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翰林學士楊少遊出班奏曰:

한림학사양소유출반주왈

한림학사 양소유가 혼자 나아가 임금께 아뢰기를,

“宜如漢武帝招諭南越王故事,

의여한무제초유남월왕고사

函下詔書誥以禍福, 終不歸命用武取勝,

함하조서고이화복 종불귀명용무취승

爲萬全之策也.”

위만전지책야

“한무제漢武帝가 남 월왕越王을 불러 효유曉諭했던 옛 일과 같이

마땅히 조서를 내리시어 화와 복으로써 깨닫도록 일러주시고,

마침내 명을 좇지 아니하거든 무력을 사용하여 승리를 취함이

만전의 계책인줄 아룁니다.”

上從之使少遊卽草詔於上前,

상종지사소유즉초조어상전

少遊俯伏受命 走筆製進, 上大悅曰:

소유부복수명 주필제진 상대열왈

임금이 그 말을 좇아 소유로 하여금 임금 앞에서 곧 조서詔書를 초하도록 하니,

소유가 엎드려 명을 받들어 붓을 날려 지어 올렸는데,

임금이 무척 기뻐하며 말하기를,

“此文典重嚴截恩威並施, 大得誥諭之軆,

차문전중엄절은위병시 대득고유지체

狂寇必自戢矣.”

광구필자즙의

“이 글월은 전중 엄절典重嚴截한 은덕과 위엄을 함께 갖추어

깨우치도록 일러 주는 예禮를 크게 얻었으니,

미친 도적들이 반드시 스스로 군사를 거두리라.”

卽下於三鎭, 趙魏兩國卽去王號,

즉하어삼진 조위양국즉거왕호

服朝命上表請罪,

복조명상표청죄

곧 삼진三鎭에 조서詔書를 내리니,

조와 위 양국은 곧 왕의 칭호를 거두고

조정의 명에 굴복하여 표表를 올리고 죄를 청하면서

遣使進貢馬一萬匹絹一千匹,

견사진공마일만필견일천필

惟燕王恃其地遠兵强 不能歸順.

유연왕시기지원병강 불능귀순

사신을 보내어 말 일만 필과 비단 일천 필을 조공하였으나,

오직 연왕만은 땅이 멀고 군이 강함을 믿고 귀순치 아니하였다.

上以兩鎭之服皆少遊之功,

상이양진지복개소유지공

降旨褒崇曰:

강지포숭왈

천자天子는 양 진鎭이 항복함은 모두가 소유의 공이이라는

내용의 교지敎旨를 내려 포숭褒崇하며 말하기를,

“河北三鎭專據一隅, 屈强造亂殆百年矣.

하북삼진전거일우 굴강조란태백년의

“하북의 삼 진三鎭이 오직 한 모퉁이에 웅거하고

남에게 굴하지 아니하며 난을 일으킨 지 거의 백년이 되었다.

德宗皇帝起十萬衆 命將征伐,

덕종황제기십만중 명장정벌

終末能挫其强 而服其心矣,

종말능좌기강 이복기심의

덕종 황제께서 십만 대군을 일으켜 장수로 하여금 정벌토록 명하시었으나,

끝내 그 강함을 꺾고 그 마음을 항복받을 수 없었거늘,

今楊少遊以盈尺之書, 服兩鎭之賊 不勞一師,

금양소유이영척지서 복양진지적 불로일사

不戮一人而皇威遠暢於萬里之外,

불륙일인이황위원창어만리지외

이제 양소유의 한 자[尺] 남짓 정도의 글로써

두 진의 도적으로부터 항복을 받았으니,

군사 한 명도 수고치 아니하고,

또한 한 사람도 죽이지 아니하고, 황실의 위엄을 널리 만 리 밖에까지 떨친지라,

朕實嘉之賜以絹三千匹 馬五天匹

짐실가지사이견삼천필 마오천필

表予優獎之意.”

