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7
春雲曰 : “其女冠果是男子則,
춘운왈 기녀관과시남자즉
其容貌之秀美如此, 其氣像之豪爽如此,
기용모지수미여차 기기상지호상여차
춘운이 말하기를,
“그 여관이 과연 남자라면,
그 얼굴의 뛰어나게 아름다움이 이와 같고,
그 기상의 호상豪爽함이 이와 같으며,
其精通音律又如此, 可知其才品之高矣.
기정통음률우여차 가지기재품지고의
安知非眞相如乎?”
안지비진상여호
음률에 정통하기가 또 이와 같을진대,
그 재주의 높음을 알만 합니다.
어찌 진짜 사마상여가 아닌 줄 알겠습니까?”
小姐曰 :
소저왈
“彼雖相如 我則決不作卓文君也.”
피수상여 아즉결부작탁문군야
소저가 말하기를,
“저가 비록 사마상여라 할지라도 나는 결단코 탁문군이 되지 않을 것이야.”
春雲曰 :“小姐無爲可笑之說. 文君寡婦也小姐處女也,
춘운왈 소저무위가소지설 문군과부야소저처녀야
文君有意而從之 小姐無心而聽之, 小姐何以自比於文君乎?”
문군유의이종지 소저무심이청지 소저하이자비어문군호
춘운이 말하기를,
“소저께서는 우스운 말을 하지 마십시오.
문군은 과부요, 소저는 처녀이시며,
문군은 뜻이 있어 좇았고 소저는 무심하여 들었으니,
소저는 어찌 문군에 스스로를 대비시킬 수 있겠습니까?”
兩人嬉嬉談笑 終日自樂.
양인희희담소 종일자락
두 사람이 희희담소嬉嬉談笑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一日小姐侍夫人而坐, 司徒自外而入持新出榜眼,
일일소저시부인이좌 사도자외이입지신출방안
以授夫人曰 :
이수부인왈
하루는 소저가 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정사도가 밖에서 들어와 손에 든 새로 난 과거방科擧榜을
부인에게 주며 말하기를,
“女兒婚事至今未定故,
녀아혼사지금미정고
欲擇佳郞於新榜之中矣,
욕택가랑어신방지중의
“여아의 혼사를 지금까지 정하지 못한 까닭에
새로 치른 과거에 합격한 자중에서 좋은 신랑감을 택하려고 하였는데,
聞壯元楊少遊淮南之人也,
문장원양소유회남지인야
時年十六歲且其科製人皆稱贊,
시년십육세차기과제인개칭찬
듣건대 장원은 양소유로 회남 사람이고,
나이는 십육 세며 또 과거에서
글 지은 것을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니,
此必一代才子, 且聞其風儀俊秀 標致高爽,
차필일대재자 차문기풍의준수 표치고상
將成大器 而時未娶妻, 若得此人 爲東床之客,
장성대기 이시미취처 약득차인 위동상지객
則於我心足矣.”
즉어아심족의
이는 반드시 일대의 재주꾼이며
또 들은즉, ‘풍의風儀가 준수하고 표치標致가 무척 시원스러우니
장차 대성하리라’하고, 때마침 처를 얻지 아니하였다 하니
만일 이 사람을 얻어 사위를 삼으면 내 마음에 흡족할 듯합니다.”
夫人曰 : “耳聞本不如目見,
부인왈 이문본불여목견
人雖過稱我何盡信? 必也親見而後 方可定之矣.”
인수과칭아하진신 필야친견이후 방가정지의
부인이 답하기를,
“귀로 들음이 본래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니,
사람들이 비록 지나치리만큼 칭찬하나 내 어찌 다 믿겠습니까?
반드시 친히 본 뒤에야 정할 것입니다.”
司徒曰 : “是亦不難.”
사도왈 시역불난
사도가 말하기를,
“이 또한 어렵지 않습니다.”
小姐聞其父親之言, 還入寢室謂春雲曰 :
소저문기부친지언 환입침실위춘운왈
소저가 그 부친의 말씀을 듣고
돌아와 침실에 들어와서 춘운에게 말하기를,
“向日彈琴女冠自稱楚人,
향일탄금녀관자칭초인
年可十六七歲矣 淮南卽楚地,
년가십육칠세의 회남즉초지
“지난날 거문고를 타던 여관이 스스로 초楚나라 사람이라 칭하고,
나이가 십육칠 세 가량 되었는데, 회남이 곧 초 땅이요,
且其年紀相近, 吾心實不能無疑也.
차기년기상근 오심실불능무의야
또한 연기年紀가 서로 비슷하니,
내 마음에 실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구나.
