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2

郞則誤被重讉 幻生於人世,

랑즉오피중유 환생어인세

妾則幸受薄罰謫在於此,

첩즉행수박벌적재어차

낭군은 곧 잘못되어 중벌을 받아 인간세상에서 환생幻生하시고,

첩은 다행히 가벼운 벌을 받아 귀양살이로 여기 있사온데,

而郞已爲膏火所蔽, 不能記前身之事也.

이랑이위고화소폐 불능기전신지사야

妾之謫限已滿, 將向瑤池

첩지적한이만 장향요지

낭군은 이미 고화膏火에 가린 바 되어

전신前身의 일을 기억할 수 없거니와,

첩은 귀양살이의 기한이 이미 차서 장차 요지瑤池를 향해 갈 터인데,

而必欲一見郞君, 乍展舊情 懇囑仙官,

이필욕일견랑군 사전구정 간촉선관

退却一日之期已至,

퇴각일일지기이지

꼭 한 번 낭군을 보고

잠깐 옛 정을 펴보고자 하여

선관仙官께 간청을 드려

이미 닥친 하루의 기한을 물리고

郞君將到此 而方企待耳,

랑군장도차 이방기대이

郞今辱臨 宿緣可續.

랑금욕임 숙연가속

낭군이 여기에 이르실 것을 바야흐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낭군께서 이제 욕되이 오시니

본래의 인연을 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時桂影將斜 銀河已傾,

시계영장사 은하이경

翰林携美人同寢,

한림휴미인동침

이때 계수나무 그림자는 장차 비끼려하고 은하수는 이미 기울어졌거늘

한림이 미인을 이끌어 함께 잠자리에 드니,

若劉玩之人入天台 與仙娥結緣,

약유완지인입천태 여선아결연

似夢而非夢 似眞而非眞也.

사몽이비몽 사진이비진야

바로 옛날에 유신劉晨과 완조阮肇가 천태산天台山에 이르러

선녀와 더불어 인연을 맺음과 흡사하니,

꿈같지만 꿈이 아니고, 현실일 같지만 현실이 아니었다.

纔盡繾綣之意, 山鳥已啅於花梢,

재진견권지의 산조이탁어화초

而紗牕已微明矣.

이사총이미명의

겨우 잊혀지지 않는 정을 다 풀고 나니

산새는 벌써부터 꽃가지에서 지저귀고

사창紗牕이 이미 부윰하게 밝았다.

美人先起 謂翰林曰 :

미인선기 위한림왈

미인이 먼저 일어나 한림에게 말하기를,

“今日卽妾上天之期也, 仙官奉帝勅 備幢節,

금일즉첩상천지기야 선관봉제칙 비당절

來迎小妾之時

래영소첩지시

“오늘은 곧 첩이 하늘에 오를 기한이온데,

선관이 상제의 칙교勅敎를 받들어 당절幢節을 갖추어

소첩을 맞을 적에

若知郞君在此 則彼此將俱被讉罰,

약지랑군재차 즉피차장구피유벌

郞君促行矣.

랑군촉행의

만약 낭군께서 여기 계신 것을 알면

피차 처벌을 받게 될 것이오니

낭군은 빨리 가십시오.

郞君若不忘舊情,

랑군약불망구정

又有重逢之日.”

우유중봉지일

낭군이 만일 옛정을 잊지 아니하시면

또 다시 만나 뵐 날이 있을 것입니다.”

遂題別詩於羅巾以贈翰林 其詩曰 :

수제별시어라건이증한림 기시왈

드디어 비단 수건에 이별시를 써서 한림에게 주니,

그 시에 적기를,

相逢花滿天 상봉화만천

相別花在地 상별화재지

春色如夢中 춘색여몽중

弱水杳千里 약수묘천리

서로 만나니 꽃이 하늘에 가득하고

서로 이별하니 꽃이 땅에 있구나

봄빛은 꿈 가운데 있고

약수는 천리에 아득하구나

楊生覽之 離懷斗起, 不勝悽黯自裂汗衫,

양생람지 리회두기 불승처암자열한삼

和題一首而贈之 其詩曰 :

화제일수이증지 기시왈

양생이 그 글을 보고, 이별하는 회포가 문득 일어

처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소매 자락을 찢어

화답하는 한 수의 시를 적어 그에게 주었다.

