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6

鄭生慰之曰 :“楊兄自是吉人 神明必有所助,

정생위지왈 양형자시길인 신명필유소조

何鬼之可慮乎? 此流往往以誕術, 動人可惡也.”

하귀지가려호 차류왕왕이탄술 동인가오야

정생이 양한림을 위로하기를,

“양형은 본디 길吉한 사람이라, 신명이 반드시 도우실 터이니,

어찌 귀신이 염려될 수 있겠습니까?

이렇듯 이따금 허튼 술책術策으로써

사람을 동요케 하니 괘씸하군요.”

乃進酒終夕大醉而散. 是日翰林至夜分乃醒,

내진주종석대취이산 시일한림지야분내성

焚香靜坐苦待女娘之來, 已至深更杳無形迹,

분향정좌고대여낭지래 이지심경묘무형적

이에 술이 나오니 날이 저물도록 많이 취한 후 헤어졌다.

이날 한림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술이 깨어

향을 피우고 고요히 앉아서 여낭 오기를 고대하였는데,

밤이 매우 깊어가나 여낭의 형적은 아득하고 없었다.

翰林拍案曰 :“天欲曙矣娘不來矣.”

한림박안왈 천욕서의낭불래의

한림이 책상을 치며 탄식하기를,

“하늘은 밝아오는데 낭자는 오질 않는구나.”

欲滅燭而寢矣, 窓外忽有且啼且語之聲,

욕멸촉이침의 창외홀유차체차어지성

細聽之 則乃女娘也曰 :

세청지 즉내녀낭야왈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려하니,

갑자기 창 밖에서 홀연 우는 듯 말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자세히 들어보니, 여낭의 목소리였다.

“郞君以妖道士之符,

랑군이요도사지부

藏於頭上 妾不敢近前.

장어두상 첩불감근전

“낭군께서 요사한 도사의 부적符籍을

머리 위에 감추어 두었기에 첩이 감히 그 앞에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

妾雖知非郞君之意, 是亦天緣盡而妖魔戱也.

첩수지비랑군지의 시역천연진이요마희야

惟望郞君保重, 妾從此永訣矣.”

유망랑군보중 첩종차영결의

첩이 비록 낭군의 뜻이 아닌 줄 알거니와

이 또한 천생 인연이 다하여 요사한 마귀가 희롱하고 있습니다.

낭군께서 몸을 아껴 잘 보전하시기만을 바랍니다.

첩은 이에 따라 영원한 이별을 고합니다.”

翰林大驚而起, 拓戶而視之,

한림대경이기 척호이시지

無人形 而只有一封書在於階上,

무인형 이지유일봉서재어계상

한림이 크게 놀라 일어나 문을 밀치고 그를 보니,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만 한 통의 봉서封書가 계단 위에 놓여 있어,

乃折見之卽女娘之所製也. 其詩曰 :

내절견지즉녀낭지소제야 기시왈

이에 열어 보니 곧 여낭이 지은 글이었다.

그 시에 읊기를,

昔訪佳期躐彩雲 석방가기렵채운

更將淸酌酹荒墳 갱장청작뢰황분

深誠未效恩先絶 심성미효은선절

不怨郞君怨鄭君 불원랑군원정군

옛적 아름다운 기약을 찾아 채색 구름을 밟고

다시 맑은 술잔 가져와 황량한 무덤에 뿌렸는데

깊은 정성 보답지 못하고 은혜 먼저 끊겼네

낭군을 원망함이 아니라 정군을 원망할 뿐

翰林一吟一唏 且恨且怪以手撫頭,

한림일음일희 차한차괴이수무두

有一物在於總髮之間, 出而見之乃逐鬼符也.

유일물재어총발지간 출이견지내축귀부야

한림이 한 번 읊을 적마다 한번 훌쩍이며,

또한 한스럽고 또 이상하여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져 보니

상투머리칼 사이에 한 물건이 있는데,

꺼내 보니 곧 귀신을 쫓는 부적이었다.

大怒叱曰 : “妖人誤我事也!”

대로질왈 요인오아사야

크게 노하여 큰 소리로 욕하기를,

“요사한 사람이 내 일을 그르쳤도다!”

遂裂破其符 痛恙益切, 更把女娘之詩微吟一度,

수열파기부 통양익절 갱파녀낭지시미음일도

드디어 그 부적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니, 몹시 성이 나고 더욱 간절하여,

다시 여낭의 시를 잡고 한 번 나직이 읊었다.

大悟曰 : “張女之怨鄭君深矣,

대오왈 장녀지원정군심의

此乃鄭十三之事也.

차내정십삼지사야

크게 깨닫기를,

“장녀張女가 정군鄭君을 몹시 원망하니

이는 바로 정십삼랑鄭十三郞의 일이로다!

雖非惡意 阻敗好事,

수비악의 조패호사

非道士之妖 乃鄭生也. 吾必辱.”

