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9
夫人曰 : “禮則然矣 遲速何論?”
부인왈 례즉연의 지속하론
부인이 말하기를,
“예가 그러하니 더디고 빠름을 어찌 가리겠습니까?”
遂擇吉日捧楊翰林之幣, 仍請翰林處於花院別堂,
수택길일봉양한림지폐 잉청한림처어화원별당
翰林以子壻之禮敬事司徒夫妻, 司徒夫妻愛翰林如親子焉.
한림이자서지례경사사도부처 사도부처애한림여친자언
마침내 길일을 택하여 양한림의 예폐禮幣를 받고
거듭 청하여 한림을 화원 별당花院別堂에 거처케 하니,
한림은 사위의 예로써 사도 부처를 공경하고
사도 부처 또한 한림을 친자식같이 사랑하였다.
一日小姐偶過春雲寢房, 春雲方刺繡於錦鞋,
일일소저우과춘운침방 춘운방자수어금혜
爲春陽所惱獨枕繡機而眠,
위춘양소뇌독침수기이면
하루는 정소저가 우연히 춘운의 침방을 지나다가,
춘운이 바야흐로 비단신에 수를 놓다가
봄볕에 몸이 노곤하여 수틀을 베고서 졸거늘,
小姐因入房中細見繡線之妙,
소저인입방중세견수선지묘
歎其才品之妙矣.
탄기재품지묘의
소저가 방 안으로 들어가 수 뜨는 솜씨를 자세히 보고는
그 재주의 신묘함에 탄식하였다.
機下有小紙寫數行書,
기하유소지사수행서
展見則卽咏鞋之詩也. 其詩曰 :
전견즉즉영혜지시야 기시왈
틀 아래에 여러 행의 글이 쓰여진 조그만 종이가 있기에
펼쳐 본즉, 곧 신을 읊은 글이었다. 시를 읽어 보면,
憐渠最得玉人親 련거최득옥인친
步步相隨不暫捨 보보상수부잠사
燭滅羅帷解帶時 촉멸라유해대시
使爾抛却象床下 사이포각상상하
으뜸가는 옥인을 얻어 사귐을 어여삐 여기니
걸음마다 서로 좇아 잠시도 버리지 못하는데
촛불 끄고 비단 휘장에서 띠를 벗을 때에는
너는 코끼리 침상 아래 던져 버리겠지
小姐見罷自語曰 :
소저견파자어왈
소저가 보고나서는 스스로 말하기를,
“春娘詩才尤將進矣!
춘낭시재우장진의
以繡鞋比之於身, 以玉人擬之於吾言,
이수혜비지어신 이옥인의지어오언
“춘낭의 시 짓는 재주가 더욱 늘었구나!
수놓은 신으로써 제 몸을 비하고, 옥인玉人으로써 나를 견주어,
‘常時與我不曾相離, 彼將從人 必與我相踈也',
상시여아부증상리 피장종인 필여아상소야
春娘誠愛我也!”
춘낭성애아야
‘항상 나와 더불어 일찍이 서로 떠나지 못하더니
제가 장차 시집을 가면 반드시 나와 더불어 서로 사이가 소원해짐’을 가리킨 것이니,
춘낭이 진실로 나를 사랑하는구나!”
又微吟而笑曰 :
우미음이소왈
또 조용히 읊조리고 웃으면서 하는 말이,
“春雲欲上於吾所寢象床之上,
춘운욕상어오소침상상지상
欲與我同事一人, 此兒之心 已動矣.”
욕여아동사일인 차아지심 이동의
“춘운이 내가 자는 침상위에 오르고 싶어 하였으니,
이는 한 사람을 나와 더불어 함께 섬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 아이의 마음이 이미 움직였구나.”
恐驚春娘 回身潛出, 轉入內堂 見於夫人,
공경춘낭 회신잠출 전입내당 견어부인
夫人方率侍婢備翰林夕餐矣.
부인방솔시비비한림석찬의
춘낭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몸을 돌이켜 가만히 나와서
내당으로 들어가 부인을 뵈온즉,
부인이 마침 시비들을 거느리고서 양한림의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小姐曰 :“自楊翰林來住吾家,
소저왈 자양한림래주오가
老親以其衣服飮食爲憂, 指揮婢僕損傷精神,
로친이기의복음식위우 지휘비복손상정신
소저가 말하기를,
“양한림이 우리 집에 와서 머문 후부터
어머님께서 그이 의복과 음식을 걱정하시어
비복들을 지휘하시고 정신을 허비하시니,
小女當自當其苦,
소녀당자당기고
而非但於人事有嫌在 禮亦無所據.
이비단어인사유혐재 례역무소거
소녀 마땅히 스스로 수고를 당한 것이로되,
다만 그 사람의 일에 거리낌이 있으며
예법에도 또한 의거할 바가 없습니다.
春娘年旣長成 能當百事, 小女之意 送春雲於花園,
춘낭년기장성 능당백사 소녀지의 송춘운어화원
俾奉楊翰林內事, 則老親之憂 可除其一分矣.”
