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見翰林下車進拜於前, 倍入帲幪接裾而坐,

견한림하거진배어전 배입병몽접거이좌

悲喜交切淚下言前. 乃傴身而賀曰:

비희교절루하언전 내구신이하왈

한림이 수레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올리고

장막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 옷깃을 여미고 마주 앉으니,

슬픔과 기쁨이 함께 서려 올라 말보다 눈물이 앞서 흐르는지라,

이에 몸을 굽혀 하례하기를,

“驅馳原隰貴軆萬福, 足慰戀慕之賤悰也.

구치원습귀체만복 족위련모지천종야

仍歷陳別後事曰,

잉력진별후사왈

“언덕과 습한 땅을 지나 말을 빨리 달려 오셨는데

귀체가 만복萬福하시니,

연모하는 천한 이 마음에도 족히 위로가 되겠습니다.

인하여 이별한 후의 일을 세세히 말씀드리자면

自別相公 公子王孫之會, 太守縣令之宴,

자별상공 공자왕손지회 태수현령지연

左右招邀 東西侵逼, 遭逆境者 非一二而,

좌우초요 동서침핍 조역경자 비일이이

상공께서 떠나시고부터

공자 왕손公子王孫의 모임과 태수 현령太守縣令의 잔치에

좌우에서 부르고 동서에서 매우 핍박하여

역경을 만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自剪頭髮 稱有惡疾, 菫免脅迫之辱,

자전두발 칭유악질 근면협박지욕

盡謝華粧 換着山衣, 避城中之囂塵 棲谷裡之靜室,

진사화장 환착산의 피성중지효진 서곡리지정실

그래서 스스로 머리털을 자르고 나쁜 병이 생겼다고 소문을 내서

가까스로 협박을 받는 욕을 면하였으며,

곱게 치장하는 것을 거의 마다않고서 산山사람의 옷으로 바꿔 입고

성중城中의 시끄럽고도 번잡한 곳은 피하여

골짜기 사이의 고요한 곳을 찾아 들었는데,

每逢遊山之客, 訪道之人 或自城府而至,

매봉유산지객 방도지인 혹자성부이지

或從京師而來者, 輒問相公消息矣.

혹종경사이래자 첩문상공소식의

매양 산에 놀러 온 사람들과 도를 구하여 나선 사람들을 만났는데

혹은 성부城府에서 다다른 사람도 있고,

혹은 서울로부터 온 자도 있어서

언제나 상공의 소식을 여쭤 보았습니다.

今年孟春忽聞相公, 口含天綸 路經此地,

금년맹춘홀문상공 구함천륜 로경차지

車徒行色遠矣.

거도행색원의

금년 초봄에 상공께서 천륜天綸을 받들고,

이 땅을 지나셨다는 이야기를 홀연 듣고

수레를 달려 가보니 행색은 멀리 계셨습니다.

遙望燕雲 惟洒血淚, 縣令爲相公 至道觀,

요망연운 유쇄혈루 현령위상공 지도관

以相公舘壁所題一首詩, 示賤妾曰:

이상공관벽소제일수시 시천첩왈

멀리 연나라 땅의 구름만 바라보며

오직 피눈물만을 흘리고 있을 뿐인데,

현령이 상공을 위하여 도관道觀에 이르러

상공이 객관客館의 벽에 써 놓으신 한 수의 시를 가지고

천첩에게 보이면서 말하기를,

‘向者楊翰林之奉命過此,

향자양한림지봉명과차

金橘滿車而以不見蟾娘爲恨,

금귤만거이이불견섬낭위한

‘지난번에 양한림께서 천자의 명을 받들어 이곳을 지나셨는데,

좋은 귤을 수레에 가득 실었으나 섬낭을 보지 못하신 것이 한이 되어

終日看花 不折一枝,

종일간화 부절일지

惟題此詩而歸,

유제차시이귀

종일토록 꽃을 보되, 한 가지도 꺾지 않으시고

이 시만을 짓고 돌아가셨는데도,

娘何獨栖山林 不念故人,

낭하독서산림 불념고인

使我接待之禮 太埋沒乎?’

사아접대지례 태매몰호

낭께서는 어찌 홀로 산림에 머물러 옛사람을 생각지 않으시며

나로 하여금 접대의 예를 갖추게 함은

매우 매몰찬 일이 아니신지요?’ 하고

仍以過致敬禮, 自謝前日之事,

잉이과치경례 자사전일지사

懇請還歸舊居 以待相公之廻, 賤妾始知女子之身亦尊重也.

간청환귀구거 이대상공지회 천첩시지녀자지신역존중야

분수에 넘치는 칭찬과 경례를 표하며

스스로 전날의 일을 사과하고,

내가 돌아가서 옛집에 머무르며

상공께서 돌아오시는 걸 기다리도록 간청을 하니,

천첩이 처음으로 여자의 몸 또한 중한 줄을 알았습니다.

當賤妾獨立於天津樓上, 望相公之行也,

당천첩독립어천진루상 망상공지행야

滿城羣妓 攔街行人, 孰不羨小妾之貴命, 欽小妾之榮光也哉?

만성군기 란가행인 숙불선소첩지귀명 흠소첩지영광야재

천첩이 천진루 위에 홀로 서서 상공의 행차를 바라보니,

성 안의 모든 기녀들과 난가攔街의 행인들은

그 누가 소첩이 귀명貴命을 받음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소첩의 광영光榮을 흠모하지 않았겠습니까?

相公之已占壯元, 方爲翰林之報 妾已聞之矣,

상공지이점장원 방위한림지보 첩이문지의

第未知已得主饋之夫人乎.”

