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2

楊生猶不快而歸矣. 必欲受諾於鍊師,

양생유불쾌이귀의 필욕수락어련사

翌日淸晨又往道觀,

익일청신우왕도관

양생은 오히려 불쾌하여 돌아갔다.

꼭 연사의 수락을 받고자

이튿날 맑은 첫새벽에 또 도관道觀을 찾았다.

鍊師笑謂曰 :

련사소위왈

“楊郞必有事也.”

양랑필유사야

연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양랑 반드시 일이 있구나.”

生曰 : “小子不見鄭小姐,

생왈 소자불견정소저

則終不能無疑於心,

즉종불능무의어심

양생이 말하기를,

“소자가 정소저를 보지 못한다면,

마침내 마음에 의심을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更乞師傅念母親付托之意,

갱걸사부념모친부탁지의

察小子委曲之情,

찰소자위곡지정

다시 바라옵건대 사부는 어머님께서 부탁하신 뜻을 생각하시고,

소자의 간절한 정을 살펴 깊이 헤아리어

密運冲襟 別出妙計, 使小子一遭望見,

밀운충금 별출묘계 사소자일조망견

則當結草而圖報矣.”

즉당결초이도보의

몰래 흉금을 열고 따로 묘계를 베풀어

소자에게 한번 만나보게 해 주신다면

마땅히 풀줄기를 엮어서라도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鍊師掉頭曰 : “未易哉.”

련사도두왈 미이재

연사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하기를,

“쉽지 않네.”

沉吟半餉乃謂曰 :

침음반향내위왈

“吾見楊郞 聰睿明透, 學問之暇 或知音律乎?”

오견양랑 총예명투 학문지가 혹지음률호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하기를,

“내 양랑을 보니 예지가 분명히 밝게 비치는데,

학문하는 여가에 혹시 음률을 익힌 바 있는가?”

生曰 : “小子曾遇異人學得妙曲,

생왈 소자증우이인학득묘곡

五音六律 頗皆精通矣.”

오음육률 파개정통의

양생이 말하기를,

“소자 일찍이 기이한 사람을 만나 신묘한 곡조를 배워 익혔는데,

오음 육률五音六律에 자못 다 정통합니다.”

練師曰 :

련사왈

“宰相之家甲第峨峨 中門五重,

재상지가갑제아아 중문오중

花園深深 繚垣數丈, 自非身具羽翼 不可越也.

화원심심 료원수장 자비신구우익 불가월야

연사가 말하기를,

“재상의 집이라 크고 잘 지어 엄숙하여 중문中門이 다섯 겹이고,

화원花園이 매우 깊으며 낮은 담이 여러 겹으로 둘려 있는 바,

몸에 날개가 돋지 아니하면 넘을 수가 없다.

且鄭小姐讀詩學禮律身有範,

차정소저독시학례률신유범

一動一靜合度合儀, 旣不焚香於道觀,

일동일정합도합의 기불분향어도관

又不薦齋於尼院,

우불천재어니원

또한 정소저가 시를 읽고 예를 배워 몸가짐에 법도가 있어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그치는 바가 절도에 합당하고 예의에 합당한지라,

일찍이 도관道觀에 분향도 아니 하고

이원尼院 (여승이 있는 절)에 재를 올리지도 아니하였으며,

正月上元不觀燈市之戱, 三月三日不作曲江之遊,

정월상원불관등시지희 삼월삼일부작곡강지유

外人何從而窺見乎?

외인하종이규견호

정월 상원上元의 관등觀燈놀이와

삼짇날三月三日의 곡강曲江 놀이에도 가지 아니하니

외인外人이 어디로부터 볼 수 있었겠는가?

且有一事或冀萬幸, 而恐楊郞不肯從也.”

차유일사혹기만행 이공양랑불긍종야

오직 한 가지 일이 있는데 혹시 만행을 바라서

양랑이 즐겨 따르지 아니할까 걱정되네.”

生曰 : “鄭小姐如可得見,

생왈 정소저여가득견

雖令升天入地 握火蹈水, 何敢不從乎?”

수령승천입지 악화도수 하감부종호

양생이 말하기를,

“정소저를 볼 수 있다면

비록 승천입지升天入地하고 악화도수握火蹈水하는 (온갖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좇지 않겠습니까?”

鍊師曰 : “鄭司徒近因老病不樂仕宦,

련사왈 정사도근인로병불락사환

惟寄興於園林鐘鼓,

유기흥어원림종고

연사가 말하기를,

“정사도가 근래에는 늙고 병이 들어 벼슬살이를 즐겨 아니하고

오로지 원림園林과 음악에 흥을 붙였고,

夫人崔氏 性好音樂 而小姐聰慧穎悟,

부인최씨 성호음악 이소저총혜영오

千萬百事無不明知,

천만백사무불명지

부인 최씨도 성품이 음악을 좋아하며,

소저도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남보다 뛰어나게 영리하여

천지간의 온갖 일을 분명히 모를 일이 없어서

至於音律淸濁節奏繁促, 一聞輒解毫分縷析,

지어음률청탁절주번촉 일문첩해호분루석

雖妙如師襄神如子期 未必過此而.