비봉양한림내사 즉로친지우 가제기일분의
춘낭의 나이 이미 장성하여 능히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으니,
소녀의 생각은 춘운을 화원으로 보내어
양한림의 안일을 보살펴 받들게 하면,
곧 늙으신 어머님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듯합니다.”
夫人曰 :“春雲妙才奇質 何事不可當乎?
부인왈 춘운묘재기질 하사불가당호
但春雲之父曾已有功於吾家,
단춘운지부증이유공어오가
부인이 말하기를,
“춘운의 기묘한 재주와 기이한 재질로 무슨 일을 감당해 내지 못하겠냐만,
다만 춘운의 아비가 일찍이 우리 집안에 공로가 있고
且其人物出於等夷, 相公每欲爲春雲求良匹,
차기인물출어등이 상공매욕위춘운구량필
終事女兒 恐非春雲之願也.”
종사녀아 공비춘운지원야
또한 그 인물이 남보다 빼어나서
상공相公이 매양 춘운을 위하여 어진 배필을 구하려 하시니,
끝까지 여아를 돌봐주는 것이 춘운의 바람이 아닐까 여겨진다.”
小姐曰 :“小女觀春雲之意,
소저왈 소녀관춘운지의
不欲與小女分離矣.”
불욕여소녀분리의
소저가 말하기를,
“소녀가 본 춘운의 생각은
소녀와 더불어 떠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夫人曰 : “從嫁婢妾 於古亦有,
부인왈 종가비첩 어고역유
부인이 말하기를,
“신행길에 비첩을 데려감은 예부터 또한 있는 일이지만,
然春雲之才貌 非等閑侍兒之比,
연춘운지재모 비등한시아지비
與汝同歸 恐非遠念.”
여여동귀 공비원념
춘운의 재주와 용모는 예사로운 시아侍兒와 비할 바 아니니,
너와 함께 시집간다는 것은 깊은 생각이 아닌가 싶다.”
小姐曰 :“楊翰林以遠地十六歲書生,
소저왈 양한림이원지십육세서생
소저가 말하기를,
“양한림이 먼 곳으로부터 온 십육 세 서생으로,
媒三尺之琴 調戱宰相家深閨處子,
매삼척지금 조희재상가심규처자
其氣像豈獨守一女子 而終老乎?
기기상기독수일녀자 이조로호
삼척 거문고를 이끌고 재상가의 깊은 규중에 있는 처녀를 희롱하여 놀리니,
그 기상이 어찌 한 여자만 홀로 지키며 끝내 늙겠습니까?
他日據丞相之府 享萬鍾之祿,
타일거승상지부 향만종지록
則堂中將有幾春雲?”
즉당중장유기춘운
다른 날 승상부에 붕거하여 만종萬鍾의 녹을 누리면,
곧 당 안에 장차 몇 사람의 춘운이 있겠습니까?”
適其時司徒入來,
적기시사도입래
夫人以小姐之言言於司徒曰 :
부인이소저지언언어사도왈
마침 사도가 들어오니
부인이 소저가 한 말을 사도에게 전하되,
“女兒欲使春雲往侍楊郞, 而吾意則不然 行禮之前,
여아욕사춘운왕시양랑 이오의즉불연 행례지전
先送媵妾 決知其不可也.”
선송잉첩 결지기불가야
“여아는 춘운을 양랑에게 보내어 시중을 들게 하고자 하나,
내 뜻은 그렇지 아니하고, 예를 치르기 전에
시집 갈 때 따라가는 시녀侍女를 먼저 보내는 것은
결코 가당치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司徒曰 :“春雲與女兒才相似 而貌相若也,
사도왈 춘운여녀아재상사이모상약야
情愛之篤亦相同也.
정애지독역상동야
사도가 말하기를,
“춘운이 여아와 재주가 서로 비슷하고 용모가 서로 닮았으니,
정과 사랑의 돈독함이 또한 서로 같겠습니다.
可使相從 不可相離也,
가사상종 불가상리야
畢竟同歸 先送何妨?
필경동귀 선송하방
서로 따르게 함이 마땅하고 서로 헤어지게 함은 마땅치 않으니,
마침내 함께 시집보내어 먼저 가도록 한들 어찌 해가 되겠습니까?
少年男子雖無風情, 亦不可獨栖孤房,
소년남자수무풍정 역불가독서고방
與一柄殘燈爲伴 况楊翰林乎?
여일병잔등위반 황양한림호
나이 어린 남자가 비록 풍정風情이 없다고 해서
외로운 방에서 홀로 지내며
한 자루의 깜빡이는 촛불과 짝을 삼는 것 또한 옳지 않은데,
하물며 양한림에 있어서랴?
急送春娘以慰寂寞之懷,
급송춘낭이위적막지회
恐無不可 而但不備禮 則太涉草草,
공무불가 이단불비례 즉태섭초초
바삐 춘낭을 보내어 적막한 회포를 위로함이
옳지 않은 건 아니로되, 다만 예를 다 갖추지 아니하면
혼인이 너무 조촐한 듯 하고,
欲具禮 則亦有所不便者,
욕구례 즉역유소불편자
何以則可以得中也?”
하이즉가이득중야
예를 차리려 하면 곧 또한 불편한 것이 있을 듯하니,
어찌하면 치우치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