제미지이득주궤지부인호

상공께서 이미 장원 급제를 하셔

한림학사의 직책을 받으신 줄은 첩도 이미 들었거니와

다만 주궤主饋할 부인을 얻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翰林曰: “曾已定婚於鄭司徒女子,

한림왈 증이정혼어정사도녀자

花燭之禮雖未及行之, 賢淑之行 已聞之熟矣,

화촉지례수미급행지 현숙지행 이문지숙의

한림이 말하기를,

“이미 정사도 집의 여자와 정혼하여

화촉의 예는 비록 행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규수의 현숙한 품행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였으며,

桂卿之言小無逕庭, 良媒厚恩太山亦輕矣.”

계경지언소무경정 량매후은태산역경의

계경의 말과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니,

좋은 중매의 후한 은혜가 태산보다 더하오.”

更展舊情 未忍卽離, 仍留一兩日,

갱전구정 미인즉리 잉류일양일

而以桂娘在寢 久不訪狄生矣.

이이계낭재침 구불방적생의

다시 옛정을 이으매, 차마 즉시 떠나지 못하고

잇따라 이틀을 머물러 계낭의 침실에 있으니

오랫동안 적생狄生을 찾지 못하였다.

書童忽來密告曰:

서동홀래밀고왈

“小僕見狄生秀才非善人也.

소복견적생수재비선인야

서동이 바삐 와서 조용히 아뢰기를,

“소복은 적생 수재秀才가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與蟾娘子相戱於衆稠之中, 蟾娘子旣從相公

여섬낭자상희어중조지중 섬낭자기종상공

則與前日大異矣, 何敢若是其無禮乎?”

즉여전일대이의 하감약시기무례호

섬낭자와 함께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서로 장난을 치는데

섬낭자께서는 이미 상공을 따르고 있어

전일과 무척 다르거늘,

제 어이 이처럼 무례할 수 있습니까?”

翰林曰: “狄生必無是理,

한림왈 적생필무시리

蟾娘尤無可疑 汝必誤見也.”

섬낭우무가의 여필오견야

한림이 이르기를,

“적생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며

섬낭은 더더욱 의심할 바 없으니,

네가 필연 잘못 본 듯하다.”

書童怏怏而退 俄而復進曰:

서동앙앙이퇴 아이부진왈

서동이 만족치 못한 마음으로 물러가더니,

이윽고 다시 와서 말하기를,

“相公以小僕爲誕妄矣, 兩人方相與歡戱,

상공이소복위탄망의 양인방상여환희

相公若親見之 則可知小僕之虛實矣.”

상공약친견지 즉가지소복지허실의

“상공은 소복의 말이 그릇되고 망령되다 하시나,

두 사람이 바야흐로 서로 노닥거리고 있사오니

상공께서 만일 친히 그 광경을 보시면

소복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翰林乍出西廊而望見, 則兩人隔小墻而立,

한림사출서랑이망견 즉양인격소장이립

或笑或語 携手而戱,

혹소혹어 휴수이희

한림이 문득 서편 행랑으로 나서서 그 광경을 바라본즉,

두 사람이 조그만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서서

혹은 웃기도 하고 혹은 얘기도 나누며 손을 잡고 장난을 치거늘,

欲聽其密語稍稍近往, 狄生聞曳履聲驚而走,

욕청기밀어초초근왕 적생문예이성경이주

蟾月顧見翰林 頗有羞澁之態.

섬월고견한림 파유수삽지태

한림은 그들이 나직이 속삭이는 말을 듣고자 하여 점차 가까이 가니,

적생은 신 끄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달아나고

섬월은 한림을 되돌아보며 자못 수삽羞澁한 모습을 보였다.

翰林問曰:

한림문왈

“桂娘曾與狄生相親乎?”

계낭증여적생상친호

한림이 묻기를,

“계낭이 일찍이 적생과 서로 친하였소?”

蟾月曰: “妾與狄生雖無宿昔之雅

섬월왈 첩여적생수무숙석지아

而與其妹子 有舊誼故 問其安否矣.

이여기매자 유구의고 문기안부의

섬월이 이에 대답하기를,

“첩과 적생은 비록 옛적에 별로 친한 적은 없으나,

그의 누이와 오랜 정분이 있는 까닭에 그 안부를 물었습니다.

妾本娼樓賤女, 自然濡染於耳目,

첩본창루천녀 자연유염어이목

不知遠嫌於男子, 執手娛戱 附耳密語,

부지원혐어남자 집수오희 부이밀어

첩은 본래 창루娼樓의 천한 여자로

자연 이목에 익숙해져서

남녀가 서로 멀리 꺼려할 줄도 모르고,

손을 잡고 희롱도 하며

귀를 대고 밀어도 속삭여

以招相公之疑,

이초상공지의

賤妾之罪 實合萬殞.”

천접지죄 실합만운

상공의 의심을 불러 일으켰으니,

천첩의 죄는 실로 만 번 죽어 마땅하겠습니다.”

翰林曰:“吾無疑汝之心,

한림왈 오무의여지심

汝湏舞介於中也.”

여수무개어중야

한림이 말하기를,

“나는 그대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으니

그대는 조금도 꺼려할 것이 없소.”

仍商量曰: “狄生少年也,

잉상량왈 적생소년야

必以見我爲嫌, 我當召而慰之.”

필이견아위혐 아당소이위지

거듭 헤아려 잘 생각하기를,

“적생은 소년이라

필연 나를 보고 꺼려할 것이니,

내가 마땅히 그를 불러 위로하리라.”

使書童請之 已去矣.

사서동청지 이거의

서동을 시켜 불러오라 했으나 이미 그는 가고 없었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44  (0) 2010.12.10
구운몽 43  (0) 2010.12.07
구운몽 40  (0) 2010.12.07
구운몽 41  (0) 2010.12.07
구운몽 39  (0) 2010.11.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