하게 여기저기 찾았으나

한림이 간 방향을 알 수가 없었다.

時楊尙書與鄭十三, 大醉於長安酒樓,

시양상서여정십삼 대취어장안주루

使名娼朱娘玉露唱歌, 軒軒笑傲 意氣自若,

사명창주낭옥로창가 헌헌소오 의기자약

이때 양상서는 정십삼과 더불어

장안의 주루에서 크게 취하여

명기名妓 주낭朱娘과 옥로玉露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하고

오만스레 껄껄 웃으며 의기가 태연하였는데,

黃門飛韁而來 以命牌召之, 鄭十三大驚跳出,

황문비강이래 이명패소지 정십삼대경도출

翰林醉目朦朧, 不省黃門之已在樓上矣.

한림취목몽롱 불성황문지이재루상의

내시가 급히 달려와 명패命牌를 가지고 그를 부르니,

정십삼은 크게 놀라 뛰어나가고

한림은 취하고 눈이 몽롱하여

내시가 이미 누각위에 오른 것도 깨닫지 못하였다.

黃門立促之, 翰林使二娼扶而起 着朝袍,

황문립촉지 한림사이창부이기 착조포

隨中使入朝

수중사입조

내시가 서서 그를 재촉하니

한림은 두 창기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조복을 입고

내시를 따라 대궐에 들어갔는데,

天子賜座, 仍論歷代帝王治亂興亡,

천자사좌 잉론력대제왕치란흥망

尙書出入古今 敷奏明愷,

상서출입고금 부주명개

천자께서 자리를 내 주시고

뒤이어 역대 제왕의 치란 흥망治亂興亡을 의논하시더니,

상서가 고금의 일을 들추어내어 명확하고도 밝게 아뢰었다.

天顔動色 又問曰:

천안동색 우문왈

천안天顔이 밝아지면서 다시 묻기를,

“組繪詩句 雖非帝王之要務, 惟我祖宗 亦嘗留心於此,

조회시구 수비제왕지요무 유아조종 역상유심어차

詩文或傳播於天下 至今稱誦,

시문혹전파어천하 지금칭송

“시구를 짜서 읊어 내기가 비록 제왕의 긴요한 일은 아니라 하나,

오직 우리의 조종祖宗이 또한 언제나 이 일에 유의하여

시문詩文이 간혹 천하에 전파되어 지금까지 칭송되니,

卿試爲我 論聖帝明王之文章,

경시위아 론성제명왕지문장

評文人墨客之詩篇, 勿憚勿諱定其優劣.

평문인묵객지시편 물탄물휘정기우열

경이 나를 위해 시험 삼아 성제 명왕聖帝明王의 문장을 논하고,

문인 묵객文人墨客의 시편詩篇을 평하되,

꺼리거나 숨김없이 그 우열을 정하도록 하라.

上而帝王之作 誰爲雄也,

상이제왕지작 수위웅야

下而臣隣之詩 誰爲最也?”

하이신린지시 수위최야

위로는 제왕의 작품 가운데서 누가 으뜸이며,

아래로는 신하들의 시 가운데 누가 최고가 되느냐?”

尙書伏而對曰:“君臣唱和 自大堯帝舜而始,

상서복이대왈 군신창화 자대요제순이시

不可尙已無容議爲,

불가상이무용의위

상서가 엎드려 대답하기를,

“군신이 글로서 서로 부르고 화답함은

대요大堯와 제순帝舜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아직 이를 논할 계제는 아니지만,

漢高祖大風之歌, 魏太祖月明星稀之句,

한고조대풍지가 위태조월명성희지구

爲帝王詩詞之宗,

위제왕시사지종

한 고조의 대풍가大風歌와

위 태조魏太祖의 월명성희月明星稀는

제왕의 시사詩詞 중 으뜸이고,

西京之李陵 鄴都之曺子建,

서경지이릉 업도지조자건

南朝之陶淵明 謝靈運二人, 最其表著者也.

남조지도연명 사령운이인 최기표저자야

서경의 이릉李陵, 업도鄴都의 조자건曺子建,

그리고 남조의 도연명陶淵明, 사영운謝靈運의 두 사람이

가장 현저히 드러난 작품을 지은 자들입니다.

自古文章之盛 毋如國朝者,

자고문장지성 무여국조자

國朝人才之蔚興, 無過於開元天寶之間,

국조인재지울흥 무과어개원천보지간

예로부터 문장의 성함은 당나라 시대만한 것이 없었는데,

국조國朝와 인재가 울흥蔚興함이

개원開元, 천보天寶사이보다 더 두루 미친 때도 없었으니,

帝王文章 玄宗皇帝爲千古之首,

제왕문장 현종황제위천고지수

詩人之才才李太白, 無敵於天下矣.

시인지재재이태백 무적어천하의

제왕의 문장으로는 현종 황제가 천고의 으뜸이 되시고,

시인의 재주로는 천하에서 이태백에 대적할 이가 없었습니다."

上曰:“卿言實合朕意矣.

상왈 경언실합짐의의

황상께서 일컫기를,

“경의 말이 실로 짐의 생각과 같도다.

朕每見太白學士淸平詞行樂詞,

짐매견태백학사청평사행락사

則恨不與同時也, 朕今得卿何羨太白乎?

즉한불여동시야 짐금득경하선태백호

짐이 매양 태백학사의 청평사淸平詞와 행락사行樂詞를 보면,

그와 한때에 있지 못한 것을 한했는데,

이제 짐이 경을 얻었으니, 어찌 이태백을 부러워하겠는가?

朕遵國制使宮女十餘人, 掌翰墨 所謂女中書也.

짐준국제사궁녀십여인 장한묵 소위녀중서야

짐이 나라의 제도를 좇아 궁녀 십여 인으로써

한묵翰墨을 맡게 하니, 이른바 여중서女中書로다.

頗有彫篆之手, 能摸月露之形,

파유조전지수 능모월로지형

其中無有可觀者矣.

기중무유가관자의

전자篆字를 새길 수 있는 재주도 있고

달 아래에 생겨난 이슬을 모방할 수 있어서

그 가운데 볼만한 자가 있도다.

卿效李白倚醉題詩之舊事,

경효이백의취제시지구사

試揮彩毫 一吐珠玉,

시휘채호 일토주옥

경은 이백이 취중에 시를 짓던 옛 일을 본받아서

시험 삼아 채호彩毫를 사용하여

한 번 주옥같은 글을 토해 내어,

毋負宮娥景仰之誠,

무부궁아경앙지성

朕亦欲觀卿倚馬之作吐鳳之才.”

짐역욕관경의마지작토봉지재

궁녀들의 바라는 정성을 저버리지 말 것이며,

짐 또한 경의 의마지작倚馬之作과 토봉지재吐鳳之才를 보고 싶도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48  (0) 2010.12.14
구운몽 47  (0) 2010.12.14
구운몽 46  (0) 2010.12.10
구운몽 44  (0) 2010.12.10
구운몽 43  (0) 2010.12.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