비도사지요 내정생야 오필욕

비록 악한 뜻은 아닐지라도,

좋은 일을 막아 낭패케 함이

도사의 요술이 아니요, 곧 정생이 한 짓이니

내 반드시 그를 욕되게 하리라!”

遂次女娘之詩 囊以藏之曰 :

수차녀낭지시 랑이장지왈

“詩雖成矣 誰可贈矣?” 詩曰 :

시수성의 수가증의 시왈

드디어 여낭의 글을 차운次韻하여 시 한 편을 지어

주머니 속에 감춘 뒤 말하기를,

“시는 비록 지었지만, 누구에게 줄 수 있을까?”

그 시에 읊기를,

冷然風馭上神雲 냉연풍어상신운

莫道芳魂寄孤墳 막도방혼기고분

園裡百花花底月 원리백화화저월

故人何處不思君 고인하처불사군

차갑게 바람 몰아 신선한 구름에 올라가서

꽃다운 넋이 외로운 무덤에 묻혔다고 말하지 마라

동산 속은 꽃 가득, 꽃 밑에는 달인데

고인은 어느 곳에서 낭군을 생각하진 않는지?

達明往鄭十三家鄭生出去矣,

달명왕정십삼가정생출거의

三日往尋終未一遇.

삼일왕심종미일우

날이 밝자 정십삼의 집으로 가니 정생이 밖에 나가,

연삼 일을 찾았으나 끝내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女娘影響益緲邈,

녀낭영향익묘막

欲訪於紫閣之亭 則精靈已歸,

욕방어자각지정 즉정령이귀

여낭의 그림자와 소리가 더욱 아득하고 막막하여

자각정紫閣亭으로 가려 하지만

정령精靈이 이미 돌아가 버리고

欲尋於南郊之墓 則音容難接,

욕심어남교지묘 즉음용난접

无處可問无計可施, 抑塞紆軫寢食頓減矣.

무처가문무계가시 억새우진침식돈감의

남쪽 밖의 묘에서 찾고자 하나,

여낭의 소리와 얼굴을 접하기가 어려우니,

물을 만한 곳도 없고 베풀만한 꾀도 없어,

억눌려 답답하고 우울한 심정으로 침식은 점차 줄어들었다.

一日鄭司徒夫妻, 置酒饌邀翰林,

일일정사도부처 치주찬요한림

討穩而飛觴司徒曰 :“楊郞神觀近何憔悴也?”

토온이비상사도왈 양랑신관근하초췌야

하루는 정사도 부처夫妻가

술상을 마련하고 한림을 불러

한담을 나누며 잔을 돌리다가, 사도가 말하기를,

“양랑의 안색이 근래에 어찌 그리 초췌하게 되었소?”

翰林曰 :“與十三兄連日過飮,

한림왈 여십삼형연일과음

恐因此而然矣.”공인차이연의

한림이 대답하기를,

“십삼형과 더불어 연일 과음하였는데,

아마도 그로 말미암음인가 싶습니다.”

鄭生忽來到, 翰林以怒目睨視 不與語矣,

정생홀래도 한림이로목예 시불여어의

정생이 홀연히 온지라, 한림이 성난 눈으로 흘겨보며,

서로 말을 아니 하였다.

鄭生先問曰 :“兄近來職事倥傯耶.

정생선문왈 형근래직사공총야

心緖不佳耶.

심서불가야

정생이 먼저 묻기를,

“형이 근래에 벼슬일이 매우 바쁘셨는지요.

심사가 불편했는지요.

陟屺之情苦耶. 濫酒之疾作耶.

척기지정고야 람주지질작야

貌何憔悴耶, 神何蕭索耶?”

모하초췌야 신하소삭야

고향 생각으로 괴로워 하셨는지요.

지나치게 술을 마셔 탈이 나셨는지요.

용모가 어찌 그리 초췌하며

정신도 어찌 그리 삭막하십니까? "

翰林微答曰 :한림미답왈

“旅遊之人安得不然?”

여유지인안득불연

한림이 마지못해 대답하기를,

“떠돌며 노니는 사람이 어찌 그렇지 않겠소?”

司徒曰 :“家中婢僕傳言,

사도왈 가중비복전언

楊郞與一美妹 共話於花園, 此語信耶?”

양랑여일미매 공화어화원 차어신야

사도가 말하기를,

“집의 비복들이 말을 전하기를,

‘양랑이 아름다운 손아래 여인과 더불어 화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는데,

이 말은 믿어도 되나?”

翰林答曰 :“花園僻矣 人誰往來?

한림답왈 화원벽의 인수왕래

必傳之者妄也.”

필전지자망야

한림이 대답하기를,

“화원이 외진 곳인데

어느 누가 왕래하겠습니까?

필경 그렇게 전한 자가 속인 것입니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38  (0) 2010.11.30
구운몽 37  (0) 2010.11.30
구운몽 35  (0) 2010.11.19
구운몽 34  (0) 2010.11.19
구운몽 33  (0) 2010.07.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