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5

翰林自遇仙女以來, 不尋朋友 不接賓客,

한림자우선녀이래 불심붕우 부접빈객

靜處花園 專心一慮, 夜至則待來 日出則待夜,

정처화원 전심일려 야지즉대래 일출즉대야

한림이 선녀를 만난 이래

붕우朋友도 찾지 아니하고, 손님도 맞는 일 없이

고요히 화원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하여,

밤이 되면 선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날이 밝으면 밤을 기다리면서,

惟望使彼感激而美人不肯數來,

유망사피감격이미인불긍삭래

翰林念轉篤 而望益切矣.

한림념전독 이망익절의

저로 하여금 감격하기를 바랄 뿐이지만,

미인은 자주 올 기색이 없으니

한림의 생각은 더욱 더 두터워지고 기다림만 더욱 간절해졌다.

久之兩人自花園挾門而來, 在前者卽鄭十三,

구지양인자화원협문이래 재전자즉정십삼

在後者生面也.

재후자생면야

오랜만에 두 사람이 화원의 좁은 문을 거쳐 들어오는데,

앞에 선 이는 곧 정십상랑鄭十三郞이고,

뒤따르는 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鄭生引在後者見於翰林曰 :

정생인재후자견어한림왈

정생이 뒤따르는 사람을 불러 한림에게 소개하며 말하기를,

“此師傅 卽太極宮杜眞人,

차사부 즉태극궁두진인

相法卜術 與李淳風袁天綱 相頡頏也,

상법복술 여이순풍원천강 상힐항야

欲相楊兄而邀來矣.”

욕상양형이요래의

“이 사부師傅는 태극궁太極宮의 두진인杜眞人으로

관상보는 법과 점치는 술법이

이순풍,李淳風 원천강袁天綱과 더불어 서로 막상막하인지라,

양형의 상을 보이려고 모시고 왔습니다.”

翰林向眞人而揖曰 :

한림향진인이읍왈

한림이 두진인杜眞人을 향하여 읍揖하며 말하기를,

“慕仰尊名宿矣, 尙未承顔一奉亦有數耶,

모앙존명숙의 상미승안일봉역유수야

先生必審見鄭生之相, 已爲如何耶?”

선생필심견정생지상 이위여하야

“높은 이름을 우러러 사모한지 오래되었고,

아직 한 번도 삼가 만나 뵙지 못한 것이 여러 해 되었는데,

선생은 필연 정생의 상을 보았을 터인데 어떠했습니까?”

鄭生先答曰 : “此先生相小弟而稱曰,

정생선답왈 차선생상소제이칭왈

三年之內必得高第, 將爲八州刺史

삼년지내필득고제 장위팔주자사

정생이 먼저 대답하기를,

“이 선생이 소제의 상을 보고

‘삼 년 안에 반드시 급제하고

장차 팔주자사八州刺史가 되리라’하여,

於弟足矣. 此先生言必有中 兄試問之.”

어제족의 차선생언필유중 형시문지

소제에게는 만족이었습니다. 이 선생의 말이 꼭 맞을 것이니,

형은 시험 삼아 물어 보십시오.”

翰林曰 : “君子不問福 只問災殃,

한림왈 군자불문복 지문재앙

惟先生眞言可也.”

유선생진언가야

한림이 묻기를,

“군자는 곧 복福을 묻지 아니하고 다만 재앙災殃만을 물을 따름이니,

오직 선생은 바른대로 말해 보시오.”

眞人熟視而言曰 :

진인숙시이언왈

“楊翰林兩眉皆秀鳳眼向鬂, 位可躋於三台,

양한림양미개수봉안향빈 위가제어삼태

진인이 눈여겨보더니 대답하기를,

“양선생의 양 눈썹이 다 빼어나고 봉鳳의 눈이 살쩍을 향했으니

벼슬은 삼정승三政丞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고,

耳根白如塗粉, 圓如垂珠 名必聞於天下,

이근백여도분 원여수주 명필문어천하

權骨滿面 必手執兵權,

권골만면 필수집병권

귓불이 분을 바른 듯 휘고 수주垂珠와 같이 둥그니

명성이 반드시 천하에 들릴 것이며,

권골權骨이 낯에 만면滿面하였으니, 꼭 병권兵權을 잡아

威震四海 封侯於萬里之外, 可謂百無一欠

위진사해 봉후어만리지외 가위백무일흠

而但今日 有目前之橫厄, 若不遇我 殆哉殆哉.”

이단금일 유목전지횡액 약불우아 태재태재

위엄을 사해에 떨치고, 만리 밖까지 공후公侯를 봉하게 되어

온갖 일에 한 가지도 흠이 없으나, 다만 지금 눈앞에 횡액橫厄이 있으니,

만일 나를 만나지 아니했더라면 매우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翰林曰 : “人之吉凶禍福, 無不自己求之,

한림왈 인지길흉화복 무부자기구지

而惟疾病之來 人所難免, 無乃有重病之兆耶?”