수묘여사양신여자기 미필과차이

음률의 청탁과 절주節奏의 느리고 급함에 이르기까지

한 번 들으면 곧 미세한 부분가지도 자세히 나누어서 풀이하니,

비록 사양師襄의 기묘함이나 자기子期의 신통함도

이보다 반드시 더 낫지는 못할 것이다.

蔡文姬之能知斷絃 盍餘事耳?

채문희지능지단현 합여사이

채문희蔡文姬 (음률에 능통한 여류 문학가)의 끊어진 가락조차도 능히 알 수 있는데,

어찌 나머지 일을 말하지 않겠는가?

崔夫人聞有新飜之曲 則必招致其人,

최부인문유신번지곡 즉필초치기인

使奏於座前,

사주어좌전

최부인은 새로 엮은 곡이 있는 걸 들으면

곧 그 사람을 불러드려 자리 앞에서 연주케 하고,

令小姐論其高下評其工拙,

령소저론기고하평기공졸

憑几而聽以此爲暮景之樂.

빙궤이청이차위모경지락

소저로 하여금 고하高下를 논하여 잘된 점과 못된 점을 평하게 하고는

책상에 기대어 그를 들으며, 이로써 늘그막의 즐거움을 삼고 있다.

吾意楊郞苟解彈琴, 預習一曲而待之,

오의양랑구해탄금 예습일곡이대지

三月晦日乃靈符道君誕日,

삼월회일내령부도군탄일

내 생각에는 양랑이 만일 거문고를 탈 줄 알거든,

미리 한 곡을 익혀 기다리면

삼월 그믐날은 영부도군靈符道君의 탄일이기에

鄭府每年必送解事婢子, 賚來香燭於觀中,

정부매년필송해사비자 뢰래향촉어관중

楊郞當以此時換着女服, 手弄三尺綠綺,

양랑당이차시환착여복 수롱삼척록기

정부鄭府에서 매년 꼭 시중드는 계집종을 보내어

관중에서 향촉을 가져오니,

양랑이 바로 이때에 여복으로 바꾸어 입고

손으로는 삼척 악기를 타서

使彼聞之 則彼必歸告於夫人.

사피문지즉피필귀고어부인

夫人聽之則必請去矣.

부인청지즉필청거의

저로 하여금 그를 듣게 하면

저가 반드시 돌아가서 부인께 아뢸 것이고

부인이 그 말을 들으면 반드시 청하여 데려갈 것이다.

入鄭府之後得見小姐與否,

입정부지후득견소저여부

皆係於天緣 非老身所知, 而此外無它計矣.

개계어천연 비로신소지 이차외무타계의

정부鄭府에 들어간 후 소저를 보고 못 보고는

모두가 하늘의 인연에 매어 있으니,

늙은 이 몸이 알 바 아니며,

이 밖에 다른 계교는 없구나.

况君貌如美人 且不生髥,

황군모여미인 차불생염

出家之人 或有不褁髮不掩耳者,

출가지인 혹유불과발불엄이자

變服亦不難矣.

변복역불난의

더구나 자네의 용모가 미인과 같고 수염도 자라지 아니하였고,

출가한 사람이 머리를 싸매지 아니하고 귀를 가리지 아니한 이도 간혹 있는데,

변복하기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

楊生喜而謝曰

양생희이사왈,

“謹奉尊敎矣. 退歸旅次, 屈指待日矣. ”

근봉존교의. 퇴귀여차 굴지대일의

양생은 기뻐서 사례의 절을 하고 물러나며,

“삼가 존경하는 가르침을 받들어 물러나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原來鄭司徒無它子女, 惟有一女小姐而已.

원래정사도무타자녀 유유일녀소저이이

본래 정사도鄭司徒는 다른 자녀가 없고 오직 외동딸 소저뿐이었다.

崔夫人解娩之日於昏困中見之,

최부인해만지일어혼곤중견지

則有仙女把一顆明珠, 入於房櫳俄而小姐生矣,

즉유선녀파일과명주 입어방롱아이소저생의

名之曰瓊貝.

명지왈경패

최부인이 아기를 낳던 날 혼곤昏困할 때 보니,

곧 선녀가 명주 한 개를 쥐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별안간 소저를 낳으니, 이름을 경패瓊貝라 하였다.

及長嬌姿雅儀奇才徽範, 蓋千古一人也.

급장교자아의기재휘범 개천고일인야

커 가면서 아름다운 자태가 우아하고도 품위가 있으며,

기이한 재주 또한 뛰어남이

아마도 오랜 세월 가운데서 제일이라.

父母鐘愛甚篤, 欲得佳郞 而無可意者,

부모종애심독 욕득가랑 이무가의자

年至二八 尙未笄矣.

년지이팔 상미계의

이로써 그 부모의 대단한 사랑이 매우 돈독하여

마땅한 배필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뜻에 합당한 자가 없어

나이 열여섯 살에 이르도록 아직껏 비녀를 꽂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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