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1

楊生自洛陽抵長安,

양생자락양저장안

定其旅舍頓其行裝 而科日尙遠矣.

정기여사돈기행장 이과일상원의

양생이 낙양으로부터 장안에 이르러

묵을 곳을 정하고 행장行裝을 챙겼는데

과거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招店人問紫淸觀遠近, 云在春明門外矣.

초점인문자청관원근 운재춘명문외의

여관 주인을 불러 자청관紫淸觀의 거리를 물으니

춘명문春明門 밖에 있다고 하였다.

卽備禮段往尋杜鍊師,

즉비례단왕심두련사

鍊師年可六十餘歲 戒行甚高,

련사년가육십여세 계행심고

爲觀中女冠之首矣.

위관중녀관지수의

곧 예단을 갖추어 두련사杜鍊師 (도사道士의 칭호)를 찾으니,

연사의 나이는 가히 육십여 세에 계행戒行이 매우 높아

관중觀中 여도사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生進以禮謁 傳其母親書簡,

생진이례알 전기모친서간

鍊師問其安否 垂涕而言曰 :

련사문기안부 수체이언왈

양생이 예로써 나아가 뵙고 그 모친의 서간을 전하니,

연사가 그 안부를 묻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我與令堂姐姐相別 已二十年.

아여령당저저상별 이이십년

後生之人 軒昻若此,

후생지인 헌앙약차

人世流光 信如白駒之忙也.

인세류광 신여백구지망야

“내 자네 모친과 함께 서로 이별한 지도 이미 이십년이 되었구나.

그 후에 난 사람이 저렇듯 풍채가 의젓하고 씩씩하게 되었으니,

인간 세상은 얼핏 지나가는 빛과 같고 실로 흰 망아지가 바삐 달리는 것과 같구나.

吾老矣 厭處於京師煩囂之中, 方欲遠向崆峒,

오노의 염처어경사번효지중 방욕원향공동

尋仙訪道 鍊魂守眞 捿心於物外矣,

심선방도 련혼수진 서심어물외의

내 나이 늙어 서울의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에 있기가 싫어,

바야흐로 멀리 공동산崆峒山 속으로 가서

신선의 도를 찾아 혼을 가다듬고 참을 지켜

세상 물정의 바깥에 마음을 쉬게 하려 하였는데,

姐姐書中有所托之言,

저저서중유소탁지언

吾當不得已爲君少留,

오당부득이위군소류

모친의 글 속에 부탁하는 말이 있어,

내 자네를 위해 마땅히 부득이 잠시 머물겠지만

楊生風彩明秀如仙,

양생풍채명수여선

當世閨艶之中 恐難得相敵之良配也.

당세규염지중 공난득상적지량배야

양생의 풍채가 맑고 빼어나기가 신선 같아

당세의 아름다운 규수 가운데서

상적相敵할 만한 좋은 배필 얻기가 어려울까 두렵구나.

然從湏商量, 如有閒日更加一來焉.”

연종수상량 여유한일갱가일래언

이에 따라 모름지기 헤아려 생각할 것이니,

만일 겨를이 있거든 다시한 번 오게나.”

楊生曰 :양생왈

“小侄親老家貧,

소질친노가빈

年近二十 而身處僻鄕 未能擇配,

년근이십 이신처벽향 미능택배

양생이 말하기를,

“이 못난 조카의 어머님은 늙으시고 집은 곤궁하여

나이 이십에 가깝도록 몸이 궁벽한 시골에 있어

배필을 가릴 수가 없었으니,

方當喜惧之日 反貽衣食之憂,

방당희구지일 반이의식지우

誠孝莫展 歉愧穼切.

성효막전 겸괴삼절

이제 희구喜惧의 간절한 날을 당하여

도리어 의식衣食의 근심을 끼치고

정말로 효孝를 펴지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이 매우 깊었는데,

今拜叔母 眷念至斯,

금배숙모 권념지사

感荷良深矣.

감하량심의

이제 숙모叔母를 뵙자니 돌봐 생각하심이 이에까지 이르매

감격스런 마음이 더욱더 깊습니다.”

卽拜辭而退.

즉배사이퇴

곧 하직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時科日將迫 而自聞指婚之諾,

시과일장박 이자문지혼지락

稍弛求名之心, 數日後復往觀中.

초이구명지심 수일후부왕관중

과거 일자가 점점 다가오나,

혼처를 구해 보겠다는 대답을 들은 이후로

공명을 구하는 마음이 차차 멀어져

수일 후 관중에 다시 갔다.

鍊師迎笑曰 : “一處有處女,

련사영소왈 일처유처녀

言其才與貌 則眞楊郞之配,

언기재여모 즉진양랑지배

연사鍊師가 맞이하는데 웃으며 말하기를,

“한 곳에 처녀가 있는데,

그 재주와 용모로 말하면 실로 양랑楊郞의 배필이 됨직한데,

而但其家門楣太高, 六代公侯三代相國,

이단기가문미태고 육대공후삼대상국

다만 그 가문이 너무 높아

육대의 공후요, 삼대의 상국이니,

楊郞若爲今牓魁元, 則此婚事庶可望矣,

양랑약위금방괴원 즉차혼사서가망의

其前發口無益也.

