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鄭生曰 :“以楊兄豁達之量,

정생왈 이양형활달지량

爲兒女羞愧之態耶?

위아녀수괴지태야

정생이 말하기를,

“양형의 활달豁達한 도량으로써

아녀자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지으려 합니까?

兄雖以大言斥杜眞人, 觀兄氣色不可掩也.

형수이대언척두진인 관형기색불가엄야

형이 비록 큰 소리로 두진인杜眞人을 물리쳤으나

형의 기색은 숨길 수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弟恐兄迷 而不悟禍將不測,

제공형미 이불오화장불측

潛以杜眞人逐鬼之符, 置於兄束髮之間,

잠이두진인축귀지부 치어형속발지간

아우는 형이 미혹되어

깨닫지 못함을 두려워하고 장차 미칠 화를 헤아릴 수 없어서,

가만히 두진인의 귀신 쫓는 부적을 형의 상투 머리칼 사이에 감추어도

而兄醉倒不省矣, 其夜潛身於花園蒙密之中,

이형취도불성의 기야잠신어화원몽밀지중

窺見則有鬼女哭辭於兄寢室外, 卽踰墻而去

규견즉유귀녀곡사어형침실외 즉유장이거

형은 너무 취해서 알지 못하기에,

아우는 그 밤에 빽빽이 우거진 화원의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엿보았더니, 여자 귀신이 형의 침실 창 밖에서 울며 하직하고

담을 넘어 갔으니,

此眞人之言驗矣, 小弟之誠至矣,

차진인지언험의 소제지성지의

兄不我謝 而乃反齎怒 何耶?”

형불아사 이내반재로 하야

이로 보아 진인의 말은 영험靈驗이 있고

소제의 정성이 지극하거늘

형이 저에게 사례치 아니하고,

이에 도리어 노여움을 품음은 어찌된 일입니까?”

翰林知其不可牢諱, 向司徒而言曰 :

한림지기불가뢰휘 향사도이언왈

“小婿之事 頗涉怪駭, 當備告於岳丈矣.”

소서지사 파섭괴해 당비고어악장의

한림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알고, 사도를 향하여 말하기를,

“소서小婿의 일이 너무나 해괴해서

마땅히 장인어른께 모두 고하렵니다.”

具其首尾悉陳无餘仍曰 :

구기수미실진무여잉왈

전후 사실을 남김없이 모두 아뢰고 또 말하기를,

“小婿固知十三兄之愛我, 而女娘雖曰鬼神,

소서고지십삼형지애아 이녀낭수왈귀신

莊而不誕 正而不邪, 決不貽禍於人,

장이불탄 정이불사 결불이화어인

“소서는, 십삼형十三兄이 나를 위하는 줄 이미 알고 있는데,

여낭이 비록 귀신이라고 하나

씩씩하고 속임이 없으며 바르고 요사스럽지 아니하니

결단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小婿雖疲劣亦丈夫也, 不必爲鬼物所迷,

소서수피렬역장부야 불필위귀물소미

而鄭兄乃以不經之符, 斷其自來之路,

이정형내이불경지부 단기자래지로

實不能旡介於中也.”

실불능기개어중야

소서가 비록 기운이 없고 용렬하나 또한 대장부인데,

반드시 귀물에게 홀릴 바가 아니거늘,

정형이 불경不經한 부적으로써 여낭의 오는 길을 끊으니,

실로 마음에 걸리는 바 없지 않습니다.”

司徒擊掌大笑曰 :

사도격장대소왈

사도가 박장 대소하며 말하기를,

“楊郞文彩風流與宋玉同, 必已作神女賦也.

양랑문채풍류여송옥동 필이작신녀부야

老夫非爲戱言於楊郞也,

로부비위희언어양랑야

“양랑의 문채文彩와 풍류風流가 송옥宋玉과 같으니

필연 이미 신녀부神女賦를 지었으리라.

노부老夫가 양랑을 희롱하는 말이 아니라,

少時偶値異人 果學少翁致鬼之術矣,

소시우치이인 과학소옹치귀지술의

今當爲賢婿致張女娘之神, 以謝侄兒之罪,

금당위현서치장녀낭지신 이사질아지죄

以慰賢婿之心未知如何.”

이위현서지심미지여하

어릴 적에 우연히 이인異人을 만나서

마침내 소옹少翁의 귀신 부르는 술법을 배웠으니,

이제는 사위를 위하여 장여랑의 신혼神魂을 불러들여 조카의 죄를 사죄케 하고,

어린 사위의 마음을 위로코자 하나, 그대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모르겠노라.”

翰林曰 :“此岳丈弄小婿也.

한림왈 차악장롱소서야

少翁雖能致李夫人之魂,

소옹수능치이부인지혼

한림이 말하기를,

“이는 악장어른이 소서를 놀리시는 것입니다.

소옹이 비록 이 부인의 혼을 불러들였다 하나,

而此術之不傳也久矣,

이차술지부전야구의

小婿於岳丈之言不敢信也.”

소서어악장지언불감신야

이 술법이 전해 오지 못한 지 오래 되니,

소서는 악장어른의 말씀을 감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鄭生曰 :“張女娘之魂,

정생왈 장녀낭지혼

楊兄則不費一言而致之,

양형즉불비일언이치지

정생이 말하기를,

“장여낭의 혼을

양형께서는 한마디의 말도 허비하지 아니하고 불렀으며,

小弟則能以一符而逐之,

소제즉능이일부이축지

鬼中之可使者也 兄何疑乎?”

