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1

翰林性本好奇 聞之欣喜曰 :

한림성본호기 문지흔희왈

“天下無神仙則已, 若有之 則只在此山中矣.”

천하무신선즉이 약유지 즉지재차산중의

양한림은 성정性情이 본래 기이한 것을 좋아하여

그 말을 듣자 기쁘고 즐거워하며 말하기를,

“천하에 신선이 없다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있다면 다만 이 산 중에 있을 것이니라.”

方振衣欲賞,

방진의욕상

忽見鄭生家家僮流汗而來, 喘促而言曰 :

홀견정생가가동류한이래 천촉이언왈

바야흐로 옷을 떨쳐 버리고 구경하려 할 때

문득 보니 정생집의 가동家僮이 땀을 흘리면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급히 말하기를,

“娘子患候猝㼨 走請郞君矣.”

낭자환후졸함 주청랑군의

“낭자의 환후가 갑자기 위급하여 급히 낭군을 부르십니다.”

鄭生忙起曰 :“本欲與兄壯遊於神仙洞府矣,

정생망기왈 본욕여형장유어신선동부의

家憂此迫 仙賞已違, 向所謂仙分甚淺者 尤可驗矣.”

가우차박 선상이위 향소위선분심천자 우가험의

정생이 급히 일어나 말하기를,

“본래 형과 더불어 신선 동부神仙洞府에서 마음껏 놀려고 하였는데,

집안의 근심이 이렇게 닥치매 선계를 구경하기는 이미 멀어졌으니,

이른바 선분仙分이 매우 얕다는 것을 더욱 증험하였습니다.” 하고,

促鞭而歸 翰林雖甚無聊,

촉편이귀 한림수심무료

而賞興猶不盡矣.

이상흥유부진의

나귀의 채찍을 재촉하며 총총히 돌아가니

한림은 비록 무척 무료하나

구경할 흥취가 아직 다한 것은 아니었다.

步隨流水轉入洞口, 幽澗冷冷 羣峯矗矗,

보수류수전입동구 유간랭랭 군봉촉촉

無一點飛塵 胸襟自覺蕭爽矣.

무일점비진 흉금자각소상의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걸어서 동구로 돌아 들어가니,

은은한 산골물이 차갑고

여러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서

날아다니는 티끌 한 점 없고,

흉금이 스스로 말쑥하고 시원스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獨立溪上 徘徊吟哦矣,

독립계상 배회음아의

丹桂一葉 飄水而下,

단계일엽 표수이하

한림이 홀로 시내 위에 서서 배회하며 읊조리는데,

붉은 계수나무 이파리 하나가 물위에 떠내려 왔다.

葉上有數行之書, 使書童拾取而見之,

엽상유수행지서 사서동습취이견지

有一句 詩曰 :

유일구 시왈

이파리위에 여러 행의 글월이 있기에,

서동으로 하여금 주워 오게 하여 그것을 보니

한구의 시가 있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仙尨吠雲外 선방폐운외

知是楊郞來 지시양랑래

신선 삽살개 구름 밖으로 짖으니

양랑이 옴을 알겠구나.

翰林心窃怪之曰 :“此山之上豈有人居,

한림심절괴지왈 차산지상기유인거

此詩亦豈人所作乎?”

차시역기인소작호

한림이 마음에 은은히 괴이쩍게 여겨 이르기를,

“이 산 위에 어찌 인가가 있으며,

이 시 또한 어떤 사람이 지었을까?” 하며,

攀蘿緣壁 忙步連進 書童曰 :

반라연벽 망보연진 서동왈

“日暮路險 進無所托, 請老爺還歸城裡.

일모로험 진무소탁 ”청로야환귀성리

삼을 휘어잡고 벽을 따라 바삐 걸어서 계속 나아가는데 서동이 말하기를,

“날이 저물고 길이 험하여 나아가지만 의탁할 곳이 없고,

노야老爺께서 성중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라십니다.”

翰林不聽又行七八里,

한림불청우행칠팔리

東嶺初月已在山腰矣.

동령초월이재산요의

한림이 듣지 아니하고 또 칠팔 리七八里를 갔는데

동쪽 봉우리에는 첫 달이 벌써 산허리에 있었다.

逐影步光穿林撇澗, 惟聞驚禽啼

축영보광천림별간 유문경금제

而悲猿嘯矣已而,

이비원소의이이

그림자를 쫓고 달빛을 따라 걸어 수풀을 뚫고 산골 물을 건너니,

오직 들리는 것은 놀란 짐승이 울고 슬픈 원숭이가 울부짖는 소리뿐이요,

星搖峯頂 露鎖松梢,

성요봉정 로쇄송초

可知夜將深矣.

가지야장심의

별은 봉우리 끝에서 흔들리고 이슬은 솔가지에 내리니,

밤이 장차 깊어 감을 알 수 있었다.

