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0

小姐曰 : “小女有一計,

소저왈 소녀유일계

欲借春雲之身以雪小女之恥,

욕차춘운지신이설소녀지치

소저가 말하기를,

“소녀에게 한 가지 계교가 있으니

춘운의 몸을 빌어 소녀의 수치심을 씻고자 합니다.”

司徒曰 :“汝有何計試言之.”

사도왈 여유하계시언지

사도가 묻기를,

“네게 어떤 계교가 있는지 말해 보거라.”

小姐曰 :“使十三兄如此如此,

소저왈 사십삼형여차여차

則小女見陵之恥可以除矣.”

즉소녀견릉지치가이제의

소저가 대답하기를,

“십삼형十三兄으로 하여금 이렇게 이렇게 한다면,

소녀가 보기에는 업신여김을 받은 수치심을 없앨 수가 있겠습니다.”

司徒大笑曰 : “此計甚妙矣.”

사도대소왈 차계심묘의

사도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이 계교가 심히 기묘하구나.”

盖司徒諸姪子中有十三郞者,

개사도제질자중유십삼랑자

賢而機警志氣浩蕩,

현이기경지기호탕

대개 사도의 여러 조카 중에 십삼랑이라는 자가 있는데,

어질고 기민하며 지기志氣 또한 호탕하여

平生喜作諧謔之事,

평생희작해학지사

且與楊翰林氣味相合 眞莫逆交也.

차여양한림기미상합 진막역교야

평생 해학하기를 즐겨하는데다,

양한림과는 심기와 취미가 서로 맞아

진실로 막역한 친교를 맺고 있었다.

小姐歸其寢所謂春雲曰 :

소저귀기침소위춘운왈

소저가 그의 침소로 돌아와 춘운에게 이르기를,

“春娘! 吾與汝頭髮覆額 心肝已通,

춘낭 오여여두발복액 심간이통

共爭花枝終日啼呼,

공쟁화지종일제호

“춘낭아! 내 너와 더불어 머리털이 이마를 덮었을 때부터

심간心肝이 이미 통하여

꽃가지를 놓고 함께 다투다가 종일토록 울기도 했는데,

今我已受人聘禮,

금아이수인빙례

可知春娘之年亦不穉矣.

가지춘낭지년역불치의

이제 내가 약혼 예물을 받았으니

춘낭의 나이 또한 어리지 않음을 알만하게 되었다.

百年身事 汝必自量,

백년신사 여필자량

未知欲托於何樣人也.”

미지욕탁어하양인야

종신대사終身大事를 너는 반드시 스스로 헤아리고 있을 것인데,

어떤 사람에게 의탁코자 하는지 아직 모르겠구나.”

春雲對曰 :“賤妾徧荷娘子撫愛之恩,

춘운대왈 천첩편하낭자무애지은

춘운이 대답하기를,

“천한 첩이 편벽되게 낭자로부터 애정의 은혜를 입어

涓埃之報 末由自效,

연애지보 말유자효

惟願長奉巾匜於娘子以終此身也.”

유원장봉건이어낭자이종차신야

털끝만큼이라도 은혜를 갚기 위해 저의 정성을 다해 왔는데,

이 몸이 다하도록 낭자께 건이巾匜 (한 낭군을 같이 모심)를 길이 받들어 모시기를 원할 뿐입니다.”

小姐曰 :“我素知春娘之情與我同也.

소저왈 아소지춘낭지정여아동야

我與春娘欲議一事爾,

아여춘낭욕의일사이

소저가 이르기를,

“내가 원래 춘낭의 정이 나와 더불어 같은 것임을 알고 있기에

춘낭과 더불어 한가지 일을 의논코자 하는데,

楊郞以枯桐一聲弄此閨裡之處女,

양랑이고동일성롱차규리지처녀

貽辱深矣 受侮多矣, 非吾春娘誰能爲我雪恥乎?

이욕심의 수모다의 비오춘낭수능위아설치호

양랑이 거문고 한 소리로 이 규중 속의 처녀를 희롱하여

심한 욕을 보이고 업신여김을 많이 주었는데,

춘낭이 아니라면 누가 나의 부끄러움을 씻어 줄 수 있겠는가?

吾家山庄卽終南山最僻處也,

오가산장즉종남산최벽처야

距京城僅牛鳴地 而景致蕭洒非人境也,

거경성근우명지 이경치소쇄비인경야

우리 집 산장은 곧 종남산終南山 가장 외진 곳에 있는데,

거리로 따지면 서울이 겨우 소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의 땅이며,

경치가 소쇄蕭洒하여 사람들이 사는 속세가 아니니,

賃此別區設春娘之花燭,

임차별구설춘낭지화촉

且令鄭兄導楊郞之迷心,

차령정형도양랑지미심

이 기이한 곳을 빌어 춘낭의 신방新房을 꾸미고,

또 정형으로 하여금 양랑의 마음을 미혹되게 하여

行如此如此之計 則橫琴之詐謀,

행여차여차지계 즉횡금지사모

彼不得更售矣,

피부득갱수의

이러이러한 계교를 행하면

곧 거문고를 켜던 거짓 계교를

저가 다시는 팔 수 없을 것이요,

聽曲之深羞可以快湔矣,

청곡지심수가이쾌전의

惟望春娘毋憚一時之勞.