그 시에 읊기를,

天風吹玉珮 천풍취옥패

白雲何離披 백운하리피

巫山他夜雨 무산타야우

願濕襄王衣 원습양왕의

하늘 바람이 옥패를 부니

흰 구름이 어찌해 흩어지나

무산의 다른 밤비가

양왕의 옷깃 적시길 바라네

美人奉覽曰 :“瓊樹月隱 桂殿霜飛,

미인봉람왈 경수월은 계전상비

作九萬里外面目者 惟此一詩而已.”

작구만리외면목자 유차일시이이

미인이 받들어 그 글을 보고 말하기를,

“아름다운 나무에 달이 숨고 계전桂殿에 서리가 날리는데,

구만리 밖의 모습을 그려 내는 것은 오직 이 한 수의 시뿐입니다.”

遂藏於香囊 仍再三催促曰 :

수장어향낭 잉재삼최촉왈

“時已至矣 郞可行矣.”

시이지의 랑가행의

드디어 향주머니에 감추고, 재삼 재촉하며 말하기를,

“때가 이미 다 되었으니, 낭군은 떠나셔야 합니다.”

翰林摻手拭淚 各稱保重而別,

한림삼수식루 각칭보중이별

纔出林外 回瞻亭榭,

재출림외 회첨정사

한림이 손을 잡고 눈물을 닦으며

‘몸 조심하라’고 각별히 당부한 후 작별하고

겨우 수풀 밖으로 나와 정자를 돌아보니,

碧樹重重 瑞靄曨曨, 如覺瑤臺一夢,

벽수중중 서애롱롱 여각요대일몽

及歸家精爽焂飛 忽忽不樂,

급귀가정상수비 홀홀불락

푸른 나무는 빽빽하고 상서로운 무지개는 자욱하여

마치 요대瑤臺의 한 꿈을 깬 듯하기에

별당에 돌아와서도 정신이 시원스럽고 불꽃이 타올라 홀연히 즐겁지 아니하였다.

獨坐而思之曰 :

독좌이사지왈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기며 이르기를,

“其仙女雖自云 已蒙大赦 歸期在卽,

기선녀수자운 이몽대사 귀기재즉

安知其行必在於今日乎?”

안지기행필재어금일호

“그 선녀가 비록 스스로 말하기를

이미 죄의 용서를 크게 받아 돌아가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 했는데,

그가 반드시 오늘 갈 줄 어찌 알겠는가?

暫留山中藏身密處, 目見群仙以幢幡來迎之後

잠류산중장신밀처 목견군선이당번래영지후

下來亦未晩也, 我何思之不審行之太躁也?”

하래역미만야 아하사지불심행지태조야

잠간 산중에 머물러 은밀한 곳에 몸을 숨기고

눈으로 여러 신선들이 당번幢幡을 가지고 와서 맞이하려 간 것을 본 후에

내려와도 또한 늦지 않았을 것을,

내가 어찌 생각이 깊지 못하여 행동을 심히 조급하게 하였을까?”

悔心憧憧達宵不寐,

회심동동달소불매

惟以手書空作咄咄字而已.

유이수서공작돌돌자이이

후회스런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직 손으로는 헛되이 글을 쓰며 한숨을 지을 뿐이었다.

翌曉早起, 率書童復往昨日留宿之處,

익효조기 솔서동부왕작일유숙지처

則桃花帶笑 流水如咽, 虛亭獨留 香塵已闃矣,

즉도화대소 류수여인 허정독류 향진이격의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서동을 거느리고 다시 어제 유숙한 곳으로 가보니,

곧 복사꽃이 웃음을 띤 듯 냇물은 흐느끼는 듯한데,

정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향기로운 티끌은 이미 고요했다.

翰林悄凭虛檻, 悵望靑霄 指彩雲而歎曰 :

한림초빙허함 창망청소 지채운이탄왈

한림이 근심스레 빈 난간에 의지하여

푸른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색구름을 가리키며 탄식하기를,

“想仙娘乘彼雲 而朝上帝矣,

상선낭승피운 이조상제의

仙影已斷 何嗟及矣?”

선영이단 하차급의

“생각컨대, 선낭이 저 구름을 타고 상제께 조회朝會할텐데,

선낭의 모습이 이미 사라졌으니 어찌 닿을 수 있겠는가?”

乃下亭 倚桃樹 而洒涕曰 :

내하정 의도수 이세체왈

“此花應識崔顥城南之恨矣.”

차화응식최호성남지한의

이에 정자에서 내려가 복숭아 나무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면서 이르기를,

“이 꽃만이 응당 최호崔顥가 성城 남쪽에서 품은 한을 짐작하겠구나.” 하고,

至夕 乃憮然而回.

지석 내무연이회

저녁에 이르러 크게 낙담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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