표여우장지의

짐이 실로 그를 가상히 여겨 비단 삼천 필과

말 오십 필을 주어 크게 칭찬하는 내 뜻을 표表하고자 하노라.”

仍欲進秩 少遊進前辭謝:

잉욕진질 소유진전사사

또한 천자가 품계를 높이고자 하니,

소유가 앞으로 나아가 사양하며 아뢰기를,

“代草王言卽臣職分,

대초왕언즉신직분

兩鎭歸化莫非天威, 臣以何功叨此重賞,

양진귀화막비천위 신이하공도차중상

“임금님의 말씀을 대신 초草하는 것은 곧 신하된 자의 직분이옵고,

양 진이 귀화함은 곧 천자 폐하의 위엄이오니

신이 무슨 공으로서 이 중한 상을 탐하겠으며,

况一鎭猶梗聖化敢肆跳梁,

황일진유경성화감사도량

恨不能提劒執殳, 以雪國家之耻,

한불능제검집수 이설국가지치

陞擢之命何安於心?

승탁지명하안어심

하물며 한 진鎭은 오히려 임금님의 덕화德化를 막고 감히 함부로 날뛰는데,

신은 칼을 들고 창을 잡아 나라의 수치를 씻을 수 없는 것을 한탄하올 뿐

벼슬을 높이시는 명을 어찌 마음에 두겠습니까?

人臣願忠固無間於職階之崇卑,

인신원충고무간어직계지숭비

兵家勝敗不專在於士卒之多少,

병가승패부전재어사졸지다소

신하된 자로서 충성을 바치는 데는 진실로 계급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없고,

싸움에 이기고 패하는 것은 오로지 병사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아니하오니,

臣願得一枝之兵倚仗大朝之威,

신원득일지지병의장대조지위

進與燕寇決死力戰, 以報聖恩之萬一.”

진여연구결사력전 이보성은지만일

신臣은 한 무리의 병사를 얻어 대조大朝의 위엄에 의지하여

나아가 연燕나라의 도적들에게 죽기를 결단하고 힘써 싸워

성은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를 원합니다.”

上壯其意 問於大臣皆曰:

상장기의 문어대신개왈

천자는 그 뜻을 장하게 여겨

대신들에게 물으니 모두 아뢰기를,

“三鎭互爲脣齒之形, 而兩鎭旣已屈服,

삼진호위순치지형 이양진기이굴복

小燕狂賊 特鼎魚穴蟻也.

소연광적 특정어혈의야

“세 진이 서로 순치脣齒의 형세形勢였는데

이제 두 진이 이미 굴복하였으므로,

조그만 연燕나라 미친 도적은

유난히 가마솥에 든 물고기나 구멍에 든 개미와 같사오니,

以兵臨之 則必若摧枯拉朽,

이병임지 즉필약최고랍후

而王者之兵先謀後伐,

이왕자지병선모후벌

군사로써 그에 임하면 곧 말라 썩는 나무를 꺾는 것과 같사오며,

또 왕된 자의 군사는 먼저 꾀를 쓰고 뒤에 치는 것이니,

請遣少遊喩以利害,

청견소유유이리해

不服則卽加兵可也.”

불복즉즉가병가야

청컨대 소유를 보내어 이해로써 효유曉諭하다가

끝내 항복치 아니하거든 곧 군사를 보탬이 좋을까 하나이다.”

上然之 使楊少遊持節往喩,

상연지 사양소유지절왕유

翰林奉詔旨受鈇鉞, 將發行拜辭於司徒

한림봉조지수부월 장발행배사어사도

천자는 그 말을 옳게 여기어

양소유로 하여금, ‘절월節鉞을 지니고 가서 효유하라’하니

한림이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절부節符와 부월斧鉞을 받고,

장차 떠나려 할 즈음 사도에게 하직인사를 드렸다.