四無人家 無處投宿 欲覓禪菴佛寺,

사무인가 무처투숙 욕멱선암불사

而亦不可得方蒼黃之際,

이역불가득방창황지제

사면에는 인가가 없어서 투숙할 곳이 없은즉,

선암불사禪菴佛寺를 찾으려 하나

또한 가능치 아니한지라, 바야흐로 창황蒼黃하여 하는데,

十餘歲靑衣女童 浣衣於溪邊,

십여세청의녀동 완의어계변

見其來忽 而驚起且去 且呼曰 :

견기래홀 이경기차거 차호왈

십여 세쯤 되는 푸른 옷을 입은 계집아이가 시냇가에서 옷을 빨다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깜짝 놀라 일어서 달려가며 소리쳐 부르기를,

“娘子娘子 郞君來矣.”

낭자낭자 랑군래의

“아가씨, 아가씨! 낭군께서 오십니다.”

生聞之尤以爲怪 又進數十步,

생문지우이위괴 우진수십보

山回路窮 有小亭翼然臨溪,

산회로궁 유소정익연임계

양생이 그 말을 듣고 더욱 괴이쩍게 여겨 또 수십 보를 갔는데

산이 둘러 있고 길이 외딴 곳에 조그만 정자가 시내에 임해 날아갈 듯이 있는데,

窈而深 幽而闃 眞仙居也.

요이심 유이격 진선거야

안존하고 깊으며 그윽하고 고요하여

진실로 신선이 사는 곳이었다.

一女子被霞光 帶月影,

일녀자피하광 대월영

孑然獨立於碧桃花下 向翰林施禮曰 :

혈연독립어벽도화하 향한림시례왈

한 여자가 놀빛을 받고 달빛을 띤 채

외로이 벽도화碧桃花 아래에 홀로 서 있다가

한림을 향해 예를 갖추며 말하기를,

“楊郞來 何晩耶?”

양랑래 하만야

“양랑이 오시는데 어찌 늦으셨습니까?”

翰林驚見其女子,

한림경견기녀자

身着紅錦之袍, 頭揷翡翠之簪,

신착홍금지포 두삽비취지잠

한림이 놀라 그 여자를 살펴보니,

몸에는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비취 비녀를 꽂고

腰橫白玉之珮, 手把鳳尾之扇,

요횡백옥지패 수파봉미지선

嬋娟淸高認 非世界人也.

선연청고인 비세계인야

허리에는 백옥패白玉珮를 비꼈으며,

손에는 봉미선鳳尾扇을 들었는데,

무척 곱고 예쁘며 깔끔해서

이 세상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乃慌忙答禮曰 :“學生乃塵間俗子,

내황망답례왈 학생내진간속자

本無月下之期, 而有此晩來之敎何也?”

본무월하지기 이유차만래지교하야

어리둥절하지만 답례로 말하기를,

“학생은 곧 티끌세상의 속된 사람이라

본래 월하에 기약이 없거늘,

이렇듯 늦게 옴을 가르치심은 어인 일입니까?”

女子請往亭上共做穩話, 仍引入亭中,

녀자청왕정상공주온화 잉인입정중

分賓主而坐招女童曰 :

분빈주이좌초녀동왈

여자가 정자위에 올라 함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길 청하고

거듭 정자 속으로 이끌고 들어가

주객으로 나눠 않고 계집아이를 불러서 이르기를,

“郞君遠來 慮有飢色,

랑군원래 려유기색

略以薄饌進之.”

략이박찬진지

“낭군이 먼 길을 오시느라 시장하실 터이니,

약간의 변변찮은 음식이나마 올리도록 해라.”

女童受命而退少焉, 排瑤床設綺饌 擎碧玉之鍾,

녀동수명이퇴소언 배요상설기찬 경벽옥지종

進紫霞之酒 味冽香濃 一酌便醺.

진자하지주 미렬향농 일작편훈

계집아이가 명을 받고 물러가서 조금 뒤에

구슬상에 진찬珍饌을 차려와, 벽옥의 술잔을 받들어

자하주紫霞酒를 권하니,

맛이 산뜻하고 향내가 무르녹아 한 잔 술에 금새 취기가 돌았다.

翰林曰 :“此山雖僻亦在天之下也,

한림왈 차산수벽역재천지하야

仙娘何以厭瑤池之樂, 謝玉京之侶 而辱居於此乎?”

선낭하이염요지지락 사옥경지려 이욕거어차호

한림이 말하기를,

“이 산이 비록 높으나 하늘 아래에 있거늘

선낭仙娘은 어찌 요지瑤池의 낙을 싫다 하시고

옥경玉京의 짝을 사양하고 욕되이 여기서 기거하십니까?”

美人長吁短歎曰 :

미인장우단탄왈

“欲說事由 徒增悲懷.

욕설사유 도증비회

미인이 길이 탄식하고 얼른 한숨 쉬며 말하기를,

“지난 일을 애기하고자 하면 다만 슬픈 기분만 더할 뿐입니다.

妾是王母之侍女, 郞是紫府之仙吏,

첩시왕모지시녀 랑시자부지선리

玉帝賜宴於王母,

옥제사연어왕모

첩은 왕모王母의 시녀요, 낭군은 곧 자부紫府의 선리仙吏였는데,

옥제께서 왕모께 잔치를 베푸었다.

衆仙皆會 郞偶見小妾,

중선개회 랑우견소첩

擲仙果而戱之.

척선과이희지

여러 선녀들이 모두 모이었는데,

낭군이 우연히 소첩을 보시고

선과仙果를 던져 희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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