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翰林顧鄭生曰 :“作俑而誰復爲此戱乎?”

한림고정생왈 작용이수부위차희호

한림이 정생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형이 꾸미지 않았으면 누가 이런 장난을 다시 하겠는가?”

鄭生曰: “聖人有言 出乎爾者 反乎爾,

정생왈 성인유언 출호이자 반호이

楊兄更思之, 曾以何計欺何許人乎?

양형갱사지 증이하계기하허인호

정생이 대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에 ‘너에게서 나간 자 너에게로 돌아온다’하셨으니,

양형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일찍이 어떤 계책으로써 어떤 사람을 속이셨습니까?

男子尙化爲女子, 以俗人而爲仙 以仙子而爲鬼,

남자상화위녀자 이속인이위선 이선자이위귀

何足怪哉?”

하주괴재

남자가 오히려 여자로 변하는 마당에

속인이 신선도 되고, 신선이 귀신도 됨이

어찌 지나치게 괴이한 일입니까?”

翰林乃大覺笑向司徒曰: “是哉! 是哉!

한림내대각소향사도왈 시재 시재

小婿曾有得罪於小姐之事矣, 小姐必不忘睚眦之怨也.”

소서증유득죄어소저지사의 소저필불망애자지원야

한림이 이에 크게 깨닫고 웃으며, 사도에게 여쭈기를,

“옳습니다! 옳습니다!

소서가 일찍이 소저에게 죄를 지은 적이 있는데,

소저께서 필연 아주 작은 원망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司徒與夫人皆笑而不答.

사도여부인개소이부답

사도와 부인이 함께 웃고 대답치 않았다.

翰林顧謂春雲曰: “春娘汝固慧黠矣!

한림고위춘운왈 춘낭여고혜할의

欲事其人 而先欺之, 其於婦女之道 何如耶?”

욕사기인 이선기지 기어부녀지도 하여야

한림이 춘운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 춘낭아! 너 참으로 교활하구나!

사람을 섬기고자 하면서 그 사람을 먼저 기만하니

그것이 부녀자의 도리라 할 수 있겠는가?”

春雲跪而對曰:

춘운궤이대왈

“賤妾但聞將軍令 不聞天子詔也.”

천첩단문장군령 불문천자조야

춘운이 무릎을 꿇고 대답하기를,

“천첩이 다만 장군의 명령命令만 들었을 뿐,

천자의 조서詔書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翰林嗟歎曰: “昔神女朝爲雲暮爲雨,

한림차탄왈 석신녀조위운모위우

今春娘朝爲仙暮爲鬼,

금춘낭조위선모위귀

한림이 탄식하고 말하기를,

“옛 신녀神女는 아침에 구름이 되고 저녁에 비가 되더니,

이제 춘낭은 아침엔 선녀가 되고 저녁에 귀신이 되니

雲與雨雖異一神女也, 仙與鬼雖變一春娘也,

운여우수리일신녀야 선여귀수변일춘낭야

襄王惟知一神女而已, 何與雲雨之數化,

양왕유지일신녀이이 하여운우지삭화

구름과 비가 비록 다르다 하나 한 신녀요,

신녀와 귀신이 비록 분별되긴 하나 한 춘낭이니,

양왕襄王은 오직 한 신녀만을 알았을 뿐

구름과 비가 자주 변화함에 어찌 개의하였을 것이며,

今我亦知一春娘而已,

금아역지일춘낭이이

何論其仙鬼之至變乎?

하론기선귀지지변호

이제 나는 한 춘낭만을 알 뿐으로

그가 선녀와 귀신으로 바꾸어 변함을 어찌 의론 하겠는가?

然襄王見雲 則不曰雲 而曰神女,

연양왕견운 즉불왈운 이왈신녀

見雨 則不曰雨 而曰神女,

견우 즉불왈우 이왈신녀

그러나 양왕은 구름을 보고서 구름이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으며,

비를 보고서도 비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는데,

今我遇仙 則不曰春娘 而曰仙,

금아우선 즉불왈춘낭 이왈선

遇鬼 則不曰春娘 而曰鬼,

우귀 즉불왈춘낭 이왈귀

지금의 나는 신선을 만나고서도 춘낭이라 하지 않고 신선이라 했으며,

귀신을 만나고서도 춘낭이라 하지 않고 귀신이라 했으니,

是我不及於襄王遠矣,

시아불급어양왕원의

春娘之變化 非神女所及也.

춘낭지변화 비신녀소급야

이는 내가 양왕에게 까마득히 미치지 못함이요,

춘낭의 변화는 신녀가 미치지 못할 바로구나.

吾聞强將無弱卒, 其裨將若此,

오문강장무약졸 기비장약차

其大將不待親見 而可知也!”

기대장부대친견 이가지야

나는 강한 장수에게 약한 병졸이 없다고 들었지만,

그 비장裨將이 이와 같으니,

그의 대장은 가까이 대해 보지 아니하여도 지략이 많음을 알 수 있겠구나!”

