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5

生膝席而答曰 :

생슬석이답왈

양생이 꿇어앉아서 대답하기를,

“小姐之英慧 出人上萬萬也.

소저지영혜 출인상만만야

貧道嘗聞之於師, 其言亦與小姐一也.”

빈도상문지어사 기언역여소저일야

“소저의 영혜英慧하심은 뛰어난 이 가운데서도 유독 뛰어나십니다.

빈도가 일찍이 스승에게 그 말을 들었는데,

그 말 또한 소저와 그대로 입니다.”

又奏一飜小姐曰 :

우주일번소저왈

또 한 곡을 연주하니 소저가 말하기를,

“優優哉渢渢哉! 靑山峨峨 綠水洋洋,

우우재풍풍재 청산아아 록수양양

神仙之跡 超蛻塵臼之中, 此非伯牙水仙操乎?

신선지적 초세진구지중 차비백아수선조호

“너그럽고 알맞습니다.

청산은 높고 녹수는 넓은데

신선의 자취가 티끌 가운데서 유독 뛰어났으니

이는 백아伯牙 (춘추시대의 음악가)의 수선조水仙操가 아닙니까?

所謂鍾期旣遇, 奏流水而何慚者也?

소위종기기우 주류수이하참자야

이른바 ‘종자기鍾子期를 이미 만났으니

유수流水를 아룀에 무엇이 부끄럽겠는가?’하는 것입니다.

道人乃千百歲後知音也, 伯牙之靈如有所知,

도인내천백세후지음야 백아지령여유소지

必不恨鍾子期之死也.”

필불한종자기지사야

도인이 이에 오랜 세월 뒤에 지음知音을

백아伯牙의 영혼이 만일 안다면

반드시 종자기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楊生又彈一聞, 小姐輒正衿跪坐曰 :

양생우탄일문 소저첩정음궤좌왈

양생이 또 한 곡조를 타니,

소저 문득, 바로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굻어 앉아 말하기를,

“至矣盡矣. 聖人朝雨亂世,

지의진의 성인조우란세

遑遑四海有拯濟萬姓之意, 非孔宣父 誰能作此曲乎?

황황사해유증제만성지의 비공선부 수능작차곡호

“지극하고도 극진합니다.

성인이 우연히 난세를 당하여

사해에 급박한 모든 백성을 건져 구제할 뜻이 있으니

공자님이 아니면 이 곡조를 누가 지을 수 있겠습니까?

必猗蘭操也.

필의란조야

所謂逍遙九州 無有定處者 非其意乎?”

소위소요구주 무유정처자 비기의호

필연 의란조猗蘭操입니다.

이른바 ‘구주에 조용히 떠돌아다니니 정처 없구나’하는 것이

그 뜻이 아닙니까?”

楊生跪坐添香復彈一聲.

양생궤좌첨향부탄일성

양생이 무릎을 꿇어앉아 향을 더 피우고 한 소리를 다시 탔다.

小姐曰 :“高哉美哉! 猗蘭之操 雖出於大聖人,

소저왈 고재미야! 의란지조 수출어대성인

憂時救世之心 而猶有不遇時之歎也,

우시구세지심 이유유불우시지탄야

소저가 말하기를,

“높고도 아름답습니다.

의란조는 비록 대성인大聖人이

시대를 근심하고 세상을 구하려는 마음에서 나왔으나

오히려 때를 만나지 못한 서글픔이 있습니다.

此曲與天地萬物 凞凞同春,

차곡여천지만물 희희동춘

嵬嵬蕩蕩無得以名也, 是必大舜南薰曲也.

외외탕탕무득이명야 시필대순남훈곡야

이 곡조는 천지만물과 더불어 봄기운이 감돌고

높고도 넓어 이름을 지을 수가 없으니,

이는 필시 대순大舜의 남훈곡南薰曲입니다.

所謂南風之薰兮,

소위남풍지훈혜

可以解吾民之慍者非其詩乎?

가이해오민지온자비기시호

이른바

‘남풍지훈혜南風之薰兮여

해오민지온’解吾民之慍은 그 시가 아닙니까?

盡善盡美者 無過於此者,

진선진미자 무과어차자

雖有他曲 不願聞也.”

수유타곡 불원문야

지극히 선하고 지극히 아름다움이 이에 더 나을 것이 없으니,

비록 다른 곡조가 있을지라도 듣기를 바라지 않겠습니다.”

楊生敬而對曰 : “貧道聞 樂律九變 天神下降,

양생경이대왈 빈도문 악률구변 천신하강

貧道所奏者 只八曲也, 尙有一曲 請玉振之矣.”

빈도소주자 지팔곡야 상유일곡 청옥진지의

양생이 공경히 대답하기를,

“빈도가 들으니 ‘풍류의 악률 곡조가 아홉 번 변하면 천신이 내린다’하는데

빈도가 탄 것은 다만 여덟 곡으로

아직 한 곡조 남았으니, 마저 타기를 청합니다.”