이유질병지래 인소난면 무내유중병지조야

한림이 말하기를,

“사람의 길흉화복은 자신에게 구하지 아니함이 없으나,

오직 질병이 오는 것은 사람이 면키 어려운 것인데,

이에 나에게 중병이 들릴 징조가 있는 것이오, 없는 것이오?”

眞人曰 :진인왈

“此非尋常之災殃也. 靑色貫於天庭 邪氣侵於明堂,

차비심상지재앙야 청색관어천정 사기침어명당

相公家內或有來歷不分明之奴婢乎?”

상공가내혹유래력불분명지노비호

진인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심상한 재앙이 아닙니다.

푸른 빛이 천장을 뚫었고, 간사한 기운이 명당을 침노하였으니,

상공의 집안에 혹시 내력이 분명치 않은 노비가 있지 않습니까?”

翰林於心已知張娘之祟 而蔽於恩情, 畧不驚恐答曰 :

한림어심이지장낭지수 이폐어은정 략불경공답왈

“无是事也.”

무시사야

한림이 마음에 벌써 장낭張娘의 빌미인 줄 아나

은정恩情에 가려 조금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대답하기를,

“그런 일이 없을 것이오.”

眞人曰 :“然則或過古墓 感傷於胸中,

진인왈 연즉혹과고묘 감상어흉중

或與鬼神 相接於夢裡乎?”

혹여귀신 상접어몽리호

진인이 다시 묻기를,

“그러면, 혹시 옛 무덤을 지나치다가 마음에 감동을 하였거나,

혹은 귀신과 함께 꿈 속에서 상접相接한 일이 있습니까?”

翰林曰 :“亦無是事也.”

한림왈 역무시사야

한림이 대답하기를,

“역시 그런 일도 없습니다.”

鄭生曰 :“杜先生曾無一言之差,

정생왈 두선생증무일언지차

楊兄更加商念.”

양형갱가상념

정생이 말하기를,

“두杜 선생의 말씀이 일찍이 한 마디도 틀린 일이 없으니,

양형은 다시 더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십시오.”

翰林不答眞人曰 :“人生以陽明保其身,

한림부답진인왈 인생이양명보기신

鬼神以幽陰成其氣, 若晝夜之相反 水火之不容.

귀신이유음성기기 약주야지상반 수화지불용

한림이 대답하지 않으므로 진인이 말하기를,

“사람은 양명陽明으로써 그 몸을 보존하고

귀신은 유음幽陰으로써 그 기운을 이루었으니

마치 주야가 상반되고 물과 불이 서로 용납지 못함과 같은 이치입니다.

今見女鬼邪穢之氣, 已罩於相公之身,

금견녀귀사예지기 이조어상공지신

지금 보니 여자 귀신의 사악하고 더러운 기운이

이미 상공 몸에 스며들었는데,

數日之後必入於骨髓, 相公之命恐不可救矣.

수일지후필입어골수 상공지명공불가구의

此時毋曰貧道不曾設來也.”

차시무왈빈도부증설래야

며칠 후면 반드시 골수에 파고들어

상공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지 두렵습니다.

그때에 빈도貧道가 일찍이 일러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翰林念之曰 眞人之言雖有所據,

한림념지왈 진인지언수유소거

女娘永好之盟固矣, 相愛之情至矣,

녀낭영호지맹고의 상애지정지의

夫豈有害吾之理乎?

부기유해오지리호

한림이 생각하기를,‘진인의 말이 비록 근거가 있긴 하나,

여낭이 나와 함께 길이 우의 있게 지낼 것을 굳게 맹세하고,

서로 사랑하는 정이 지극한데,

무릇 나를 어찌 해칠 리 있겠는가?

楚襄遇神女而同席, 柳春畜鬼妻而生子,

초양우신녀이동석 류춘축귀처이생자

從古亦然 我何獨慮!

종고역연 아하독려

초의 양왕襄王이 선녀를 만나 자리를 함께 하고

유춘柳春이 귀처鬼妻에게 산 자식을 낳았는데,

예부터 또한 이럴진대 내 어찌 홀로 근심하겠는가!’

乃謂眞人曰 :“人之死生壽夭 皆定於有生之初,

내위진인왈 인지사생수요 개정어유생지초

我苟有將相富貴之相, 鬼神其於我何?”

아구유장상부귀지상 귀신기어아하

이어서 진인에게 말하기를,

“사람의 사생死生과 수요壽夭는 처음 날 때부터 정한 바 있거늘,

내게 진실로 장상將相될 상과 부귀富貴할 상이 있다면, 귀신이 나에게 어쩐단 말이오?”

眞人曰 : “夭亦相公也 壽亦相公也,

진인왈 요역상공야 수역상공야

无與於我矣.”

무여어아의

진인이 말하기를,

“요절夭折함 또한 상공에게 달려 있고, 장수長壽함 또한 상공에게 달려 있은즉,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乃拂袖而去 翰林亦不强留焉.

내불수이거 한림역불강류언

이에 소매를 떨치고 가 버리니,

한림 또한 억지로 붙들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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