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6
夫人憂小姐之病, 卽召問之已快愈矣.
부인우소저지병 즉소문지이쾌유의
부인이 소저의 병이 걱정되어
곧 불러서 물으니, 이미 쾌유되어 있었다.
小姐還于寢室問於侍女曰 :
소저환우침실문어시녀왈
“春娘之病今日如何?”
춘낭지병금일여하
소저는 침실로 돌아와 시비에게 묻기를,
“춘낭春娘의 병은 오늘 어떠하였느냐?”
侍女曰 :시녀왈
“今日則已差 聞小姐聽琴 新起梳洗矣.”
금일즉이차 문소저청금 신기소세의
시비가 아뢰기를,
“오늘은 소저께서 곧 나으셔서 거문고 소리를 들으려 하심을 듣고
친히 일어나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하였습니다.”
原來春娘姓賈氏, 其父西蜀人也,
원래춘낭성가씨 기부서촉인야
上京爲承相府胥吏, 多有功勞於鄭司徒家矣.
상경위승상부서리 다유공로어정사도가의
원래 춘낭의 성은 가씨賈氏이고, 그 아버지는 서촉西蜀 사람으로,
서울에 올라와 승상부 서리가 되어
정사도 집에서 많은 공로를 쌓았다.
未久病死時春娘年才十歲, 司徒夫妻憐其無依,
미구병사시춘낭년재십세 사도부처련기무의
收置府中使與小姐同遊, 其齒於小姐較一月矣.
수치부중사여소저동유 기치어소저교일월의
오래지 않아 병들어 죽으니, 이때 춘낭의 나이 겨우 열 살,
사도 부처가 그의 의지할 바 없음을 불쌍히 여겨
부중에 두어 소저와 함께 놀게 하였는데,
그 나이 소저와 꼭 한 달이 달랐다.
容貌粹麗百態俱備, 端正尊貴之氣像雖不及於小姐,
용모수려백태구비 단정존귀지기상수불급어소저
而亦絶代佳人也,
이역절대가인야
용모가 순수하고 고우며 온갖 태도를 구비하니
단정하며, 존귀한 기상이 비록 소저를 따르지 못하나
또한 절세의 가인佳人이었다.
詩才之奇筆法之妙,
시재지기필법지묘
女紅之工 足與小姐相上下,
여홍지공 족여소저상상하
시재의 기묘함과 필법의 신묘함,
그리고 여자가 하는 일의 공교工巧함이
소저와 더불어 족히 위 아래를 나눌 만하여,
小姐視如同氣不忍暫離,
소저시여동기불인잠리
雖有奴主之分 實同朋友之誼.
수유노주지분 실동붕우지의
소저가 동기同氣와 같이 생각하여 잠시도 떠나지 못하였으니,
비록 종과 주인의 구분이 있다 하지만
실로 붕우의 우의는 한가지였다.
本名卽楚雲小姐以其態度之可愛,
본명즉초운소저이기태도지가애
採韓吏部多態度春空雲之句,
채한리부다태도춘공운지구
본명은 초운楚雲인데, 소저가 그 태도를 사랑하여
한퇴지韓退之의 ‘다태도춘공운’多態度春空雲이라는 구절을 취해
改其名曰春雲,
개기명왈춘운
家內人皆以春雲乎之,
가내인개이춘운호지
그 이름을 고쳐 춘운春雲이라 하니
집안 사람들이 모두 춘운이라 불렀다.
春雲來見小姐而問曰 :
춘운래견소저이문왈
춘운이 와서 소저를 보고 묻기를,
“諸侍女爭言, 中堂彈琴之女冠容如天仙,
제시녀쟁언 중당탄금지녀관용여천선
手彈稀音小姐大加稱讚,
수탄희음소저대가칭찬
“여러 시녀들이 다투어 말하기를
‘중당에서 거문고를 탄 여관의 얼굴이 하늘의 선녀와도 같고
손으로는 드믄 음을 타니, 소저께서 대단히 칭찬하시더라.’하기로
小婢忘却在病方欲玩賞,
소비망각재병방욕완상
其女冠何其速去耶?”
기녀관하기속거야
소비小婢 병이 있음을 깜빡 잊고 구경코자 하였는데,
그 여관이 어찌 그리 급히 떠나갔습니까?”
小姐發紅於面徐言曰 :
소저발홍어면서언왈
소저가 낯빛을 붉히고 천천히 말하기를,
“吾動身如玉 持心如盤, 足跡不出於重門,
오동신여옥 지심여반 족적불출어중문
言語不交於親戚 乃春娘之所知也.
언어불교어친척 내춘낭지소지야
“내가 몸을 사랑함이 옥과 같고, 마음가짐을 편안히 하여
발자취가 중문을 나서지 아니하고
친척들과 말을 나누지 아니함은 춘낭이 알고 있는 바인데,
一朝爲人所詐, 忽受難洗之羞辱,
일조위인소사 홀수난세지수욕
自此何忍擧面對人乎?”
