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4
楊生心甚着急疑慮自起, 告於夫人曰 :
양생심심착급의려자기 고어부인왈
양생의 마음이 몹시 급해지고 의심스런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
부인에게 고하기를,
“貧道雖傳得古調 而今之不彈者多,
빈도수전득고조 이금지불탄자다
貧道亦不能自知其聲之非 今而古也.
빈도역불능자지기성지비 금이고야
“빈도가 비록 옛 곡조를 배웠으나,
요새 사람들이 타지 못하는 것이 많은데
빈도 또한 스스로 그 소리의 틀린 점을 알 수 없음은
지금이나 예나 마찬가지입니다.
頃仍紫淸觀衆女冠, 而聞之 則小姐之知音,
경잉자청관중녀관 이문지 즉소저지지음
則今世之師曠, 願效賤芸 以聽小姐之下敎也.
즉금세지사광 원효천예 이청소저지하교야
이에 잠시 자청관의 여러 여관들에게서 들으니,
따님께서 음률을 아는 것이
금세의 사광師曠이라 하오니,
원컨대 천한 재주를 시험하여 따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夫人使侍兒招小姐, 俄而繡幕乍捲 香澤微生,
부인사시아초소저 아이수막사권 향택미생
小姐來坐於夫人座側,
소저래좌어부인좌측
부인이 시비로 하여금 소저를 부르게 하니,
이윽고 수놓은 장막이 문득 열리며 향내가 조금 일더니
소저가 와서 부인의 자리 옆에 앉았다.
楊生起拜畢 縱目而望之, 太陽初湧於丹霞,
양생기배필 종목이망지 태양초용어단하
芳蓮政映於綠水矣. 神搖眸眩不能正視.
방련정영어록수의 신요모현불능정시
양생이 일어나 절한 다음 눈을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니,
태양이 처음 붉은 놀에 솟아올라,
아름다운 연꽃이 정말 푸른 물에 비친 것 같아서,
정신이 요란하고 눈이 현란하여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楊生嫌其坐席稍遠, 眼力有碍乃告曰 :
양생혐기좌석초원 안력유애내고왈
양생이 그 좌석이 점점 멀어져서
안력眼力에 장애됨을 꺼리어 이에 고하기를,
“貧道欲受小姐之明敎, 而華堂廣闊聲韻散泄,
빈도욕수소저지명교 이화당광활성운산설
或恐不專於細聽也.”
혹공부전어세청야
“빈도가 소저의 현명한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나,
대청이 광활廣闊하여 소리가 흩어져
혹시 자세히 듣기에 전념치 못할까 두렵습니다.”
夫人謂侍兒曰 : “女冠之座 可移於前也.”
부인위시아왈 녀관지좌 가이어전야
부인이 시중드는 아이에게 이르기를,
“여관의 자리를 앞으로 옮기도록 하라.”
侍婢移席請坐, 雖己偪於夫人之座,
시비이석청좌 수기핍어부인지좌
而適當小姐座席之右, 反不如直視相望之時也.
이적당소저좌석지우 반불여직시상망지시야
시비가 자리를 옮겨 앉기를 청해
비록 부인의 자리와는 무척 가까워 졌으나,
소저 자리의 오른 쪽으로 가게 되어
오히려 곧바로 대하여 서로 바라볼 때만도 못하게 되었다.
生大以爲恨 而不敢再請.
생대이위한 이불감재청
양생은 크게 한恨이 되었지만 감히 다시 청하지 못하였다.
侍婢設香案於前, 開金爐爇名香,
시비설향안어전 개금로설명향
生乃改坐援琴, 先奏霓裳羽衣之曲
생내개좌원금 선주예상우의지곡
시비가 앞에서 향로상을 배설하고
금로金爐에 향을 피우는데,
양생은 이에 고쳐 앉아 거문고를 당겨
먼저 예상우의곡裳羽衣曲을 탔다.
小姐曰 :“美哉此曲! 宛然天寶太平之氣像也.
소저왈 미재차곡! 완연천보태평지기상야
소저가 말하기를,
“아름답습니다. 이 곡조가!
