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3
一日崔夫人招小姐乳母錢嫗, 謂之曰 :
일일최부인초소저유모전구 위지왈
하루는 최부인이 소저의 유모인 전구錢嫗를 불러 말하기를,
“今日道君誕日, 汝持香燭往紫淸觀,
금일도군탄일 여지향촉왕자청관
傳與杜鍊師, 兼以衣段茶菓,
전여두련사 겸이의단다과
致吾戀戀不忘之意.”
치오련련불망지의
“오늘은 도군道君의 탄일誕日이니
네가 향촉을 가지고 자청관에 가서
두련사에 전하여 주고, 겸하여 의단衣段과 다과茶菓를 준비하여
나의 그립고 애틋하여 잊지 못하는 뜻을 다하도록 하라.”
錢嫗領命 乘小轎至道觀, 鍊師受其香燭供享於三淸殿,
전구령명 승소교지도관 련사수기향촉공향어삼청전
且奉三種盛餽百拜而謝, 齋供錢嫗而送之.
차봉삼종성궤백배이사 재공전구이송지
전구가 명을 받아 작은 가마를 타고 도관에 이르니,
연사가 그 향촉을 받아 삼청전三淸殿에 공향하고,
또한 세 종류의 풍성한 선물을 받았음을 백배 사례하며
전구를 공손히 대접하여 보냈다.
此時楊生已到別堂, 方橫琴而奏曲矣.
차시양생이도별당 방횡금이주곡의
이때 양생은 이미 별당에 들어가
거문고를 옆에 끼고 곡조를 타고 있었다.
錢嫗留別鍊師正欲上轎,
전구류별련사정욕상교
忽听琴韻出於三淸殿迤西小廊之上,
홀은금운출어삼청전이서소랑지상
전구가 연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바로 교자를 타려다가
문득 들으니, 거문고 소리가 삼청전 서쪽 조그만 복도 위에서 새어 나오는데,
其聲甚妙宛轉淸新, 如在雲宵之外矣.
기성심묘완전청신 여재운소지외의
그 소리가 매우 묘하고 무척 청신하여
운소雲宵의 밖에 있는 것 같았다.
錢嫗停轎 而立側听頗久, 顧問於鍊師曰 :
전구정교 이립측은파구 고문어련사왈
전구가 교자를 멈추고
서서 자못 오랫동안 귀를 기울여 듣다가
되돌아보며 연사에게 묻기를,
“我在夫人左右多聽名琴,
아재부인좌우다청명금
而此琴之聲果初聞也. 未知何人所彈也.”
이차금지성과초문야 미지하인소탄야
“내가 부인의 곁에 있어 유명한 거문고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 거문고 소리는 과연 처음 듣는 것이라.
어떤 사람이 타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鍊師答曰 :
련사답왈
“日昨年少女冠 自楚地而來,
일작년소녀관 자초지이래
欲壯觀皇都 姑此淹留 而時時弄琴,
욕장관황도 고차엄류 이시시롱금
연사가 대답하기를,
“어제 젊은 여관女冠이 초 땅으로부터 와서
서울의 장관을 구경하고자 하여 아직 이곳에 머물러
때때로 거문고를 타며 즐기는데,
其聲可愛, 貧道聾於音律者,
기성가애 빈도롱어음률자
不知其工焉知其拙, 今嫣嫣有此嘉獎 必善手也.”
부지기공언지기졸 금언언유차가장 필선수야
그 소리가 사랑할 만하나
소승은 음률에 어두워
그 잘된 부분과 못된 부분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아리땁다고 이렇듯이 칭찬하니
필연 훌륭한 솜씨인가 봅니다.”
錢嫗曰 : “吾夫人若聞之 則必有召命,
전구왈 오부인약문지 즉필유소명
鍊師湏挽留此人勿令之他.”
련사수만류차인물령지타
전구가 말하기를,
“저희 부인께서 만일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반드시 부르라는 명이 있을 것이니,
연사는 모름지기 그 사람을 만류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하십시오.”
鍊師曰 :련사왈
“當如敎矣.”
당여교의
연사가 말하기를,
“당연히 가르치는 대로 하겠습니다.”
送錢嫗出洞門後, 入以此言傳於楊生,
송전구출동문후 입이차언전어양생
生大悅苦待夫人之召矣.
생대열고대부인지소의
전구를 보내고 동문을 나선 뒤에
들어와 이 말을 양생에게 전하니,
양생은 크게 기뻐하며 부인이 부르기만을 고대하였다.
錢嫗歸告於夫人曰 : “紫淸觀有何許女冠,
전구귀고어부인왈 자청관유하허녀관
能做奇絶之響 誠異事矣.”
능주기절지향 성리사의
전구가 돌아가서 부인께 고하기를,
“자청관에 어떤 여관女冠이 있어
절묘한 소리를 타는데 실로 이상합디다.”
夫人曰 :“吾欲一聽之矣.”