자차하인거면대인호
하루 아침에 남한테 속임을 당하여
문득 씻기 어려운 수치와 모욕을 받았으니,
이제부터 어찌 차마 낯을 들어 사람들을 대하겠느냐?”
春雲驚曰 : “怪哉! 此何言也?”
춘운경왈 괴재 차하언야
춘운이 놀라서 묻기를,
“이상합니다. 이 어인 말씀입니까?”
小姐曰 :“俄來女冠果然其容貌秀矣, 琴曲妙矣.”
소저왈 아래녀관과연기용모수의 금곡묘의
소저가 말하기를,
“아까 왔던 여관은 그 용모도 과연 빼어나고, 거문고 곡조도 신묘하던데...”
卽囁嚅不畢其說春雲曰 : “其人第如何耶?”
즉섭유불필기설춘운왈 기인제여하야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주저할 때에 춘운이 이르기를,
“그 여관의 연주 차례는 어떠했습니까?”
小姐曰 : “其女冠始奏霓裳羽衣,
소저왈 기녀관시주예상우의
소저가 말하기를,
“이 여관이 처음에는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연주하고
次奏諸曲其終也, 奏帝舜南薰曲 我一一評論,
차주제곡기종야 주제순남훈곡 아일일평론
遵季札之言 仍請止之,
준계찰지언 잉청지지
차례로 여러 곡조를 타다가 마지막에는
제순帝舜의 남훈곡南薰曲을 연주하기로
내가 일일이 평론하고 계찰季札의 말을 따라
거듭 그치기를 청하였는데,
其女冠言有一曲矣更奏新聲,
기녀관언유일곡의갱주신성
乃司馬相如挑卓文君之鳳求凰也.
내사마상여도탁문군지봉구황야
그 여관이 한 곡조가 더 있다고 말하고는 다시 새 곡조를 타는데,
곧 사마 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의 마음을 돋우던 봉구황鳳求凰이 아니더냐.
我始有疑而見之, 其容貌擧止與女子大異,
아시유의이견지 기용모거지여녀자대리
是必詐僞之人, 欲賞春色而變服而來矣.
시필사위지인 욕상춘색이변복이래의
내 처음으로 유의하여 그를 보았는데
그 용모와 몸가짐이 여자와는 크게 달라
이는 필시 간사한 사람이
춘색春色을 엿보려고 변복하고 온 것이었다.
所恨者春娘若不病, 一見可卞其詐也.
소한자춘낭약불병 일견가변기사야
한스러운 것은 춘낭이 만일 병들지 않았다면
한 번 보고서 그것이 거짓임을 분별할 수 있었을 텐데.
我以閨中處女之身 與所不知男子,
아이규중처녀지신여소부지남자
半日對坐露面接語, 天下寧有是事耶?
반일대좌로면접어 천하령유시사야
내가 규중 처녀로서
본디 알지 못하는 남자와 함께
반나절이나 마주 앉아 얼굴을 드러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雖母子之間, 我不忍以此言告之矣.
수모자지간 아불인이차언고지의
非春娘誰與此懷也?”
비춘낭수여차회야
비록 모자간이라도
필연 내 차마 이 말을 고할 수가 없구나.
춘낭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이렇듯 품은 생각을 말하겠는가?”
春娘笑曰 :“相與鳳求凰 處子獨不聞耶?
춘낭소왈 상여봉구황 처자독불문야
小姐必見杯中之弓影也.”
소저필견배중지궁영야
춘낭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상여의 봉구황을 처자 혼자 들은 것은 아니지요.
소저께서 반드시 ‘잔 가운데 활 그림자’(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모습)를 본 것입니다.”
小姐曰 :소저왈
“不然. 此人奏曲皆有次第, 若使無心 求凰之曲,
불연 차인주곡개유차제 약사무심 구황지곡
何必奏之於諸曲之末乎?
하필주지어제곡지말호
소저가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다. 이 사람이 곡조를 타는 것이 다 차례가 있으되,
만일 무심할진댄 봉구황곡을
하필이면 모든 곡조의 끝에 타겠느냐?
况女子之中容貌, 或有淸弱者矣或有壯大者矣,
황녀자지중용모 혹유청약자의혹유장대자의
氣像豪爽未見如此人者也.
기상호상미견여차인자야
하물며 여자 중에 용모가
간혹 청약淸弱한 자도 있고 혹은 장대한 자도 있으나,
기상의 호상함이 이 사람과 같은 자는 보지 못하였다.
予意則國試已迫, 四方儒生 皆集於京師,
여의즉국시이박 사방유생 개집어경사
其中恐有誤聞我名者, 妄生探芳之計也.”
기중공유오문아명자 망생탐방지계야
내 생각으로는 과거 시험이 벌서 임박하여
모든 지방 선비들이 모두 서울로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서 내 이름을 잘못 들은 자가
꽃을 탐할 꾀를 망령되이 꾸민 듯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