유망춘낭무탄일시지로

그 노래를 들은 수치심을 유쾌하게 깨끗이 씻을 수 있을 것이니,

춘낭이 한때의 노고를 꺼리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春雲曰 :“小姐之命賤妾何敢違乎?

춘운왈 소저지명천첩하감위호

但異日何以擧面於楊翰林之前乎?”

단이일하이거면어양한림지전호

춘운이 대답하기를,

“소저의 명을 천첩이 어찌 감히 어길 수 있겠습니까마는,

다만 다른 날 한림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습니까?”

小姐曰 :“欺人之羞 不猶愈於見欺者之羞乎?”

소저왈 기인지수 불유유어견기자지수호

소저가 이르기를,

“사람을 속이는 부끄러움이

속임을 당하는 부끄러움보다는 더 낫지 않겠느냐?”

春雲微微笑曰 : “死且不避 當惟命焉.”

춘운미미소왈 사차불피 당유명언

춘운이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하기를,

“죽어도 피하지 않을 것이며, 마땅히 명대로 하겠습니다.”

翰林職事瀑直之外, 無奔忙之苦矣,

한림직사폭직지외 무분망지고의

持被之餘閑日尙多,

지피지여한일상다

한림이 맡은 일을 한꺼번에 바삐 처리하고 나면

분망奔忙의 괴로움은 없어

명 받기를 기다리는 틈에 한가한 날이 오히려 많아

或尋朋友 或醉酒樓,

혹심붕우 혹취주루

有時跨驢出郊 訪柳尋花.

유시과려출교 방유심화

간혹 친구를 찾기도 하고, 혹은 주루에 가 취하기도 하며,

시간이 나면 나귀에 걸터앉아 교외로 나가서

나무나 꽃을 감상하기도 하였다.

一日鄭十三謂翰林曰 :“城南不遠之地,

일일정십삼위한림왈 성남불원지지

有一淨界 山川絶勝, 吾欲與一遊 瀉此幽情.”

유일정계 산천절승 오욕여일유 사차유정

하루는 정십삼이 한림에게 말하기를,

“성남이 멀지 않은 곳에

한 고요한 땅이 있는데 산천이 절승입니다.

저와 함께 한 번쯤 노닐며

그곳에서 그윽한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翰林曰 : “正吾意也.”

한림왈 정오의야

한림이 대답하기를,

“그것이 바로 내 뜻입니다.”

遂挈壺榼屛騶隸行十餘里,

수설호합병추예행십여리

芳草被堤 靑林繞溪, 剩有山樊之興.

방초피제 청림요계 잉유산번지흥

드디어 호합壺榼을 들고 시종侍從을 물리치고 십여 리를 나아가니

아름다운 풀들이 언덕에 널리어 있고, 푸른 숲이 시내를 휘어 감고 있어

산 밑의 흥취가 더함이 있었다.

翰林與鄭生臨水而坐,

한림여정생임수이좌

把酒而吟 此時正春夏之交也.

파주이음 차시정춘하지교야

한림이 정생과 함께 물에 가까이 앉아

술을 들며 흥얼거리는

이때가 곧 봄과 여름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百卉猶存萬樹相映,

백훼유존만수상영

忽有落葉泛溪而來,

홀유낙엽범계이래

온갖 꽃이 아직도 피어 있고, 모든 나무가 서로 비치는데,

문득 떨어진 한 떨기 꽃이 시내에 떠오거늘,

翰林咏春來遍是桃花水之句曰 :

한림영춘래편시도화수지구왈

“此間必有武陵桃源也.”

차간필유무릉도원야

한림이 춘래편시도화수春來遍是桃花水라는 글귀를 읊조리며 말하기를,

“이 사이에 반드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으렷다.”

鄭生曰 :“此水自紫閣峯發源而來也.

정생왈 차수자자각봉발원이래야

정생이 말하기를,

“이 물은 자각봉紫閣峯에서 발원發源하여 내려오는 것입니다.

曾聞花開月明之時 則往往有仙樂之聲,

증문화개월명지시 즉왕왕유선락지성

出於雲烟縹緲之間 而人或有聞之者,

출어운연표묘지간 이인혹유문지자

일찍이 듣건대 꽃 피고 달이 밝은 밤이면

이따금 신선의 풍악 소리가

아득히 먼 구름사이에서 울려 퍼져 간혹 들은 자가 있다 하나,

弟則仙分甚淺 尙未得入其洞天矣.

제즉선분심천 상미득입기동천의

소제小弟는 신선과의 연분이 매우 얕아

아직껏 동천洞天 (선인이 사는 명산)으로 들어가 보지 못하였습니다.

今日當與大兄, 躡靈境 尋仙蹤 拍江崖之肩,

금일당여대형 섭령경 심선종 박강애지견

窺玉女之窓矣.”

규옥녀지창의

오늘 큰 형과 함께 영경靈境을 밟고

신선의 자취를 찾아 홍애洪厓의 어깨를 두드리고

옥녀의 창을 엿보고자 합니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32  (0) 2010.06.07
구운몽 31  (0) 2010.06.07
구운몽 29  (0) 2010.05.15
구운몽 28  (0) 2010.05.11
구운몽 27  (0) 2010.05.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