座中皆大笑 更進酒肴, 終夕大醉,

좌중개대소 갱진주효 종석대취

春雲亦以新人與於末席, 至夜春雲執燭 陪翰林至花園,

춘운역이신인여어말석 지야춘운집촉 배한림지화원

좌중이 모두 크게 웃고 다시 술과 안주를 내어와

종일토록 마셔 크게 취하였는데,

춘운이 또한 새 사람으로 말석에 참석하였다가

밤이 이슥하여 춘운이 촛불을 잡고 한림을 모셔 화원에 이르니,

翰林醉甚 把春雲之手 而戱之曰:

한림취심 파춘운지수 이희지왈

“汝眞仙乎眞鬼乎?”

여진선호진귀호

한림이 무척 취하여 춘운의 손을 잡고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는 참말로 선녀냐, 참말로 귀신이냐?”

仍就視之曰: “非仙也 非鬼也 乃人也.

잉취시지왈 비선야 비귀야 내인야

吾仙亦愛之 鬼亦愛之 况人乎?”

오선역애지 귀역애지 황인호

거듭 다가가서 찬찬히 보며 말하기를,

“선녀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사람이로구나.

내 선녀도 또한 사랑했고 귀신도 사랑했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又曰: “仙亦非汝也 鬼亦非汝也.

우왈 선역비여야 귀역비여야

或使汝而爲仙 或使汝而爲鬼者,

혹사여이위선 혹사여이위귀자

또 말하기를,

“선녀도 또한 네가 아니고, 귀신도 또한 네가 아니다.

혹은 너를 선녀가 되게 하고 혹은 네가 귀신이 되게 한 자는

亦眞有爲仙爲鬼之術, 而以楊翰林爲俗客

역진유위선위귀지술 이이양한림위속객

而不欲相從耶,

이불욕상종야

또한 참말로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는 술책을 지니고 있으니,

양한림으로서는 속객俗客이 되어

서로 좇지 않으려 할 것이고,

以花園爲陽界 而不欲相訪耶.

이화원위양계 이불욕상방야

人能使汝爲仙爲鬼, 而我獨不能使汝而變化乎?

인능사여위선위귀 이아독불능사여이변화호

화원은 양계陽界가 되어 서로 찾지 않으려할 것이다.

사람이 너를 선녀도 되게 하고 귀신도 될 수 있게 하는데

나 혼자만이 너를 변화시킬 수 없단 말이냐?

使汝而欲爲仙也, 其將爲月殿之姮娥,

사여이욕위선야 기장위월전지항아

使汝而爲鬼也 抑將爲南岳之眞人乎?”

사여이위귀야 억장위남악지진인호

너로 하여금 선녀가 되게 하고 싶은데, 장

차 월전月殿의 항아姮娥가 되겠느냐?

네가 귀신이 된다면

아니면 장차 남악南岳의 진인眞人이 되겠느냐?"

春雲對曰: “賤妾僭越 實多欺罔之罪,

춘운대왈 천첩참월 실다기망지죄

惟相公寬假之.”

유상공과가지

춘운이 대답하기를,

“천첩이 외람된 일을 저질러

실로 상공을 속인 죄가 많사오니,

오직 상공의 관용만을 비옵니다.”

翰林曰: “當汝之變化爲鬼 亦不以爲忌,

한림왈 당여지변화위귀 역불이위기

到今豈有追咎之心乎?”

도금기유추구지심호

한림이 말하기를,

“사실 네가 변화하여 귀신이 되어도

또한 꺼리지 아니하였을 텐데,

지금에 이르러 어찌 허물을 탓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겠느냐?”

春雲起而謝之.

춘운기이사지

춘운이 일어나 한림에게 사례하였다.

楊翰林得第之後 卽入翰苑, 自縻職事 尙未歸覲,

양한림득제지후 즉입한원 자미직사 상미귀근

양한림이 과거에 급제한 후 곧 한원翰苑에 들어가

벼슬에 매인 몸이 되어 아직 근친覲親을 못 하다가,

方欲請暇 歸鄕省拜母親, 仍陪來京第 卽過婚禮,

방욕청가 귀향성배모친 잉배래경제 즉과혼례

而時國家多事.

이시국가다사

바야흐로 휴가를 청하여 고향으로 내려가 모친을 찾아 뵙고는,

바로 모시고 서울 집에 올라와서 곧 성례成禮하려 하는데

때마침 나라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吐蕃數侵掠邊境, 河北三節度或自稱燕王,

토번삭침략변경 하북삼절도혹자칭연왕

或自稱趙王 或自稱魏王, 連結强隣 稱兵交亂,

혹자칭조왕 혹자칭위왕 연결강린 칭병교란

토번吐蕃 (티벳 족)은 자주 변경을 침노하고

하북의 세 절도사는 혹은 연왕燕王이니,

혹은 조왕趙王이니, 혹은 위왕魏王이니 자칭하고,

강한 이웃과 연결하여 군사를 일으켜 어지럽게 하므로,

天子憂之 博謀於群臣 廣詢於廟堂

천자우지 박모어군신 광순어묘당

將欲出師致討, 大小臣僚言議矛盾,

장욕출사치토 대소신료언의모순

천자天子가 근심하여 묘당廟堂에서 여러 신하들에게 깊은 꾀를 널리 묻고,

장차 군사를 내어 치고자 하려는데

모든 신하들의 의론이 분분하여 한결같지 아니하고,

皆懷姑息苟且之計,

개회고식구차지계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구차한 계획만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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