拂柱調絃 閃手而彈, 其聲悠揚闓悅,

불주조현 섬수이탄 기성유양개열

能使人魂佚而心蕩,

능사인혼일이심탕

거문고 기둥을 바로잡고 줄을 고르며 손을 번쩍이면서 타니,

그 소리가 유유히 울리고 개열闓悅하여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혼을 잃고 마음을 방탕케 하며,

庭前百花一時齊綻, 乳燕雙飛流鶯互歌,

정전백화일시제탄 유연쌍비류앵호가

小姐蛾眉暫低 眼波不收, 泯黙而坐矣.

소저아미잠저 안파불수 민묵이좌의

뜰 앞의 온갖 꽃이 일시에 가지런히 터지고

어린 제비가 쌍쌍이 날며 꾀꼬리가 서로 우짖는 듯

소저는 아름다운 눈썹을 잠시 내리깔고 안파眼波를 거두지 아니한 채

잠잠히 앉아 있더니,

至鳳兮鳳兮歸故鄕, 遨遊四海求其凰之句,

지봉혜봉혜귀고향 오유사해구기황지구

乃開眸再望俯視其帶,

내개모재망부시기대

‘봉혜봉혜귀고향鳳兮鳳兮歸故鄕하여

오유사해구기황’遨遊四海求其凰이란 구절에 이르러서는

눈을 뜨고 다시 보며 그 의대衣帶를 내려다보는데,

紅暈轉上於雙頰, 黃氣忽消於八字,

홍훈전상어쌍협 황기홀소어팔자

正若被惱於春酒者也.

정약피뇌어춘주자야

붉은 빛이 두 뺨에 아롱지고

누른 기운이 팔자 눈썹에 문득 사라지며

정말 봄 술에 취한 듯싶었다.

卽雍容起立轉身入內, 生愕然無語推琴而起,

즉옹용기립전신입내 생악연무어추금이기

惟瞪視小姐之背, 魂飛神飄立如泥塑,

유징시소저지배 혼비신표립여니소

곧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양생이 깜짝 놀라 말을 못하고 거문고를 밀치고 서서

오직 소저의 등쪽만을 찬찬히 바라보며,

혼이 날아가 버리고 정신이 아찔하여 진흙 소상塑像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夫人命坐之問曰 :

부인명좌지문왈

“師傅俄者所彈者 何曲也?”

사부아자소탄자 하곡야

부인이 명하여 앉으라 하고 묻기를,

“사부의 별안간 탄 소리는 무슨 곡조입니까?”

生詐對曰 :

생사대왈

양생이 거짓으로 대답하기를,

“貧道傳得於師 而不知其曲名故,

빈도전득어사 이부지기곡명고

正待小姐之命矣.”

정대소저지명의

“빈도가 비록 스승에게 전하여 얻었으나, 그 곡명은 알지 못하는고로,

바로 소저의 명을 기다리겠습니다.”

小姐久而不出,

소저구이불출

夫人使侍婢問其故 侍婢還報曰 :

부인사시비문기고 시비환보왈

소저가 오래도록 나오지 아니하거늘

부인이 시비로 하여금 그 연고를 물으니, 시비가 돌아와 고하기를,

“小姐半日觸風, 氣候欠安不能出來矣.”

소저반일촉풍 기후흠안불능출래의

“소저께서 반나절을 바람 쐬었기로

기후가 편치 못하여 나오지 못하겠다 합니다.”

楊生大疑小姐之覺悟,

양생대의소저지각오

蹙蹙不安不敢久留起拜於夫人曰 :

축축불안불감구류기배어부인왈

양생은 소저가 깨닫고 알지나 않았는가 크게 의심스러워서

조심스럽고 불안하여 감히 더 머무르지 못하고 일어나 부인에게 절하며 말하기를,

“伏聞小姐玉體不平, 貧道實切憂慮矣.

복문소저옥체불평 빈도실체우려의

伏想夫人必欲親自諗視, 貧道請退去矣.”

복상부인필욕친자심시 빈도청퇴거의

“엎드려 듣자옵건대, 소저 귀체 불편하시다 하니

빈도는 실로 우려됩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부인께서 몸소 진맥을 보실 듯하옵기에

빈도는 물러가길 청합니다.”

夫人出金帛而賞之, 生辭而不受曰 :

부인출금백이상지 생사이불수왈

부인이 금과 비단을 상으로 내주거늘, 양생이 사양하며 받지 않고 말하기를,

“出家之人 雖粗解聲律, 不過自適而已,

출가지인 수조해성률 불과자적이이

敢受伶人之纏頭乎?”

감수령인지전두호

“집을 나선 사람으로 비록 성률聲律을 약간 안다 하지만,

스스로 즐기는 데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감히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因頓首而謝下階而去.

인돈수이사하계이거

그리고는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섬돌 아래로 내려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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