此人若其女冠 則必來謁於父親矣,
차인약기녀관 즉필래알어부친의
汝湏待其來到留意而見之.”
여수대기래도유의이견지
이 사람이 만일 그 여관이라면 필연 와서 부친을 뵐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그가 와 닿기를 기다려 유의하여 그를 볼 것이다.”
春雲曰 :“其人妾曾未之見, 雖與相對 其何知之?
춘운왈 기인첩증미지견 수여상대 기하지지
春雲之意, 則不如小姐從靑鎖之內 親自窺見矣.”
춘운지의 즉불여소저종청쇄지내 친자규견의
춘운이 말하기를,
“그 사람을 일찍 본 적이 없으니,
비록 서로 마주한들 어이 그를 알 수 있겠습니까?
춘운의 생각으로는 소저께서 청쇄靑鎖 (푸른 칠을 한 궁문宮門) 안에서 친히 몸소 엿보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兩人相對而笑. 此時楊少遊 連魁於會試及殿試,
양인상대이소 차시양소유 연괴어회시급전시
卽被揀於翰苑, 聲名聳一世矣.
즉피간어한원 성명용일세의
두 사람이 서로 보고 웃었다.
이대 양소유는 회시會試와 전시殿試에 잇따라 장원을 하고
곧 한원翰苑에 뽑히어 이름과 평판이 한때를 진동하였다.
公侯貴戚有女子者, 皆爭送媒妁而生盡却之,
공후귀척유녀자자 개쟁송매작이생진각지
존귀한 집안 중에서 딸을 가진 사람들이
다투어 중매 할멈을 보내었으나 양생은 이를 다 물리치고
往見禮部權侍郞, 以求婚於鄭家之意 縷縷告之,
왕견예부권시랑 이구혼어정가지의 루루고지
仍要紹介 侍郞裁一札而付之.
잉요소개 시랑재일찰이부지
예부 권시랑에게 가서 만나보고
정사도 집에 구혼할 뜻을 매우 극진히 거듭 아뢰며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니, 시랑이 한통의 편지를 써서 주었다.
生卽袖往鄭司徒家,
생즉수왕정사도가
通其姓名 司徒知楊壯元之至.
통기성명 사도지양장원지지
양생은 곧 소매에 넣고 정사도 집으로 가서
그의 성명을 통하니, 사도는 양장원이 도착했음을 알았다.
謂夫人曰 : “新榜壯元來矣.”
위부인왈 신방장원래의
부인에게 말하기를,
“신방新榜 장원이 왔습니다.”
卽迎見於外軒, 楊壯元戴桂花 擁仙樂進拜於司徒,
즉영견어외헌 양장원대계화 옹선악진배어사도
文彩之美 禮貌之恭, 已令司徒口呿而齒露矣.
문채지미 례모지공 이령사도구거이치로의
곧 맞아들여 바깥 난간에서 보니
양장원이 계화桂花를 꽂고
선악仙樂을 거느리고 사도에게 나아가 절하는데
풍채가 아름답고 예절이 공손하여
사도는 이미 입을 흠뻑 벌리며 이까지 드러내 보였다.
一府之人 惟小姐一人之外, 莫不奔走聳觀焉,
일부지인 유소저일인지외 막불분주용관언
한부의 사람치고 오직 소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분주하게 삼가며 구경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春雲問於夫人侍婢曰 :
춘운문어부인시비왈
춘운이 부인의 시비에게 묻기를,
“吾聞老爺與夫人唱酬之言,
오문노야여부인창수지언
前日彈琴女冠 卽楊壯元之表妹, 有彷佛處乎.”
전일탄금녀관 즉양장원지표매 유방불처호
“내 노야老爺와 부인 마님이 서로 주고받는 말씀을 들으니,
지난날 거문고를 탔던 여관이 곧 양장원의 사촌누이라 하는데,
닮은 점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爭言曰 : “果是矣.
쟁언왈 과시의
觀其擧止容貌 小無叅差, 中表兄弟 何其酷相似耶?”
관기거지용모 소무참차 중표형제 하기혹상사야
시비들이 다투어 말하기를,
“과연 그렇습니다. 그 몸가짐과 얼굴 모습을 보았는데
다른 곳이 조금도 없으니,
사촌 형제가 어찌 그리 꼭 서로 닮았는지요?”
春雲卽入謂小姐曰 :
춘운즉입위소저왈
“小姐明鑑果不差矣.”
소저명감과불차의
춘운이 즉시 들어가 소저에게 말하기를,
“소저의 밝게 살피는 안목이 과연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小姐曰 :
소저왈
“汝須臾往聞其爲何語而來.”
여수유왕문기위하어이래
소저가 말하기를,
“너는 모름지기 다시 가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