귀중지가사자야 형하의호

소제는 그를 한 조각 부적으로 쫓아 낼 수 있었으니,

귀신을 어지간히 부릴 수 있을 것인데,

형은 어찌 의심을 하십니까?”

司徒乃以麈尾打屛風曰 :

사도내이주미타병풍왈

“張女娘安在?”

장녀낭안재

사도가 총채로 병풍을 치며 말하기를,

“장여낭이 어디에 있느냐?”

一女子忽自屛後而出, 含笑含嬌 立於夫人之後,

일녀자홀자병후이출 함소함교 립어부인지후

翰林一擧目 已知其張女娘也.

한림일거목 이지기장녀낭야

한 여자가 홀연히 병풍 뒤로부터 나와

웃음을 띠고 교태를 머금은 채 부인의 뒤에 서니

한림이 한번 눈을 들어 보고도 벌써 장여랑임을 알 수 있었다.

恍恍惚惚莫知端倪, 直視司徒及鄭生而問曰 :

황황홀홀막지단예 직시사도급정생이문왈

“此人耶鬼耶? 鬼何以能出於白晝耶?”

차인야귀야 귀하이능출어백주야

어리둥절하여 일의 처음과 끝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사도와 정생을 똑바로 보며 묻기를,

“이는 사람입니까? 귀신입니까? 어찌 귀신이 밝은 대낮에 나올 수 있습니까?”

司徒及夫人啓齒而笑, 鄭生捧腹大噱顚仆不能起,

사도급부인계치이소 정생봉복대갹전부불능기

左右侍婢等已折腰矣.

좌우시비등이절요의

사도와 부인은 이를 드러내어 웃고,

정생은 배를 그러안고 껄껄 웃으며 엎어져서 넘어지고 일어나지를 못하며,

좌우의 시비들도 이미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司徒曰 :“老夫方爲賢婿吐其實矣.

사도왈 로부방위현서토기실의

사도가 말하기를,

“노부가 바야흐로 어진 사위를 위하여 그 사실을 토로하겠네.

此兒非鬼非仙, 卽吾家所育賈氏女子其名春雲,

차아비귀비선 즉오가소육가씨녀자기명춘운

近回楊郞塊處花園 喫盡苦況,

근회양랑괴처화원 끽진고황

이 아이는 귀신도 아니고, 선녀도 아니며

우리 집에서 자란 가씨賈氏 여자로 그의 이름은 춘운春雲인데,

근래에 양랑이 화원에서 고독하게 지내며 고난을 겪은 정황을 보고,

老夫送此美女 以侍賢郞, 欲以慰客中之無聊,

로부송차미녀 이시현랑 욕이위객중지무료

盖出於吾老夫妻好意,

개출어오로부처호의

노부가 이 미녀를 보냄은 현랑賢郞을 모셔

객지의 무료함을 위로케 한 것으로,

대개 우리 늙은 부처의 호의에서 나온 것이었으나,

而年少輩居間 用計戱謔太過,

이년소배거간 용계희학태과

遂使賢郞無端苦惱 不亦笑乎?”

수사현랑무단고뇌 불역소호

나이 어린 것들이 소개하는 도중에 꾀를 써서 농지거리함이 너무 지나쳐서,

마침내 현랑의 마음을 무단히 괴롭고도 번뇌케 했으니, 또한 우습지 않은가?”

鄭生方止笑而言曰 : “前後再度之逢,

정생방지소이언왈 전후재도지봉

皆我所媒而不感媒妁之恩,

개아소매이불감매작지은

정생이 문득 웃음을 멈추고 말하기를,

“앞뒤로 다시 만남은

다 내가 소개한 때문인데, 중매를 한 은혜에는 감사치 아니하고

反以仇讐視之,

반이구수시지

楊兄可謂負功亡德者也.”

양형가위부공망덕자야

오히려 원수와 같이 여기니,

양형은 과연 부공망덕負功亡德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翰林亦大笑曰 :“岳丈旣以此女 送於小弟,

한림역대소왈 악장기이차녀 송어소제

鄭兄從中操弄而已, 何功之可賞?”

정형종중조롱이이 하공지가상

한림 또한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장인이 이미 이 여자를 소서에게 보내시는 것을,

정형이 중간에서 가로채어 조롱했거늘,

무슨 공으로 상을 받을 수 있을까?”

鄭生曰 :“操弄之責弟實甘心,

정생왈 조롱지책제실감심

發蹤指示自有其人, 此豈獨爲小弟之罪哉?”

발종지시자유기인 차기독위소제지죄재

정생이 말하기를,

“조롱한 책임은 아우가 참으로 달갑게 여기겠지만

그 계책을 꾸며 지시한 사람이 따로 있으니,

이 어찌 소제 혼자만의 죄라 하겠습니까?”

翰林向司徒而笑曰 :

한림향사도이소왈

“苟有是也或者岳丈, 爲少婿作遊戱事也.”

구유시야혹자악장 위소서작유희사야

한림이 사도를 향하여 웃으며 말하기를,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혹시 장인께서

소서를 위하여 장난삼아 놀리신 일입니까?”

司徒曰 : “否否! 老夫之髮已黃矣,

사도왈 부부 로부지발이황의

豈可作兒戱乎? 楊郞誤思也.”

기가작아희호 양랑오사야

사도가 말하기를,

“그럴 리가 있겠나. 노부의 머리털이 이미 노랗거늘

어찌 어린애 장난을 하겠는가?

양랑이 잘못 생각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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