완연한 천보天寶시절의 태평太平스런 기상입니다.
此曲人必解之而曲盡其妙, 未有如道人之手段者也.
차곡인필해지이곡진기묘 미유여도인지수단자야
이 곡조를 사람들이 꼭 이해하기는 하지만,
노래의 다다름이 이렇듯 신묘하기는
도인의 수단과 같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此非所謂
차비소위
漁陽鼙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래
驚罷霓裳羽衣曲者乎?
경파예상우의곡자호
이는 이른바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인용된
‘어양비고동지래漁陽鼙鼓動地來하니
경파예상우의곡’驚罷霓裳羽衣曲이 아닙니까?
*주/백낙천-장한가
어양비고동지래: 어양에서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들려 오고
경파예상우의곡: 이에 놀라 <예상우의곡>은 중단되었다.
階亂之淫樂 不足聽也 願聞它曲.”
계란지음악 부족청야 원문타곡
무릇 어지럽고도 음란한 노래라 족히 들을 바 못되니
원컨대 다른 노래를 들려주십시오.”
楊生更奏一曲小姐曰 :
양생갱주일곡소저왈
“此曲樂而淫 哀而促, 卽陳後主玉樹後庭花也,
차곡락이음 애이촉 즉진후주옥수후정화야
양생이 다시 한 곡을 연주하니 소저가 말하기를,
“이 노래는 즐겁지만 음란하고 슬프지만 촉급하니,
곧 진후주陳後主의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라,
此非所謂
차비소위
地下若逢陳後主, 豈宜重問後庭花者乎?
지하약봉진후주 기의중문후정화자호
이것은 이른바
‘지하약봉진후주地下若逢陳後主면
‘기의중문후정화‘豈宜重問後庭花
라는 것이 아닙니까?
*주/이상은- 隋宮(七律)
지하약봉진후주: 지하에서 진나라 후주를 만난다면
기의중문후정화: 어찌 마땅히 후정화 가락을 거듭 묻지 않겠습니까?
亡國之繁音不足尙也, 更奏他曲.”
망국지번음부족상야 갱주타곡
망국의 색채가 짙은 음이라 족히 숭상할 바 못되니
다시 다른 곡을 연주해 주십시오.”
楊生又奏一闋 小姐曰 :
양생우주일결 소저왈
양생이 또 한 곡조의 연주를 마치자,
소저가 말하기를,
“此曲如悲如喜, 如感激者然如思念者然,
차곡여비여희 여감격자연여사념자연
昔蔡文姬遭亂被拘, 生二子於胡中矣,
석채문희조란피구 생이자어호중의
“이 곡은 슬픈 듯, 기쁜 듯,
감격하는 듯, 사념하는 듯하니,
옛적에 채문희가 난을 만나 잡힌 몸이 되어
오랑캐에게 홀리어 두 아들을 낳아
及曹操贖還 文姬將歸故國,
급조조속환 문희장귀고국
留別兩兒作胡笳十八拍, 以寓悲憐之意,
유별양아작호가십팔박 이우비련지의
조조曹操가 몸값을 치르고 데려오니
문희가 바야흐로 고국으로 돌아올 때
두 아이와 작별하며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을 지어
슬프고도 가련한 뜻을 부쳤으니,
所謂 소위
胡人落淚添邊草,호인락루첨변초
漢使斷腸對歸客者也.한사단장대귀객자야
이른바
‘호인락루첨변초胡人落淚添邊草요,
한사단장대귀객漢使斷腸對歸客이라’는 것입니다.
*주/이기-동대의 호가 타는 소리를 듣고 방급사 말을 부쳐 희롱함[고시]
채의 여인 옛날 호가소리 지어서
한 번 타는 데 80박자를 친다네
오랑캐들 눈물 흘려 변방의 풀을 적시고
한나라 사신은 애간장 끊으며 돌아가는 나그네 바라보네.
其聲雖可聽也, 失節之人曷足道哉?
기성수가청야 실절지인갈족도재
請新其曲.”
