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翰林大悔曰:

한림대회왈

“昔楚莊王絶纓 以安其群臣矣,

석초장왕절영 이안기군신의

한림은 크게 후회하여 말하기를,

“옛적에 초장왕楚莊王은 갓끈을 끊어

그 모든 신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는데,

我則欲察晻昧之事, 仍失才美之士,

아즉욕찰엄매지사 잉실재미지사

今雖自責何可及也?”

금수자책하가급야

나는 곧 모호한 일을 살피고자 하다가

이로 인해 재주 있고 아름다운 선비를 잃었으니,

이제 비록 스스로 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卽使從者遍訪於城之內外.

즉사종자편방어성지내외

곧 종자從者들을 시켜서 성 안팎을 두루 찾아보게 하였다.

是夜與蟾月 話舊論心, 對酒取樂至夜半,

시야여섬월 화구론심 대주취락지야반

滅燭而寢矣.

멸촉이침의

이날 밤에 한림이 섬월을 데리고

옛일을 말하며 마음을 밝히고

한 밤중이 되도록 술자리를 벌여 즐겁게 놀다가,

촛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至微明始覺, 則蟾月方對粧鏡 調鉛紅矣,

지미명시각 즉섬월방대장경 조연홍의

瀉情留目 心忽驚悟 更見之.

사정류목 심홀경오 갱견지

날이 샐 무렵에 이르자 비로소 잠을 깨었는데,

섬월이 바야흐로 경대 앞에 앉아 단장을 새로 하기에,

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그를 깜짝 놀라 다시 보았다.

則翠眉明眸 雲鬢花瞼 柳腰之勺約,

즉취미명모 운빈화검 류요지작약

雪膚之皎潔皆蟾月, 而細審之 則非也.

설부지교결개섬월 이세심지 즉비야

곧 푸른 눈썹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며,

구름 같은 살쩍과 꽃 같은 뺨이며,

버들같이 가는 허리와

눈빛과 같이 깨끗한 살결이 섬월과 비교되어

자세히 살펴보니 섬월이 아니었다.

翰林驚愕疑惑而亦不敢詰焉.

한림경악의혹이역불감힐언

한림이 놀라서 충격을 받고 마음에 의혹이 가지만

또한 감히 힐문詰問하지 못하였다.

翰林細繹深推, 知非蟾月而後乃問曰:

한림세역심추 지비섬월이후내문왈

“美人何如人也?”

미인하여인야

한림이 미인을 자세히 헤아리고 깊이 생각하여

섬월이 아님을 안 후 에 묻기를,

“미인은 어떤 사람이오?”

對曰:“妾本播州人 姓名狄驚鴻也.

대왈 첩본파주인 성명적경홍야

미인이 대답하기를,

“첩은 본래 파주播州 사람이오며, 성명은 적경홍狄驚鴻입니다.

自幼時與蟾娘結爲兄弟, 昨夜蟾娘謂妾曰:

자유시여섬낭결위형제 작야섬낭위첩왈

어렸을 때부터 섬낭과 형제를 맺었었는데,

어젯밤에 섬낭이 첩에게 부탁하기,를

‘吾適有病 不得侍相公矣, 汝湏代我之身 俾免相公之責’,

오적유병 부득시상공의 여수대아지신 비면상공지책

以此妾敢替桂娘猥陪相公矣.”

이차첩감체계낭외배상공의

,‘내가 마침 병이 들어 상공을 모시지 못하니,

네가 반드시 내 몸을 대신하여 상공의 꾸짖음을 면케 해 달라.’하기에,

감히 첩이 계낭을 대신하여 외람되게 상공을 모셨습니다.”

言未畢 蟾月開戶而入曰:

언미필 섬월개호이입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섬월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하기를,

“相公又得新人妾敢獻賀矣.

상공우득신인첩감헌하의

賤妾曾以河北狄驚鴻薦於相公, 賤妾之言 果何如?”

천첩증이하북적경홍천어상공 천첩지언 과하여

“상공께서 또 새 사람을 얻었으니 첩은 감히 축하드립니다.

천첩이 일찍이 하북의 적경홍을 상공께 천거 했사온데,

천첩의 말이 어떻습니까?”

翰林曰: “見面大勝於聞名.”

한림왈 견면대승어문명

한림이 말하기를,

“얼굴을 보니 이름을 듣던 것보다 훨씬 낫소.”

更察驚鴻儀形, 則與狄生無毫髮異矣,

갱찰경홍의형 즉여적생무호발이의

다시 경홍의 의용을 살펴보니

적생狄生과 털끝만치도 다르지 않았다.

乃言曰:“原來狄生是鴻娘之同氣也.

내언왈 원래적생시홍낭지동기야

男女雖異 容貌卽同,

남녀수이 용모즉동

이어서 말하기를,

“원래 적생이 홍낭鴻娘의 동기同氣인 듯하오.

남자와 여자는 비록 다른 점이 있긴 하나,

용모가 똑같으니

狄娘爲狄生之妹乎?

적낭위적생지매호

狄生爲狄娘之兄乎?

적생위적낭지형호

적낭이 적생의 누이가 되는가?

적낭이 적생의 형이 되는가?

我昨日得罪於狄兄矣,

아작일득죄어적형의

狄兄今何在乎?”

적형금하재호

내가 어제 적형狄兄에게 죄를 지었는데,

적형은 지금 어디에 있소?”

驚鴻曰:

경홍왈

“賤妾本無兄弟矣.”