부인왈 오욕일청지의
부인이 이르기를,
“내 한번 그 소리를 듣고 싶구나.”
明日送小轎一乘侍婢一人於觀中,
명일송소교일승시비일인어관중
傳語於女鍊師曰 :
전어어녀련사왈
이튿날 작은 가마 한 채에 시비 한 사람을 관중에 보내어
연사에게 말을 전하기를,
“小女冠雖不欲辱臨, 道人湏爲之勸送.”
소녀관수불욕욕림 도인수위지권송
“젊은 여관女冠이 비록 오기를 꺼리더라도
도인께서 반드시 권하여 보내도록 해 주십시오.”
鍊師對其侍婢謂生曰 :
련사대기시비위생왈
“尊人有命 君湏勉往.”
존인유명 군수면왕
연사가 시비를 앞에 두고 양생에게 말하기를,
“귀인의 명이니 그대는 반드시 사양치 말고 가도록 하시오.”
生曰 :“遐方賤蹤 雖不合進謁於尊前,
생왈 하방천종 수불합진알어존전
而大師之敎 何敢有違?”
이대사지교 하감유위
양생이 말하기를,
“먼 지방의 미천한 사람이 비록 귀하신 분 앞에 나아가 뵈옵기가 합당치 못하나,
대사의 가르치심을 어찌 감히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於時具女道士之巾服, 抱琴而出,
어시구녀도사지건복 포금이출
隱然有魏仙君之道骨, 飄然有謝自然之仙風矣,
은연유위선군지도골 표연유사자연지선풍의
鄭府疋鬟欽歎不已.
정부필환흠탄불이
이에 여도사가 두건과 의복을 갖추어 거문고를 안고 나서니
은연중 위부인魏夫人의 도골道骨이 있고,
표연히 사자연謝自然의 선풍仙風을 풍겨
정鄭씨 집 시비侍婢가 흠모하여 찬탄하여 마지않았다.
楊生乘小轎 至鄭府, 侍婢引入於內庭,
양생승소교 지정부 시비인입어내정
夫人坐於中堂 威儀端嚴.
부인좌어중당 위의단엄
양생이 작은 가마를 타고 정씨 댁에 이르자
시비가 안뜰로 이끌고 들어가는데,
부인이 중당에 앉았으니, 위의威儀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楊生叩頭再拜於堂下,
양생고두재배어당하
夫人命賜坐 謂之曰 :
부인명사좌 위지왈
양생이 당하堂下에서 머리를 조아려 재배하니
부인이 자리를 주도록 명하며 말하기를,
“昨日婢子往道觀幸聽仙樂而來,
작일비자왕도관행청선악이래
老人方願一見 得接道人淸儀, 須覺俗慮之自消.”
노인방원일견 득접도인청의 수각속려지자소
“어제 도관에 간 시비로부터 선악仙樂이 왔다는 말을 다행히 듣고
늙은 이 몸이 문득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막상 도인의 맑은 거동을 접하니
모름지기 속세의 근심이 저절로 사라짐을 깨닫겠습니다.”
楊生避席而對曰 :
양생피석이대왈
양생이 자리를 사양하며 대답하기를,
“貧道本是楚間孤踐之人也, 浪迹如雲朝暮東西,
빈도본시초간고천지인야 랑적여운조모동서
玆因賤技 獲近於夫人座下, 是豈始望之所及哉?”
자인천기 획근어부인좌하 시기시망지소급재
“빈도(중의 낮춤 말)는 본래 초楚 나라의 외롭고도 천한 사람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 아침에는 동에 있고 저녁에는 서에 있는 구름과 같은데,
이렇듯 천한 재주로 부인의 자리 아래편에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어찌 처음에는 이루어지리라 바라던 일이었겠습니까?”
夫人使侍婢取楊生手中之琴,
부인사시비취양생수중지금
置膝摩挲乃稱賞曰 : “眞箇妙才也.”
치슬마사내칭상왈 진개묘재야
부인이 시비에게 명하여 양생의 수중에 있는 거문고를 가져오게 하여
무릎에 놓고 어루만지다가 이에 칭찬하여 말하기를,
“진실로 묘한 재목이로다.”
生答曰 :“此龍門山上百年自枯之桐,
생답왈 차룡문산상백년자고지동
本性已盡於霹靂, 堅强不下於金石,
본성이진어벽력 견강불하어금석
雖以千金睹之不可易也.”
수이천금도지불가이야
양생이 대답하기를,
“이 재목은 용문산 위의 백 년된 자고동自枯桐으로
벼락에 나무의 성질이 다하여, 굳세고 견강하기가 금석 못지 않으니,
비록 천금으로 그것을 사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酬答之頃砌陰已改,
수답지경체음이개
而漠然無小姐之形影矣.
이막연무소저지형영의
이렇듯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섬돌의 그늘이 이미 옮겨졌으나,
자리에 없는 소저의 형체와 그림자는 막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