청신기곡
그 소리 비록 들을 만하나
절개를 잃은 사람이니, 어찌 족히 칭송하겠습니까?
새 곡조를 청합니다.”
楊生又奏一腔 小姐曰 :
양생우주일강 소저왈
양생이 또 노래 한 곡조를 탔다.
소저가 말하기를,
“王昭君出塞曲也. 昭君眷係舊君 瞻望故鄕,
왕소군출새곡야 소군권계구군 첨망고향
“왕소군王昭君의 출새곡出塞曲입니다.
소군이 옛 임금을 생각하고 고향을 바라보며,
悲此身之失所 怨畵師之不公,
비차신지실소 원화사지불공
以無限不平之心 付之於一曲之中,
이무한불평지심 부지어일곡지중
그 몸 잃은 바를 슬퍼하고,
화사畵師가 공평치 못함을 원망하여
끝없이 불평한 마음을 이 한 곡에 부쳤으니,
所謂소위
誰憐一曲傳樂府,
수련일곡전악부
能使千秋傷綺羅者也.
능사천추상기라자야
이른바
‘수련일곡전악부誰憐一曲傳樂府하여
능사천추상기라能使千秋傷綺羅라고’ 하는 것입니다.
*주/
뉘라서 이 노래를 사랑하여 악부에 전하여
천 년이 지나도록 사대부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고?
然胡姬之曲 邊方之聲 本非正音也.
연호희지곡 변방지성 본비정음야
抑有他曲乎?”
억유타곡호
허지만 오랑캐 계집의 노래요, 변방 소리이니
근본이 바른 소리는 아닙니다.
혹시 다른 곡조가 있습니까?”
楊生又奏一轉, 小姐改容而言曰 :
양생우주일전 소저개용이언왈
양생은 또 한 곡조를 탔다.
소저가 낯빛을 고치며 말하기를,
“吾不聞此聲久矣, 道人實非凡人也.
오불문차성구의 도인실비범인야
“내가 이 소리를 오랫동안 듣지 못하였는데,
도인道人은 진실로 범인凡人이 아니군요.
此則英雄不遇其時, 托心於塵世之外而,
차즉영웅불우기시 탁심어진세지외이
忠義之氣噎鬱於板蕩之中, 得非嵆叔夜廣陵散乎?
충의지기일울어판탕지중 득비혜숙야광릉산호
이는 곧 영웅이 때를 만나지 못해
마음을 속세 밖에 붙여
방탕한 가운데 충의의 기운을 듬뿍 머금었으니,
바로 혜숙야嵆叔夜의 광릉산廣陵散이 아닙니까?
及其被戮於東市也,
급기피륙어동시야
顧日影彈一曲曰 :
고일영탄일곡왈
급기야 동시東市에서 죽임을 당했을 때
햇빛을 돌아보며 한 곡조를 타고 이르기를,
‘怨哉! 人有欲學廣陵散者乎,
원재 인유욕학광릉산자호
吾惜之而不傳矣,
오석지이부전의
‘원통하다! 광릉산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내 아껴 전하지 않았더니
嗟呼! 廣陵散從此絶矣.’
차호 광릉산종차절의
所謂獨鳥下東南, 廣陵何處在者也.
소위독조하동남 광릉하처재자야
슬프다! 광릉산이 이로부터 끊어졌구나.’하니,
이른바
‘독조하동남獨鳥下東南하니
광릉하처재廣陵何處在라’하는 것입니다.
*주/회상즉사기광능친고(淮上卽事寄廣陵親故)-위응물(韋應物)
-회수에서 광릉의 친구에게[五律]
獨鳥下東南(독조하동남) : 외로운 새 동남쪽으로 내려가는데
廣陵何處在(광능하처재) : 내가 가는 광릉땅은 어디쯤인가?
後人無傳之者,
후인무전지자
道人必遇嵇康之精靈而學也.”
도인필우혜강지정령이학야
후인들이 전한 자가 없었는데
도인께서 마침내 혜강嵇康의 영혼을 만나 이 곡을 배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