천첩본무형제의

경홍이 대답하기를,

“천첩은 본래 형제가 없습니다.”

翰林又細見 大悟笑曰:

한림우세견 대오소왈

한림이 또 자세히 살펴보고

확연히 깨닫는 바가 있어 웃으며 말하기를,

“邯鄲道上 從我而來者 本狄娘也,

한단도상 종아이래자 본적낭야

昨日墻隅 與桂娘語者 亦鴻娘也,

작일장우 여계낭어자 역홍낭야

“한단邯鄲의 길 위에서 나를 따라 온 자 본래 적낭이고,

어제 담 옆에서 계낭과 얘기를 나눈 자 또한 홍낭일진대,

未知鴻娘以男服瞞我何也.”

미지홍낭이남복만아하야

홍낭이 남복을 하고

나를 무슨 까닭으로 속였는지 알지 못하겠소.”

驚鴻對曰:

경홍대왈

“賤妾何敢欺罔相公乎?

천첩하감기망상공호

경홍이 대답하기를,

“천첩이 어찌 감히 상공을 기망欺罔하겠습니까?

賤妾雖貌不逾人 才不如人,

천첩수모불유인 재불여인

平生願從君子人矣.

평생원종군자인의

천첩이 비록 얼굴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도 못하고

재주도 다른 사람만 못하오나,

평생에 대인 군자된 자 따르기를 바랐습니다.

燕王過聞妾名 睹以明珠一斛,

연왕과문첩명 도이명주일곡

貯之宮中 雖口飫珍味, 身厭錦繡 非妾之願也.

저지궁중 수구어진미 신염금수 비첩지원야

연왕이 첩의 이름을 지나치게 듣고

명주 한 섬으로 첩을 사서

궁중에 두니, 비록 입으로는 진미를 싫도록 먹고,

몸에는 비단을 싫을 정도로 걸치나

이는 첩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頃日燕王邀相公開大宴也, 妾穴窓紗而見之,

경일연왕요상공개대연야 첩혈창사이견지

則是賤妾所願從者也.

즉시천첩소원종자야

지난날 연왕이 상공을 맞아들여 큰 잔치를 베풀제,

첩이 창틈으로 상공을 보았는데

이는 천첩이 따르길 바랐던 대상이었습니다.

然宮門九重 何以能越,

연궁문구중 하이능월

長程萬里 何以自致?

장정만리 하이자치

그러나 궁문이 아홉 겹이니 어찌 뛰어 넘을 수 있으며,

길이 만리이니 어찌 스스로 상공께 다다를 수 있었겠습니까?

百爾思度 僅得一計 而相公離燕之日,

백이사도 근득일계 이상공리연지일

妾若抽身而從之, 則燕王必使人追躡故,

첩약추신이종지 즉연왕필사인추섭고

이리저리 곰곰이 생각하여 가까스로 한 가지 계책을 얻었으나,

상공이 연나라를 떠나시는 날,

이 몸을 빼쳐 상공을 따른다면

연왕이 꼭 사람을 보내어 뒤쫓을 터이므로,

待相公啓程後十日, 偸騎燕王千里馬,

대상공계정후십일 투기연왕천리마

第二日追及於邯鄲, 及拜相公宜告實狀,

제이일추급어한단 급배상공의고실상

상공이 떠나는 길에 오른 지 열흘 뒤에

연왕의 천리마千里馬를 몰래 훔쳐 타고,

이틀 만에 한단 땅에 이르러,

상공을 뵈올 적에 마땅히 실상을 고할 것이로되,

恐煩耳目不敢開口,

공번이목불감개구

欺隱之責 實難逃也.

기은지책 실난도야

번잡한 이목이 두려워서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으며

상공을 속이고 사실을 숨긴 책임은 실로 면하기 어렵겠습니다.

前日之着男子巾服者, 欲避追者之物色,

전일지착남자건복자 욕피추자지물색

昨夜之效唐姬古事者, 盖循桂娘之情懇也,

작야지효당희고사자 개순계낭지정간야

전날에 남자의 건복巾服을 입은 것은

뒤 쫓는 자를 피하고자 한 사정이었고,

어젯밤에 당희唐姬의 옛 일을 본받은 것은

무릇 계낭의 정어린 간청에 따른 것이오니,

前後之罪雖有可恕,

전후지죄수유가서

而惶恐之心久益切矣.

이황공지심구익절의

전후의 죄를 비록 용서 하실지라도

황공한 마음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겠습니다.

相公若不錄其過, 不嫌其陋而假喬木之蔭,

상공약불록기과 불혐기루이가교목지음

借一枝之巢,

차일지지소

상공이 만일 그 허물을 따지지 않으시고,

그 비루함을 꺼려하지 않으시며,

교목喬木에 그늘을 빌려 주시어 한 가지에 깃들도록 허락하신다면,

則妾當與蟾娘 同其去就, 待相公有室之後,

즉첩당여섬낭 동기거취 대상공유실지후

與蟾娘進賀於門下矣.”

여섬낭진하어문하의

첩은 마땅히 섬낭과 그 거취를 함께 하여

상공이 부인을 맞이하신 후에

섬낭과 함께 문하에 나아가 하례하겠습니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46  (0) 2010.12.10
구운몽 44  (0) 2010.12.10
구운몽 42  (0) 2010.12.07
구운몽 40  (0) 2010.12.07
구운몽 41  (0) 2010.12.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