司徒曰 :“邊鎭驁逆 不用朝命 非一日也,

사도왈 변진오역 불용조명 비일일야

楊郞以一介書生入不測之危地,

양랑이일개서생입불측지위지

사도가 말하기를,

“변방의 진이 몹시 황실에 거역하여

조정의 명을 따르지 않은 지가 다만 하루 이틀이 아니거늘,

양랑이 한낱 서생書生의 몸으로 위태로운 땅에 들어가려 하니,

如有不虞之變, 發於無備之處,

여유불우지변 발어무비지처

豈但爲老夫之不幸乎?

기단위로부지불행호

만일 생각하지도 아니한 변이

준비도 없는 곳에서 생기면

어찌 다만 노부의 불행이겠는가?

吾老且病雖不與朝廷末議,

오로차병수불여조정말의

而欲上一書而爭之.”

이욕상일서이쟁지

내 늙고 병이 들어 비록 조정 의논에는 참여치 아니하였으나

한 장의 상소上疏를 올려 그를 간쟁諫爭하도록 하겠네.”

翰林正之曰: “岳丈毋用過慮.

한림정지왈 악장무용과려

藩鎭不過乘朝庭之不靖, 詿誤於一時也.

번진불과승조정지부정 괘오어일시야

한림이 그를 만류하여 말하기를,

“장인께서는 지나치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번진藩鎭이 조정의 편안치 못함을 틈타서

한 때 소란을 피우는 것에 불과하오며,

今天子神武朝政淸明, 趙魏兩國且已束手,

금천자신무조정청명 조위양국차이속수

單弱之小鎭 偏小之一燕, 何能爲哉?”

단약지소진 편소지일연 하능위재

지금 천자께서 무덕武德이 뛰어나시고 조정朝政이 청명하여

조,趙 위魏 양국이 또한 이미 저항하지 못하고 귀순하였으니,

외롭고 약한 조그만 진鎭으로

한 쪽에 치우친 조그만 한낱 연燕나라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司徒曰: “王命旣下君意已定,

사도왈 왕명기하군의이정

老夫更無他言, 惟願加飱而已.”

로부갱무타언 유원가손이이

사도가 말하기를,

“왕명이 이미 내려졌고 그대의 뜻 또한 이미 정해졌으니

노부가 다시 할 말이 없거니와

오직 몸조심하기만 바랄 뿐이네.”

夫人垂涕而別曰:

부인수체이별왈

부인이 눈물을 흘리고 작별하면서 말하기를,

“自得賢郞頗慰老懷, 郞今遠行我懷如何?

자득현랑파위로회 랑금원행아회여하

王程有限 只祝來歸疾也.”

왕정유한 지축래귀질야

“어진 낭자를 얻고부터 자못 늙은 마음을 위로했는데,

양랑이 이제 먼 길을 떠나니 내 가슴 속이 어떠하겠나?

관리官吏의 여정에는 한도가 있으니,

오직 빨리 돌아오기만을 축원하겠네.”

翰林退至花園 治行卽發,

한림퇴지화원치행즉발

春雲執衣而泣曰:

춘운집의이읍왈

한림이 물러나 화원에 이르러

행장을 갖추고 곧 떠나려 할 새,

춘운이 옷을 잡고 울며 말하기를,

“相公之朝直於玉堂也,

상공지조직어옥당야

妾必早起 整包寢具 奉着朝袍,

첩필조기 정포침구 봉착조포

“상공께서 옥당玉堂에 잠자리 드실 때

첩이 반드시 일찍 일어나

침구를 가지런히 싸고 조포朝袍를 받들어 입혀드리면,

相公必流眄顧妾, 常有眷眷不忍離之意,

상공필류면고첩 상유권권불인리지의

今當萬里之別 何無一言相贈?”

금당만리지별 하무일언상증

상공께서는 반드시 곁눈을 흘기셔 첩을 돌아보시고

안타까이 여기사 차마 떠나기를 싫어하신 적이 많사온데,

이제 만 리 길의 이별을 당하여

어찌 무어라 한 마디 말씀이 없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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