기전발구무익야

양랑이 만일 이번 과거에서 장원을 하면

이 혼사는 거의 가망이 있으나,

그 전에 입을 놀리면 이롭지 않겠다.

楊郞不必煩訪老身,

양랑불필번방노신

勉修科業 期於大捷可也.

면수과업 기어대첩가야

양랑은 번거로이 늙은 이 몸을 찾을 필요가 없고,

과업에 힘써 장원 급제를 기약토록 하게나.”

楊生曰 : “苐誰家也?”

양생왈 제수가야

양생이 묻기를,

“대체 누구 집안입니까?”

鍊師曰 :

련사왈

“春明門外鄭司徒家也,

춘명문외정사도가야

연사가 말하기를,

“춘명문 밖 정사도 집으로

朱門臨道門 上設棨戟者卽其第也.

주문림도문 상설계극자즉기제야

司徒有一女 而其處子仙也非人也.”

사도유일녀 이기처자선야비인야

붉은 문이 길에 임하고

문 위에 계극棨戟 (장식용 창)을 설치해 놓은 곳이 바로 그 집이니라.

사도에게 한 딸이 있는데,

그 처녀는 신선이지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生忽思蟾月之言 潛念曰 :

생홀사섬월지언 잠념왈

양생이 문득 섬월이 한 말을 생각하여 가만히 생각에 잠겨 말하기를,

“此女子果如何 而大得聲譽於兩京之間乎?”

차녀자과여하 이대득성예어양경지간호

“이 여자가 과연 어떠하면

두 서울 사이에서 이렇듯이 성풍聲風을 크게 얻었을까?”

問於鍊師曰 :

문어련사왈

“鄭氏女子 師傅曾見之乎?”

정씨녀자 사부증견지호

연사에게 묻기를,

“정씨 여자를 사부師傅께서는 일찍이 보셨습니까?”

鍊師曰 : “我豈不見乎?

련사왈 아기불견호

鄭少姐卽天人, 不可以口舌形其美也.”

정소저즉천인 불가이구설형기미야

연사가 대답하기를,

“내 어찌 보지 못하였겠는가?

정소저는 곧 하늘 사람이니,

그 아름다움을 말로는 형언 할 수 없을 것이다.”

生曰 :

생왈

“小侄非敢爲誇大之言也,

소질비감위과대지언야

今春科第當如探囊中物也,

금춘과제당여탐낭중물야

양생이 말하기를,

“이 조카가 감히 너무 지나치게 자랑하는 말이 아니라

올 봄 과거에 장원하기란 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건 찾기와 같아,

此則固不足掛念而, 平生有癡獃之願,

차즉고부족괘념이 평생유치애지원

不見妻子 則不欲求婚.

불견처자 즉불욕구혼

이것은 굳이 괘념掛念할 것이 아니지만,

평생 어리석고 못난 소원이 있사온즉,

처녀를 보지 못하고서는 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願師傅特出慈悲之心,

원사부특출자비지심

使小子一見其顔色 如何?”

사소자일견기안색 여하

바라옵건대 사부님께서 특별히 자비로우신 마음을 베풀어

소자로 하여금 그 얼굴을 한 번 보게 하심이 어떻습니까?”

鍊師大笑曰 :

련사대소왈

“宰相家女子豈有得見之路乎?

재상가녀자기유득견지로호

楊郞或慮老身之言, 有未可信者乎?”

양랑혹려로신지언 유미가신자호

연사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재상가宰相家 여자를 어찌 볼 수 있는 길이 있겠는가?

양랑이 혹 늙은이의 말을 의심하여 믿지 못하는 것인가?”

生曰 : “小子何敢有疑於尊言乎?

생왈 소자하감유의어존언호

양생이 대답하기를,

“소자가 어찌 감히 존언尊言을 의심하겠습니까마는

凡人之所見各自不同, 安保其師傅之眼,

범인지소견각자부동 안보기사부지안

必如小子之目乎?”

필여소자지목호

사람의 소견이 각기 다르니,

어찌 사부님의 눈이 소자의 눈과 꼭 같다고 하겠습니까?”

鍊師曰 : “萬無此理也.

련사왈 만무차리야

鳳凰麒麟婦孺皆稱祥瑞,

봉황기린부유개칭상서

연사가 말하기를,

“결코 그럴 리가 없다. 봉황과 기린은 부인과 처녀도 다 상서롭다 일컫고,

靑天白日奴隸亦知高明,

청천백일노예역지고명

苟非無目之人 則豈不知子都之美乎?”

구비무목지인 즉기부지자도지미호

청천백일은 노예들 또한 청명함을 분별하니

만일 눈 없는 사람이 아니면

곧 어찌 자도子都 (미남자美男子의 이름)의 고운 줄을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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